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카펜터

포스트: 23|조회수: 0|PERSON
Items

Posts

23 posts

뉴욕 탈출 Escape From New York (1981)

멧가비|2018년 10월 26일

나에게 이 영화는 멋이란 어디에서 오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다. 커트 러셀, 스네이크 플리스킨. 아놀드 슈월츠네거처럼 근육질의 거한도, 이소룡처럼 깎아낸 조각같은 몸도 아니다. 그렇다고 장 끌로드 반담처럼 예술적인 돌려차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 중서부 블루칼라 노동자 풍의 미묘한 근육, 왠지 가슴털이 수북할 것만 같은 몸뚱이에, 영화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절뚝거리기나 한다. 그런데 멋있잖아. 존나 폼 나잖아. 내가 이 영화에서 충격받은 지점은 거기다. 진짜 폼이란 건 폼에서 나오는 게 아니고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김치 따귀 맞듯이 눈이 번쩍 뜨이며 깨달았던 어느 순간 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오일 쇼크에 대한 풍자로 가득한 B급 디스토피아 세계관. 그러나 그

빅 트러블 Big Trouble In Little China (1986)

빅 트러블 Big Trouble In Little China (1986)

멧가비|2018년 10월 14일

헐리웃 영화에서 아시아 문화를 다룰 때의 오만함이란 사실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고 여전히 어느 정도는 남아있는 부분이다. 나는 이것이 자기들 문화가 근본이 없으니 남의 문화도 장난감 쯤으로 취급하는 미국 특유의 무식함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존 카펜터의 B급 걸작 중 하나인 이 영화도 사실은 그런 "양키 오리엔탈리즘"의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카펜터는 역시나 단순한 반달리스트에서 그치질 않는다. "푸만추"를 필두로 한 양키 오리엔탈리즘의 오랜 역사. 영화는 그 푸만추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다 못해 사정없이 뻥튀기한 캐릭터가 등장해버리기도 하고, 삿갓 쓴 번개 무사들이며 기타 등등, 씨발, 기괴한데 뭔가 멋지다. 양키들이 늘 소비하던 중국풍 신비주의를 마치 유원지 어트랙션처럼

화성인 지구 정복 They Live (1988)

화성인 지구 정복 They Live (1988)

멧가비|2018년 10월 14일

80년대 인기 프로레슬러가 주연인 영화. 그러나 헐크 호건의 영화들처럼 해당 레슬러의 이미지를 팔아치우는 한 철 장사가 아닌, 나름대로 영화의 주제의식이 뚜렷하고 존 카펜터의 테이스트 역시 진득하게 묻어 나오는 영화다. 헐크 호건의 영화와 로디 파이퍼의 영화는 그렇게 다르다. 번역 제목과 달리 화성에서 왔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는, 아무튼 싸구려 분장이 지나치게 흉측한 외계인들은 도시 곳곳에 메시지를 감춰두고 지구인들을 통제한다. 인간들은 마치 '서브리미널 기법'에 낚이는 관객처럼 외계인들에게 무의식을 지배당한다. 작중 등장하는 외계인들의 메시지 중 눈여겨 볼 것은 소비를 촉진하는 문구다. 레이건 정부 시절의 경제 정책. 제조업은 위축되고 공산품을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 이거야 말로 미국인들

다크 스타 Dark Star (1974)

다크 스타 Dark Star (1974)

멧가비|2018년 10월 13일

B급의 거장, B급 판의 리들리 스콧이라 감히 불러봄직한 존 카펜터의 저 옛날 장편 데뷔작은 호기롭게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다. 고요한 우주에 나지막히 울려퍼지는 찰진 개드립의 향연. 존 카펜터와 댄 오배넌에게 "몬티 파이선" 식 유머 감각이 있었다는 증거가 바로 이 영화 되시겠다. 존 카펜터와 댄 오배넌이라는 당시 두 대학생이 만든 이 저예산 우주 코미디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이룩한 추상예술적 인류학 SF의 위엄을, 대마 빤 대학생들의 유쾌한 농담 따먹기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패기를 가지고 있다. 꼴뵈기 싫을 정도로 인간을 닮아버린 인공지능 폭탄. 그 폭탄에게 현상학을 가르치려는 인간이나, 그 논리를 꺾으려고 창세기를 꺼내드는 폭탄이나 오십 보 백 보다. 되게 똑똑한데 고집 더럽게 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