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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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 The Town (2010)

By 멧가비 | 2022년 11월 10일 | 
굳이 어떤 영화인가를 설명하자면 조금 미묘한데, 범죄가 대물림되는 도시의 비관적인 상황을 건조하게 르포하는 듯 시작하지만 결국은 범죄자의 애끓는 순정 이야기로 넘어가더라. 양쪽 모두 조금씩은 함량 미달이지만 양쪽 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진정성은 보인다. 미숙했지만 벤 에플렉에게 장르적 감각은 있다는 증거. 어찌보면 많이 보던 강도단 이야기에 새로울 것 없는 이뤄질 수 없는 러브 스토리지만, 시나리오가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 묘사는 꽤 좋다. 주인공 더그, 무장 강도인데다가 인질 까지 잡았는데 그 인질에게 "다치지 않게 하겠다"며 상냥한 말로 안심시킨다. 이후 묘사를 봐도 은근히 금욕적이고 섬세한 부분이 있다. 이런 남자가 범죄의 세계에서 폭력을 마시고 숨

박쥐 (2009)

By 멧가비 | 2022년 9월 18일 | 
줄곧 뱀파이어 영화를 찍고 싶었다더라. 박찬욱이 영화로 보여주는 것들이 대충 뭔지 알게 된 지금에 와서는 놀랍지도 않고 그 이유도 궁금하지 않다. 창백한 미남자들이 육체파 미녀들의 목덜미에 송곳니를 쑤셔넣는, 생존을 위한 섭식행위와 섹스 사이의 경계를 파괴함으로써 관객의 내면에 감춰진 이상성욕을 자각하게 만드는 소재가 바로 뱀파이어 아니겠는가. 흥행작을 내놓은 후 굴레에서 벗어난 박찬욱이 도달할 영역 중 하나가 뱀파이어 영화다? 물이 높은 데서 흐르듯 어쩌면 너무 자연스럽지. 유독 핸섬한 송강호와 당시 기이한 미모의 신예였던 김옥빈이 한복집에서 보드카를 마시며 마작을 두는 그림. 시공간의 엇박자를 즐기는 박찬욱 탐미주의의 궁극은 이 한 쇼트에서 완성되었을 것이며 어쩌면 그것을 위해 "한 편의 영화"

남산의 부장들 (2000)

By 멧가비 | 2021년 9월 28일 | 
같은 날 같은 소재를 다루지만 [그때 그 사람들]처럼 연극같은 형식을 차용한 블랙 코미디와는 전혀 다른 화법.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라든가 로버트 레드포드의 냉전시대 첩보영화처럼 보이도록 인물 관계를 구성한 점에서 어떠한 영화를 만들고 싶은 건지 알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김재규와 차지철은 자체적으로 냉전을 겪고 있는 관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고. 그러나 잘 만든 유사 첩보물로 인정하기엔 인물들의 캐릭터성이 누구 하나 주체적이지가 못하다. 개인적인 이데올로기나 어떠한 코드에 따라 행동하는 대신 모두가 "대통령"의 무릎에 앉는 것만을 욕망하는, 이거 사실상 치정극이다. 김규평이나 곽상천이나 다들 대통령의 정실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데 경쟁자가 많아서 열받아있을 뿐이잖아. 아무리 가명들을

아수라

By 박학다식(薄學多食)한 이의 블로그 | 2020년 3월 8일 | 
영화 자체는 분명 그렇게 못만든 영화가 아니었으나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만한 지점이 많았고 거기에 다소 관성적이다 싶은 측면이 많았다. 황정민이 연기한 박성배의 경우 달콤한 인생 속 백사장의 동어반복이고 곽도원이 연기한 김차인 검사의 경우도 범죄와의 전쟁에서 보여준 조범석 검사의 껄렁한 모습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캐릭터. 그 외의 캐릭터들도 기존에 배우들이 연기했던 익숙한 캐릭터와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좋은 배우들을 잔뜩 갖다 놨음에도 특별히 신선할게 없었는데 다만 이 부분에 있어 변명(...)을 하자면 장르영화의 특성상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고 그런 측면에서 캐릭터에게 신선한 무언가를 뽑아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거다. 거기에 이 영화가 관객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