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

개와 함께한 동아마라톤

By  | 2018년 3월 19일 | 
개와 함께한 동아마라톤
내가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것은 순전히 학문적 호기심이었다. 우연히 장거리 달리기가 인간 진화의 원동력이었다는 네이처 논문을 읽었는데 장거리 달리기 덕분에 오늘날의 호모사피엔스가 탄생했다면 역으로 호모 사피엔스라면 누구나(나를 포함하여) 장거리 달리기, 즉 마라톤 완주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감격스러웠던 첫 완주를 통해 달리기 진화가설을 몸소 확인 한 후에도 몇 차례 완주를 더 했다. 사실 마라톤 풀코스는 몸에 상당한 무리를 주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권할 만하지는 않지만 지금도 풀코스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것은 그나마 그게 걸려 있어야 연습 삼아 달리기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 동아마라톤도 그런 목적으로 몇 달 전에 신청을 해 놓았는데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는 2주전에 인터벌 훈

최악의 여행에서 경험한 의외의 즐거움(대한항공으로 나가서 아시아나항공으로 돌아온 슬로베니아 여행)

By  | 2018년 7월 1일 | 
최악의 여행에서 경험한 의외의 즐거움(대한항공으로 나가서 아시아나항공으로 돌아온 슬로베니아 여행)
얼떨결에 전자파 연구과제에 관여하게 되면서 전자파의 건강영향에 대한 최신지견을 습득할 필요가 생겨 생체 전자파 국제학회인 BioEm2018에 참석하기로 했다. 그런데 학회 장소가 슬로베니아의 피란이었다. 피란으로 가는 비행기편을 열심히 찾아봤는데 피란에는 공항이 없고 인근 대도시로 가서 차편을 이용해 가야하는데 일단 슬로베니아 수도인 류블리냐를 통해 들어가기로 했다. 갈 때는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가고 올 때는 취리히로 나와서 귀국하는 대한항공편이었다. 비행기는 예약했지만 피란, 류블리냐 모두 생전 처음 들어본 도시였고 심지어 슬로베니아라는 나라 이름도 들어보기는 했지만 어디쯤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본 결과 슬로베니아는 크로아티아 근처에 있는 나라로 크기는 전라남북도 합친

달리기와 부상

By  | 2018년 3월 1일 | 
달리기와 부상
달리기는 건강에 좋지만 부상 위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달리기로 인한 부상은 주로 다리의 근육, 인대, 관절, 뼈에 생기고 한 번의 손상이 아니라 반복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다. 주로 부상이 나타나는 부위와 증상은 다음과 같다.무릎 통증은 달림이에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증상인데 가장 흔한 원인은 러너의 무릎(runner’s knee)이라고 부르는 무릎넙다리통증 (patellofemoral pain syndrome)인데 특징은 무릎 앞쪽이 서서히 아파오고 장기간 앉아 있거나 계단이니 언덕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심해진다. 무릎 통증의 또 다른 원인인 장경인대증후군(iliotibial band syndrome)으로 무릎의 바깥쪽이 아픈데 넓적다리에서 엉덩이까지 통증이 뻗칠 수 있다. 정강이 통증(medial t

영화 '그날 바다' 후기

By  | 2018년 4월 17일 | 
‘그날 바다’는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물론 큰 감동을 주는 픽션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앵커를 내려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가설을 과학적 근거를 이용해서 믿게 만드는 넌픽션이라는 점에서다. 현재까지 정부의 공식적인 침몰원인 발표는 인천에서 출발한 배가 순조롭게 운항하다가 사고해역에서 미숙한 조타수가 큰 각도로 핸들을 틀었는데 화물과적으로 배의 복원성이 낮아진 상태에서 화물이 한쪽으로 쏠려 침몰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침몰직전에 사람이 튕겨나갈 정도의 큰 충격이 있었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있고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난 것으로 보아 커다란 외력이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선발자동식별장치(AIS)의 원시자료를 가지고 추정해보면 배가 알려진 것보다 사고해역의

비행기에서 의사를 찾을 때

By  | 2018년 7월 22일 | 
의사들이 비행기를 탈 때 마다 느끼는 작은 스트레스 중의 하나는 비행기에서 혹시 의사를 찾는 방송이 나오면 어떻게 하나이다. 가끔 비행기에서 발생한 응급환자가 마침 같이 동승한 의사의 도움으로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는 소식이 보도되는데 이런 뉴스를 본 대부분의 의사가 자신에게도 이런 기회가 오기를 기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히려 마땅히 의사라면 응급상황에서 환자를 살려야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 할까봐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나는 작년 남미여행 때 비행기를 열다섯 번 쯤 타면서 이 문제를 정리했다. 비행기에서 닥터를 찾는 것은 의사면허를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응급상황에서 도움을 줄 사람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리하니 마음이 편해졌지만 평소에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