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하이라이트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20171021-20171022

By  | 2017년 11월 5일 |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20171021-20171022
0열심히 달려온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하태평하게 지내온 것도 아닌 몹시 어중간한 해. 중간보다 약간 뒤처진 위치에서 ‘앞서나가는 건 왠지 지치고, 여기서 더 낙오되는 건 불안해!’라는 이유로 의미 없는 제자리걸음을 고수한 탓일까. 기운 빠진 몸과 피로한 정신에 마음 둘 곳 없어 하염없이 서성거리는 나날들이 몇 달간 지속됐다. 그런 때에 김선배가 자라섬 페스티벌 티켓을 내밀었다. 1간만의 주말여행이었다. 펜션에서 먹을 고기와 주류 등을 함께 장보는데 문득 깨달았다. 아, 나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카트 끌고 다니면서 오순도순 쇼핑하기. ‘이게 더 양이 많고 싸네’라든가 ‘오늘만큼은 비싼 거 먹어도 되지 않아?’라든가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는 시간이 너무 좋은데 자주 할 수 없는 일.

우리가 사랑했던 그 소녀, 레이디 버드

By  | 2018년 4월 19일 | 
우리가 사랑했던 그 소녀, 레이디 버드
차마 민망해서 쉽사리 입에 담지 못할 십대 시절의 (찌질한) 나를 조금씩 소환하게 만든다. 멋진 연애를 꿈꾸고 잘 나가는 친구와 가까이 지내고 싶어서 있는 허세 없는 허세 영혼까지 끌어모아 쎈 척하다가곁에 있는 친구를 무시하기도 하고옷 투정 부리다가 엄마랑 대판 싸우고엄마는 나를 사랑해, 아니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왔다 갔다 하고이 곳이 아닌 저 곳에 있고 싶어서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그 모든 것이 나였던 영화.그때의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과 말들이지금의 나는 너무 이해가 되서 오히려 좀 슬퍼지기도 한다. "나는 왜 (쟤처럼) 예쁘지 않지?""나는 왜 곱슬머리야?"잘 나가는 친구들이 입고 다니던 티셔츠, 들고 다니던 가방, 신고 다니던 실내화 하나쯤은 갖고 싶어서 사달라고 하려다가도동생이

여행의 목적지는 어디! (feat. 여행의 목적 말고) 영화 <파리로 가는 길>

By  | 2017년 7월 30일 | 
여행의 목적지는 어디! (feat. 여행의 목적 말고) 영화 <파리로 가는 길>
여자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지만, 영화의 목적지는 아직도, 여전히, 미정이다.나는 ‘미정’이란 것이 몹시 싫다. 이 단어에서 신비라든가 모험 혹은 도전을 떠오르기보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그나저나 목적지와 도착지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파리로 가는 길>의 여자 주인공 앤의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파리. 파리로 가서 워커홀릭 남편과 합류하면 되는 것이었다. 정해진 대로만 가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편하고 쉬운 일인지 나는 이제 잘 안다. 고민도 걱정도 없이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것.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사람들의 길. 아무리 생각해도 정해진 대로 가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닌 것 같다.정해진 대로 가는 중간중간에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물음이 떠올라 잠깐씩

이 섬을 맘껏 짝사랑해도 괜찮을 것 같아

By  | 2017년 2월 12일 | 
이 섬을 맘껏 짝사랑해도 괜찮을 것 같아
수도권에 떨어진 한파주의보로부터 멀리 벗어나 도착한 제주도에는 칼바람이 불다 못해 우박이 내렸다. 제주도는 겨울도 따뜻하다는 회사 동료의 말에 몸에 딱 달라붙는 빨간색 니트 원피스도 가져갔는데. 입어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할 정도의 추위. 출근길에 매번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눈길이 항상 꽂히던 그 빨간색 니트 원피스였다. 어느 늦은 저녁 야근을 마치고 터덜터덜 지하철 환승로를 걷다가 ‘아 그 빨간색 원피스나 한번 볼까’ 하고 상점 안으로 들어가 30분을 고민하다가 산 옷이었다. 제주도에서 이 아이를 입고 동백꽃 한 송이 왼쪽 귀에 꽂은 채 사진 찍으면 정말 이쁘겠지, 하고는 비행기에 타는 순간까지 빙글빙글 웃었다. 에라이. 제주도 미친 칼바람. 다른 사람들 보면 에매랄드 빛 바다 앞에서 사진을 잘도

코코 말고 마마 코코!

By  | 2018년 1월 14일 | 
코코 말고 마마 코코!
신촌 메가박스에서 선배랑 <코코>를 봤다.직관적으로 멕시코를 떠올리게 하는 색감들과 음악을 잘 살렸지만, 주인공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중간중간 ‘올라’나 ‘무차무초’, ‘그라시아스’와 같은 간단한 에스파뇰을 끼워 넣은 장면들은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무척이나 애매하게 다가왔다. 영화가 끝나고 고기창고에 가서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이야기한 김선배의 말을 빌려 적고자 한다. “디즈니는 강대국의 문법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했다.” 출국심사대와 입국심사대를 거치는 장면, 이승과 저승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여권(?) 검사는 제단에 가족들이 본인의 사진을 올려놨는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게 되면 저승에서도 사라진다는 것, 저승에서도 러블리한 반려견과 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