『오늘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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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의 바다.

이른 아침의 바다.

『오늘의 사이』|2017년 11월 18일

제노아에서도 바다를 볼 수 있다. 호텔에서 철길 너머로 가다 보면 금방 해변이 나오는 짧은 거리였다. 하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숙소 위치와 주변 관광을 알아보았는데 분위기가 안 좋다고 해서 가지 않았다. 번화가가 아닌 골목이라 소매치기가 집단으로 덤비기 용이하다며 직접 겪은 후기가 있었다. 게다가 막상 해변에 도착하면 해변에 붙은 건물들이, 마치 우리나라에서 계곡 땅따먹기 하는 식당들처럼 저마다 펜스를 치고 자리 주장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바다에 대한 기대는 일찌감치 접었다. 이른 아침 버스에 짐을 싣고 다음 지역을 향해 출발했다. 골목을 빠져나온 버스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파스텔로 칠한 것 같은 하늘과 깊은 색의 바다가 유리창에 확 들어찼다. 해안도로였다. 사람 하나 없는 어두

귀여운 소년들.

귀여운 소년들.

『오늘의 사이』|2017년 11월 18일

산악 열차를 타고 리기산 정상에 내리자마자 '금강산도 식후경'을 실천하고 나오는데, 플랫폼 건너에 수학여행 온 듯한 아이들이 크게 무리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열차를 타지 않고 도보로 올라온 모양인데 왁자지껄하니 활기찼다. 꼭 그들을 찍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두 소년이 카메라를 보더니 씨익 웃으면서 브이를 해주는데 난데없는 엄마 미소가 흘러나와서 담았다. 사진만으로도 에너지가 퐁퐁 솟는 게 느껴지지 않나. 젊음이란 역시 좋구나.(...)

베니스의 노천카페.

베니스의 노천카페.

『오늘의 사이』|2017년 11월 17일

국내 카페들 사이에서 멀쩡한 벽과 천장도 지저분하게 파헤치는 유행이 도는 듯한데, 베니스의 가게들은 굳이 수고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아 버렸는데 물은 점점 차오르고, 나무는 썩고 내부에 습기가 차고 오래된 건물들은 색이 바래고 기울어졌다. 이 때문에 팔리지 않는 허름한 빈집도 많았다. 그럼에도 찾는 관광객이야 여전하니 한국의 카페 주인들이 추구할 모습이 곳곳에 그려진다. 수상 택시를 타고 가던 중에 본 이 노천카페에는 아침 식사를 하러 나온 손님들이 여럿 있었다. 취향의 커피를 주문하고 크루아상을 먹는다. 여성의 머플러 색과 바닥에 내려둔 가방이 예쁘게 어울렸다. 보통 아침의 식사 풍경은 수다스럽지 않아 보인다. 손님들은 커피로 미약하게 남은 잠을 쫓으며 묵묵히

빛나는 거리.

빛나는 거리.

『오늘의 사이』|2017년 11월 15일

밤하늘로 유리 지붕을 채운 채 은은하게 빛나는 거리가 있었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갖가지 명품 브랜드샵이 늘어서 있고 중심에는 프라다의 본점이 있다. 여전히 세계 4대 패션 도시 중 하나로 군림하고 있는 밀라노다웠으나 글쎄, 나는 쌓아 올린 생김새에 더 시선을 빼앗겼다. 패션은 어디에든 있지만 이곳은 이곳이 유일하겠지. 중앙의 돔을 떠받치는 벽화도 우아했고 창문 사이 사이에 붙은 부조도 더없이 예뻤다. 낮에 보면 분위기가 또 다르겠지만 왠지 밤에 와야 제 빛을 낼 거라는, 확신에 가까운 감정이 들었다. 광각 렌즈를 들고 가지 않았더라면 아쉬워서 안달이 났겠지. 여행엔 역시 광각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되새기며 사진 한 장에 이만큼의 풍경을

바다의 색.

바다의 색.

『오늘의 사이』|2017년 11월 12일

파리 대신 남쪽의 소도시들을 선택한 건 두고두고 잘했다 자화자찬할 일이었다. 막연히 품은 상상은 아름답고 따뜻한 풍경으로 또렷하게 채워졌다. 몸 상태가 가장 바닥인 날이었는데도 걷는 내내, 앉아 있는 내내, 먹고 마시는 내내 행복했다. 니스는 멍 때리는 중에도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도시였다. 펭귄 무리에 끼듯이 사람과 사람 사이 틈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모두가 느긋한 표정으로 한 방향을 바라봤다. 각자의 언어로 미소를 풀어 썼다. 얼굴에 볕이 진득하게 달라붙어도 좋았다, 바다는 어쩜 저렇게 찬란한 색을 가졌는지. 파도는 어쩜 저렇게 새하얀지. 사람들이 왜 수영을 좋아할까 의문을 갖곤 하는데, 일부는 이런 보석 같은 빛깔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겠는 강렬한 유혹을 받는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