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치하 경성은 낭만과 매력이었다. 종로의 김두한이던 모던보이 이해명이던. <암살>이 택한 주제는 굉장히 흥미롭고 몇 번씩 충무로의 눈길을 받았다. 최동훈 종합 선물 세트라고 부름직한 <암살>은 그 특유의 으리으리한 스케일을 뽐내며 당시에 대한 높은 재현도의 화려한 영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국 영화계를 빛내고 있는 수많은 배우들이 그 안에서 연기를 뽐낸다. 모든 시공간은 그런 화려한 낭만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암살은 화려한 장르 스릴러. 그러나 거기까지다. 영화의 모든 장점은 관객들을 애국심이든 애정심 따위의 감정으로 끌고 가며 혼탁해진다. 영화 종반엔 결국 그 감정에 도취되어 돈만 있으면 장땡이라는 깡패들이 친일파 암살에 앞장서고, 자기 안전이 제일인 사람
환장하겠다. 새벽 내내 쓰던 글을 날려먹었다. 임시저장을 한 글에 사진을 편집하려다 크기가 커서 지우고 조절해서 다시 올리려던 중 실수로 글 전부를 지워버렸고 그대로 임시저장이 되어버렸다. 당황해서 다른 키를 눌러버려 Ctrl+Z를 써봐도 아무 것도 뜨지 않는다. 죽고 싶다. 그러나 이런 일로 죽을 순 없지 않은가. 이글루스에 문의해서 글을 복구해달라고 해봐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 A4 3장은 족히 되는 것 같은데 아쉬운대로 여행기는 빼고 사진만 올린다. 어차피 읽는 사람도 얼마 없는 것 같으니. 다음부터는 노트패드나 아래한글로 글을 쓰고 붙여넣기해야겠다. 그러면 가독성이 엉망진창이 되던데. 하. 살면서 참 많은 실패를 겪지만 실패라는 것은 겪을 때마다 처참하다. 설명은 필요로 하
날개 잃은 영웅의 심박, 긴장, 그리고 비상. 그가 날아오를 때 이 영화도 걸작의 반열로 날아오른다. 영화라는 형식만이 가능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 그리고 헐리웃과 브로드웨이, 영화와 연극을 향한 뾰족한 권총 한 방. 사람들이 '김치냄새'를 맡기 전에 주인공의 불안하고도 처절한 심리와 감독이 메이저 세계를 바라보는 '타코 냄새'를 맡으려 했다면.
[스포주의] 이 영화는 여러모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영화다. 우주, 우주를 촬영한 영화, 그 영화를 감독한 리들리 스콧과 영화 속 캐릭터, 그 중 누구보다 마크 와트니와 그런 담백함과 유쾌함을 십분 살려낸 맷 데이먼까지 모두 진보했다. 변화무쌍하고도 웅대한 우주의 장관을 그려낸 영화는 여럿 있었지만 한 행성에서 인간이 고독하게 투쟁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 그런 장엄함마저 리들리 스콧의 최고 장기로 주인공의 분투에 집중하면서도 여과없이 즐길 수 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대체로 유쾌하고 긍정적이며 해낸다. 마냥 그런 것만이 아니라 심지어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다. 그런 인물군상의 중심엔 재난의 당사자 마크 와트니가 있는데 그는 가장 낙관적이면서
러시아 여행기 5-2. 모스크바 II 2월 24일. 러시아에서 14일 째 날. 이 날은 정신 없이 쏘다녔던 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붉은 광장으로 나와 레닌 영묘에 가려 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영묘가 닫혀있었다. 쉬는 날도 아니었고 인터넷이나 가이드북에서 특별한 이야기를 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4월에 문을 열 예정이라는데 지난 1월 한 예술집단이 레닌 영묘에 들어가 테러를 저질렀기 때문이거나 시신 방부 처리 작업을 하는 기간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아쉬운대로 성 바질 성당에 들어갔는데 참 볼 만 했다. 전부 러시아어이거나 영어였지만 정교회에 대한 이해를 한 발짝 더 할 수 있었다. 2층에 있는 조그만 예배소에서 정교회 성가를 들을 수 있었다. 전통에 따라 정교회 미사에는 악기를 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