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0년전에 캘리포니아 주의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살고 있을 때 "LA에서 가장 가까운 국립공원(National Park)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에는 국립공원이 주별로는 최다인 9개나 있어서 이러한 질문이 가능했었지만, 위기주부가 작년에 이사를 온 여기 버지니아(Virginia)에서는 그런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고, 대신에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 "버지니아 주의 유일한 내셔널파크는 어디일까요?" 참, 10년전 질문에 대한 '의외의 답변'은 여기를 클릭해서 설명과 함께 보실 수 있다.
작년 10월의 대륙횡단 이사 겸 여행의 마지막 날인 8일째, 버지니아 서쪽에 81번과 64번의 두 고속도로가 만나는 스톤튼(Staunton)에서 출발해 64번 고속도로를 동쪽으로 조금 달리다가 락피시갭(Rockfish Gap)에서 빠져서, 버지니아 유일의 내셔널파크인 쉐난도어 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에 들어서고 있다. 남쪽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시작되었던 755 km의 공원도로인 블루리지 파크웨이가 그 이름만 스카이라인 드라이브(Skyline Drive)로 바뀌면서 계속 북쪽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블루리지 파크웨이(Blue Ridge Parkway)와 그 아래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Great Smoky Mountains)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없지만, 여기는 공원으로 들어가는 모든 도로에 이렇게 게이트가 만들어져서 입장료를 받고 있다. 물론 우리는 여름에 캘리포니아 래슨볼캐닉 국립공원에서 샀던, 위기주부가 미국에 와서 11번째로 구입한 연간회원권을 보여주고 그냥 통과했다.
남쪽 공원입구는 해발 580 m 정도였지만 계속 고도를 높여서 다시 1천미터가 넘어가니까, 이렇게 도로변이 다시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도로 옆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다음 편에 자세히 소개하겠지만 동부 산악지역을 종주하는 Appalachian Trail이 Skyline Drive를 따라서 쉐난도어 국립공원을 남북으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전체 길이 105.5마일로 약 170 km인 스카이라인 드라이브의 거의 절반을 1시간20분 정도에 쉬지 않고 달려서 빅메도우(Big Meadows) 지역의 비지터센터를 찾아갔다. 아래의 공원지도를 보시면 블루리지(Blue Ridge) 산맥을 따라서 남북으로 이어진 국립공원을 1/3씩으로 나누면서 국도 33번과 211번의 두 도로가 동서로 관통하는데, 우리는 국도 33번을 건너서 공원의 거의 가운데까지 온 것이다. 그리고 공원의 북쪽은 역시 66번 고속도로가 산맥을 가로지르는 프론트로얄(Front Royal)을 만나면서 끝나게 된다.
위와 같이 남북으로 길죽한 형상의 쉐난도어 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은 1935년에 만들어졌는데, 이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190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지만 사유지가 많아서 계속 지연된 것이라 한다. 결국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땅 안에서도 40명 정도가 한동안 계속 거주를 했고, 대부분은 조용히 이사를 나갔지만 Annie 할머니는 1979년에 92세로 사망할 때까지 마지막으로 계속 집을 지켰단다.
비지터센터의 이름인 Harry F. Byrd Sr.는 버지니아 주지사를 역임하고, 연방 상원의원으로 쉐난도어 국립공원 법안 통과를 주도했는데, 우리집 앞의 가장 큰 길인 버지니아 7번 도로도 그의 이름을 따서 해리버드 하이웨이(Harry Byrd Hwy)라 부른다. 오른편에 보이는 웃통을 벗고 도끼를 들고 있는 동상은 그 주지사님은 아니고, 대공황 시절에 동원되었던 CCC(Civilian Conservation Corps) Workers로 1995년부터 미국전역에 세워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똑같은 동상이 전국에 76개나 만들어졌다고!
당시에는 오미크론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오기 전이라서, 레인저들이 야외에서 방문객들 안내를 하고 실내 전시장은 폐쇄된 상태였다. 이제는 사실상 모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오미크론에 다 걸렸는지, 미국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으면서 팬데믹이 거의 끝난 분위기이다.
실내 전시실은 닫았지만 기념품 가게들은 항상 문을 열었었다는...^^ 입구 위쪽에 붙여놓은 클래식한 디자인의 포스터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현재 63개 국립공원들의 모든 포스터들을 작게 모아놓은 액자같은 것을 요즘 계속 살까말까 고민중이다. 참고로 이 때 쉐난도어는 그 중에서 위기주부가 당시 38번째로 방문한 내셔널파크(National Park)였다.
아직 공식적으로 버지니아 주민등록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동네 국립공원에 처음 왔으니까 트레일을 해야지~ 그래서 비지터센터 조금 북쪽에서 시작되는 다크할로우 폭포(Dark Hollow Falls)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으로 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해발 3,490피트(1,064 m)의 주차장에서 작은 개울을 따라서 밑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노란 단풍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작은 연못을 만나서 '90년대 단풍놀이 감성'을 떠올리는 포즈로 사진 한 장~ 그런데 30년전에는 없던 아랫배가...^^
약간 경사가 있는 등산로를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30분 정도 걸려서 내려오니, 쉐난도어 국립공원에서 가장 인기있는 하이킹 장소들 중의 하나라는 다크할로우폴(Dark Hollow Falls)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앞에서 광각으로 찍은 이 사진으로는 그냥 짧은 급류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저 꼭대기에서부터 떨어지는 전체 낙차가 70피트(21 m)로 제법 큰 폭포이다. 무엇보다도 눈이 내리기 전인 10월 중순이었는데도 이 정도의 수량이 있는 것을 보면서, 동부는 확실히 서부와는 다른 기후라는 것을 떠올렸었다.
대륙횡단 여행기에서 빠질 수 없는 '중년의 커플셀카'를 이 날은 10장 이상 찍었던 것 같다...
내려왔던 길로 다시 올라가면서는 이렇게 계곡물에 손도 담궈보고,
내려오면서도 지겹게 찍었던 단풍놀이 사진을 올라가면서도 찍고 또 찍었다. 나중에 컴퓨터로 사진들을 보는데, 다 그 사진이 그 사진으로 전부 노랗기만 하더라는...^^
우리동네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는지, 대륙횡단 중의 짧은 트레일을 하면서는 켜지 않았던, 가이아GPS 앱으로 이 날의 하이킹을 처음 기록했다. LA를 떠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하이킹 포스팅을 올리면서 정리해보니까, 옛날 동네에 있던 산타모니카 산맥(Santa Monica Mountains)에서만 약 50곳의 하이킹 코스를 찾아다녔던데, 새로 이사를 온 여기 북부 버지니아의 집에서도 그렇게 구석구석 돌아다닐 수 있을까? 일단 쉐난도어 국립공원은 집에서 2시간 거리라서 자주 오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다, 30분 이내의 거리에는 등산을 할만한 언덕은 하나도 없고, 강이나 개울을 따라서 걷는 작은 산책로(?)들 뿐이지만... 나무에 잎이 돋고 꽃이 피는 봄이 오면 쉬운 곳들 부터 조금씩 찾아 다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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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년여 동안 미국 LA에서 여행을 다니면서 지금까지 몇 개의 국립공원을 방문했는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캘리포니아의 주립공원을 방문한 갯수까지 정리했었지만, 정작 미국에서 지금까지 몇 개의 주(state)를 가봤는지는 따져보지 않았다. 그래서 50개의 주들 중에서 몇 번째로 방문한 주인지는 모르겠지만, 1차 대륙횡단 6일째가 되는 날에 처음으로 미국남부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에 발을 딛게 되었는데, 이 주를 방문할 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국립공원을 통해서 주경계를 넘어 들어왔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Great Smoky Mountains) 국립공원의 최고봉인 클링맨스돔 하이킹을 마치고, 노란 가을단풍이 든 산길을 달려서 이제 산아래로 내려가는 길인데, 아래의 확대한 공원지도를 보시면 이해에 도움이 되실거다.
동서로 길쭉하게 제법 큰 국립공원이라서 가운데 관통도로가 지나는 부분만을 잘라서 보여드린다. 대각선으로 굵게 보이는 노란색이 그레이트스모키 산맥의 주능선으로 테네시와 노스캐롤라이나 두 주의 경계이자, 녹색 점선으로 표시된 Appalachian Trail 하이킹코스이다. 우리는 북서쪽 테네시 주의 Sugarlands Visitor Center를 지나서 Clingmans Dome을 들렀다가 이제 Newfound Gap Road를 따라서 남동쪽으로 산을 내려가는 것이다.
산맥의 주능선에 있는 Spruce-Fir Nature Trailhead 옆을 지날 때인데, 사실 이미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들어와 있는 것이기는 했다. 그래도 잠시 후 뉴파운드 고개에서 관통도로인 441번 국도를 만나 우회전을 해서 내려가면 아래와 같은 환영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조수석에서 준비를 했지만 산을 다 내려갈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연방정부에서 관리하는 국립공원 내의 도로라서 주에서 자체적으로 환영간판을 만들어 세울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아서 가져왔는데 여기서 바로 남쪽의 129번 국도로 들어올 때의 환영간판이다. 줄여서 NC로 쓰는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주가 얼마 전에 한국에서 나름 이름을 알린 적이 있었다. 2020년에 한국의 KBO 프로야구가 ESPN을 통해서 미국에 중계되었을 때, 메이저리그 야구팀이 없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이 창원을 연고로 하는 'NC다이노스'를 자기들의 고향팀이라며 응원을 한다는 뉴스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가을단풍으로 유명하다는 그레이트스모키 산속의 도로를 달리며 사진과 동영상을 많이 찍었지만, 아쉽게도 비디오는 앞 유리창이 더러워서 올릴만한 것이 없고, 이 사진이 그 때의 느낌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하나만 더 보여드린다.
노스캐롤라이나쪽 국립공원 입구라 할 수 있는 해발 600 m 정도에 위치한 오코날룹티 비지터센터(Oconaluftee Visitor Center)에 차를 세우고 준비해 간 점심을 간단히 먹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벌써 4달 정도 시간이 흘러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여기는 줄을 서지 않고 입장은 가능했지만, 전시장은 입장을 못 하도록 막아놓아 기념품 자석만 하나 사서 나왔다.
비지터센터 뒤쪽으로 야외 박물관과 강가까지 갈 수 있는 트레일이 있다고 해서 소화도 시킬겸 잠시 걸어보기로 했다. 왼쪽 안내판에 씌여진 B.A.R.K. Ranger는 미국에서 개 짖는 소리를 "bark"로 쓰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바로 애완견과 같이 국립공원을 방문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Bag your pet’s waste / Always leash your pet / Respect wildlife / Know where you can go 앞글자들로 만들었다는데, 그 동안 국립공원에서 아이들을 위한 쥬니어레인저는 많이 봤어도 개를 위한 바크레인저 프로그램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
마운틴팜 뮤지엄(Mountain Farm Museum)은 1900년 전후의 산간지역 개척자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인근의 오래된 여러 농장 건물들을 이리로 옮겨와서 한 자리에서 그들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야외 박물관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헛간과 창고부터 닭장과 대장간까지 많은 통나무 건물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역시 농부 가족이 살았던 집으로 왼편에 돌로 쌓은 굴뚝이 보이는,
John Davis Cabin으로 여기서 서쪽으로 몇 마일 떨어진 Indian Creek에 1900년경에 만들어졌던 가정집을 1950년대에 통째로 옮겨온 것이라 한다.
집 내부에는 대부분의 가구와 도구들이 옛날 모습 그대로 비치되어 있는데, 특히 이 오래된 '풍금(organ)' 오르간 피아노가 눈길을 끌었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악보는 너무 안 낡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무슨 노래의 악보가 펼쳐져 있었는지가 갑자기 궁금하다...
밖으로 나오니 자기가 농장 주인인 줄 아는 수탉 한 마리가 유유히 농장 잔디밭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문제는 우리가 가는 곳마다 계속 이렇게 따라서 다닌다는 것인데, 가운데 사진을 찍고 있는 금발의 여성분이 있는 기둥이 세워져 있고 가로로 철사가 쳐져있는 곳으로 가보면,
이렇게 우리 안에서 얌전히 있는 다른 닭들이 많이 있었다. 여기 국립공원 직원은 저녁이 되면 닭들을 닭장 안으로 다 몰아넣고 잠근 후에 퇴근을 해야 한단다.
"야! 너는 어떻게 집을 나왔냐? 이 비행수탉같으니..." 수탉을 쫓아서 농장 가장자리의 나무 아래로 왔더니, 물소리가 들려서 강가까지도 걸어가보기로 했다.
이 오코날룹티 강(Oconaluftee River)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체로키 족의 선조들이 살았던 유적이 발굴되어서 국가사적지로 지정이 되어 있고, Oconaluftee라는 이름은 여기 있던 체로키 마을 이름 Egwanulti에서 유래했는데 그냥 "riverside"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때는 강가에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면서, 캘리포니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가을의 정취가 참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 후에 위기주부는 버지니아 집마당에 수북히 쌓인 낙엽들을 긁으면서, 가을 낙엽이라는 것이 그렇게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치우는 수고를..."
그 무거운 낙엽과 눈(snow)이 앞으로의 인생에 등장할거라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즐겁게 손을 흔드는 저 분은 대륙횡단 이사를 계속하기 위해서 다시 차에 올랐다. 테네시와 노스캐롤라이나 두 주에 걸친 그레이트스모키 내셔널파크와는 이제 작별이지만, 바로 이어지는 다른 '국립공원'을 통해서 또 산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가을 단풍구경은 여행의 남은 이틀 내내 계속 되었다.
P.S. 대륙횡단 이사 계획을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렸을 때, 애틀란타에 사시는 이웃님께서 스모키마운틴 국립공원 근처에 산장(vacation cabin)을 가지고 계시다고, 우리 부부가 하루 머물게 해주시겠다고 따로 연락을 주셨는데, 여유있는 일정이 아니고 날자도 맞지 않아서 숙박을 하지는 못했지만,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어서 마음을 베풀어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를 드립니다.
위 사진이나 여기를 클릭하시면 그 산장인 샤토블리스(Chateau Bliss)의 소개 및 예약 페이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편에서 소개했던 테네시 주의 입구 마을인 개틀린버그에 위치해서 스모키 마운틴은 물론 주변의 다른 관광지들도 구경하기에 편리하며, 방 3개에 최대 11명까지 숙박 가능한 단독주택형 캐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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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 있는 63개의 내셔널파크(National Park)들 중에서 연간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은 어디일까? 글의 제목에 정답이 나와있어서 좀 김이 빠지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국립공원청 발표로 봤을 때, 미동부에 있는 그레이트스모키 산맥(Great Smoky Mountains) 국립공원이 12.5백만명으로 서부의 그랜드캐년(6백만), 록키마운틴(4.7백만), 자이언(4.5백만), 요세미티(4.4백만), 옐로스톤(4백만) 등을 모두 제치고 압도적인 1위이다. 하지만 이 순위에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잠시 후 아래에 그 이유를 설명드리고자 한다.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 내셔널파크(Great Smoky Mountains National Park)는 위의 지도처럼 테네시(Tennessee)와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주의 경계에 딱 걸쳐있다. 대륙횡단 6일째 아침에 녹스빌(Knoxville)에서 출발해 지도에 작게 표시된 세비에빌(Sevierville)을 지나서, 441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피전포지(Pigeon Forge)라는 독특한 이름의 마을이 먼저 나온다. 직역하면 '비둘기 대장간'으로 Little Pigeon River 강가에 1820년경 대장간(forge)이 들어서며 마을이 생겨서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그런데 마을 입구부터 좌우로 보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뒤집어진 백악관(?)같은 건물이 있는가 하면,
타이타닉(Titanic) 유람선이 떡하니 등장을 해주신다! 피전포지는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휴양 및 오락을 위한 휴가지로 남동부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타이타닉 호 모양을 한 박물관을 비롯해서, 주로 컨트리뮤직 등 미국남부 문화에 중점을 둔 많은 관광명소들이 모여있어서 '컨츄리스타일의 라스베가스'를 보는 느낌이었다.
유리창 너머 역광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러시모어를 흉내낸 조각상과 빌딩에 매달린 킹콩의 모습이 보인다. 이 곳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세비에빌 출신의 컨트리 가수 겸 영화배우인 돌리 파튼(Dolly Parton)이 투자하고 그녀의 이름을 딴 테마파크인 돌리우드(Dollywood)이다. 당시 우리 부부는 이 마을 IHOP에서 아침만 먹고 떠났지만,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서 다시 오게되면 한 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돌리우드의 어지러운 놀이기구들은 못 탈 것 같은데, 경로할인은 있을까?
Pigeon Forge 관광지들을 벗어나면 도로가 일방통행으로 바뀌어서 잠시 숲속을 달리다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이렇게 예쁘고 작은 마을인 개틀린버그(Gatlinburg)의 중심을 지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관광철에는 매우 막히는 이 길을 피해서 바로 국립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Gatlinburg Bypass 도로이다. 우리는 당연히 처음 와보는 마을을 관통해 구경하면서 천천히 지나갔다.
당시 할로윈을 앞두고 있어서 호박과 꽃으로 장식을 예쁘게 해놓았었는데, 역시 이 지역을 방문할 기회가 언젠가는 다시 올거라고 위안하면서 우리는 정지하지 않고 계속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도로 옆으로 국립공원 표지판이 나왔는데, 계속 달려도 매표소 입구는 나오지 않았고, 갈림길이 나오기 직전에 공원직원이 계수기로 들어오는 차들을 카운트하고 있었다. 즉, 그레이트스모키 국립공원은 입장료가 따로 없어서 공원의 중앙을 관통하는 도로를 지나는 모든 차량이 공원을 방문한 것으로 생각하고 방문객 수를 계산하는 것이, 입구에서 정확히 입장료를 받는 처음 비교한 서부의 국립공원들과는 차이점이었다. 만약 여기도 그랜드캐년이나 요세미티처럼 모든 도로의 입구에서 입장료 $30씩을 정확히 받아도 1등을 할 수 있을까?
입장료가 없고 근처에 다른 국립공원이 없는데다, 가을 단풍여행철이 겹쳐서 방문객이 많기는 했다. 슈가랜드 비지터센터(Sugarlands Visitor Center) 안으로 들어가는 줄이 길어서, 그냥 출구쪽을 지키고 있는 직원에게 부탁해서 까만줄의 공원 브로셔만 하나 챙겨서 들고는 우리는 계속 관통도로를 달렸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슈가랜드 비지터센터 부근은 해발 45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은 녹색의 싱그러운 나뭇잎들이 대세였지만,
부지런히 달려서 해발 1,180미터 부근의 Alum Cave Bluffs Trailhead까지 올라오니까 나뭇잎들이 노랗게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여기는 바위 아치와 동굴 등을 지나서 Mt. Le Conte 정상까지 올라가는 트레일이 있어서 도로 좌우로 많은 차들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다.
골짜기를 벗어나 산사면을 깍아서 만든 도로를 올라가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단풍이 멋있어서 잠시 길가에 차를 세웠다. 하지만 가을단풍 풍경보다도 대륙횡단 6일째 무사히 달려주고 있는 이삿짐을 가득 실은 17년된 자동차가 더 멋있고 고마워서 함께 찍은 이 사진을 올린다.^^ 그리고는 두 주의 경계인 뉴파운드갭(Newfound Gap) 고개에서 산맥의 주능선을 따라 남서쪽으로 갈라진 Clingmans Dome Rd로 우회전을 해서 이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일을 하러 갔다.
주차장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차가 밀리면서 도로 좌우로 주차한 차들이 가득했는데, 정말 운 좋게 주차장의 빈 자리를 찾아서 아주 기뻤던 기억이 난다. 이 국립공원 최고봉인 클링맨스돔(Clingmans Dome)은 해발 6,643피트(2,025 m)로 주차장에서 잘 포장된 경사로를 따라서 0.5마일만 더 걸어서 올라가면 되는데, 한 때는 미동부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생각되었지만, 현재는 동쪽으로 100여 km 떨어진 곳에 있는 Mount Mitchell이 2,037 m로 미시시피 강의 동쪽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안내판에는 이 땅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체로키 족의 전설, 성경의 창세기, 그리고 지질학적 설명의 3가지로 소개하고 있는데, 왼쪽은 영어로 오른쪽은 체로키 문자(Cherokee syllabary)로 각각 적어 놓았다. 가운데 그림은 체로키 전설을 묘사한 것으로 큰 새가 위아래로 날개짓을 해서 산과 계곡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체로키 부족만 자신들의 언어를 기록하는 85개로 만들어진 표음문자를 가지고 있다는데, 클릭해서 확대하면 내용을 직접 읽으실 수 있다.
뒤로 보이는 잎이 다 떨어진 나무의 가지에 빨간 열매만 잔뜩 매달려 있는 것이 돌담 위에 하나 놓여 있어서, 아내가 커플셀카를 찍는데 부케처럼 들어보이고 있다. "우리 결혼식 한거야?"
0.5마일을 다 올라오면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 국립공원의 상징으로 굳어진 1959년에 콘크리트로 만들었다는 높이 14 m의 클링맨스돔 전망탑(Clingmans Dome Observation Tower)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얼핏 봐서는 국립공원내에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로 생각되지만, 현대식 개발로 방문객을 늘리려던 국립공원청의 Mission 66 Program (1955-1966)에 따라 건설된 것으로 현재는 별도로 국가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도 지정되어 있다.
전망타워 위까지는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서 크게 한바퀴 빙 돌아서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사진의 폭이 넓은게 시원하니 좋을 것 같아서 핸드폰 사진의 비율을 4:3에서 16:9로 바꿔서 찍었다.
꼭대기를 조금 남겨두고부터 전망대에서 사방을 한바퀴 둘러볼 때까지 비디오를 찍은 것을 클릭해서 보실 수가 있다. 정상에서 둘러보는 풍경은 거대한 절벽이나 폭포는 전혀 없는 얌전한 모습인데, 이제는 이런 동부의 국립공원 산들에 익숙해져야 한다...^^
사실 풍경보다도 이 전망탑 자체가 더 볼거리라고 할 수 있는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도시적인 건축물이라서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 때 있었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사진 한 장 부탁해서 찍었다. "나무들 위로 사방이 잘 보이게 멋지게 만들었구만, 철거는 무슨..."
이 곳에서 동부를 대표하는 장거리 등산로인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 이름을 처음으로 만난 것도 기억해두고 싶다. 이 때는 잠시 표지판에 손을 올리고 사진을 찍은 것 뿐이지만, 이틀 후 1차 대륙횡단의 마지막 날에는 실제로 아주 짧은 구간을 걷게 되므로 그 때 보다 상세히 소개를 해드리기로 한다.
하이킹을 잘 마치고 주차장을 나가는데도 도로변에 주차하려는 차들과 들어오는 차들이 많아서 꽉 막혀있다. 일부러 가을 단풍철에 맞춰서 대륙횡단 이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부부와 그레이트스모키 산맥(Great Smoky Mountains) 국립공원의 첫만남은 이렇게 이삿짐을 싣고 약간은 이른 가을 단풍을 구경했던 것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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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내셔널파크인 그레이트스모키 산맥(Great Smoky Mountains) 국립공원 (0) | 00: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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