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204 네덜란드는 흐림 : 로테르담 영화제
By Slow Walker | 2013년 2월 5일 |
지난 1월 23일부터 2월 2일까지 네덜란드에선 제 42회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가 열렸다. 평소에도 미드는 볼지언정 영화보기를 즐겨하지는 않는지라 한국에서도 영화제 근처에 얼씬도 안 했던 내가, 네덜란드에 10개월동안 엉덩이 붙이고 눌러않아 있는 동안 해볼건 다 해보고 가자는 기특한(?) 생각아래 영화제에 관객으로써 두 번이나 로테르담에 다녀왔다. 유트렉 센트럴에서 기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로테르담은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유트렉과는 180도 다른 분위기의 도시이다. 유럽 최고의 항구도시이자 건축의 도시라는 이 곳은 여타 도시들과는 다르게 도시 대부분이 현대식 건물들로 이루어져 있어 고풍스럽기보단 세련된 느낌이 강했다. 어찌 보면 서울 한 복판에 온 것 같기도... 처음 로테르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 2> (스포일러)
By 제목없음 | 2013년 4월 2일 |
<지슬>은 4.3 사건의 희생자들을 위해 영화의 형식을 취한 제의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반 쪽짜리 진실이다. 첫 씬을 보면, 자욱한 연기(향) 속에서 제기가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나름 질서있게 놓여있고, 문에는 지방이 붙어있다. 그리고 이 문을 열고 두 명의 군인이 들어가 사과를 까먹는데, 이 안에는 누군가의 시체가 있다. 제사를 지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지방은 종이이기 때문에 보통 지방틀에 끼워서 제삿상에 올린다. 이 지방틀에는 문이 달려 있으며 문을 열면 그제서야 신위, 즉 죽은 사람의 혼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문을 열어놓고서 두 사람과 함께 관객들은 사자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즉 이 영화는 혼을 불러내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제주 그 자체를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By 토니 영화사 | 2013년 2월 7일 |
제주도 4.3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이야기를 담아내는 형식에서부터 표현력과 화면을 구성하는 방법, 심지어 배우들의 연기까지 모든 것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마치 제 3세계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우리나라 영화를 보는데 자막을 보고 있다는 것 또한 이색적이다. 물론 대중적이라거나 오락적인 것 것과는 다른 문제일 것이다. 이 영화가 역사적 사건을 담아내고 있는 화법이 누군가에겐 심각하게 따분할 수도 있다. 신선하게 느껴지는 <지슬>은 오히려 투박하며, 결코 대중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슬>에는 4.3 사건을 바라보는 제주도 감독 오멸만의 시선이 있다. 당시 제주도 주민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들의 생활 방식 자체가 태평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동굴 속에 들어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 Review – 사무치게 아름다운 제의(祭儀)
By 일상 속 환상 | 2013년 5월 22일 |
영화에 주어질 수 있는 ‘시대를 담는 그릇’이란 수사를, <지슬>은 위대하게 증명한다. <지슬>의 목적은 명징하다. ‘신위’, ‘신묘’, ‘음복’, ‘소지’ 제의 절차에 따라 영화의 구조를 나눈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지슬>은 제주 4.3 사건이란 근현대사의 비극을 제주의 터로, 제주의 이름으로, 제주의 혼으로 반추하는 씻김굿이다. 동시에 <지슬>의 서사는 제주 바깥으로 뻗어나가며, 중심을 잃고 너무 빨리 달리다 넘어져버린 ‘한국의 근현대사’란 시대성 곳곳에 밴 흉터를 치유한다. 시대의 아픔, 이전에 다가오는 사람의 온기 ‘해안에서 5km 밖에 있는 모든 사람은 폭도로 간주한다.’ 모든 비극은 이 한줄의 소개령에서 비롯된다. 터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모든 서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