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에 대륙횡단 이사를 하면서 테네시와 노스캐롤라이나 주경계에서 처음으로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 AT)을 아주 잠깐 만났었다. AT는 더 남쪽 조지아 주에서 출발해 버지니아 서쪽 산악지대를 따라 북동쪽으로 계속 올라가 메인 주에서 끝나는데, 앞서 소개했던 쉐난도어 국립공원 내의 메리스락(Mary's Rock) 등산로도 거기에 포함된다. 그 후 일주일만에 이번에는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애팔래치안 트레일 구간을 또 찾아가 보았다.
집에서 35분 정도 운전을 해서 Raven Rocks Trailhead의 비포장 주차장에 2등 은메달로 도착을 했다.
여기는 버지니아 북부를 동서로 잇는 7번 주도(State Route)인 Harry Byrd Hwy가 블루리지(Blue Ridge) 산맥을 넘어가는 스닉커스 고개(Snickers Gap)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콜렛바 제품과 이름이 같다. "그럼, 스니커즈를 등산 간식으로 가져올걸 그랬나?"
북쪽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시작점의 안내판에는 많은 코팅된 종이들이 붙어 있었고, 안내판 기둥과 뒤쪽 나무에 하얀색 직사각형으로 페인트칠이 된 '블레이즈(Blaze)'가 이 길이 애팔래치안 트레일임을 알려주고 있다.
가이아GPS로 기록한 경로로 왕복거리는 6.3마일에 3시간여가 걸렸는데, 목적지인 '까마귀 바위' 전망대가 이 앱에는 Crescent Rock Vista라 표시되고, 그 너머 이름 없는 언덕이 해발고도 1453피트(443 m)의 Raven Rocks로 나와서, 쓸데없이 지나쳐서 한참을 헤매는 바람에 30분 이상을 허비했었다. 등고선을 보면 산비탈과 계곡을 교대로 2번씩 지난 후에 주경계를 넘게되고, 지도 좌상단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것은 쉐난도어(Shenandoah) 강이다.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이라고 전날 약간 내렸던 눈이 첫번째 산비탈에 녹지 않고 남아 있었다. 등산로는 예상보다 험하고 바위가 많아서 하이킹 스틱을 가져오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정면에 보이는 나무에도 있는 트레일 표시가 잘 되어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었다.
첫번째 계곡의 넓은 개울을 이제 건너가려고 하는데, 이 날은 딱 재미있게 건너기 좋은 정도였지만, 비가 많이 온 직후에는 등산화를 제법 적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오르막으로 언덕을 넘어가는 황량하고 쓸쓸한 겨울산행의 모습이지만, 나무들에 잎이 달린 봄~가을에는 이 부근에서 가장 인기있는 등산로로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불평하는 후기를 종종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두번째 계곡의 바위에 앉아서 스니커즈 대신에 초코파이와 보온병 커피로 간식을 먹고, 계속해서 마지막 오르막을 올라가면 이 등산로에서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히는 유일한 이정표가 나온다.
그것은 바로 버지니아(Virginia, VA)와 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 WV)의 주경계를 나타내는 표지판으로, 아마도 산속을 걸어서 '스테이트 라인(state line)'을 넘어간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애팔래치안 트레일은 이후 두 주의 경계선을 계속 들락날락하며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3개의 주가 만나는 하퍼스페리(Harpers Ferry)에서 쉐난도어 강과 포토맥 강을 차례로 건너서 메릴랜드 주로 완전히 넘어간다.
그리고 예습에서 봤던 것 같은 바위 절벽이 나왔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트레일 지도앱에는 다른 이름으로 나와 있어서 사진 한두장 찍고는 계속해서 북쪽 능선을 향해 걸어갔다.
길이 내리막으로 바뀐 다음에야 잘못된 것을 알고 뒤돌아 다시 올라온 위치로, 여기 사거리(?) 비슷한 곳에서 오른편 나무가 빽빽한 언덕이 가이아GPS에는 Raven Rocks로 나와서 눈을 헤치고 좀 들어가 보았다.
그랬더니 백패킹을 하는 '쓰루하이커(thru-hiker)'들이 불을 피우고 텐트를 친 흔적이 나왔다. 여기까지만 확인하고 내려갔어도 충분했는데, 기어코 등산로도 없는 언덕 꼭대기를 찾아 끝까지 올라간 위기주부...
거기에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에 덮힌 낙엽과 나뭇가지들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흑흑~
다시 힘들게 애팔래치안 트레일로 돌아와 지나쳤던 바위를 찾아가는데, 거의 20명쯤 되어 보이는 단체 등산객을 만났다. 평균 연령이 65세는 되어 보이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었지만, 사진처럼 장비와 자세는 모두 전문산악인 레벨이었다.
가운데 보이는 절벽이 올라오며 앞서 보여드린 사진을 찍었던 곳으로, 여기 레이븐락스(Raven Rocks)는 암벽등반 훈련장소로도 사용될 만큼 높이와 폭이 제법 되었다. 얼굴만 크게 나오는 셀카나 또 찍어야 겠다고 생각하는데, 할머니 한 분이 나타나시길래 지나간 일행에서 혼자 뒤떨어지셨나 걱정했지만... 배낭 대신 비닐봉지 하나만 들고서, 자신은 AT의 이 섹션을 담당하는 '트레일앤젤(Trail Angel)'이라며 매일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다니면서 쓰레기를 줍는단다!
그러면서 장갑까지 벗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어정쩡한 자세의 전신 사진을 찍어주셨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리고 뒤돌아 먼저 하산을 하셨는데, 잠시 후에 위기주부도 뒤따라 출발했을 때는 뒷모습이 잠깐 보였지만, 코너를 돌아서 직선의 긴 내리막이 나왔는데도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시는 것이 아닌가... "정말로 천사라서, 날개가 나와 날아가셨나?"
왕복 등산로라서 다른 사진은 없고, 주차장이 내려다 보이는 마지막 모습인데, 겨울철 주중 평일인데도 주차장이 거의 찼다. 이 포스팅을 본다고 여길 등산하실 분은 아무도 없겠지만, 여름철에는 아침 8시만 지나면 매일 주차장이 꽉 찬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이렇게 애팔래치안 트레일은 도로와 교차하는 곳에 무료 주차장이 많이 있어서 구간 산행이 가능한데, 만약 이런 식으로 전구간을 나눠서 모두 걷는다면 'NoBo와 SoBo' 즉, 남북 양방향으로 두 번을 종주한 셈이 되는건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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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륙을 자동차로 누가 빨리 횡단하는 지를 겨루는 '캐논볼런(Cannonball Run)'이라는 불법적이고 비공식적인 기록도전이 있다. 뉴욕 맨하탄 Red Ball Garage에서 LA 레돈도비치 Portofino Hotel까지 2,906마일(4,677 km)을 특별 개조한 차량에 보통 3명이 탑승해서 달리는데, 작년 10월에 새로 수립된 최단기록이 25시간 39분으로 전구간을 무려 110 mph, 시속 180 km라는 믿기지 않는 평균속도로 계속 달린 것이다! 위기주부가 이 도전에 참가할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걱정은 접어두시고, 자동차 대륙횡단이라고 하면 보통 LA와 뉴욕 사이를 달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려드리려 했다. 같은 작년 10월에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출발했던 위기주부의 첫번째 자동차 대륙횡단은 비록 뉴욕(New York)까지 가지는 않고 워싱턴DC 부근에서 끝났는데, 이제 정확히 20번째 횡단여행기인 이 마지막 글로 대미를 장식할 차례이다.
특별 개조는 고사하고, 뒷자리와 트렁크도 모자라서 지붕 위까지 이삿짐을 가득 싣고 대륙횡단에 나섰던 우리집 차가 가운데 보인다. 대륙횡단 8일째 오후에 2시간 정도 거리에 최종목적지를 남겨두고서, 또 하이킹을 하기 위해 주차를 한 이 곳은 버지니아 주의 쉐난도어 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의 스카이랜드 리조트(Skyland Resort) 입구이다.
스토니맨(Stony Man)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의 안내판 옆에서 아내가 손을 흔들고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오솔길 건너편 큰 나무에 흰색과 파란색의 페인트가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바로 이 길이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423개의 Official Units에 독립적으로 포함되는 애팔래치안 국립경관로(Appalachian National Scenic Trail)임을 알려주고 있다.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 AT)은 지도와 같이 남쪽 조지아(Georgia) 주의 Springer Mountain에서 출발해, 미동부의 14개 주를 거쳐서 북쪽 메인(Maine) 주의 Mount Katahdin에서 끝나는 총길이 약 2,180마일(3,500 km)의 등산로로 1937년에 완성되었다. 흔히 미서부를 남북으로 종주하는 PCT(Pacific Crest Trail), 대륙경계를 따라가는 CDT(Continental Divide Trail)와 함께 묶어서 '하이킹의 3관왕(Triple Crown of Hiking)'으로 불린다.
예전에 PCT를 소재로 한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 주연의 2014년도 영화 <Wild>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와 닉 놀테(Nick Nolte)가 출연한 2015년 영화 <A Walk in the Woods>는 애팔래치안 트레일이 무대다. 영화는 두 분 나이와 비슷해지면 보기로 하고, 그 전에 그들이 서있는 장소로 AT 전구간에서 가장 유명한 버지니아에 있는 바위산인 맥아피놉(McAfee Knob) 등산은 빨리 해보고 싶다.
노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정취가 느껴지시나요? (왼팔로 나뭇가지를 힘껏 흔드는 중...^^)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가을 단풍을 배경으로 커플셀카도 많이 찍었다.
다른 하이커들도 많이 없고 나무줄기가 검어서 약간 으스스한 느낌도 들었지만, 공기는 상쾌했던 듯... 기억이 가물가물~
그렇게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따라서 0.4마일 정도만 걸은 후에 갈림길에서 스토니맨(Stony Man) 정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그러면 절반을 더해서 AT 전구간의 50.02%를 걸은 셈인가? ㅎㅎ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면 정상 조금 아래에 있는 여기 스토니맨 룩아웃(Stony Man Lookout)이 나온다. 등산로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전망좋은 바위에 많이 모여있어서 약간 놀랐던 기억이 난다.
서쪽 아래로 보이는 골짜기는 동굴로 유명한 루레이(Luray) 마을이 있는 페이지 밸리(Page Valley)이고, 그 너머를 가로막고 있는 산맥은 마사누텐 마운틴(Massanutten Mountain)으로 모두 북동쪽으로 나란히 뻗어있다.
전망대 바위에서 한바퀴 돌면서 찍은 360도의 풍경을 클릭해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다.
우리가 지나왔던 블루리지 산맥(Blue Ridge Mountains)의 쉐난도어 국립공원의 언덕들을 배경으로도 한 장~
기억하시는 분은 없겠지만 대륙횡단 여행계획 포스팅에서 목표로 했던 6개의 내셔널파크에 여기 셰넌도어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앞으로 살 집에서 2시간 거리라서 이사 후에 홀가분하게 다녀오려고 했던 것인데, 이렇게 마지막 날에 두 곳의 하이킹까지 하면서 끝내 둘러보게 되다니... V자 하고 계신 분도 참 대단하십니다!
우리 동네에 왔으니 이 하이킹도 가이아GPS로 기록을 했다. A와 T를 세로로 합친 모양의 애팔래치안 트레일 로고와 함께, 우리가 걸었던 구간을 따라서 Appalachian Trail이라고 씌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LA에서 DC까지 7박8일 1차 대륙횡단 이야기의 마지막 포스팅이다 보니, 자꾸 출발전 계획을 세울 때가 떠오른다. 맨아래 대륙횡단 배너를 클릭하시면 그 때 계획과 함께 20편의 여행기를 모두 차례로 보실 수 있는데, 그 글의 제일 마지막에 노란 단풍이 든 숲속 두 갈래 길의 사진이 있다... 그 중에서 선택한 이 하나의 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1차 대륙횡단의 마지막 도착지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했다.
그곳은 바로 북부 버지니아에서 한국분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곳인 센터빌(Centreville) 쇼핑몰의 파리바게트 빵집이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비록 주문은 영어로 했지만, 직원과 손님들 대부분이 한국사람이라서 마치 웜홀을 통해서 순식간에 LA 코리아타운의 마당몰로 돌아간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최초의 자동차 대륙횡단은 1915년에 Erwin George "Cannon Ball" Baker가 11일 7시간이 걸렸다는데, 우리 부부의 2021년 1차 대륙횡단 '캐논볼런'은 만으로 7일 6시간이 걸렸고, 주행거리는 LA에서 뉴욕까지보다 더 긴 3,045마일인 정확히 4,900 km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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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50개 주들 중에서 '동서남북'의 영어단어가 이름에 들어간 주는 North & South Carolina와 North & South Dakota, 그리고 West Virginia의 딱 5개 주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의문은 "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와 짝인 버지니아 주의 이름은 왜 East Virginia가 아니고, 그냥 Virginia일까?"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처음부터 남북으로 구분되어서 함께 사이좋게 미연방에 각각 가입한 앞의 두 쌍과는 달리, 웨스트버지니아는 미국이 남북전쟁 중이던 1863년에 남부 동맹(Confederacy)에 속했던 버지니아 주의 북서부 공업지역이 독립해 나와서, 따로 북부 연합(Union)에 새로운 주로 가입을 했기 때문이다.
현재 위기주부가 살고있는 버지니아(Virginia) 주를 중심으로 주변의 다른 주들을 보여주는 지도인데, 북쪽의 웨스트버지니아(West Virginia)와 메릴랜드(Maryland)를 보면 주경계가 마치 직소퍼즐을 끼워서 맞춘 것처럼 특이하게 들쭉날쭉한 것이 보인다. 이사 와서 처음으로 점심 도시락을 직접 만들어서 2월 중순의 나들이를 떠난 곳은 위의 지도에서 그 3개의 주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마을인 하퍼스페리(Harpers Ferry)이다.
그 마을은 구시가지인 로워타운(Lower Town)과 주변의 언덕 등이 모두 1944년부터 하퍼스페리 국립역사공원(Harpers Ferry National Historical Park)으로 지정되어 있다. (한여름에 찍은 구글 스트리트뷰 사진을 가져온 것임) 깊은 산골이지만 연간 5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국립공원이라서 마을 외곽에 1천대를 수용하는 큰 주차장이 만들어져 있고, 공원 입장료도 차 1대당 $20을 내야 한다. 물론, 우리는 국립공원 연간회원권을 보여주고 그냥 통과~
날씨가 추워서 차 안에서 점심 도시락을 까먹고 비지터센터에서 공원브로셔와 지도를 받은 후에 마을로 들어가는 셔틀버스에 탑승을 하는 모습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즉, 여기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기 위한 주차장이라고 보는 것이 맞고, 실제 역사공원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는 안내소와 기념품 판매 등은 모두 구시가지의 건물들에 나누어져 있다.
로워타운 정류소에서 버스를 내리니 제퍼슨의 말이라는 "Worth a voyage across the Atlantic"과 함께 공원에 대한 소개와 사진이 안내판에 보인다. 강 건너 언덕에서 내려다 본 강물에 둘러싸인 이 마을의 모습은, 아래와 같이 연말에 딸이 선물 받았던 내셔널지오그래픽 <100 Parks, 5000 Ideas> 책에도 전체사진으로 등장할 만큼, 미동부를 대표하는 자연의 풍경으로 유명하다.
대서양을 건너와서 구경을 해야 할 정도의 절경은 아니지만, 위와 같이 특히 가을단풍이 들었을 때의 모습이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나무에 나뭇잎이 하나도 없는 겨울의 끝자락인 2월 중순이었다... 흑흑~
국립공원청에서 직접 관리하는 구시가지의 건물들은 각각의 용도로 활용되고 있는데, Bookshop과 Fancy Goods 간판이 붙은 건물은 기념품 가게로, 그 옆 건물은 1800년대 소총을 제작하던 공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Industry Museum으로 사용되고 있다. 건너편 두 곳은 돌아오는 길에 들렀고 먼저 도로 이 쪽에 있는 역사를 소개한 전시실을 구경했다. 이 곳은 이름에서 유추가 가능하듯이 1747년에 Robert Harper가 강을 건너는 페리를 운항하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작은 마을이었지만,
1796년에 사진 제일 왼편의 미국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이 이 곳에 미군이 사용하는 총기류를 제작하는 병기창을 건설하기로 한다. 상류의 철광석과 석탄을 배로 운송해 와서 두 개의 강이 제공하는 풍부한 수력으로 총을 만들고, 다시 하류에 있는 수도까지 배로 운송하면서 이 곳은 공업도시로 발전을 했다. 그러다가 1859년에 급진적 노예해방론자였던 존 브라운(John Brown)이 (가운데가 젊었을 때, 왼쪽 두번째가 말년 모습) 흑인들의 무장을 위해서 여기 무기고를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이는 노예제에 대한 남과 북의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결국 1861년에 연방군이 주둔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섬터 요새를 남부군이 습격하면서 내전이 발발한 것이다.
강가에 주춧돌만 남아 있는 여기가 당시 무기고(arsenal)의 자리이고, 주변에 요새와 건물들의 잔해가 남아있다. 결국 모두 파괴되기는 했지만 병기창과 무기고가 있는데다 지리적 요충지였기 때문에, 남북전쟁 중에 격전지가 되어서 1865년에 전쟁이 끝날때까지 무려 10번 이상 이 곳의 점령군이 바뀌었단다... 역사공부는 일단 이 정도로 하고, 이제 땅끝으로 걸어가 풍경을 감상해보자~
사진 왼편에서 흘러와 가운데 멀리 흘러가는 누런 흙탕물이 본류인 포토맥 강(Potomac River)이고, 오른편에서 흘러와 합류하는 청록색의 맑은 물이 쉐난도어 강(Shenandoah River)이다. 이렇게 두 강이 합쳐져서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로 흘러가므로, 이 곳을 '미국판 양수리'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강물에 의해 끊기기는 했지만 앞에 보이는 언덕들이 블루리지 산맥(Blue Ridge Mountains)이니까, 유명한 존 덴버의 노랫가사가 어쩌면 여기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노래에 대해서는 웨스트버지니아를 처음 밟았던, 작년의 2차 대륙횡단 여행기에서 소개할 예정)
또한 여기는 남부 조지아(Georgia)에서 북동부 메인(Maine) 주까지 연결되는 약 2,100마일의 국가경관로(National Scenic Trail, NST)인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이 지나는 곳이다. 특히 안내판에 알 수 있듯이 전체 트레일의 거의 중간에 해당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Appalachian Trail Conservancy 본부 겸 비지터센터가 여기 하퍼스페리에 있다.
애팔래치안 트레일은 우리가 자동차로 건너왔던 버지니아 쪽 다리로 쉐난도어 강을 건너 웨스트버지니아의 이 마을을 통과하고, 다시 이 오래된 철교를 따라 포토맥 강을 건너 메릴랜드 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사진을 찍어줬는데, 밖에서도 마스크를 하고있는 이유는 강바람에 얼굴이 추웠기 때문이다. 거기에 필수품인 털모자까지... 이 추운 겨울은 언제 끝나는거야? 참, 뒤로 보이는 로워타운까지도 직접 차를 몰고 올 수는 있는데, 기차역 등에 마련된 공영주차장들도 모두 NPS가 관리하는 곳이라서 공원 입장료 $20을 자율적으로 내는 것이 원칙이다.
철교가 바로 이어지는 터널의 앞에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는 것으로 봐서, 오래된 철로지만 지금도 비정기적으로 화물열차 등이 다니는 모양이다. 다리를 건너 정면의 바위산을 돌아서 올라가면, 앞서 보여드린 책에 나온 사진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절벽 위의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하지만, 하이킹은 우리 나들이 계획에 없었던 관계로 그냥 여기서 돌아섰다.
마을의 오르막길을 따라서 하퍼스페리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물인 1833년에 지어진 St. Peter's Roman Catholic Church까지 올라왔는데, 남북전쟁 중에 당시 5개의 교회들 중에서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은 건물이라고 한다. 지금도 매주 일요일 아침 9시반에 예배가 열린다고 되어 있지만, 우리가 간 오후에는 문이 닫혀 있어서 내부를 구경할 수는 없었다.
그 옆으로 이 돌계단의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따라서 언덕 위로 더 올라가면 이 곳의 마지막 구경거리가 나온다. 오른편에 보이는 폐허는 St. John's Episcopal Church가 남북전쟁 중에 파괴된 모습이고, 정면에 보이는 멋진 가정집은 전후 1887년에 만들어져서 1962년까지 개인소유였다가, 지금은 Potomac Appalachian Trail Club에 기증되어서 A.T. 하이커들의 유료 숙소로 사용되고 있다고!
버지니아 출신의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1783년에 이 언덕에 올라서 '엄청난 풍경(stupendous scene)'이라고 불렀다는데, 저 멀리 사람들이 있는 곳에 특이하게 놓여진 바위가 제퍼슨락(Jefferson Rock)이다. 참, 제퍼슨 대통령은 미국 2달러 지폐의 앞면 모델인데, 문제는 2달러 지폐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므로, 얼굴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보시기 바란다.
그레이스 켈리를 모나코의 왕비로 만들었다는 행운의 미국 2달러 지폐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일까?
두 개의 납닥한 바위가 원래는 그냥 아슬아슬하게 포개져 있어서, 올라가서 흔들면 위에 큰 바위가 조금씩 움직였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계속 흔들어서 위에 바위가 완전히 굴러 떨어질 상황이 되자, 1855~60년 사이에 동네 사람들이 저렇게 4개의 기둥을 만들어서 받쳐놓은 것이라 한다. 그리고 지금은 저 위로 올라가는 것 자체가 국립공원청에 의해서 금지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 없이, 명당 자리에 앉아서 제퍼슨의 정기를 받는 포즈로 열심히 사진을 찍으시던 여성분~
여기서 두 강이 합류해서 흘러가는 동쪽 방향으로 바라본 이 모습을 일러스트로 만든 자석과 엽서 등이 기념품 가게에 많이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반대편으로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따라 더 걸어서 마치 쓰루하이커(thru-hiker)인 것처럼 트레일 본부 건물 앞에서 인증사진도 남기고, 차를 세워둔 곳까지 걸어서 돌아갈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냥 아무 말 않고 왔던 길로 돌아서 셔틀버스를 타러 내려갔다.
북스토어 간판을 달고있는 건물답게 기념품가게에는 남북전쟁과 특히 여기서 만들었던 당시 총기류에 관한 책들이 많았다. 미동부에서 "아는만큼 보이는" 여행을 다니려면 미국의 역사공부는 정말 필수라 할 수 있고, 다녀와서 이렇게 블로그에 여행기를 쓰는데도 옛날 LA에 살 때보다 시간이 엄청 더 걸리는데, 이 수고를 알아주시는 분이 계실랑가 모르겠다~ T_T
함께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다른 분들의 복장을 보니 이 날 우리만 추웠던 것이 아니었다.^^ 다음에 날씨가 풀리고 나무에 잎들이 파랗게 돋아나면, 도시락과 간식을 배낭에 넣어와서 애팔래치안 트레일도 더 걸어보고, 강 건너 언덕의 전망대까지도 올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위기주부가 5번째로 방문한 미국의 국립역사공원(National Historical Park)인 하퍼스페리(Harpers Ferry) NHP의 구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리스버그 프리미엄아울렛(Leesburg Premium Outlets)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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