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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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첩보국 The Ipcress File (1965)

멧가비|2018년 12월 30일

재미있는 건, 이 미니멀하고 냉소적인 에스피오나지 영화가 느끼한 로망으로 가득했던 '007 시리즈'와 같은 제작자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젓지 않은 마티니를 손에 들고 거드름을 피우는 대신, 직접 내린 원두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출근하는 소시민적 영국 첩보원 해리 파머가 그 주인공. 멋진 슈퍼 자동차도, 주인공을 위해 순정과 목숨을 바칠 육체파 미녀도 없지만 어쨌든 주인공 해리는 맡은 바 첩보 임무에(최대한 시큰둥한 얼굴로) 충실히 임한다. 그게 직업이고 시대가 그런 시대니까.물론 정체불명의 적성국과 악당 암살자 등이 등장하는 시점에서 이미 이쪽도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그냥 007과 같은 세계관의 다른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인데, 다만 007의 안티테제로 기억될 수 있는 이

타임머신 The Time Machine (1960)

타임머신 The Time Machine (1960)

멧가비|2017년 12월 14일

'타임머신'이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한 전설의 소설이 원작. 이색적인 것은, 원작에는 없던 오리지널 파트에 영화의 주제가 담겨있다는 점이다. 간헐적으로 타임머신을 세워 들른 두 개의 시간은 공교롭게도 각각 1917년과 1940년. 즉 1, 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에 선다. 1917년에는 자신과 비슷한 연배가 된 친구의 아들을 통해 친구의 전사 소식을 듣고, 1940년에는 대공습을 직접 목격한다. 그리고 급기야 현생 인류와 문명이 멸망하는 1966년. 세계를 뒤흔든 참혹한 전쟁들을 단편적으로 훑고 결국 "제 3차 세계대전"이라는 가상의 미래를 통해 냉전 시대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다. 원작에선 자본주의 계급 투쟁에 대해 섬뜩하게 비판하기 위해 등장한 소재, 80만년 후의 미래인류 '엘로이'와 '몰로크'를

왓치맨 Watchmen (2009)

왓치맨 Watchmen (2009)

멧가비|2017년 11월 30일

투명하고 공정한 교과서적 영웅도, 뚜렷한 악당도 존재하지 않는 이 기묘한 슈퍼히어로 추리극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립각은 닥터 맨해튼과 오지만디아스 사이에 있다. 닥터 맨해튼은 유일한 초능력자이자 신에 비견되는 존재로서, "인간을 구원할 힘"이라는 긍정적 존재로 여겨졌지만 그 끝은 냉전시대가 가장 두려워했던 파괴력 그 자체라는 오명. 코미디언은 일찌기 닥터 맨해튼의 방관자적 태도를 지적한 바 있다. 닥터 맨해튼은 인간으로서 사망하고 초인으로 부활한 시점에서 실질적으로는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이는 초월자의 관점에서 모래 한 톨 만큼이나 사소한 일들에 손대지 않는 초 거시적 방관이다. 너무나 크고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슈퍼 영웅으로서는 치명적인

짧은 시간을 찌르는 극강의 긴장감, [미라클 마일]

짧은 시간을 찌르는 극강의 긴장감, [미라클 마일]

수많은 핵전쟁 관련 영화가 있지만, 난 이 것만큼 오락성이 뛰어난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라클 마일]은 어느날 평범한 한 남자가 공중전화에서 "핵이 발사되었다"는 전화를 받는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영화다. 핵미사일이 지면에 충돌하기까지 남은 몇 시간 동안 남자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가 이 영화의 핵심이다. 초반에 주인공이 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녀에게 작업을 거는 씬은 80년도 영화답게 유치하게 표현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 그가 늦잠을 자서 데이트에 늦고, 공중전화를 받고 난 다음부터 이야기는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한다. 주인공의 두 가지 욕망을 저울질하며 첫번째 클라이막스를 만들고, 동시에 안타까움도 유발시킨다. 또한 주인공이 속죄를 해야 상황전개가 가능한데, 그게 짧은 시간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