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dezvous

액체가 된 고민

By  | 2017년 4월 5일 | 
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소장품전 "삼라만상" 전시에서 도윤희 작가의 작품 "액체가 된 고민" (2008)을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작년 가을 OCI 미술관 "밤의 가장자리" 전에 전시되었던 작품 "밤은 낮을 지운다"와 나란히 놓고 보아야 하는 작품일 것이다. 제작시기, 작품의 구성, 테크닉 등이 유사하다는 점을 제쳐놓고라도, 두 작품은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 비 온 다음날 밤에 강가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어보면 그 적막함에 두려움까지 느낀다. 그 곳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은 흐르는 물이 부딪히는 소리 뿐이다. 물이 부서지는 그 소리 외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적막한 밤에 고민이 액체가 되어 흐르는 것 또한 비슷한 경험이다. 얼음이 녹아 흐르는 것처럼,

화양연화, 별은 땅으로 떨어지기 직전 가장 밝게 빛난다

By  | 2017년 4월 8일 | 
1. 꽃 같은 시절, 꿈 같은 시절, 화양연화 "화양연화"를 글자 그대로 옮긴다면 꽃 모양 시절이 된다. 꽃처럼 곱고, 꿈처럼 아름다운, 지나간 시절을 뜻하는 말이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는 첸 부인(장만옥)과 차우(양조위)가 겪었던 아름다운 시절을 담담한 어조로 보여준다. 첸 부인의 남편과 차우의 아내가 서로 눈이 맞아 일본으로 장기간 밀월 여행을 간 사이, 첸 부인과 차우는 서로를 위로하며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빠져 든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 사회가 용인하는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감정과 끊임없이 싸우고, 결국 서로를 위해 헤어진다. 화양연화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아름다운 뜻과는 달리, 어떤 순간이 "아름다웠지"라고 기억되기 위해서는 현재에는 그 순간을 가지고 있지 않아야

요즘 보는 드라마

By  | 2016년 10월 20일 | 
요즘 보는 드라마
*고전주의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할 때 검증되지 않은 식당에 갔다가 맛이 없으면 괜시리 미안해지지만혼자서는 그럴 걱정 없이 가보지 않은 곳도 자유롭게 가볼 수 있어서 좋다 이와 같은 즐거움을 아는 자 <고독한 미식가들> BJ우마이이노가시라 고로(마츠시게 유카타 분) 어찌 보면 정말 단조로운 구성(일을 한다 - 배가 고파진다 - (발거음은 급하지만 고민은 신중하게) 식당을 찾아 들어감 - 우오앙, 쿠오아아앙 - 오늘도 맛집을 찾았당^ㅅ^)인데 너무 맛있게, 행복하게 먹는 모습 때문에 계속 보고 있게 된다제목만 '고독한', 그래서 밥만 혼자 먹는다 뿐이지 전혀 외롭거나 처량해보이지 않다 살기 위해 먹는 나랑은 또 다른 모습...키ㅇ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싱 스트리트, 이 세대의 이름은 희망적인 절망

By  | 2016년 6월 12일 | 
1. 1985년 아일랜드 더블린, 그 시기 아일랜드는 실업률이 17%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경제적 침체를 겪었고, 8달 동안 3번의 선거를 할 정도로 엄청난 정치적 불안을 겪었다.(Economic history of the Republic of Ireland) 영화는 이 곳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불안한 더블린의 분위기는 2시간 동안의 상영 시간 동안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영화가 예술적 성취를 이루는 부분은 더블린의 불안함과 주인공들의 "행복한 슬픔"이 부딪히는 곳에서 얻어진다. 2. 여주인공 라피나는 "행복한 슬픔(happy-sad)"를 말한다. 말이 되지 않는 표현이어서 작중 인물들도 그게 무슨 소리냐고 타박하는 말이지만, 영화에서 그리는 감정을 이렇게 잘 표현한 단어도 없다. 노스탤지어가

라라랜드, 꿈과 관계에 대한 21세기 식 로맨스 그리고 희망

By  | 2017년 3월 9일 | 
라라랜드, 꿈과 관계에 대한 21세기 식 로맨스 그리고 희망
라라랜드는 꿈꾸는 두 사람에 대한 영화다. 두 사람이 꾸는 꿈은 모두 쉽지 않은 꿈이다. 배우로 성공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LA 한복판에 재즈바를 여는 것도 마냥 쉽다고 볼 수는 없는 꿈이다. 그들은 각자의 꿈이 가장 어두워지는, 고장나기 직전의 전구처럼 그들의 꿈이 깜빡이는 순간에 만나, 결국 그 전구가 다시 수리되기 직전에 헤어진다. "라라랜드"를 다룬 이동진의 칼럼의 다음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보면 새드엔딩이지만, 꿈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결국 둘 모두 성공하게 되는 결말은 해피엔딩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꿈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고 역설하는 영화가 아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다보면 관계는 망실된다고 암시하는 영화다. 선택이란 하나의 성취보다는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