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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20년 11월 29일 |
![추수감사절 데스밸리(Death Valley) 당일여행! 배드워터(Badwater)의 소금밭, 솔트플랫(Salt Flats)](https://img.zoomtrend.com/2020/11/29/img.jpg)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착순 캠핑장 자리를 못 잡아서 캠핑 1박 계획을 취소하고, 편도 4시간 거리를 달려가서 잠깐만 구경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온 당일여행이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그 '소금밭'에서 보낸 시간을 생각하면 별로 억울함은 없었다~^^
꼭 한 번은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190번 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4배속으로 편집을 했다. 정면에 보이는 파나민트 산맥의 해발 1511 m의 타우니패스(Towne Pass)를 넘어서, 해수면 보다도 60 m나 낮은 데스밸리의 퍼니스크릭(Furnace Creek) 마을에 도착하는 모습을 자막과 함께 보실 수 있다.
추수감사절 새벽에 LA 집에서 출발을 해서, 오전 9시 정도에 목표로 했던 텍사스스프링(Texas Spring) 캠핑장에 도착을 했는데, 벌써 빈 자리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근처 RV 전용인 선셋(Sunset) 캠핑장에는 물론 빈 자리가 있었지만, 화로(fire ring)는 물론 테이블도 없는 그냥 큰 '주차장' 수준이라서, 숯불갈비와 캠프파이어가 캠핑의 주목적이었던 우리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일단 캠핑은 포기하고 피크닉에리어에서 컵라면과 햇반으로 아점을 먹었다.
비지터센터에 들러서 새로워진 국립공원 브로셔를 받으면서, 혹시 그릴이 있는 피크닉에리어가 있는지 레인저에게 물어봤으나 없을거라고... 그래, 숯불갈비 하루쯤 안 먹으면 어때~ 7년만에 가족이 함께 데스밸리(Death Valley) 국립공원에 왔으니 구경이나 잘 하고 가자!
정확히 7년전 추수감사절 연휴에 위기주부가 캠핑카를 협찬 받아서 5가족이 함께 캠핑여행을 왔던 추억을 떠올리며 (당시 여행기를 보시려면 클릭), 첫번째로 찾아간 곳은 데블스 콜프코스(Devils Golf Course)이다. 이제는 그 때 사진속 아이들도 모두 대학생이 되어서 다시는 그런 단체캠핑을 할 기회는 없을 것 같고, 당장은 코로나 때문에 다른 가족과 만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그 옛날 즐겁고 소중한 추억이 있음이 더욱 감사하다.
여기가 골프장이니까 어딘가에 잊어버린 골프공이 있지 않을까?
울퉁불퉁한 위에 하얗게 보이는 것은 모두 아주 날카롭고 딱딱하게 굳어있는 하얀 소금이다.
나중에 정말로 골프채와 공을 들고와서 한 번 스윙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 포인트로 출발~ (골프도 안 치면서^^)
배드워터 분지(Badwater Basin)에 이 날은 '나쁜물'이 제법 고여있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이 날 방문한 포인트 3곳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위에 링크한 7년전 여행기를 보시면 다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오른편 나무로 된 이정표 옆에서는 가족사진을 찍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소셜디스턴싱도 해야하니까 그냥 여기서 찰칵~ 그런데, 이정표 옆 가족사진은 언제? 12년전에...
그래서 이번이 배드워터에 3번째 방문이었는데, 지혜가 저 멀리 사람들이 점으로 보이는 끝까지 걸어가보자고 한다. 지난 2번의 방문때는 모두 이 하얀 길을 조금 걷는 척하다가 돌아섰었다.
10분 정도 걸으니까 하얀 소금밭이 넓어지면서 바닥에 약간의 무늬도 보이는 곳이 나왔다.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바람이 세게 불었기 때문에 엄마와 아빠는 여기서 그만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따님이 계속 끝까지 더 걸어가보자고 강력히 주장을 하셨다.
더 걸어들어가니까 바닥의 무늬는 크고 굵어졌지만 흰색은 사라져서 볼품이 없어진 길이 나온다. 여기서 절대 포기하지말고 꿋꿋하게 저 멀리 사람들이 곳까지 계속 걸어가면...
이렇게 솔트플랫(Salt Flats) 안내판에 있던 사진과 같은 풍경 위에 서게 된다! 가끔은 딸의 말을 들을 필요도 있다.^^
최근에 새로 산 '메모리가 많은' 핸드폰으로 마음껏 딸의 사진을 찍어주고 계신 사모님...
이미 우리는 저 멀리 주차장에서 30분 정도 걸어와 누구보다도 더 서쪽으로 배드워터 분지의 소금밭 깊숙히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소금물이 마르면서 스스로 만들어진 그물같은 경계의 소금결정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는 모녀의 모습이다.
마스크에 모자까지 눌러써서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금기둥을 들고 야구를 하시는 분...^^
그리고, 홀린 듯이 계속 더 안쪽으로 걸어가던 소금사막의 여인~
DSLR 카메라로 찍은 짧은 360도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사진으로는 전달되지 않은 바람소리와 함께, 마지막에는 경계를 만드는 소금결정의 확대된 모습을 보실 수도 있다.
다음에 데스밸리에서 캠핑을 하게되면, 달밤이던 별밤이던 한밤중에 다시 여기에 서고 싶다. 고요한 밤에 귀를 기울이면 소금결정이 스스로 깨지면서 나는 '쨍그랑'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3번째 포인트를 찾아가는 아티스트드라이브(Artists Drive) 일방통행 도로 전구간을 달리는 모습을 2배속으로 유튜브에 올렸다. 대표사진은 이 도로를 달려보신 분이라면 모두 기억하는, 두 번 나오는 롤러코스트와 같은 짧은 급경사 구간중 하나이다.
중간에 내려서 잠시 구경한 아티스트팔레트(Artist's Palette)인데, 저 멀리까지 가까이 가서 구경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우리는 그냥 주차장에서 오래간만에 그림자 가족사진 한 장 찍고는 돌아섰다. (옛날 그림자 가족사진1, 그림자 가족사진2)혹시나 하는 생각에 아침에 그냥 지나쳤던 스토브파이프웰스(Stovepipe Wells) 캠핑장에 들어가봤지만 역시 텐트사이트는 빈자리가 없었고, 마지막으로 캠핑은 안하더라도 갈비라도 구워먹을 수 있는 화로를 찾아서 산속의 와일드로즈(Wildrose)까지 갔지만 거기도 풀이었다. 결국 준비해간 간식만 대충 먹고 저녁 7시가 좀 넘어서 집에 돌아왔는데, 이 날 하루에 570마일(918 km)을 약 11시간 동안 운전을 해서 기록을 세웠다. 참, 얼려서 가지고 다녔던 LA갈비는 집에서 그냥 프라이팬으로 구워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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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20년 11월 25일 |
![그레이트베이슨(Great Basin) 국립공원의 수천년된 브리슬콘파인(Bristlecone Pine) 강털소나무](https://img.zoomtrend.com/2020/11/25/img.jpg)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또는 오랫동안 살아있는 생명체로, 5천년을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식물인 '강털소나무' 브리슬콘파인(Bristlecone Pine)을 지난 8월말의 9박10일 자동차여행에서 다시 만났다.
미국 네바다 주의 유일한 내셔널파크(National Park)인 '대분지' 그레이트베이슨(Great Basin) 국립공원의 알파인레잌스(Alpine Lakes) 루프트레일(클릭!)이 거의 끝나갈 때 나오는 표지판을 따라서 브리슬콘파인 그로브(Bristlecone Pine Grove)를 찾아간다.
8년전 캘리포니아에서 그들을 처음 만나러 갈 때와 같은 느낌... "왜 당신들은 해발 3천미터가 넘는 이런 척박한 환경만 고집하시는지요?" 그 분들이 누군지 모르신다면, 아래의 8년전 여행기를 클릭해서 먼저 보시기를 바란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살고있는 화이트마운틴의 에인션트 브리슬콘파인(Bristlecone Pine) 숲
오른편 산비탈에 서있는 브리슬콘 소나무 한 그루를 누가 올려다보고 있다. 나무가 거의 죽은 것 같지만 아래쪽 굵은 가지에 짧고 뻣뻣한, 즉 '브리슬(bristle)'한 솔잎들이 붙어서 수천년째 생명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나무껍질도 좀 남아있는 조금 더 어리고 싱싱한(?) 강털소나무지만, 최소 1천살은 되셨을거다~^^
처음 삼거리에서 약 1 km를 걸어 이 안내판과 쉴 수 있는 의자가 나오면 Bristlecone Pine Grove에 도착을 한 것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안내판의 첫 문단만 번역을 하면 아래와 같다."브리슬콘파인은 거의 5천년을 살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로, 미국 남서부 고산지대의 극도로 거친 땅에서 자란다. 여기 그레이트베이슨 국립공원에서 그 기괴한 아름다움과 과학적 가치를 더욱 분명히 느낄 수 있다."이 숭고한 나무들에게 '기괴한(grotesque)'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누군가가 안내판의 그 단어만 돌로 긁어서 지워놓은 것이 보인다.^^
여기서 짧은 루프를 따라 돌면서 여러 브리슬콘파인을 설명과 함께 구경할 수 있는데, 지혜가 쓰러진 나무를 가리키더니...
그 나무 위에 누워서 '물아일체(物我一體)' 한몸이 되었다~^^ (아빠의 물아일체 클릭!) "Reluctance to Die"라는 제목의 안내판에 따르면 저 나무는 기원전 1,300년경에 태어나서 3천년을 살고 1,700년경에 쓰러져 죽었단다.
몇 그루의 나무에 우리 가족의 소원을 비는 의식(?)을 행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영험해 보였던 나무님과 함께 기념촬영!
브리슬콘파인은 천천히 매우 치밀한 나이테를 만들며 자라기 때문에, 나무가 죽어도 썩지를 않고 물과 바람에 풍화가 되어 깍여나갈 뿐이라서, 완전히 죽어서도 천년을 더 꼿꼿하게 서있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나무는 아직 #살아있다
계속해서 산으로 트레일을 따라 1마일만 더 올라가면, 저 멀리 보이는 절벽에 매달린 빙하의 아래까지 갈 수 있다지만, 첫번째 방문에 모든 길을 다 걸어볼 수는 없는 일... 욕심을 버리고 주차장으로 돌아갔다.
두 편으로 소개한 이 날의 전체 트레일을 가이아GPS로 기록한 것으로 천천히 구경하면서 걸어 4시간여가 걸렸다.
다시 Wheeler Peak Scenic Drive를 달려서 캠핑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휠러피크 정상이 잘 보이는 전망대에 잠시 들렀다.
8월말에도 하얗게 보이던 휠러피크 빙하(Wheeler Peak Glacier)는 한 때 미국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빙하로 생각되었지만, 더 남쪽인 캘리포니아 휘트니 산 부근에 팰리세이드 빙하(Palisade Glacier)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20년 정도 후에는 저 절벽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단다.
그 빙하가 녹은 물이 캠핑장까지 흘러온 Lehman Creek 개울에 미리 오전에 담궈 놓았던 차가운 맥주를 일단 한 병 마시고, 이른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9박10일 여행중 마지막 캠핑의 저녁메뉴는, 아침에 출발한 일리(Ely)의 Ridley's Family Markets에서 미리 사온 '꽃등심' 립아이 스테이크(rib-eye steak) 숯불구이!
이 사진을 찍고나서는 3명이 그릴에 둘러서서 잘라서 바로 먹었는데, 그냥 고기가 입속에서 순식간에 녹아서 사라지는 신비한 체험을 했다... 뭐라 더 어떻게 맛있었다는 설명을 할 필력이 딸리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해발 2,362 m의 Upper Lehman Creek 캠핑장의 달밤은 아주 밝았다. 테이블에 누워 달 아래 명상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텐트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에 캠핑장을 떠나면서 마주친 엄마와 아기사슴... 짐을 쌀 때 야생칠면조 무리도 바로 우리 텐트 앞으로 지나갔는데 아쉽게도 아무도 사진을 못 찍었다.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 공원입구에 있는 레만케이브 비지터센터(Lehman Caves Visitor Center)에 잠시 들렀다. 이 때 레만 동굴투어는 코로나사태로 중단되어서 할 수가 없었는데, 미래에 다시 그레이트베이슨 국립공원을 방문하면 꼭 동굴투어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음 목적지를 찾아서 유타(Utah) 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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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20년 11월 9일 |
![내로우(The Narrows) 하이킹 2, 컨플루언스를 지나 '월스트리트(Wall Street)'가 거의 끝나는 곳까지](https://img.zoomtrend.com/2020/11/09/img.jpg)
우리 가족 3명의 '인생 하이킹'이었던, 미국 유타주 자이언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의 버진강 협곡의 물길을 따라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더내로우스(The Narrows) 하이킹!
그 두번째 이야기는 지금도 지혜가 핸드폰 잠금화면으로 사용하는 내로우의 '월스트리트'를 올려다 보는 사진으로 시작한다.
버진강(Virgin River)의 북쪽 상류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버텀업(bottom-up) 하이킹의 대략적인 경로인데, Temple of Sinawava를 출발해서 Orderville Canyon과의 '합류점' 컨플루언스(Confluence)까지는 지난 1편에 소개했다. (포스팅을 보시려면 클릭) 이제 그 북쪽으로 계속 이어지는 좁은 강폭의 좌우로 수직의 절벽이 서있는 Wall Street 구간을 보여드릴 차례이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 클릭)
강폭이 좁아진 만큼 더 세진 물살을 헤치고 한굽이를 돌아서니, 의외로 마른 땅에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 저 앞에 보이는데, 계곡 왼편에서 임레이캐년(Imlay Canyon)이 내로우와 만나는 곳이다.
지나서 뒤돌아 찍은 사진으로 오른편에 돌무더기 위로 나무들이 높게까지 자란 비탈을 따라서, 우기에는 임레이캐년을 흘러온 계곡물이 높이 40 m의 폭포수로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물이 가장 적은 8월말이라서 폭포수는 볼 수가 없었다.
다시 물길의 좌우를 수직으로 막은 높은 벽들... 좌우뿐만이 아니라 정면도 수직의 벽으로 막혀서 길이 오른쪽으로 꺽이는데, 그 앞에 눈에 딱 띄는 하얀 바위가 하나 보인다.
강물의 한가운데에 이렇게 둥실 떠 있어서 플로팅락(Floating Rock), 또는 임레이볼더(Imlay Boulder)라 부르는 바위이다.
그 바위를 지나서 찍은 뒷모습으로 모양은 물론 색깔과 느낌까지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점점 이 좁은 협곡을 비집고 들어오고 있던 햇빛 때문이었다.
해가 직접 절벽면을 비추지는 않지만, 어두컴컴했던 협곡 안의 색깔이 점점 밝아지면서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키지 않아도 저렇게 두 팔을 벌리고 위를 올려다 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신비한 공간인 자이언의 내로우!
지혜의 뒷모습에 이은 엄마의 앞모습... 사진사 앞뒤로 왔다갔다 한다고 바쁘다 바빠~^^
90도까지 위를 올려다 보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있는 강바닥에서 저 끝에 나무들이 자라는 절벽 위까지의 높이는 약 500 m이고, 두 절벽 사이 틈의 거리는 강폭보다 오히려 좁아서 10 m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를 왜 The Narrows, 즉 좁다는 형용사 narrow 앞에 정관사 the를 붙여서 '그 좁은 곳들'이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된다.
그 좁은 틈을 따라서 '빛기둥'이 내리꽃는 것 같았던 순간인데, 사진으로는 그 때의 감동이 도저히 표현이 되지 않는다...
마침내 강바닥까지 내려온 햇살의 중심에 서서 아내와 지혜가 손을 흔드는 모습을 찍고 저리로 걸어가 뒤를 돌아보면,
좁고 긴 슬릿(slit)을 통해서 이 날 처음으로 태양을 올려다 볼 수 있었다.
계속해서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강폭이 조금씩 넓어지면서, 절벽면에 녹색의 양치식물이 점점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튀어나온 바위의 끝까지 덮은 식물들 아래로 샤워기처럼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조심스럽게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물 속으로 둘이 걸어들어가고 있다.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여기가 우리 가족의 내로우 '인생 하이킹'에서 가장 깊은 곳이었다. 위기주부가 먼저 지나와서 돌아보고 사진을 찍었는데, 저기를 지나오면서 배낭과 카메라만 없다면 물 속에 완전히 몸을 담그고 침례를 하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자에 부착한 액션캠으로 찍은 내로우 하이킹 동영상 2부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많이 편집해 잘라내고도 10분 가까운 긴 비디오지만, 사진으로는 보여드리지 못한 내로우의 진면목을 생생한 물소리와 함께 보실 수 있다.
멀리 앞쪽을 바라보니 이제는 절벽 윗부분이 모두 햇살을 받고 있었고, 그 아래로 강물을 막고 있는 큰 바위가 보였다.
뒤쪽에서도 우리를 따라오는 햇살을 따돌리고 그 바위의 바로 앞까지 갔다.
바위 옆으로 가방을 어깨에 올리고 내려오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같이 쉬고있던 다른 분이 저 위쪽으로는 물이 가슴까지 차는 구간이 나온다고 했다. 여기가 처음 소개한 지도에 표시된 Wall Street Ends는 아닌 것 같았지만, 가장 멋진 월스트리트 구간은 충분히 구경했으므로 여기서 우리 내로우 하이킹의 북진을 미련없이 마치기로 했다.
중간에 두 번을 쉬면서 여기까지 4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4시간을 걸으면서 아무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던 유일한 하이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시나와바템플로 돌아서 내려가는 오후에는 또 햇살이 좁은 협곡을 비추면서, 오전과는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기에... 내로우 하이킹 3번째 이야기이자, 9박10일 여행의 마지막 포스팅으로 또 나중에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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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부의 미국 여행과 생활 V2 | 2020년 11월 1일 |
![100여년전 폭발한 화산의 분화구를 볼 수 있는 래슨볼캐닉 국립공원의 래슨피크(Lassen Peak) 등산](https://img.zoomtrend.com/2020/11/01/img.jpg)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아주 가끔 있기는 하지만, 산(山)의 정상에 오르는 것은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특히 정상이 그 산의 이름을 딴 국립공원 한가운데 우뚝 숫아있는 가장 높은 곳이라면 더욱 그러하고, 게다가 해발 3천미터가 훌쩍 넘는 화산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그 엄청난 매력을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었다!
래슨볼캐닉 국립공원 캠핑여행의 2일째, 오전에 범패스헬(Bumpass Hell)을 구경하고 캠핑장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은 후에 다시 고개를 넘어 Lassen Peak Trailhead 주차장으로 왔다. 안내판에는 여러 주의사항과 함께 여기 8500피트(2591 m) 주차장에서, 10457피트(3187 m) 정상까지 왕복 5마일로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안내되어 있다.
래슨피크(Lassen Peak)는 약 27,000년전에 분출된 용암이 굳어져서 만들어진 플러그돔(plug dome) 화산인데, 저 위의 바위들이 만들어질 당시의 옛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란다. 왼쪽 바위에는 화산답게 '불의 신' 벌칸의 눈(Vulcan's Eye)이 또렷이 새겨져 있다. 멀리 4명의 여성분이 함께 올라가는 것이 보이는데, 트레일은 오른편으로 꺽어져서 돌아서 올라가게 되어 있었다.
4명중에 1명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내려가시고 3명이 남았는데, 지혜가 그들을 추월해서 먼저 올라가고 있다. 래슨피크의 정상은 저 바위들 너머에 있어서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뒤를 돌아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당시 산불연기 때문에 뿌연 하늘 아래로 오전에 들렀던 헬렌 호수(Lake Helen)와 우리가 출발한 주차장이 보였다. 저 호수의 이름은 1864년에 백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래슨의 정상에 오른 Helen Tanner Brodt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주차장 입구쪽에 우리 차가 세워져 있고, 그 뒤로 나무 아래에 빨간 캠핑의자를 펼쳐두고 LTE 신호를 찾고있는 아내가 살짝 보인다.^^ 등반고도가 제법 되는 등산이라서 아내는 그냥 주차장에서 기다리시겠다고 해서, 지혜와 둘이서만 올라가는 중이다.
나무들이 좀 자라던 산비탈을 벗어나면 본격적으로 돌계단과 스위치백으로 만들어진 경사가 시작되는데, 앞서 소개한 여성분들 중에서 마지막 한 명만 남아서 저 앞에 원색의 옷을 입고 서둘러 올라가고 계시다. 미끄럼틀같은 산사면 너머로 마침내 나타난 정상까지는 약 1마일 정도 남아있는 여기는, 빙하에 의해서 깍여진 글레이셜노치(Glacial Notch)라 불리는 곳이다.
원형극장처럼 파여져 있는 제일 아래에 정말 조금 남아있는 저 하얀 얼음이 이 곳을 깍아낸 빙하의 마지막 잔재이고, 그 뒤로 보이는 봉우리는 또 다른 플러그돔 화산인 리딩피크(Reading Peak)라고 한다.
무너지는 바위틈에 정말 힘들게 뿌리를 박고 아직 살아있는 이 나무를 지나서, 아래쪽에서 올려다 보던 정면의 저 바위들 뒤쪽 위까지 지그재그로 계속 올라가면,
정상까지 0.5마일이 남았다고 표시된 나무기둥이 나온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급격히 추워지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서 배낭에 넣어간 두꺼운 옷을 꺼내서 입어야 했다.
꼭대기 직전에는 많은 안내판들이 잘 만들어져 있는 넓은 언덕이 나온다. 저 안내판의 제목은 'Land of Volcanoes'로 여기 래슨볼캐닉 국립공원에는 형성된 방법에 따라 구분하는 4종류의 화산 - 쉴드(Shield), 신더콘(Cinder Cone), 콤포지트(Composite), 그리고 플러그돔(Plug Dome)이 모두 지척에 보인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 언덕에서 이 등산로의 유일한 내리막길을 잠시 내려간 후에, 오른편에 보이는 돌산의 뒤쪽으로 거의 기다시피 올라가면 정상에 도착한다. 왼편의 눈밭 너머로 거뭇한 바위들이 있는 곳이 분화구인데, 일단 정상부터 먼저 올라가보자~
마지막 돌산을 올라갈 때 내려오고 있는 남녀를 마주쳤는데, 허리춤에 보면 둘 다 샌달을 매달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 튼튼한 등산화를 대신 신고있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맨발이었다! 예전에 JMT에서도 맨발로 다니는 하이커를 본 적은 있지만, 이 거칠고 뾰족한 돌투성이의 길을 왜 신발을 허리에 차고 맨발로 내려가고 있는지가 참 궁금했다...
래슨피크에는 따로 정상임을 알리는 표식은 없었고 (못 찾았을 수도), 아래에서부터 보이던 태양광 발전판에 연결된 어떤 관측시설과 안테나만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정상의 바위들이 모두 거칠고 날카로워서 편하게 앉아서 쉴만한 곳도 찾기 어려웠다. (구글맵으로 지도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정상에서 파노라마 사진을 돌리면서 찍고있는 지혜... "우리동네 마운트볼디(Mt. Baldy)도 빨리 같이 올라가야 되는데~"
이 산이 솟아오르고 27,000년 동안 잠잠하다가 1914년 5월 30일에 스팀분출(steam blast)이 시작되었던 분화구를 내려다 본 모습이다. 올라올 때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분화구를 보는 순간 또 터질까봐 빨리 내려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불어서 모자가 해적선장처럼 좀 웃기게 나오기는 했지만, 저 바위 아래 노란꽃이 너무 대견해서 같이 한 장 찍었다.
1914년 6월에 찍었다는 안내판의 큰 사진처럼 처음에는 연기만 새어 나왔지만, 아래쪽에 점점 차오른 용암(lava)이 분출구를 막으면서 압력이 쌓여갔고, 결국 1년후인 1915년 5월 19일과 22일에 두 차례의 큰 화산폭발이 일어나서 1921년까지 화산활동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래슨은 1980년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폭발하기 전까지는 미본토에서 가장 최근에 일어난 대규모 화산폭발로, 미국 최초로 많은 사진과 필름으로 기록되고 보도된 화산활동이란다.
화산이 또 터질까봐 무서웠는지 Glacial Notch 표지판이 있는 여기까지 1마일을 거의 쉬지않고 내려왔던 것 같다.^^ 래슨볼캐닉 국립공원을 포함한 9박10일 자동차여행을 할 당시 8월말의 캘리포니아 산불연기가 아래쪽에 자욱한 것이 보인다.
우리가 트레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넓은 주차장에 차가 2~3대 뿐이었다. 그나마 캠핑장보다는 여기 주차장이 LTE 신호가 좀 잡혀서, 지혜도 급한 이메일을 보내는 등 일처리를 좀 한 후에 캠핑장으로 돌아갔다.
이 날 우리의 등산을 가이아GPS 앱으로 기록한 것으로 왕복에 3시간반 정도가 소요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를 클릭하시면 하이킹의 상세기록을 보실 수 있음)
국립공원 밖으로 안 나가고 캠핑장에서만 2박째였기 때문에 전날 마트에서 미리 사뒀던 소세지와 빵, 크램챠우더를 숯불에 데워서 미국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10여년 전에 30일간의 자동차 캠핑여행을 하면서, 캐나다 레이크루이스 캠핑장에서 똑같은 메뉴로 저녁을 먹었던 것이 그 때도 지금도 떠오른다. (당시 모습을 보시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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