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isn't it?

160102 영화 <대호>

By  | 2016년 1월 3일 | 
160102 영화 <대호>
최민식(천만덕) ㅣ 박훈정 감독 2016년의 첫 영화. 수묵담채화 같은 지리산 설산을 비춰주는 오프닝은 장엄하면서도 씁쓸한 느낌이었다. 일제시대 사라져가는 호랑이, 더불어 사라져가는 민족혼에 대해 느린 템포로 묵직하게 담아내는 영화.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최후를 맞이하는 존재의 품위를 지키는 엔딩이었다. 기운이 빠져 죽는 것도 아니고, 끌려다니는 것도 아니고, 가죽이 벗겨지는 것도 아닌 오롯이 지리산 어드메 한 켠으로 사라지는 것. 시대의 변화 속에서 옛 것이 되어 사라지는 존재들에 대한 진혼곡 같았다. 숙연해진다.

160214 영화 <나이트크롤러>

By  | 2016년 2월 23일 | 
160214 영화 <나이트크롤러>
제이크 질렌할(루이스 블룸), 르네 루소(니나) 메이저 언론사 기자가 된 친구의 근황을 들었다. 기자라는 직업에 잘 맞는 것 같지 않다고, 괴롭다고 했다. 무엇보다 한 줄의 기사거리, 크게는 특종을 위해 모든 비극, 슬픔, 불행 앞에서도 그 모든 감정을 죽이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울고 있는 사람 옆에서 같이 울면서 인터뷰를 따고 뒤돌아서서 기분좋게 타이핑하는 것이 해야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 그가 문득 생각났던 영화 나이트크롤러. 다분히 출세지향적인 주인공 루이스 블룸. 그가 보여주는 무표정,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새까만 눈빛, 그리고 차분한 말투가 섬뜩하다. 다친 사람을 보고 전혀 동요되지 않고, 죽은 사람을 보면서 더 좋은 구도를 만들어내고, 좋은 그림을 위해 사건을 조작하는 면모

160203 영화 <검사외전>

By  | 2016년 2월 10일 | 
160203 영화 <검사외전>
황정민(변재욱), 강동원(한치원), 이성민(우종길), 박성웅(양민우) 요즘 열일하는 오빠 덕분에 신난당! 사제복에 이어 죄수복 핏으로 일찌감치 알려진데다가 황정민, 이성민, 박성웅이라는 연기력 짱짱한 배우들도 함께한다니 기대충만했던 영화 검사외전. 개봉날 달려갔다. 영화는 뭔가 어설펐다. 코믹한 장면을 위해 디테일을 얼렁뚱땅 넘긴 지점도 있었고, 베테랑-내부자들이 영화 템포가 빨라 정신없이 몰입하게 만들었다면 어딘가 호흡이 늘어져 지루하게 느껴지는 지점도 있었다. 마지막 변재욱의 자기변론은 실소가 나온... 좋은 배우들을 쓴 것 치고는 아쉬운 결과물. 특히 강동원이 영화 내내 다양한 모습으로 종횡무진 활약하긴 하는데 여자들 등쳐먹는 사기꾼이라기엔 덜 치명적이었고, 딕션이 좀 아쉽다. 물론 죄수복

160123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By  | 2016년 1월 26일 | 
160123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휴 글래스), 톰 하디(존 피츠제럴드) 광활하고 원시적인 자연 그대로의 풍광이 화면을 압도하는 영화. 거대한 자연 속 너무나도 작은 인간의 처절한 생존을 보면서 나 역시 극한의 체험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큰 줄기는 간단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인디언들과의 전쟁, 야만인들의 처형이 보여주는 잔인함이 시대적인 서사에 무게감을 더한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서 엉망진창이 된 몸을 이끌고 모닥불을 피우며 시린 겨울을 헤쳐나가는 인간. 삶과 죽음 그 한 끗 차이에서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 글래스의 복수가 참 처절하다. 복수를 위한 여정이었지만 어느순간부터는 그저 생을 위한 고군분투로 바뀐 듯한 느낌. 그렇게 기고, 헤엄치고, 걷고, 뛰어서 그가 맞닿은 것은 무엇일까. 모든 것이 신의

160207 영화 <캐롤>

By  | 2016년 2월 13일 | 
160207 영화 <캐롤>
케이트 블란쳇(캐롤 에어드), 루니 마라(테레즈 벨리벳) 서성적이면서 섬세했던 멜로 영화, 캐롤.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느껴지는 끌림에 솔직하게 응답한다. 둘을 가로막는 것들이 명백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서로를 찾아간다. 만약 둘 중 한명이 남자라면 그 둘의 만남과 사랑, 이별은 통속적이면서도 익숙한 그림이 된다. 하지만 레즈비언 커플이라는 점에서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고 그러면서도 그 묘한 분위기가 마음을 떨리게 만든다. 처음부터 너무 명백하게 캐롤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예쁜 이름을 가진' 테레즈에게 반했다는게 보이는데도 말이다. 다른 것보다도 인상깊었던 장면 두 가지. 먼저 함께 여행을 떠난 캐롤과 테레즈가 따로 숙박을 하다 처음으로 한 방에 묶게 된 날. 와인을 마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