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을 처음 걸어 찾아간 쉐난도어의 스토니맨(Stony Man) 전망대
미국대륙을 자동차로 누가 빨리 횡단하는 지를 겨루는 '캐논볼런(Cannonball Run)'이라는 불법적이고 비공식적인 기록도전이 있다. 뉴욕 맨하탄 Red Ball Garage에서 LA 레돈도비치 Portofino Hotel까지 2,906마일(4,677 km)을 특별 개조한 차량에 보통 3명이 탑승해서 달리는데, 작년 10월에 새로 수립된 최단기록이 25시간 39분으로 전구간을 무려 110 mph, 시속 180 km라는 믿기지 않는 평균속도로 계속 달린 것이다! 위기주부가 이 도전에 참가할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걱정은 접어두시고, 자동차 대륙횡단이라고 하면 보통 LA와 뉴욕 사이를 달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려드리려 했다. 같은 작년 10월에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에서 출발했던 위기주부의 첫번째 자동차 대륙횡단은 비록 뉴욕(New York)까지 가지는 않고 워싱턴DC 부근에서 끝났는데, 이제 정확히 20번째 횡단여행기인 이 마지막 글로 대미를 장식할 차례이다.
특별 개조는 고사하고, 뒷자리와 트렁크도 모자라서 지붕 위까지 이삿짐을 가득 싣고 대륙횡단에 나섰던 우리집 차가 가운데 보인다. 대륙횡단 8일째 오후에 2시간 정도 거리에 최종목적지를 남겨두고서, 또 하이킹을 하기 위해 주차를 한 이 곳은 버지니아 주의 쉐난도어 국립공원(Shenandoah National Park)의 스카이랜드 리조트(Skyland Resort) 입구이다.
스토니맨(Stony Man)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의 안내판 옆에서 아내가 손을 흔들고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오솔길 건너편 큰 나무에 흰색과 파란색의 페인트가 세로로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바로 이 길이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423개의 Official Units에 독립적으로 포함되는 애팔래치안 국립경관로(Appalachian National Scenic Trail)임을 알려주고 있다.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 AT)은 지도와 같이 남쪽 조지아(Georgia) 주의 Springer Mountain에서 출발해, 미동부의 14개 주를 거쳐서 북쪽 메인(Maine) 주의 Mount Katahdin에서 끝나는 총길이 약 2,180마일(3,500 km)의 등산로로 1937년에 완성되었다. 흔히 미서부를 남북으로 종주하는 PCT(Pacific Crest Trail), 대륙경계를 따라가는 CDT(Continental Divide Trail)와 함께 묶어서 '하이킹의 3관왕(Triple Crown of Hiking)'으로 불린다.
예전에 PCT를 소재로 한 리즈 위더스푼(Reese Witherspoon) 주연의 2014년도 영화 <Wild>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와 닉 놀테(Nick Nolte)가 출연한 2015년 영화 <A Walk in the Woods>는 애팔래치안 트레일이 무대다. 영화는 두 분 나이와 비슷해지면 보기로 하고, 그 전에 그들이 서있는 장소로 AT 전구간에서 가장 유명한 버지니아에 있는 바위산인 맥아피놉(McAfee Knob) 등산은 빨리 해보고 싶다.
노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정취가 느껴지시나요? (왼팔로 나뭇가지를 힘껏 흔드는 중...^^)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가을 단풍을 배경으로 커플셀카도 많이 찍었다.
다른 하이커들도 많이 없고 나무줄기가 검어서 약간 으스스한 느낌도 들었지만, 공기는 상쾌했던 듯... 기억이 가물가물~
그렇게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따라서 0.4마일 정도만 걸은 후에 갈림길에서 스토니맨(Stony Man) 정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그러면 절반을 더해서 AT 전구간의 50.02%를 걸은 셈인가? ㅎㅎ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면 정상 조금 아래에 있는 여기 스토니맨 룩아웃(Stony Man Lookout)이 나온다. 등산로에서는 별로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전망좋은 바위에 많이 모여있어서 약간 놀랐던 기억이 난다.
서쪽 아래로 보이는 골짜기는 동굴로 유명한 루레이(Luray) 마을이 있는 페이지 밸리(Page Valley)이고, 그 너머를 가로막고 있는 산맥은 마사누텐 마운틴(Massanutten Mountain)으로 모두 북동쪽으로 나란히 뻗어있다.
전망대 바위에서 한바퀴 돌면서 찍은 360도의 풍경을 클릭해서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다.
우리가 지나왔던 블루리지 산맥(Blue Ridge Mountains)의 쉐난도어 국립공원의 언덕들을 배경으로도 한 장~
기억하시는 분은 없겠지만 대륙횡단 여행계획 포스팅에서 목표로 했던 6개의 내셔널파크에 여기 셰넌도어는 포함되지 않았었다. 앞으로 살 집에서 2시간 거리라서 이사 후에 홀가분하게 다녀오려고 했던 것인데, 이렇게 마지막 날에 두 곳의 하이킹까지 하면서 끝내 둘러보게 되다니... V자 하고 계신 분도 참 대단하십니다!
우리 동네에 왔으니 이 하이킹도 가이아GPS로 기록을 했다. A와 T를 세로로 합친 모양의 애팔래치안 트레일 로고와 함께, 우리가 걸었던 구간을 따라서 Appalachian Trail이라고 씌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LA에서 DC까지 7박8일 1차 대륙횡단 이야기의 마지막 포스팅이다 보니, 자꾸 출발전 계획을 세울 때가 떠오른다. 맨아래 대륙횡단 배너를 클릭하시면 그 때 계획과 함께 20편의 여행기를 모두 차례로 보실 수 있는데, 그 글의 제일 마지막에 노란 단풍이 든 숲속 두 갈래 길의 사진이 있다... 그 중에서 선택한 이 하나의 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1차 대륙횡단의 마지막 도착지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했다.
그곳은 바로 북부 버지니아에서 한국분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곳인 센터빌(Centreville) 쇼핑몰의 파리바게트 빵집이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비록 주문은 영어로 했지만, 직원과 손님들 대부분이 한국사람이라서 마치 웜홀을 통해서 순식간에 LA 코리아타운의 마당몰로 돌아간 것으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최초의 자동차 대륙횡단은 1915년에 Erwin George "Cannon Ball" Baker가 11일 7시간이 걸렸다는데, 우리 부부의 2021년 1차 대륙횡단 '캐논볼런'은 만으로 7일 6시간이 걸렸고, 주행거리는 LA에서 뉴욕까지보다 더 긴 3,045마일인 정확히 4,900 km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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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피카(Topeka)의 캔사스 주청사와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Brown v. Board of Education) 국립역사공원
작년 10월에 LA에서 워싱턴DC까지 두 번의 대륙횡단을 하면서 지나간 주(state)의 갯수는 모두 18개인데, 그 중에서 오클라호마, 아칸소, 테네시, 캔사스, 웨스트버지니아 5개주의 주도(state capital)를 차를 몰고 통과했었다. (30분 이내 거리로 스쳐지나간 미주리 제퍼슨시티와 켄터키 프랑크푸르트를 포함하면 모두 7개주) 하지만, 그 도시들 중에서 주청사를 직접 구경한 곳은 캔사스 주도인 토피카(Topeka) 한 곳 뿐이었던게,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아쉽고 좀 후회도 된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해보면 나머지 주들은 주청사 이외의 다른 굵직한 볼거리들이 있었던 반면에, 캔사스 주는 구경거리가 하도 없으니까 커다란 주청사 건물이라도 보고 지나가자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미국의 50개 주도가 표시된 지도를 찾아봤는데, 딸이 초등학교 4학년 정도에 50개 스테이트와 캐피탈을 학교에서 배우면서, 몇 일동안 함께 생소한 도시 이름들을 외웠던 기억이 난다.^^ 위기주부가 겉모습이라도 직접 본 주청사는 2015년에 뉴멕시코 산타페와 메사추세츠 보스턴, 2019년 콜로라도 덴버, 그리고 작년에 캘리포니아를 떠나기 직전에 방문한 새크라멘토의 4개 뿐이었는데, 대륙횡단을 하면서 불과 단 하나만 더 추가가 된 셈이다.
미본토의 중앙에 있는 캔사스(Kansas)의 주도는 인터스테이트 70번 고속도로가 지나는 토피카(Topeka)이다. 주의회 의사당의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의 벽을 돔지붕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엘리베이터는 바로 광장의 지하로 연결되어 주도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을 지나서, 주청사 비지터센터까지 바로 걸어갈 수 있었다.
성조기에 그려진 별의 갯수와 같이 캔사스는 미연방에 34번째 주로 1861년에 가입을 하는데, 바로 그 해 남북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새로 연방에 가입하는 이 주를 노예주로 할 것이냐 자유주로 할 것이냐는 문제를 주민투표로 결정한다는 1854년에 통과된 '캔자스-네브라스카법' 때문에, 각각 남북에서 이주해 온 노예제 찬반론자들 사이에 끔찍한 유혈사태가 발생을 해서 '피흘리는 캔자스'로 미국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면서 남북전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비지터센터가 있는 주청사(State Capitol) 건물의 1층 중앙홀에 선 아내인데, 머리 위로 돔지붕의 끝까지 보이는 모습이 멋있었다.
한가운데에 서서 올려다 보면 윗층의 동그란 난간을 따라서 8개의 깃발을 꽂아놓은 것이 보인다. 지금의 캔사스 땅을 전체 또는 일부라도 지배했던 세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진 9시 위치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차례로 영국, 프랑스 왕국, 프랑스 공화국, 스페인, 멕시코, 텍사스, 미국, 캔사스 깃발이 걸려있다.
2층으로 올라오니까 노란 빛을 띠는 내벽과 황동색 철제난간, 그리고 대리석 바닥에 조명이 어우러져서 아주 고급스럽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4층과 5층의 벽들이 팔각형을 이루면서 그 위의 둥근 돔과 연결되는 것이 특이한 모습이다.
'허허벌판' 캔사스에 딱 어울리는 초원의 풍경이 그려진 벽화 등을 지나서 주요 시설의 입구가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먼저 건물 서쪽에 있는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 본회의장 모습이다. 지금까지 사진들의 등장인물을 봐도 짐작을 하시겠지만, 작년 10월말 주중 목요일에 오후 2시에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마주친 다른 사람은 비지터센터에 있던 직원과 경비의 딱 두 명이었다.
"하원의장님, 이의있습니다!" 마누라가 우영우 변호사야? 거기 서서 이의있다고 하게...^^
다른 사람들도 없으니 마스크 벗고 커플셀카 한 장 찍고는 다음 방으로 이동한다.
북향에 있는 주의회 도서관인데 여기도 불은 환하게 다 켜놓고 아무도 없다... "캔사스 주의 공무원들은 다 어디 간거야?"
마지막으로 상원(Senate) 회의실까지 구경을 하고는 다시 중앙홀로 돌아 나갔다.
마치 이 넓은 건물을 둘이서 전세낸 듯한 착각이 들면서, 그냥 지나치지 않고 주청사 구경을 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하며, 계단을 내려가서 건물 밖으로 나가봤다.
1866년부터 건설을 시작해서 1903년에 완공된 이 캔사스 주청사(Kansas State Capitol)는 워싱턴DC의 미국 국회의사당을 본따서 설계했다고 한다. 전체적인 건물의 크기는 당연히 작지만, 아내가 서있는 광장에서 저 돔 꼭대기까지의 높이는 304피트(93 m)로 국회의사당의 288피트(88 m)보다 더 높다는 것이 포인트다.
이 방향에서 찍은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돔의 꼭대기에 세워진 높이 약 7미터의 동상은 북극성을 향해서 활을 쏘는 칸사(Kansa) 부족 원주민의 모습으로 2002년에야 처음 설치가 되었다고 한다. 캔사스 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동상과 여러 다른 기념물 등의 볼거리가 야외에도 있다지만, 빗방울이 떨어지는 관계로 구경을 마치고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돌아갔다.
주청사 조금 아래쪽에 국립공원청에서 관리하는 국가유적지가 하나 있어서 잠시 들러보기로 했다. 비포장 주차장에 이삿짐 차를 세웠는데, 사모님은 차안에 그대로 계시고 위기주부만 우산도 없이 차에서 내려서 정면에 가로수들 너머로 보이는 건물을 찾아갔다.
1952년에 여기 먼로(Monroe) 초등학교에 다니던 두 딸의 아빠인 Oliver Brown은 토피카 교육위원회에 집에서 가까운 섬너(Sumner) 초등학교로 딸들을 전학시켜 달라고 요청하지만, 그 학교는 백인전용이라서 흑인인 브라운의 딸들의 전학이 거절된다. 당시 미국은 1896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분리하되 평등(Seperate but Equal)"이라는 논리로, 모든 분야에서 흑인과 백인의 이용시설을 분리하는 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 소송은 2년 후인 1954년에 대법관 9인의 만장일치로 기존 판례를 뒤집으며 "분리 자체가 불평등"이라서 공립학교에서 인종에 따른 학교 분리가 위헌이라는 역사적 판결을 내리게 된다. 사실 그런다고 당장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후 1960년대말까지 이어지는 흑인민권운동의 시발점이 된 역사적 의미로 이 곳이 1992년에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국가유적지(Brown v. Board of Education Natonal Historic Site)로 처음 지정이 되었고,
위기주부가 다녀온 다음 해인 2022년 5월에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에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위의 지도에 표시된 1950년대 초 당시에 유사한 소송이 진행되었던 미동부 델라웨어, 워싱턴DC, 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학교 건물들이 추가되어서 국립역사공원(National Historical Park)으로 승격이 되었다.
아내는 차에서 기다리고, 갈 길은 먼데다 빗방울까지 또 굵어져서, 건물 안은 들어가지도 않고 옛날 운동장 옆 건물에 그려진 벽화만 구경하고는 동쪽으로 대륙횡단을 계속했다. 여기 토피카에서 캔사스시티까지의 70번 고속도로 구간은 약간의 통행료를 내야 했는데, 작년 10월 두 번의 대륙횡단을 하면서 유일하게 이 날 오후에만 통행료가 있었던 것도 추억이다.
대도시권에 들어선데다 빗길의 퇴근시간까지 겹쳐서 오랜만에 차가 밀리는 경험을 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캔사스시티(Kansas City)라는 이름의 도시는 캔사스 주에도 있고, 바로 인접한 주경계 너머 미주리 주에도 있어서 함께 광역도시권을 형성하지만, 대도시로 고층건물이 있고 프로스포츠팀의 연고가 있는 곳은 여기서 강 건너 미주리 주의 캔자스시티이다.
그래서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는 고속도로 표지판 사이에서 처음 방문하는 미주리(Missouri) 주의 작은 환영간판을 발견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토피카에서 여기 캔사스시티까지 1시간이 걸렸는데, 캔사스시티를 구경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그대로 쉬지 않고 연달아 2시간반을 더 달려서 저녁 7시에 미주리 주의 컬럼비아(Columbia)에서 2차 대륙횡단의 9일째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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