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건, 이 미니멀하고 냉소적인 에스피오나지 영화가 느끼한 로망으로 가득했던 '007 시리즈'와 같은 제작자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젓지 않은 마티니를 손에 들고 거드름을 피우는 대신, 직접 내린 원두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출근하는 소시민적 영국 첩보원 해리 파머가 그 주인공. 멋진 슈퍼 자동차도, 주인공을 위해 순정과 목숨을 바칠 육체파 미녀도 없지만 어쨌든 주인공 해리는 맡은 바 첩보 임무에(최대한 시큰둥한 얼굴로) 충실히 임한다. 그게 직업이고 시대가 그런 시대니까.물론 정체불명의 적성국과 악당 암살자 등이 등장하는 시점에서 이미 이쪽도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그냥 007과 같은 세계관의 다른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을 정도인데, 다만 007의 안티테제로 기억될 수 있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