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유래한 주술인 '후두'에 사용되는 기다란 물건들을 닮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빨간 돌기둥 자체에 원주민들의 전설이 서려있기 때문인지? 그 유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미서부 유타 주의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은 '후두(Hoodoo)'라 불리는 붉은 바위기둥들이 솟아있는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대륙횡단 여행 중에 이 국립공원에서 마지막으로 구경하러 간 것은, 많은 분들이 그 존재조차 전혀 알지 못하고 지나치는 브라이스캐년의 이색적인 동굴과 폭포였다.
국립공원 정문을 일단 나와서 12번 도로를 만나 동쪽으로 조금 달리면, 산 아래로 내려가다가 조그만 개울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자마자 잘 만들어진 주차장 하나가 나온다.
그 주차장에서 한동안은 마지막이 될 브라이스캐년 관광의 대미를 장식할 모시케이브(Mossy Cave) 트레일이 시작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국립공원 정문 밖으로는 나왔지만, 이 지역은 다시 공식적으로 국립공원에 포함이 되는 곳이다.
저 후두들 너머에 있는 높은 평지가 국립공원의 입구가 있는 곳이니까, 차를 타고 후두들이 서있는 협곡 아래로 내려온 것인데, 서있는 언덕 아래쪽에 작은 물줄기 하나가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졸졸 흐르는 개울을 거슬러 트레일을 따라 걸어가면 다리도 두 개를 건너야 한다. 불과 1시간 전까지 두꺼운 파카에 털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역시 미서부답게 해만 뜨면 기온이 팍팍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두 번째 다리에서 상류쪽으로 올려다 보면, 사람이 지나가는 아래쪽으로 폭포 비스무리한 것이 보인다. 일단 다리를 건너서 나오는 갈림길에서 왼편의 동굴 먼저 보러 가기로 한다.
다른 관광객들도 몇 분 계시는 저 어두컴컴한 곳이 동굴의 입구인 모양인데,
그냥 저 바위 아래에 파진 곳이 '동굴'의 전부이다~ 안내판의 설명을 확대해서 직접 보실 수 있는데, 바위 틈새로 물이 흘러나와서 겨울부터 봄까지는 사진처럼 고드름이 얼어서 장관을 이룬다고 하지만, 여름부터 이 때 가을까지는...
이렇게 이끼(moss)들만 잔뜩 끼어있어서 '이끼동굴'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혹시 거대한 진짜 동굴을 기대하신 분이 계시다면, Mossy Cave라고 이름을 붙인 국립공원청에 항의를 하시기 바란다~^^
동굴의 크기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최대한 안쪽으로 들어가서 힘든 자세로 포즈를 취해드렸다. "자, 동굴은 봤으니까, 이제 폭포를 보러가자~"
앞서 갈림길에서 계속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폭포의 위쪽으로 가는 것이고, 아래쪽에서 폭포를 올려다 보려면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이 강바닥으로 걸어가야 한다. 아내가 손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자세히 보여드리면,
이렇게 오전의 햇살을 받아서 맑은 물이 영롱하게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트로픽디치폴(Tropic Ditch Falls)은 사실 인공폭포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하류의 트로픽(Tropic) 마을 사람들이 멀리 떨어진 저수지의 물을 끌어오기 위해서 1892년에 완성한 배수로(ditch)를 따라서 물이 흘러오기 때문이다.
바로 밑까지 가보면 높이도 제법 높은 '폭포'가 맞다~ 붉은 퇴적암 절벽을 깍으며 떨어지는 맑은 폭포수를 보니, 비록 물색깔은 틀리지만 3년전에 혼자 힘들게 찾아가서 봤던 아래의 폭포가 떠오른다.
브라이스캐년의 폭포에 실망하신 분이라면, 위의 사진을 클릭해서 그랜드캐년의 숨겨진 비경인 하바수 폭포(Havasu Falls)의 모습을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우리가 셀카를 찍고 위기주부 독사진도 찍는 것을 떨어져서 구경하시던 분이, 이렇게 폭포 뒤쪽으로 돌아가더니 갑자기 폭포수에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샴푸같은 것은 쓰지 않았으니, 감았다기 보다는 그냥 헹궜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지만 말이다.
노란 바지의 그가 웃통을 벗고 젖은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우리를 다시 앞서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저 사람, 노마드(nomad) 같지 않아?" 이것으로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과도 안녕하고, 다시 12번 도로를 따라 계속 동쪽으로 달렸다. 사실 우리 부부도 이삿짐을 가득 실은 차에서 잘 수 없었다 뿐이지, 작년 10월 한 달은 거의 <노매드랜드> 영화처럼 집 없이 미국을 떠돌아다녔던 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미서부 유타 주의 브라이스캐년(Bryce Canyon) 국립공원은 2009년의 30일 캠핑여행에서 처음 방문하고, 그 후 2013년에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찾아서 그 전까지 딱 2번만 가봤었다. 대륙횡단기 전편에서 소개한 자이언(Zion)은 2005년까지 포함해 5번이나 방문했었기에 그냥 공원을 통과해서 지나가는 것으로 아쉬움이 없었지만 (과연 그랬을까?), 거의 10년만에 3번째로 방문하는 브라이스캐년은 못 가봤던 포인트들이 많았기에 아침부터 약간 설레었던 기억이 난다.
2차 대륙횡단의 3일째 아침을 맞은 팽귀치(Panguitch)라는 시골마을 모텔의 주차장 너머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정말 오래간만에 차 앞유리의 성에를 카드로 긁어서 제거하고, 추위에 대비해서 옷을 단단히 껴입고는 출발을 했다.
12번 도로로 좌회전을 하니까 바로 레드캐년(Red Canyon)이 시작된다. 여기도 내려서 한 번 걸어줘야 하는 곳인데...
항상 이렇게 도로 위에 걸쳐진 아치 아래로 자동차를 몰고 그냥 지나가기만 한다. 길이 왼쪽으로 휘어지는 곳에서 첫번째 아치가 나오고,
바로 다시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두번째 아치가 나오는데, 애니메이션 <Cars>에 나왔던 아치는 둘 중에서 어느 것을 모델로 그린 것일까? 그런데,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이런 것이 나는 왜 궁금할까...?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 간판 앞에 내려서 사진도 한 장 찍어주고 싶었으나 따뜻한 차에서 내리기 싫어서 건너뛰고, 바로 첫번째 전망대인 선라이즈포인트(Sunrise Point)로 왔다. 해발고도 8천피트, 그러니까 약 2,400 m나 되는 브라이스캐년의 10월 아침은 굉장히 추웠다~
불규칙 동사 rise-rose-risen... 해가 이미 떴다. "The sun has already risen." (직전 포스팅에서 영어공부 싫어했다고 해놓고는^^) 여기는 밑으로 내려가는 트레일도 했던 곳이고 해서, 바로 다시 차에 올라서 처음 가보는 포인트를 향해서 20분 정도 공원도로를 남쪽으로 달렸다.
그렇게 브라이스 내츄럴 브리지(Bryce Natural Bridge) 포인트에 도착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펜스로 쓰기에는 심하게 굵은 통나무로 난간을 만들어 놓은 저 절벽 끝으로 가보면,
붉은색 바위기둥인 '후두(hoodoo)'의 아래로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서 '아치(arch)'가 만들어져 있는 브라이스캐년의 내츄럴브리지를 만날 수 있었다!
"아니, 이런 멋진 곳을 왜 전에는 안 데리고 왔었어?"라는 핀잔을 들으며 찍어야 했던, 이 날의 첫번째 커플셀카~
미안했는지 사모님이 아치와 함께 인물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셨지만, 굵고 높은 나무난간과 짧은 키 때문에 아치의 구멍이 나오게 사진을 찍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저 아래로 내려가서 브리지를 올려다 보면 참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쉽게도 내려가는 트레일은 없다. 아마 여기도 선셋포인트(Sunset Point)의 나바호 트레일처럼 밑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를 만들어 놓았으면 훨씬 더 많이 알려지고, 아마 이전에도 방문했을런지 모르겠다.
마음같아서는 공원도로를 10분 정도 남쪽으로 더 달려서, 제일 아래에 있는 레인보우포인트(Rainbow Point)도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에 다시 올 때를 위해서 미지의 포인트 하나 정도는 남겨두는 여유를 부리며, 차를 돌려서 가장 대표적인 전망대인 브라이스포인트(Bryce Point)에 왔다. 이 날 표지판 옆 독사진만 3번째인 우리집 모델이시다~
후두들이 가장 넓게 잘 보이는 이 공원의 대표적인 포인트답게, 비수기인 10월 평일의 아침이었지만 절벽 끝에 만들어진 전망대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절벽 끝으로 걸어가면서 좌우의 풍경을 찍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유튜브로 보실 수 있다.
"후두들아, 안녕! 눈비에 깍여서 조금씩 무너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겠지만, 그래도 다시 만날 때까지 다들 잘 버티고 있어라~" 뭐 대강 이런 느낌으로 이들을 바라봤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 사진을 찍어준 김에 우리 부부도 부탁해서 한 장 찍었다. "다음에 언제 또 여기 다시 와보게 될까?"
브라이스포인트를 걸어 나오며 구경이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아침을 안 먹은 것이 갑자기 떠올라서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공원 입구쪽에 있는 North Campground General Store로 가서 비상식량으로 차에 실어서 출발했던,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간단히 아침으로 먹었다. 이런 곳에서는 정말 따뜻한 국물의 컵라면이 진리인데 마침 진라면... (내돈내산이니까 절대로 광고는 아님, 그래도 오뚜기에서 협찬으로 한 박스 보내주시면 감사^^) 진라면 하니까 광고모델이던 류현진을 LA다저스타디움에서 직접 봤던 것도 떠오르는데 (포스팅을 보시려면 클릭), 그 때가 정확히 부모님과 함께 브라이스캐년을 방문했던 2013년 여름이었다. 아침을 잘 먹고 이제 브라이스캐년의 잘 알려지지 않은 '동굴'을 또 찾아간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블로그 포스팅의 제목을 항상 일정한 길이로 맞추는 버릇이 있는데, 2차 대륙횡단 이사의 둘쨋날에 지나갔던 미서부 두 곳의 이름을 쓰고 나니 칸이 조금 남아서 '안녕'이라는 말을 마지막에 덧붙였다. 만나서 반가울 때 쓰면 "Hi"라는 뜻이고, 헤어져서 섭섭할 때 쓰면 "Goodbye"라는 뜻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한국말이 '안녕'인데, 제목에 씌여진 이제 소개하는 두 곳에 대한 이 날 우리 부부의 반갑고도 섭섭했던 마음을 한 단어로 동시에 잘 나타내는 것 같다.
1차 대륙횡단에서는 바스토우(Barstow)에서 40번 고속도로를 탔지만, 이번에는 계속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동쪽으로 달렸는데, 커다란 레드불(Red Bull) 캔을 실은 미니 자동차가 우리 앞을 달리고 있었다. 위기주부가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지는 않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우리 부부의 두번째 대륙횡단도 '에너지 뿜뿜'하라는 좋은 징조로 생각하기로 했다.
미국으로 이민 오기 전인 2005년의 9박10일 미서부 여행에서 처음 지나가면서, 라스베가스인 줄 알았던 네바다(Nevada) 주경계의 프림(Primm)을 지나고 있다. 불과 반년 전인데 네바다 주 환영간판 너머로 보이는 메마른 땅의 야자수들이 왜 이리 어색한지...
다시 대장정을 시작하는 날이라서 잘 먹고 출발하자는 생각에 라스베가스에 있는 코리안BBQ 뷔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역시 본전 생각해서 고기를 무리해 많이 먹게 되는 뷔페는 '날씬한' 우리 부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이 날도 실감했다.
'다른 도시관광기>라스베가스' 카테고리에 있는 35편의 여행기 리스트를 보면서 대충 계산해보니, LA에 살면서 라스베가스를 최소 15번 이상은 방문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예의상 한 곳은 구경하고 떠나자고 들린 곳은 역시 벨라지오 실내정원(Bellagio Conservatory & Botanical Garden)이었다.
2차 대륙횡단 포스팅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즐거운 커플셀카~ 2021년 10월이라서 실내에서 마스크를 했었지만 사진을 찍을 때만 벗었던 것 같다. 뒤로 보이는 다양한 버섯(?)들이 모두 살아있는 꽃을 빼곡히 꽂아서 만든 것이라서 하나하나 사진도 많이 찍어서 당시 페이스북에 올렸었지만,
여기서는 그냥 동영상으로 전체를 보여드리니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벨라지오 호텔의 꽃장식은 1년에 봄/Spring, 여름/Summer, 가을/Harvest, 겨울/Holiday, 그리고 음력설/Lunar New Year의 5가지 주제로 돌아가면서 매년 다르게 장식을 하는데, 가을철의 Harvest Theme 장식은 아마도 이 때 마지막 방문에서 처음으로 본 것이었다. 그리고 한낮이라서 분수쇼는 그냥 건너뛰고, 이것으로 라스베가스와는 안녕하고 바로 15번 고속도로를 다시 탔다.
평탄한 모하비 사막(Mojave Desert) 지대를 달리던 고속도로가 갑자기 거대한 바위산의 협곡으로 들어가는 구간인 Virgin River Gorge의 모습인데, 역사상 미국 전체에서 마일당 건설비가 가장 비싼 고속도로 구간이다. 이 부근에서 아주 잠시 아리조나(Arizona) 주를 들어갔다가 콜로라도 평원(Colorado Plateau)으로 올라서면서 유타(Utah) 주로 들어서게 된다.
조수석에서 열심히 찍으셨지만, 유타 환영간판이 '엔진 브레이크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에 가렸다~ 두 번의 대륙횡단 계획을 세울 때는 이 인터스테이트 15(Interstate 15)를 그냥 계속 달려서 자이언과 브라이스 다 건너뛰고, 2009년의 30일 자동차여행 이후로 못 가봤던 아치스 국립공원만 '미서부와의 이별여행'으로 들렀다가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옆자리의 아내가 말했다... "자이언은 안 지나가?" 그래서 잠시 후 허리케인(Hurricane)으로 빠지는 9번 도로로 나갔다. "사모님께서 원하신다면!"
그리고 1시간 정도 지나서 우리는 거대한 붉은 바위산에 둘러싸인 스프링데일(Springdale)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막 시작되었던 2020년 8월에 여기 와서, 우리 가족의 '인생 하이킹'을 하기 전날에 먹었던 피자집이 왼쪽에 보인다. (거창하게 3부작으로 소개했던 내로우(The Narrows) 하이킹의 첫번째 글은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음)
제일 오른쪽에 차단기가 내려진 곳까지 포함해 4차선 톨게이트처럼 만들어진 자이언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의 입구 모습이다. 계산해보니까 2005년의 미국여행을 포함해서 이때가 6번째로 자이언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정말 그냥 9번 도로를 따라 지나가려고만 했었는데, 오전에 무리하게 많이 먹었던 고기 때문에 배도 살살 아파와서 비지터센터로 우회전을 했다. 이 길의 끝에는 2009년의 30일 여행과 2012년 후배 가족과의 여행에서 캠핑을 했던 Watchman Campground가 있다.
2021년 10월 당시 여전히 내부는 폐쇄되어 있던 자이언 국립공원의 비지터센터 모습으로, 비수기인 10월 평일의 해질녘이라서 사람들이 안 보이는 것이지, 팬데믹 기간에 자이언 국립공원의 방문객은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
"아, 시원해~ 자 볼일 다 봤으니, 이제 다시 출발합시다. 함께 내로우 하이킹도 했고, 나는 혼자서 앤젤스랜딩도 다녀왔고... 별로 미련이 없어요~" 하지만, 이 말은 거짓이었던 것이 10분도 안 되어서 밝혀진다.
계속해서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셔틀버스가 늦은 시간까지 부지런히 관광객들을 자이언캐년(Zion Canyon) 안쪽으로 데려다주고 있었다. "우리가 나중에 다시 여기 왔을 때는, 저 셔틀들이 모두 전기버스로 바뀌어 있을까?"
캐년 속으로 들어가는 셔틀버스와 헤어지고, 우리는 꼬불꼬불 산을 넘어가는 도로를 달리다가 길가에 차를 세웠다. 6번째 방문이었지만 라스베가스와 마찬가지로 희고 붉은 바위산 아래에 노랗게 단풍이 든 가을 모습은 또 처음이었다.
그래서 또 셀카 한 장 찍었다. '일포일카'가 원칙이지만 장소가 바뀌어서 두 장 올리는 것이니까 양해를...^^
미련이 없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다. 노인네처럼 뒷짐을 지고 서 계신 저 분... 이 멋진 자이언 국립공원의 풍경을 한동안은 다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니 발길이 떨어지지를 않으시는 모양이었다~
1930년대에 도시가 아닌 곳에 만들어진 것으로는 세계최장이었다는 길이 1.7 km의 터널을 통과해서 계곡을 벗어나 공원의 동쪽 출구로 향했다.
창문 밖으로 노란색과 빨간색의 단풍이 예쁘게 보여서 이 때는 조금 기대를 했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 유타와 콜로라도의 단풍철은 이미 끝난 후였다는 것이 2차 대륙횡단의 아쉬운 점이었다.
"자이언 국립공원도 안녕~" 공원을 벗어나서 익숙한 Mt Carmel Junction에서 89번 국도로 좌회전을 할 때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다시 살살 아파오는 배를 참으며 깜깜해진 도로를 1시간 가까이 운전한 후에, 아내가 잘 터지지 않는 인터넷으로 겨우 예약한 팽귀치(Panguitch) 마을의 허름하지만 깨끗했던 시골 모텔에서 2차 대륙횡단의 두번째 밤을 보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미국대륙을 자동차로 누가 빨리 횡단하는 지를 겨루는 '캐논볼런(Cannonball Run)'이라는 불법적이고 비공식적인 기록도전이 있다. 뉴욕 맨하탄 Red Ball Garage에서 LA 레돈도비치 Portofino Hotel까지 2,906마일(4,677 km)을 특별 개조한 차량에 보통 3명이 탑승해서 달리는데, 작년 10월에 새로 수립된 최단기록이 25시간 39분으로 전구간을 무려 110 mph, 시속 180 km라는 믿기지 않는 평균속도로 계속 달린 것이다! 위기주부가 이 도전에 참가할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걱정은 접어두시고, 자동차 대륙횡단이라고 하면 보통 LA와 뉴욕 사이를 달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려드리려 했다. 같은 작년 10월에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출발했던 위기주부의 첫번째 자동차 대륙횡단은 비록 뉴욕(New York)까지 가지는 않고 워싱턴DC 부근에서 끝났는데, 이제 정확히 20번째 횡단여행기인 이 마지막 글로 대미를 장식할 차례이다.
특별 개조는 고사하고, 뒷자리와 트렁크도 모자라서 지붕 위까지 이삿짐을 가득 싣고 대륙횡단에 나섰던 우리집 차가 가운데 보인다. 대륙횡단 8일째 오후에 2시간 정도 거리에 최종목적지를 남겨두고서, 또 하이킹을 하기 위해 주차를 한 이 곳은 버지니아 주의 쉐난도어 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의 스카이랜드 리조트(Skyland Resort) 입구이다.
스토니맨(Stony Man)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의 안내판 옆에서 아내가 손을 흔들고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오솔길 건너편 큰 나무에 흰색과 파란색의 페인트가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바로 이 길이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423개의 Official Units에 독립적으로 포함되는 애팔래치안 국립경관로(Appalachian National Scenic Trail)임을 알려주고 있다.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 AT)은 지도와 같이 남쪽 조지아(Georgia) 주의 Springer Mountain에서 출발해, 미동부의 14개 주를 거쳐서 북쪽 메인(Maine) 주의 Mount Katahdin에서 끝나는 총길이 약 2,180마일(3,500 km)의 등산로로 1937년에 완성되었다. 흔히 미서부를 남북으로 종주하는 PCT(Pacific Crest Trail), 대륙경계를 따라가는 CDT(Continental Divide Trail)와 함께 묶어서 '하이킹의 3관왕(Triple Crown of Hiking)'으로 불린다.
예전에 PCT를 소재로 한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 주연의 2014년도 영화 <Wild>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와 닉 놀테(Nick Nolte)가 출연한 2015년 영화 <A Walk in the Woods>는 애팔래치안 트레일이 무대다. 영화는 두 분 나이와 비슷해지면 보기로 하고, 그 전에 그들이 서있는 장소로 AT 전구간에서 가장 유명한 버지니아에 있는 바위산인 맥아피놉(McAfee Knob) 등산은 빨리 해보고 싶다.
노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정취가 느껴지시나요? (왼팔로 나뭇가지를 힘껏 흔드는 중...^^)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가을 단풍을 배경으로 커플셀카도 많이 찍었다.
다른 하이커들도 많이 없고 나무줄기가 검어서 약간 으스스한 느낌도 들었지만, 공기는 상쾌했던 듯... 기억이 가물가물~
그렇게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따라서 0.4마일 정도만 걸은 후에 갈림길에서 스토니맨(Stony Man) 정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그러면 절반을 더해서 AT 전구간의 50.02%를 걸은 셈인가? ㅎㅎ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면 정상 조금 아래에 있는 여기 스토니맨 룩아웃(Stony Man Lookout)이 나온다. 등산로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전망좋은 바위에 많이 모여있어서 약간 놀랐던 기억이 난다.
서쪽 아래로 보이는 골짜기는 동굴로 유명한 루레이(Luray) 마을이 있는 페이지 밸리(Page Valley)이고, 그 너머를 가로막고 있는 산맥은 마사누텐 마운틴(Massanutten Mountain)으로 모두 북동쪽으로 나란히 뻗어있다.
전망대 바위에서 한바퀴 돌면서 찍은 360도의 풍경을 클릭해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다.
우리가 지나왔던 블루리지 산맥(Blue Ridge Mountains)의 쉐난도어 국립공원의 언덕들을 배경으로도 한 장~
기억하시는 분은 없겠지만 대륙횡단 여행계획 포스팅에서 목표로 했던 6개의 내셔널파크에 여기 셰넌도어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앞으로 살 집에서 2시간 거리라서 이사 후에 홀가분하게 다녀오려고 했던 것인데, 이렇게 마지막 날에 두 곳의 하이킹까지 하면서 끝내 둘러보게 되다니... V자 하고 계신 분도 참 대단하십니다!
우리 동네에 왔으니 이 하이킹도 가이아GPS로 기록을 했다. A와 T를 세로로 합친 모양의 애팔래치안 트레일 로고와 함께, 우리가 걸었던 구간을 따라서 Appalachian Trail이라고 씌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LA에서 DC까지 7박8일 1차 대륙횡단 이야기의 마지막 포스팅이다 보니, 자꾸 출발전 계획을 세울 때가 떠오른다. 맨아래 대륙횡단 배너를 클릭하시면 그 때 계획과 함께 20편의 여행기를 모두 차례로 보실 수 있는데, 그 글의 제일 마지막에 노란 단풍이 든 숲속 두 갈래 길의 사진이 있다... 그 중에서 선택한 이 하나의 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1차 대륙횡단의 마지막 도착지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했다.
그곳은 바로 북부 버지니아에서 한국분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곳인 센터빌(Centreville) 쇼핑몰의 파리바게트 빵집이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비록 주문은 영어로 했지만, 직원과 손님들 대부분이 한국사람이라서 마치 웜홀을 통해서 순식간에 LA 코리아타운의 마당몰로 돌아간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최초의 자동차 대륙횡단은 1915년에 Erwin George "Cannon Ball" Baker가 11일 7시간이 걸렸다는데, 우리 부부의 2021년 1차 대륙횡단 '캐논볼런'은 만으로 7일 6시간이 걸렸고, 주행거리는 LA에서 뉴욕까지보다 더 긴 3,045마일인 정확히 4,900 km로 기록되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