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여행

어떤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는가 - <신촌좀비만화>

By  | 2014년 5월 18일 |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이다. 삶과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하여 종교와 사랑, 가족, 우정 등의 개념들을 만들어왔고 이러한 가치들은 시대를 따라 변형되고 부침하며 인간들의 믿음의 대상이 되어 왔다. 사람들은 의미에 따라 살고 의미에 따라 죽는다. 인간은 의미를 위해 죽기도 하며 의미를 잃어 죽기도 한다. 시대가 변한다는것은 많은 숫자의 인간들이 의미를 부여하는 대상과 양식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신촌좀비만화>는 그러한 면에서 시대변화를 보여주는 세편의 영화인 것 같다(사실 세번째는 잘 모르겠다) 세 영화는 각각 SNS, 좀비, 2D만화라는 '비현실'로 간주되는 현실을 소재로 나름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 영화들의 주인공에게 이 '비현실'의 현실은 매우 중요한 의미부여의 대상이 된다. 기존의

의미와 윤리 -피에타를 보고

By  | 2014년 4월 9일 | 
그에게는 윤리가 없었다. 무참히 잘라먹던 닭의 내장이든 기계적인 기계에 짓잉겨지던 채무자들의 손과 다리든 그에겐 하나의 대상이었다 그는 온몸으로 냉혹함을 뿜어냈다.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았던 그가 사람의 죽음을 막는 이유는 보험처리가 복잡해서였다. 감독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우리시대의 경제는 보험으로 우리의 몸을 지배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우리는 몸으로 돈을 대속하며 살고 있고 그 틈새에 그가, 사탄처럼 있었다. 그에게 엄마가 생겼다. 그는 의외로 엄마를 쉽게 믿었다. 그가 그의 엄마를 승인하는데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고 다만 엄마가 그를 무조건 사랑하는가,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가의 시험이 필요했다. 그는 '엄마'의 몸을 범하고 자신의 살과 피를 먹임으로서, 즉 우리사회의 가장

우리는 어떻게 한을 푸는가 - <만신>을 보고

By  | 2014년 4월 19일 | 
우리는 어떻게 한을 푸는가 - <만신>을 보고
계로가 ‘귀신 섬김’(事鬼神)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사람도 잘못 섬기면서 어찌 귀(鬼)를 섬기겠는가.”(『논어』, 「선진」) <만신>을 봤다. 다큐멘터리와 극이 반반쯤 섞여 있는 '무당'에 대한 영화다. 나는 기독교집안에서 자라서 무속신앙등에 대해서는 매우 무지한 편인데, 기본적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있기에 무속신앙에도 관심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인도/네팔에서 마주했던 힌두교의 '뿌자'와 한국의 '굿'이 매우 비슷해보였다. 정신분석적으로 무속신앙을 해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위의 캡쳐해놓은 자막이 나왔다. 무당이 굿을 하는 곳은 사람들의 욕망이나 한, 죄책감 등인데 무당은 현란한 색깔과 소리 '장군'으로 불리는 귀신들의 권위, 칼등의 도구를 이용해서 사람들의 감정

슬픈 아유타야

By  | 2013년 8월 19일 | 
슬픈 아유타야
- 아유타야에 대해 쓰기 위한 한장의 사진으로 이 사진이 선택됐다. 이는 단순히 아유타야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 포인트의 인증샷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또 보리수 나무 뿌리에 얽혀 세월의 무상함만 드러내고 있기 때문만도 아니다. 이 사진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리고 이 사진이 찍힌 곳은 아유타야의 역사를 잘 드러낸다는 생각이 든다. - 인도의 아요디아를 들른게 벌써 이주전이다. 묘하게도 태국의 아유타야도 어쩌다보니 '잠깐' 들르게 됐다. 아요디아와 아유타야간의 뭔가 접점을 찾아보려 했지만 별다른 건 없었다. 비단 아유타야라는 도시를 콕 찝어서 특징짓기엔 태국의 곳곳에 인도의 영향이 느껴졌다. 아유타야는 지금 태국을 통치하고 있는 왕조의 뿌리인데(직접 이어지는 혈통은 아니다), 현재 왕조의 왕은 라마(현재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스포 있을듯)

By  | 2014년 3월 21일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스포 있을듯) 화면은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했지만 보는 내내 긴박감과 어떤 감흥이 있었다. 처음에 주어졌던 30일의 시간이 하루하루 줄어들수록 긴장이 생겼고 이후 연장되는 시간만큼 영화도, 삶도 치열하게 느껴졌다. 다른 흔한 영화와 달리 주인공은 영웅이 아니다. 지구를 구하거나 남을 돕기 위해 희생하는 이타적이거나 헌신적인 사람이 아니다. 헐리우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거는' 아빠/남편도 아니다. 오히려 영화에서 그는 악한에 가깝게 보인다. 문란하고, 남을 속이고, 불법을 자행하며 마초에 호모포비아다. 자신이 감염된 hiv를 남에게 옮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 친구의 아버지에게 약을 보내는 장면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몇 안되는 그의 윤리다. 미묘한 흔들림, 그리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