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대륙횡단 이사기록의 마지막 편을 쓰려고 하니, 정말로 모두에게 특별했던 지난 3년간의 추억이 떠올라서 먼저 한 번 순서대로 정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연말에, 대학생 지혜가 첫번째 겨울방학을 맞아 LA의 집으로 돌아왔고, 우리는 스타워즈 9탄 영화를 한인타운에서 관람하고 그로브몰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며 연말을 보냈다. 이듬해 1월초에 겨울 요세미티로 2박3일 가족여행을 다녀온 후에, 지혜가 보스턴으로 돌아가며 자신이 속한 하버드 오케스트라의 6월 중국 원정공연이 기대된다고 했지만, 거기서 시작된 무슨 전염병이 미국에서도 환자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뉴스도 함께 들려왔다...
불과 두 달만인 2020년 3월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세계로 퍼졌고, 지혜도 봄방학과 함께 다시 집으로 완전히 돌아와 무기한의 '락다운'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대확산의 정점이 조금 지난 후부터 그래도 우리는 등산과 캠핑도 조금씩 다니다가, 8월에는 자동차 캠핑여행 9박10일을 하면서 자이언 내로우(Narrows) '인생 하이킹'도 했었다.
화장실 휴지가 품절될까 걱정하며 2020년말을 보내고, 연초에 지혜는 마침내 보스턴의 기숙사로 돌아가서 2학년 봄학기를 보내기로 했다. 2021년 2월부터 아내를 시작으로 차례로 모두 코로나 백신을 맞았고, 여름방학 시작과 함께 북부 캘리포니아로 7박8일 자동차여행을 또 다녀왔다. 그리고 지혜는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름방학을 혼자 보내고, 8월말에 딸을 만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우리 부부는 동부로 이사를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2021년 10월에 직접 차를 몰고 두 번의 대륙횡단 이사를 했고, 연말을 백악관 앞에 만들어진 내셔널 크리스마스 트리를 가족이 함께 구경하면서 보냈다. 올해 2022년 초부터 미국은 거의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와서, 여름휴가로 사람 많은 플로리다 디즈니월드를 가는 바람에 우리 부부도 결국 코로나에 걸렸다가 낳았고, 3학년을 마친 지혜는 뉴욕 맨하탄에서 10주간 인턴생활을 했다. 그리고 벌써 대학교 4학년으로 내년 봄 졸업을 앞둔 지혜가 마지막 겨울방학을 맞아 다시 버지니아의 집으로 돌아와 있다.
이상과 같은 3년간의 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어쩌면 우리집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미동부 버지니아로의 이사... 그 2차 대륙횡단의 마지막 날에, 1차에서는 구경을 마치고 나왔던 손톤갭(Thornton Gap) 출입구로 들어가서, 그 때 달리지 못한 쉐난도어 내셔널파크(Shenandoah National Park)의 북쪽 1/3을 마저 구경하기로 했다. (공원에 대한 소개와 지도는 여기를 클릭해서 1차 횡단기를 보시면 됨)
국립공원을 종단하는 스카이라인 드라이브(Skyline Drive)에 있는 약 70개의 전망대 중 한 곳에 차를 세웠더니, 안내판에 아래와 같은 글귀가 적혀있는게 이 마지막 포스팅과 뭔가 어울리는 듯 하다.
"No man ever steps in the same river twice, for it's not the same river and he's not the same man."
Heraclitus of Ephesus, Greek philosopher
약 보름 전의 1차 대륙횡단 때보다 훨씬 노랗고 빨개진 쉐난도어의 가을단풍을 감상하며 계속 북쪽으로 운전했다.
산맥의 서쪽이 내려다 보이는 다른 전망대에 차를 세웠는데, 남서쪽에 낮게 자리잡은 짧은 해가 긴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손가락으로 V자를 하고 있는 것이, 여기 우리 동네 유일의 내셔널파크를 벌써 두번째 방문했다는 뜻일까? 아니면 오늘 두번째 대륙횡단도 마친다는 뜻일까? (사실 당시 저 운전자는 피곤해서 아무 생각이 없었고, 필자가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 뿐임^^)
기억하시겠지만 올해 2022년에 같은 도로를 반대방향으로 달리며 구경한 쉐난도어의 가을단풍을 이미 소개해드렸었다. 그러나 위에 인용했던 그리스 철학자의 말을 빌리자면 "누구도 같은 단풍을 두 번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
이 동네에서는 드물게 새빨갛게 단풍이 들어서 기억이 나는 이 나무가 서있는 곳은,
공원의 가장 북쪽에 있는 안내소인 디키리지 비지터센터(Dickey Ridge Visitor Center)의 주차장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있는 저 언덕의 잔디밭쪽으로 걸어가보니...
파란 하늘 아래로 붉은 노을을 만들며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어둡기 전에 산을 내려가야겠당~"
석양을 받고 있는 저 비지터센터 내부의 모습은 여기를 클릭해서 앞서 언급한 올해 단풍구경 포스팅을 보시면 된다.
이 때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하나 깨달은게 있는데, 이제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동부에서는 해가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을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날이 2021년 11월 1일이었으니까, 거의 정확히 14년전에 위기주부가 찍은 옛날 사진을 아래에 하나 보여드리면,
미국 LA로 이사온 후 처음, 2007년 11월 3일에 야자수가 서있는 태평양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사진에 담았던 모습이다. (사진이나 여기를 클릭하면 당시 위기주부의 첫번째 게티센터/산타모니카 여행기를 보실 수 있음)
두 번의 대륙횡단을 하면서 1백 장은 찍은 것 같은 커플셀카도 마지막으로 한 장 찍고는, 국립공원 북쪽 프론트로열(Front Royal) 출입구로 나가서 66번 고속도로를 한 시간 정도 달려서 대륙횡단의 종착지를 찾아갔다.
그 곳은 버지니아 최대의 한인타운인 센터빌(Centreville)의 쇼핑몰로, 1차에서는 여기 파리바게트 빵집이 목적지였고, 지금 2차는 오른편 끝에 보이는 고깃집에 들어가 저녁을 먹었다. 이로써 LA에서 워싱턴DC까지 12박13일 동안에 약 3,500마일(5,635 km)을 달린 2차 대륙횡단 이사도 무사히 끝났었고, 그 여정을 기록한 28편의 여행기도 다행히 해를 넘기지 않고 이제 탈고를 한다. (1차 20편과 함께, 도합 48편의 대륙횡단기는 아래의 배너를 클릭해서 모두 차례로 보실 수 있음) 처음 요약한 것처럼 그렇게 지난 3년은 모두 흘러갔고, 곧 시작될 새로운 2023년에는 당장은 연초에 잡혀있는 중요한 일이 아무 문제없이 잘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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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의 63개 내셔널파크(National Park)들 중에서 땅속의 동굴(cave)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것은 딱 3곳이 있다. 뉴멕시코주 칼스배드캐번(Carlsbad Caverns) NP는 2015년에 LA 집에서 출발한 자동차여행에서, 사우스다코타주 윈드케이브(Wind Cave) NP는 2018년 덴버에서 렌트카로 각각 방문을 했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 남아있던 미국 중서부 켄터키(Kentucky) 주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동굴'이라는 맘모스케이브 내셔널파크(Mammoth Cave National Park)를 2021년의 2차 대륙횡단에서 구경했던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구글 타임라인에 기록된 2차 대륙횡단 11일차의 전체 이동경로로, 아침에 일리노이주 오카우빌(Okawville)을 출발해 4시간을 달려서 국립공원을 구경하고, 1시간 떨어진 켄터키주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에 숙박했다. 지도 남쪽에 1차 대륙횡단에서 지나갔던 테네시주 내슈빌(Nashville)이 가까이 보이는데, 만약 1차에 이 국립공원까지 올라와 구경했었다면 2차에는 세인트루이스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 지도 위쪽의 스프링필드, 인디애나폴리스, 신시내티 등의 도시들을 구경하며 동쪽으로 갔을지도 모르겠다.
지도 가운데 있던 에반스빌(Evansville)은 인디애나주의 남서쪽 끝이라서, 64번 고속도로를 타고 '미국의 교차로(Crossroads of America)'라는 인디애나(Indiana) 주를 잠시 통과했다. 링컨이 7~21세 동안 살았던 집이 Lincoln Boyhood National Memorial로 지정되어 이 주에 있는 것은 알았는데, 그 아래 붙은 표지판은 누구를 말하는지 몰라서 포스팅을 쓰면서 찾아보았다. "후지어 프레지던트(Hoosier President)가 뭐지? 후져... 대통령이 후지다는 뜻인가? 미국의 후진 대통령이라~"
인디애나주 출신의 벤저민 해리슨(Benjamin Harrison)은 1889~1893년 재임한 미국의 제23대 대통령으로 (이름도 얼굴도 처음...), 취임 1달만에 폐렴으로 사망했던 제9대 윌리엄 해리슨 대통령의 손자란다. 또한 지금까지 유일하게 전임자와 후임자가 동일한 대통령인데 (그로버 클리블랜드가 재선 실패 후 다시 도전해서 당선됐음),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만, 혹시라도 2024년에 바이든이 트럼프와의 재대결에서 진다면 두번째가 된다. 그리고 영단어 Hoosier는 '촌뜨기'라는 뜻으로 인디애나 사람들이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는 애칭인데, 지역 인디언들이 옥수수를 hoosa라 불렀기 때문에 '옥수수를 키우는 사람'을 의미했던 것으로 추측된단다.
40분 정도 지나서는 이름에서 '두메산골' 느낌이 나는 켄터키(Kentucky) 주로 접어들었는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대회인 켄터키더비(Kentucky Derby)가 열리는 곳이라 환영간판에 "Unbridled Spirit" 문구와 함께 말을 그려놓았다. 물론 이 주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건 KFC(켄터키후라이드치킨) 덕분이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위스키인 옥수수로 만드는 버번(Bourbon)의 고향으로도 유명한데, 버번 위스키를 숙성하는 배럴의 수가 약 450만명인 주의 인구보다도 많다고 한다! 또 켄터키 주에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군사기지가 있는데...
바로 미국 연방정부가 보유한 금괴를 숨겨놓은 장소로 알려져서, 각종 이야기와 음모론에 자주 등장하는 포트녹스(Fort Knox) 육군부대가 숙박했던 엘리자베스타운 바로 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이렇게 위기주부가 처음 밟아보는 2개 주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았고, 이제 본격적으로 국립공원 여행기를 시작해보자~
우리는 브라운스빌(Brownsville)을 지나 공원의 서쪽 입구로 들어갔는데, 가을비까지 내리는 인적없는 좁은 산길을 한참 달려서 이 간판을 만났을 때 참 반가웠다. (65번 고속도로와 가까운 남쪽 출입구가 정문) 공원 이름 아래에는 이 곳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World Heritage Site) 및 국제생태계보존지역(International Biosphere Reserve)임을 알려주고 있다.
마침내 매머드 동굴(Mammoth Cave) 국립공원의 비지터센터에 도착을 했는데, 주차장과 건물이 엄청나게 크고 사람들도 많아서 정말로 둘 다 놀랬던 기억이 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동굴 국립공원들은 입장료는 없는 대신에, 역시 유료투어를 통해서만 동굴 내부를 구경할 수 있다. 여기는 처음 소개했던 다른 두 곳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투어가 진행되는데, 여름철에는 10개 이상의 각기 다른 코스의 예약이 모두 꽉 찬다고 한다. 우리는 가장 일반적인 투어를 오후 2시로 미리 예약을 해놓았기 때문에, 먼저 여유있게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1941년에 내셔널파크로 지정된 이 곳은 지상 약 214 ㎢ 면적 아래에, 현재까지 탐사된 동굴의 길이만 600 ㎞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지대(cave system)로, 지하의 석회암이 빗물에 의해 침식되어 만들어진 전형적인 카르스트 지형이라고 한다.
지하에 호수와 강이 만들어져 있어서 동굴 생태계도 다양한데, 특히 사진에 보이는 눈이 완전히 퇴화되서 없어진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단다. 사람들이 전시실을 둘러본다고 투어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안내판마다 모퉁이에 "What time is your tour?"라는 말과 함께 시계를 붙여놓은 것이 보인다.
기념품 가게에 들어갔더니 핼러윈을 앞두고 이렇게 거미줄과 테이프로 벽장을 장식해놓았다. 제일 아랫줄 왼쪽에 버번트레일(Bourbon Trail)에 관한 책이 보이는데, 앞서 소개한 것처럼 켄터키에서 양조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도, 카르스트 지형으로 인해 위스키를 만들기 좋은 지하수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라고 한다.
점심을 사먹기 위해 건너편 카페를 찾았는데, 벽면에 이 곳의 여러 동굴과 함께 미국의 다른 동굴들의 사진도 걸어놓았다. 자세히 보면 처음 소개한 다른 두 국립공원은 물론이고, 가운데 칸에 역시 우리가 방문했던 쥬얼케이브 준국립공원(Jewel Cave National Monument)의 포스터도 보인다.
투어를 예약한 시간에 맞춰 모이는 장소로 갔더니, 이미 제법 많은 사람들이 우리 '털보 레인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영어가 다 들리지도 않았고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굉장히 재미있고 친절한 가이드였던 것만 떠오른다.
인원이 다 모인 후에 비지터센터 뒤쪽에 있는 동굴입구로 걸어가고 있는 우리 일행들인데, 오른쪽 비지터센터에서 왼쪽에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카페가 있는 호텔 건물을 연결하는 구름다리가 보인다. 저 다리가 있는 줄 모르고 우리는 차를 몰고 빙 돌아서 왔다갔다 했었다는...^^
노란 가을단풍이 든 내리막 길을 걸어서 우리가 찾아가고 있는 곳은 1798년에 서양인들이 최초로 여기 동굴을 발견한 입구로, 이제 우리가 참가하는 히스토릭 투어(Historic Tour)의 출발점이다. 국립공원 브로셔에 전체 투어가 진행되는 구간의 동굴 구조도가 가로로 길게 그려져 있는데, 그 중 왼쪽 절반의 그림만 아래에 보여드린다.
이 절반의 그림 중에서도 우리가 이제 둘러보는 곳은 제일 왼쪽의 약 1/4 정도로, Historic Entrance로 들어가서 시계방향으로 제일 작은 루프를 한바퀴 도는 것이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우리 투어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땅속의 강과 호수인 River Styx와 Lake Lethe 등이 보이는데, 옛날에는 그 지하 '저승의 강'에서 관광객들이 보트를 탈 수도 있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동굴이 발견되었던 입구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는 곳에서 가이드가 마지막으로 주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는데, 왼쪽 뒤로 헬멧을 쓴 레인저와 장비를 착용한 사람이 보인다. 지금도 매머드 동굴은 전문가들에 의한 탐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아직 발견되지 않은 터널의 길이가 1천 km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위에 보여드린 기념품에도 그려져 있던 동굴의 입구 모습으로 마침 비가 많이 내려서 계단 옆으로 폭포수가 떨어져 동굴 안쪽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설마 동굴이 물에 잠기지는 않겠지?"
어둠 속으로 들어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본다... 항상 동굴 투어를 시작할 때면, 다시 저 빛을 무사히 보게 해달라는 쓸데없는 기도(?)를 하게 된다~^^ 참, 이 곳이 매머드 동굴로 불리는 이유는 처음 발견한 사람들이 그냥 크다고 그렇게 이름을 붙인거지, 동굴 안에 기다란 상아의 맘모스(Mammoth)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 잠시 후 철문을 지나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동굴 속의 모습은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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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의 63개 내셔널파크 중에서 가장 북동쪽에 위치한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역 메인주의 아카디아 국립공원(Acadia National Park)은 1919년 2월에 그랜드캐년과 함께 13번째 내셔널파크로 지정이 되었는데, 연방정부가 미시시피 강 동쪽의 미동부에서는 최초로 법률을 만들어 자연경관을 보호한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공원의 이름은 1600년대 초에 지금의 미국 메인주와 인접한 캐나다 남동쪽 노바스코샤(Nova Scotia)에 최초로 진출했던 프랑스가 이 지역을 '목가적 이상향'을 뜻하는 라틴어 어케이디아(Arcadia)라 부른 것에서 연유한다.
아카디아 국립공원은 위 지도에 짙게 표시된 영역인데, 육지와 연결된 마운트데저트 섬(Mount Desert Island)을 중심으로 스쿠딕 반도(Schoodic Peninsula)와 '높은 섬'이라는 뜻의 Isle au Haut, 그리고 다른 작은 16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한국의 거제도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마운트데저트섬, 그 중에서도 짙게 순환도로가 그려진 곳만 방문을 하므로 위기주부도 그 도로 입구에 있는 비지터센터를 먼저 찾아갔다. (미동부 해안에서는 뉴욕 롱아일랜드 다음으로 두번째로 큰 섬이라고 함)
미국의 북동쪽 끝에 있지만 연간 방문객이 3백만명에 가까운 인기있는 국립공원이라서 주차장도 굉장히 넓었다. 멀리서 보고는 비지터센터 건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저것은 입구에 불과할 뿐...^^ 여기서 자판기로 공원입장권을 구입해 차에 놓아두고, 무료 순환버스를 타고 공원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고 한다.
입구를 통과하면 방문자안내소 건물은 이렇게 52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고 '친절히' 안내되어 있다~
그렇게 계단을 다 오르니 해풍에 바랜듯한 외관에 나지막하게 만들어진 헐스코브 비지터센터(Hulls Cove Visitor Center)가 나왔다.
캘리포니아에 살 때는 단 1초도 망설임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잠깐 고민을 한 끝에... 미동부로 이사와서는 처음으로 구입하는 위기주부의 12번째 국립공원 연간회원권 '애뉴얼패스(annual pass)'를 80불에 구입했다. (아카디아 국립공원 입장료는 현재 30불) 기념품 가게 옆으로 이 섬의 지도가 보이는데, 아래에 확대 가능한 원본과 함께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섬의 가운데 Somes Sound를 따라 바다가 깊숙히 들어와 있고, 땅에는 세로 방향의 기다란 호수들이 많이 있는 굉장히 특이한 지형이다. 특히 동쪽 순환도로 가운데 솟아있는 캐딜락마운틴(Cadillac Mountain)은 해발 1,530피트(466 m)로 미국 대서양 해안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1860년대에 바하버(Bar Harbor) 마을을 중심으로 여름휴양지로 개발이 시작되었는데, 1901년부터 당시 하버드대 총장과 여러 사람들이 재단을 만들어서 땅을 구입한 후에 연방정부에 기증을 해서 국립공원으로 보호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공원 순환도로의 일방통행 구간에 접어들어 Bear Brook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은 후에, 조금 더 달리니까 이렇게 길을 막고 입장권을 검사하는 Sand Beach Entrance Station이 나왔다. 주민들이 사는 마을간을 연결하는 도로와는 분리된 별도의 관광도로를 만들어서 입장료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내셔널파크 레벨'로 관리가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Park Loop Rd에서는 표식이 잘 보이지 않는 비하이브 트레일(Beehive Trail)을 출발하는 이정표 옆에 선 아내의 모습이다. 예전에 "미국 국립공원들에서 최고의 당일 하이킹코스 20개"를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포함되었던 아카디아 국립공원의 프레서피스 트레일(Precipice Trail)은 너무 위험해서 폐쇄되었다고 해서, 대신에 그와 비슷하면서도 짧은 이 트레일을 하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시작부터 제법 경사가 있는 이런 바윗길을 0.2마일 정도 올라가게 되는데, 이 곳의 인기코스인 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이정표가 세워진 삼거리에 도착하면 본격적으로 비하이브루프(Beehive Loop)가 시작되는데, 저기 노란색 경고판이 세워진 방향인 오른쪽으로, 즉 루프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0.3마일 밖에 안되지만...
경고판을 읽어보시면 "serious injury and death" 등 무시무시한 말들이 잔뜩 씌여있다. 특히 우리는 맨 아래의 항목들 중에서 5번째에 해당되지 않고 그냥 얇은 운동화를 신고왔기 때문에, 올라가는 내내 사모님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이 정도의 바위를 기어서 올라가는 것으로 가볍게 시작하지만, 조금 올라가서 바다가 시야에 들어올 때 쯤에는...
어느새 절벽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놓여진 철제 발판을 아슬아슬하게 밟고 지나가야 했다. 왼쪽 바위에 하늘색으로 칠해 놓은 것이 트레일을 알려주는 표식으로, 나중에는 저 마크가 없으면 도저히 어디로 어떻게 올라가야할지 감당이 안 되는 곳들도 나온다.
뒤에서 오는 사람에게 커플사진 한 장 부탁하고는 먼저 올라가시라고 했다. 여기를 지나서부터 그냥은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곳에는 철제 손잡이와 발판을 바위에 박아 놓았다.
용감히 그 철봉을 잡고 바위절벽을 뒤따라 올라오는 우리집 사모님! 위기주부는 저 쇠막대기를 처음 딱 잡는 순간에, 풍경은 여기와 정반대이지만 비슷한 쇠로 만든 링(ring)을 잡고 절벽을 올라가야 했던 옛날 모하비 국립보호구역에서의 하이킹이 생각났었다.
이런 코스는 액션캠을 모자에 달고 전구간을 비디오로 찍었어야 하는데, 아내가 절벽 옆으로 걸어가는 뒷모습만 잠깐 핸드폰으로 찍었다. 그래서 편집에서 제외된 사진들과 함께 앞뒤로 묶어 재미있는 배경음악과 함께 슬라이드쇼 영상을 만들었으니까, 클릭해서 유튜브 영상으로 보실 수가 있다.
비록 준비없이 운동화를 신고와서 좀 힘들기는 했지만, 이런 아슬아슬하고 멋진 절벽 위 트레일에서 인생사진들을 남길 수 있었던 우리 부부의 베스트 하이킹들 중의 하나로 오래 기억이 될 것이다.
"이제 정상이 보인다~" 거의 마지막 철제 사다리 구간을 조심해서 올라가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이다.
절벽의 바위 사이에 힘들게 뿌리를 내린 소나무는 사람들이 하도 많이 잡고 지나가서 몸통이 반질반질 했다. 저 모퉁이를 돌아서 마지막 바위계단의 위로 올라가면,
평평한 정상이 나오면서 위험한 절벽구간이 모두 끝난 것이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두 분은 방금 우리가 올라온 길로 하산을 하시는 것 같던데, 경고판에 씌여져 있던 것처럼 철봉을 잡고 내려가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하므로 가급적이면 피하시는 것이 좋다.
우리가 주차한 순환도로에서 약간만 걸어서 내려가면 나오는 샌드비치(Sand Beach)의 주차장과 모래사장인데, 트레일을 마친 후에 저기까지 걸어가본 것은 아카디아 국립공원 여행기의 다음편에서 따로 소개될 예정이다.
해발고도 520피트(158 m)의 더비하이브(The Beehive) 바위언덕의 정상 말뚝에 손을 올린 아내... "아이고, 죽을 뻔했네~"
모처럼의 하이킹을 마치고 찍는 정상인증 커플셀카이다.^^ 뒤쪽으로 보이는 바다는 바하버 항구 앞의 프렌치맨베이(Frenchman Bay)로 떠있는 작은 섬들도 국립공원에 포함된다.
"나는 자연인이다!" 사모님, 폼 그만 잡고 이제 빙 돌아서 내려가시죠~
오래간만에 가이아GPS로 기록한 경로로 예전에 설명한 적이 있는 소위 '롤리팝(Lollipop)' 코스로 원형구간은 반시계 방향으로 돈 것이다. 전체 거리는 1.2마일에 우리는 1시간반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위 지도를 클릭하시면 고도변화 등의 상세정보를 직접 보실 수 있다.
삼거리까지 내려와서 우리가 올라갔던 '벌집(beehive)' 모양의 바위산을 아내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데,
핸드폰 줌으로 찍었던 사진을 집에 와서 컴퓨터로 확대해 보니까, 하얀 옷을 입은 커플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모습이 들어가 있었다. "우리도 저 절벽에 매달린 길을 지그재그로 올랐다는 거야?!" 미국 북동부 메인주 바닷가에 있는 아카디아 내셔널파크(Acadia National Park)를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서, 일행에 어린 아이가 있다거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제외하고, 1시간반 정도의 여유가 있으신 분은 이 비하이브 트레일(Beehive Trail)을 꼭 해보시기 바란다. 참, 그래서 여기는 현재 미국의 63개 내셔널파크들 중에서 위기주부가 43번째로 방문한 곳으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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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에서 동쪽으로 두 번의 미대륙 횡단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내륙에 있는 가보지 못한 미국의 국립공원(National Park)들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짧게 7박8일로 끝낸 1차 대륙횡단에서 핫스프링스(Hot Springs)와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Great Smoky Mountains), 그리고 집 근처라 계획에 넣지 않았던 쉐난도어(Shenandoah)까지 3곳을 방문했고, 이제 2차 대륙횡단의 7일째가 되어서야 마침내 새로운 국립공원을 하나 더 방문하게 된다. 물론 그 전까지 '미서부와의 이별여행'으로 예전에 가봤던 6곳의 국립공원을 일일이 다시 찾아가서 안녕을 고했던 것은 이미 알려드렸다.
휴식을 위해 2박을 했던 콜로라도 듀랑고(Durango)의 모텔 앞에 세워둔 이삿짐 2호차가 밤새 가을비와 낙엽을 맞았다. "너도 잘 쉬었지? 우리 다시 달려보자꾸나~"
대륙횡단 여행기를 쓰면서 그 날의 이동경로를 거의 보여드리지 않았는데, 이 날은 루트가 좀 복잡하기도 해서 기록으로 하나 올려본다. 특히 일부러 표시한 폰차스프링스(Poncha Springs)는 2018년에 블랙캐년(Black Canyon) 국립공원을 구경하고나서 서쪽에서 북쪽으로 지나갔던 곳인데, 이번에는 그 사거리를 남쪽에서 동쪽으로 통과하면서 두 자동차여행의 접점이 만들어진 곳이다. (위 지도에는 Alamosa를 거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거기까지 안 내려가고 그 위의 Mosca를 동서로 지났음)
지도를 올린 또 다른 이유는 이 여행기의 사진들이 대부분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찍은 도로의 모습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160번 국도가 Pagosa Springs를 지나자 이렇게 도로 좌우의 들판에도 하얗게 눈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도로가 점점 높은 산으로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잠시 후 우리는 약간의 경사가 있는 산길로 접어들었는데, 약하게 눈발이 조금 날리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제설차가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고 지나간 흔적이 있었다는 것... 그래도 두 번의 대륙횡단에서 1차때 아칸소 주의 꼬불한 산길을 밤에 달린 것과 이 때가 가장 긴장해서 운전을 했던 기억이다.
당시 제설차가 서있고 눈이 제법 쌓였던 해발 10,857피트(3,309 m)의 울프크릭패스(Wolf Creek Pass)의 안내판 사진을 인터넷에서 가져왔다. 대륙횡단에서 이런 대륙경계(Continental Divide)를 넘어가는 중요한 곳은 내려서 구경을 해야 하지만... 당시에는 차에서 내릴 생각은 고사하고, 조수석의 아내도 창밖으로 사진 한 장 찍을 여유조차 없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천천히 그냥 대륙의 경계를 통과했었다.
고개를 넘어 작은 스키장이 나오고 경사가 좀 완만해진 후, 이렇게 파란 하늘이 보인 다음에야 긴장을 풀고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었다. 휴~ 그리고는 나오는 평지를 정동쪽으로 달리는 시골길을 1시간 이상 더 운전했을까...
누런 풀밭을 달리며 뭐가 나올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 때쯤에, 조수석의 아내가 왼쪽 멀리를 자세히 보라고 했다.
거기에는 눈에 덮여서 하얀 모래언덕이 있었다! 2015년에 여기 콜로라도 남쪽의 뉴멕시코 주의 화이트샌드(White Sand) 국립공원에서 진짜로 하얀 모래언덕을 봤던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었다.
눈길을 헤치고 4시간 가까이 쉬지않고 달려서, 마침내 콜로라도 주에서 하나 남았던 미지의 내셔널파크인 그레이트샌드듄 국립공원(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 입구에 도착했다. 그래서 여기 '그레잇샌듄'은 위기주부가 39번째로 방문하는 미국의 국립공원으로 기록되었다.
넓게는 이런 모습인데, 우리집 사모님은 춥다고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사진을 찍어주셨다~
조금 더 들어가니까 매표소가 나와서 연간회원권을 보여줬는데, 당시 물류문제로 국립공원 브로셔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위기주부가 수집하는 NPS의 까만 줄 브로셔 받으러 한 번 더 가야된다...^^
처음 방문한 곳의 여행기니까 잘 보이지 않지만 공원지도도 한 장 올려놓는다. 앞서 사진의 간판에 모두 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 and Preserve라고 씌여있는데, 중요한 사실은 이 지도에서 가운데 세로방향 녹색의 가는 선을 따라서 국립공원(National Park)과 보호구역(Preserve)이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즉, 별도의 국립공원청 오피셜유닛 두 개가 붙어있는 셈인데, 우리는 모래언덕 부근만 돌아다녔기 때문에, 산맥쪽의 그레이트샌드듄 보호구역은 방문했다고 할 수가 없다.
연간 5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국립공원이라서 비지터센터와 주차장도 아주 크게 만들어 놓았지만, 이 때 쌀쌀한 10월말에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럼에도 당시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내에 최대인원 제한이 있어서, 잠깐 기다렸다가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이 때 오른쪽 방문기념 스탬프를 찍는 곳 아래에 붙어있는 그림에 눈이 갔다.
설산을 배경으로 솟아있는 주홍색 모래언덕을 향해 스카프를 휘날리며 맨발로 걸어가는 그녀와 남친~ 우리 부부도 뭔가 저렇게 분위기 있게 걸어보고 싶었으나...
따뜻한 실내의 비지터센터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저 풍경이 너무 추워보여서, 그냥 한 10분 정도를 기념품과 전시물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그런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가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것 같아서, 용감하게 비지터센터에서 시작하는 트레일을 조금 걸어볼까 했으나... 저 찡그린 표정에서 느껴지지만, 바람은 조금 전보다 더 쌀쌀해져서 저 첫번째 안내판까지도 가기 힘들었다.
그래서 급히 커플셀카만 한 장 찍고는 다시 비지터센터 안으로 돌아서 들어갔다~^^
그렇다고 국립공원에 와서 비지터센터만 보고 떠나는 것이 말이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차를 몰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간 여기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샌드듄(Sand Dunes)과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직접 모래를 밟아보기로 했다. 옷가방에서 겉옷을 하나 더 꺼내서 두 겹으로 입고 털모자도 쓰고 차에서 내려 샌드듄으로 향했던 이야기는 후편에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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