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에 가기 전, 다비드상은 단지 벌거벗은 남자 조각상에 불과했다. 양치기 소년 다윗이 이스라엘을 침략한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로 물리친 일화는 어린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다윗이 훗날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고 솔로몬을 낳았다는 것 정도만 기억한다. 미켈란젤로가 그 다윗을 조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아카데미아를 찾았다. 규모가 어마어마했던 우피치를 보고 난 뒤, 솔직히 좀 피곤했다. 숙소에서 점점 멀어지는 동선인데 굳이 가야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마침 근처에 가고 싶었던 식당이 있기도 하고 나는 여행지에 가면 일단 동선이 효율적이었던 적이 없는 인간이라. 천천히 걸으려고 보니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급하게 걷기 시작했다. 사전지식이 없는 내게 비장의 무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