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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9년 9월 2일 |
장구이야기전이 열리고 있는 고당마당
장구의 명인 고당한기복선생의 '장구이야기'전시가 오는 9월 29일까지 대림빌딩B동 7층 고당마당(중구 중앙로 122번길 17)에서 열립니다. 삼국시대 장구를 비롯해 악기와 용품 등 300 여 소장품이 전시됩니다.
지난 1월 전시 ☞
2019/01/15 - [대전문화/전시ㆍ강연] -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 장구 다 모였다! 고당 한기복 '장구 이야기'展
고당마당의 장구이야기전
저는 전시회 첫날인 8월 29일에 전시장인 고당마당을 찾았습니다.고당마당은 대전 원도심 우리들공원 인근에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장구를 비롯해 사물악기와 난타는 물론 특강형식으로 전통무용도 배울 수 있습니다.
원도심 우리들공원 인근 고당마당
개막식 날은 한기복선생이 전시된 악기를 일일이 설명해 주었어요.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장구와 북, 징, 운라 등의 전통 타악기와 아쟁, 거문고, 가야금 등의 전통악기가 총 망라돼 있습니다.
아프리카 타악기 둔둔과 젬베를 소개하는 한기복선생
이번 전시회는 대전문화재단의 원도심 문화예술활동 거점지원사업인 '예술할터'와 연계한 전시에요. 그래서 전시회 첫날인 8월 29일에는 '전통타악그룹 굿'의 삼도사물놀이와 바리톤조병주의 공연도 있었는데요. 9월 3일까지는 매일 오후 3시부터 '전통타악그룹 굿'과 고당한기복, '전통연희단 모리타'의 연주가 릴레이로 펼쳐집니다.
예술할터에서 선정된 원도심문화예술활동 거점공간으로서의 고당마당
전통타악그룹 굿의 공연바리톤 조병주전통연희단 모리타의 설장구고당한기복의 설장구 연주
물론 그 이후에도 장구전시회는 9월 29일까지 계속됩니다.
옛장구와 전통악기, 외국악기 등 300여 점이 전시된 장구이야기전
이전 전시는 '장구이야기'전이니만큼 장구가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장구의 변천사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울림통이 빨간색으로 아주 예쁜 장구가 있어요. 이것은 갈족(중국의 유목민족)이 사용하던 장구와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장구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한기복선생갈고
울림통이 도자기로 된 장구도 있었는데요. 고려시대의 장구들을 복원한 것들입니다. 장구가 무거워서 농악에서처럼 장구를 들고 치지는 않았겠다는 물음에, 지금과 같이 풍물 형태로 연주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고려시대에 많이 만들어졌던 도자기장구 재현다양한 악기들
우리나라 전통악기 외에도 오랜 세월 인도, 네팔, 베트남, 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을 돌며 수집한 악기들도 엄청 많았습니다. 특히 아프리카 여행 중 연주하는 것을 보고 사왔다는 '토킹드럼'을 직접 시연까지 해 주었습니다.
인도, 네팔, 아프리카, 베트남 등지에서 구입한 타악기
이 악기는 옆구리에 끼고 줄을 죄었다 풀었다 하면서 북면을 두드리는데, 음의 높낮이가 달라지면서 신기한 소리를 냈어요. 정말로 북이 말을 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아프리카 토킹드럼 시연
한기복선생은 젊은 시절 상모를 돌렸던 얘기며, 고 월해송순갑 '할아버지'와의 인연도 이야기했어요.
월해 송순갑선생은 남사당이면서 대전무형문화재 제1호 웃다리농악 보유자셨죠. 송순갑 선생과 한기복 선생의 이야기는 방송을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월해송순갑선생이 생전에 사용했던 상모(왼쪽)
전시된 희귀한 타악기들, 특히 시대별 장구는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귀한 자료들입니다. 이번 전시 이후에는 또 언제 귀한 악기들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꼭 한번 관람하기를 권합니다.
일제강점기에 많이 만들어졌던 양철장구(왼쪽)와 88서울올림픽 이후 대량생산됐던 플라스틱 장구
장구이야기展
전시일시 : 2019. 8. 29(목) ∼ 9. 29(일)
(8. 30(금) ∼ 9. 3 (화) 15:00 공연)
전시장소 : 고당마당(고당국악사)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122번길 17 (대림 BD 7층)
관 람 료 : 무 료
관람문의 : 042-226-5658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 By
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9년 8월 20일 |
무더운 여름, 더위도 피하고 좋아하는 물고기 구경도 실컷 할 겸 대전 아쿠아리움에 방문했어요.
오며 가며 봤을 때에는 작은 아쿠아리움이겠지 했는데 주차장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오니 실내규모가 꽤 넓었습니다.
볼거리 가득한 대전 아쿠아리움! 저랑 같이 구경해보실래요?
대전아쿠아리움 요금입니다. 입장권 금액에 부담이 된다면 여름 바캉스 특가 혜택을 누려보세요.
현장구매하면 대인 소인 공통 15,000원이라는 금액할인 혜택이 주어집니다.
또한 대전아쿠아리움 입장권을 국립중앙과학관에 가져가면 입장료를 무려 50% 할인해준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반대로 국립중앙과학관 입장권을 대전 아쿠아리움에 가져오면 입장료를 5천 원 할인해준다고 하네요.
두 곳 중 한 곳이라도 방문 예정인 분들은 입장권을 꼭 챙겨두세요~
대전아쿠아리움은 기존 자연동굴을 증축하여 만들어진 아쿠아리움으로 자연동굴의 특성상 습기로 인한 물방울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물은 암반수로 깨끗한 물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관람하는 동안 물방울을 맞은 적은 없었습니다~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쿵했던 잔점박이 물범(Phoca vitulina).
어쩜 이리 사랑스럽고 반짝이는 눈망울을 하고 있는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귀여운 얼굴과는 달리 물범은 육식동물이라 손을 넣으면 물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귀엽더라도 절대 손을 넣지 마세요~
* 잔점박이 물범은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 한국관
귀엽게 헤엄치던 물범을 본 후 연결되어 있는 통로를 따라가다보니 한국관이 나왔어요.
한국관이라는 이름답게 기와가 올려진 멋진 입구가 눈에 띄는데요. 좌우로 우리나라의 우아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물고기들이 반겨주었습니다.
한국관, 유럽관, 잠수함관, 타임캡슐관 등 다양한 테마가 있는 아쿠아리움이라 이해하기 쉬웠고 기억에도 더욱 남았습니다.
테마에 맞게 각종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으니 대전아쿠아리움에서 추억 남기고 가시는 건 어떨까요?
자세히 보시면 물고기가 빼꼼 머리를 내밀고 있습니다. 과연 어디에 물고기가 있을까요?
대전 아쿠아리움에서는 물고기들의 다양한 습성이 잘 설명되어 있어서 즐거움이 더해졌습니다.
물고기가 모래 안으로 숨는 건 처음봤는데 너무 귀엽더라고요. 경계를 하고 있는지 얼굴을 빠꼼 내밀고 있는데 사진을 안 찍을 수 없었습니다.
독특한 모양새의 나무 사이로 물고기들이 빠르게 헤엄치고 있습니다.
물고기 사이로 보이는 저 나무는 바로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맹그로브 군락인데요.
맹그로브가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이유는 긴 뿌리를 물속에 박고 서서 탄소를 들이마신 후 산소를 뿜어내고 뻗은 뿌리는 물을 정화시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많은 물고기들의 산란과 휴식처가 되어 주고 맹그로브 숲이 태풍을 막아주기까지 한다고 하네요. 정말 지구의 허파이자 효자나무예요~
▶ 아시아관
아이들이 알비노 악어를 보고 신기함에 옹기종기 모여있네요~ 조용히 관찰하는 귀여운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이 모든 생물이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울까요?
참고로 아이들이 보고 있는 이 알비노 악어는 1/100,000 확률로 태어나는 샴악어의 알비노 종으로 사람이 평생 동안 한 번 보기도 어렵다는 희귀한 동물입니다.
▶ 아프리카관
신비로운 무늬와 아름다운 색감을 지닌 MBU 복어(Tetraodon mbu)는 잠비아에서 온 아이입니다.
주로 탕가니카 호수나 콩고강에 분포하며 크기는 무려 60cm 이상 자란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큰 크기로 자라는데 성체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꼬리가 사진처럼 접혀있기도 하지만 헤엄치며 활짝 펴기도 했는데 너무 예쁘고 신비로워서 하염없이 바라봤습니다.
▶ 잠수함관
포토존이기도 한 이곳은 잠수함관입니다. 동그란 창을 내다보면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곳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잠수함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사진이 나오겠죠?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것 같아 대전 아쿠아리움 입장권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성인 두 명이서 갔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구경거리가 많았고 참 알차게 구경하고 왔어요~
▶ 타임캡슐관
이곳은 타임캡슐관입니다. 왜 이름이 타임캡슐일까 궁금했는데 수조 위에 붙은 설명글을 읽고 이해가 갔습니다.
바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이기 때문인데요.
이곳에서는 2~5년마다 지구 상에서 멸종 위기에 처한 각종 희귀 동식물들의 실태를 보고서 형식으로 출간 발표하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고서(레드리스트)'에 기록된 생물을 볼 수 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고서(레드리스트)' 2000년 판에는 1만 1046종이 멀지 않은 장래에 멸종할 위기에 처했으며, 지난 50년 동안에 이미 800여 종이 넘는 동식물이 멸종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멸종 원인은 주로 도시 개발과 산림 훼손에 따른 서식지의 축소, 사냥과 생존경쟁 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구는 인간의 것만이 아닌데 계속되는 생태 파괴로 죄가 없는 다른 생물들이 피해를 입는다니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 닥터피쉬관
이곳은 닥터피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며, 중간 휴식처 같은 곳입니다. 각종 기념품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체험비용>A코스 닥터피쉬체험 10분 2천원B코스 닥터피쉬체험 + 목&어깨안마 10분 3천원, P코스 닥터피쉬체험 +와이드 즉석사진 10분 5천
닥터피쉬체험 1년 이용권도 있었는데 그건 일만 오천 원이었습니다.
가파루파는 사람의 피부를 핧아 아토피 등 피부질환을 치료한다고 해서 닥터피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서 대체 의학용으로 쓰이고 있는 가파루파~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발과 다리로 달려드는데요! 약간 부끄러웠는데 부끄러움도 잠시 엄청난 간지러움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열일하는 가파루파 덕분에 참 재미있는 추억이 생겼어요~
▶ 아마존관
반짝이는 금빛 펄이 아름다운 이 물고기는 놀랍게도 식인물고기로 알려지는 피라냐 나테리입니다.
살짝 물려도 큰 상처가 날 수 있으며 피라냐 중에서 유일하게 양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종류인데요. 하지만 의외로 소심하여 약간의 자극에도 놀란다고 합니다.
▶ 터치관(Touch Pool)
이곳은 터치관으로 여러 생물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느끼는 체험 공간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샌드피쉬였는데요. 주기적으로 다른 동물로 교체를 하면서 생물이 받을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샌드피쉬 옆에는 알록달록한 물고기를 직접 보고 손도 넣어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어요.
그리고 통로 제일 끝에는 손을 닦을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체험 전후로 손 세척하면 됩니다.
샌드피쉬는 머리나 꼬리 쪽을 잡으면 아파한다고 해서 혹여나 찾다가 다칠까 봐 매우 조심스럽게 손으로 모래를 쓸어보았어요.
모래를 쓸다가 우연히 작은 샌드피시를 발견했을 때 촉감이 특이해서 움찔했지만 귀엽게 생긴 샌드피쉬 외관에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기도 했답니다.
사람들이 자꾸 만지니 스트레스를 받은 건지 모래 안으로 몸을 숨기려고 하길래 얼른 놓아주었습니다. 너무 미안했어요.
▶ 메인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이 곳은 메인관입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이 터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큰 수조였고 물고기들이 가득가득했어요.
내부도 실제 바닷속 물고기들의 생태환경처럼 실감 나게 잘 꾸며져서 더욱 신비스러운 느낌이 났답니다.
물고기 중에서는 나무에 멈춰 서서 잠시 쉬어 가는 물고기와, 관광객들을 빤히 쳐다보는 물고기들도 있었는데 제 기준으로는 꽤 특이한 행동이라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살면서 물고기가 나무에 쉬어가는 건 처음 봤거든요. 생각보다 많은 물고기들이 멈춰서 있더라고요.
코너를 돌아 나가면 반대편에서도 물고기를 볼 수 있는데요. 앉아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장면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참 편안해지더라고요.
안쪽에서는 잠수복 입고 해저 물고기들을 관찰하는 느낌이었다면 밖으로 나오니 마치 수중 탐사선에서 물고기들을 보는 느낌이었답니다.
이 날 살면서 볼 수 있는 물고기는 다 본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코너를 돌면서 봤던 작은발톱수달(Asian Smll-clawed Otter)입니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제가 먹이 주는 곳 앞에 서 있으니까 수달이 먹이 주는 줄 알고 막 달려오더라고요. 수달의 영리한 귀여움에 모두 빵 터졌어요~
수달은 총 두 마리였는데 한 마리는 계속 뼈다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다른 한마리는 부러워서 쳐다보고만 있더라고요. 어찌나 그 모습이 귀엽던지 사람들 입가에 미소가 한가득이었습니다.
대전 아쿠아리움에 오면 애교쟁이 작은발톱수달도 꼭 보고 가세요~
▶ 비단잉어 먹이주기 체험장(2층)
이곳은 비단잉어 먹이주기 체험장입니다. 먹이 체험 시 물이 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체험비는 1,000원이며 500원짜리 동전을 2개 넣으면 먹이를 받아갈 수 있습니다.
▶ 체험 동물관(3층)
대전아쿠아리움 3층에도 각종 동물들에게 먹이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요.
먹이 체험은 한 컵에 1,000원이었어요. 만약 사막여우, 미어캣, 고슴도치에게 먹이 체험을 하고 싶다면 당근이 아닌 밀웜을 구매하면 됩니다.
이 글에는 대전아쿠아리움 일부만 보여드린 것이며 업로드된 사진 이외에도 다양한 생물을 볼 수 있습니다~
대전아쿠아리움 곳곳에는 '저를 찾아보세요~'라는 POP가 붙어있는데요. 이 POP가 붙은 생물은 한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글로 동물이나 물고기 특성을 보는 건 조금 따분하기 마련인데 직접 찾고 관찰하니까 기억에도 더욱 잘 남고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참 즐거웠습니다.
이번 주 주말은 대전아쿠아리움과 함께 보내는 거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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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공식블로그 | 2019년 6월 10일 |
제26회 전통생활식물 展. "추억, 꽃으로 피어나다"
달콤한 꽃향기에 흠뻑 취했던 5월을 보내고, 싱그러움이 초록초록 물들어 가는 6월. 우리의 일상이 늘 꽃과 함께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 우리 고유의 전통 꽃으로 추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현장을 찾았습니다.
꽃으로 추억을 더듬고 그 추억이 향기로운 꽃으로 새롭게 피어난 한밭수목원엔 수천 가지 종류의 꽃들을 만나려는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옛 어르신들이 농사일에 사용하거나 나무를 할 때 사용했던 지게엔 예쁜 초화들이 가득! 도심의 한 복판을 예쁘게 장식한 꽃들을 마주하니 두 눈을 어디다 초점을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발길 닿는 곳마다 꽃들의 천국입니다.
한밭수목원 서원을 들어서면 어릴 적 추억이 스멀스멀 돋게끔 아담하게 꾸며진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정겨운 풍경인데요.
짚으로 이엉을 엮어 만든 초가지붕. 어깨 위로 힘껏 도리깨를 올려 타작을 하시는 아버지! 연신 키를 올렸다 내렸다 곡식을 까불고 계시는 어머니!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한낮의 도시 색깔이 이렇게 이쁠수가!! 연둣빛으로 한껏 치장한 낙우송의 싱그러움에 반하고, 그윽한 장미향에 또 한 번 넋을 잃습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입니다. 정신없이 바빴던 하루가 이곳에 서니 절로 마음의 위안이 되고 치유가 되는 듯합니다.
상쾌한 공기, 새들이 들려주는 노래 소리 들으며 그 옛날 추억 여행을 떠나 봅니다. 빨간 열매가 빙글빙글 돌며 바람에 나부끼는 단풍나무 길 양쪽을 시작으로 우리의 전통식물 초화류, 약용식물 등 우리가 늘 보고 먹던 식물들이 전시되어 향기까지 내뿜고 있습니다.
어른에겐 '추억의 공간' 아이들에겐 '교육의 장'
한밭수목원 서원과 동원에서 매년 치러지는 '우리 전통생활식물 展은 어른에겐 '추억의 공간'이요, 아이에겐 '교육의 장'입니다.
푸른 잔디광장에 길게 줄지어선 우리 전통 덩굴식물들. '나는 이런 종류의 식물입니다'라는 이름표를 달고 따가운 햇살에도 꿋꿋하게 서 있습니다. 그동안 정확한 이름을 알지 못해 알쏭달쏭했던 식물들의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 또한 흥미롭습니다.
분꽃
향기가 좋기로 이름난 분꽃. 까만 씨앗에 들어 있는 가루를 화장할 때 발랐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홍색, 황색, 백색 등 다양한 색깔로 꽃을 피웁니다.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해질 녘에 피어 밤이 지나고 아침 햇살이 퍼질 때쯤 꽃잎이 다시 움츠러듭니다.
그래서 한낮에는 활짝 핀 꽃을 볼 수가 없으며, 여름 내내 피고 지는 꽃으로 오후 네 시에 피었다가 밤을 새우고 아침이 지나 해가 뜨면 서서히 꽃을 오므리기 때문에 'four-o´clock Flower(포어컬락 플라워)'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자주괭이
고양이가 좋아해서 고양이 밥으로 지칭하는 '괭이밥'은 노란색 꽃을 피우는데, 자주색 꽃을 피운다 하여 '자주 꽹이'라 부르지요.
세 잎은 완전한 하트모양(♥)을 하고 있고 세 잎이 합쳐지면 예쁜 꽃 모양이 됩니다. 괭이밥 한 잎 떼서 아이들 얼굴에 붙여주면 참 좋아하는 꽃입니다. 식용이며 샐러드에 이용하기도 하는데 레몬 같은 상큼한 맛이 식욕을 돋워 줍니다.
접시꽃
꽃 모양이 접시를 닮아 접시꽃이라 이름 붙여진 꽃. 노란 꽃술이 연분홍 꽃잎과 조화를 이뤄 고운 색깔을 내는 접시꽃. 도종환 시인의 대표 詩 '접시꽃 당신'을 연상시키는 꽃이어서 그런 걸까요? 화려한 자태와 달리 슬픈 사연이 생각나는 꽃입니다.
풍요, 다산, 애절한 사랑이란 꽃말을 가진 접시꽃은 꽃이 아래에서 위로 차례로 피어 올라가기 때문에 벼슬이 점차 오른다는 뜻으로 여겨 선비의 정원에 많이 심는다고 하네요.
식물의 줄기가 덩굴이거나, 덩굴손, 빨판을 이용하여 다른 나무 바위틈을 감고 올라가 자라는 덩굴식물로 터널을 이뤘습니다. 우리 꽃과 우리 곡식 우리의 전통 식물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려서인지 한적한 숲길에 들어온 듯 한 착각마저 듭니다.
슬픈 사연에 비해 꽃이 너무 예쁜 트럼펫 모양을 닮은 '능소화'. 왕머루 덩굴과 인동덩굴이 길게 줄지어 서 있습니다.
키가 큰 곡식들 앞에 서니 농촌의 너른 들판에 서 있는듯한 기분입니다. 저렇게 예쁜 꽃이 담배꽃 이래!! 지나가던 젊은이들이 주고받는 말입니다. 백해무익 몸에 해로운 연분홍 꽃은 긴 나팔꽃을 연상시킵니다.
어릴 적 숨바꼭질 많이 했던 담배밭. 키가 커서 숨기가 좋아 유난히 담배밭에서 많이 놀았던 추억이 있습니다. 부채만큼 잎이 커다랗게 자라면 잎은 모두 건조장으로 옮겨집니다. 늦여름까지 담배 대궁 꼭대기엔 분홍빛 꽃만 달랑 남았던 추억의 담배꽃 앞에서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한참을 머물렀네요.
풍접초 & 잇꽃(홍화)
족두리꽃이라고도 불리는 풍접초. 꽃 모양이 옛날 혼례식 때 머리에 쓰던 족두리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요. 여름부터 늦가을 추울 때까지 끊임없이 피고 지는 꽃입니다. 물을 주거나 잎을 건드리면 특유의 향기가 나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이로운 꽃'이란 이름으로 '잇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홍화'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꽃입니다. 옛날 시집갈 새색시의 이마에 찍었던 붉은 점(곤지)의 재료로도 사용됐고요. 꽃은 천연염료로도 사용한다고 해요. 처음엔 노란색 꽃이 피었다가 차츰 주황색으로 변하며 나중에는 붉은색으로 변하는 식물입니다.
율
잡곡 중 다이어트 식품으로 많이 알려진 율무. 벼과의 식물로 먹긴 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저도 처음이네요.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서 체내 독소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주기 때문에 곡류 중 최고의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우리가 먹고 입고, 편하게 누리는 것들이 바로 우리 전통생활식물에서 재료들이 나온다는 거. 잘 아셨나요?
십손이(관상용 호박)
왕관 모양의 호박이 다양한 색깔로 열린 관상용 호박으로 이름은 '십손이' 유기질 비료량을 조절해서 모양이나 크기를 자유롭게 키울 수 있다고 하네요. 여러 가지 재미있는 모양을 연출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를 더해주는 식물입니다.
알록달록한 색을 가졌으며 혹같은 돌기가 10여 개나 되는 십손이. 느릿느릿 고향생각을 하며 보게 되는 즐거움이 있네요.
이쯤 해서 잠시 쉬어 갑니다. 복잡한 도시들에게 농촌의 정취를 느끼며 옛 추억을 더듬어 보고, 숲 속에 온 것 같은 수목원의 상쾌함을 만끽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입니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전통생활식물 전. 가족 친구 연인끼리 삼삼오오 맛있는 간식도 함께 먹고 마주 보며 얘기꽃도 피울 수 있는 기회로 나들이 삼아 구경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우단동자꽃 & 샤스타데이
한 송이씩 핀 붉은 꽃들이 동자의 얼굴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동자꽃'. 긴 가지 끝에 빨간색 꽃이 한 송이씩 달려 피는데 앙증맞고 아름다운 색깔로 멀리서도 눈에 확 띕니다.
오른쪽 하얀꽃은 '샤스타데이지'라는 꽃으로 프랑스의 들국화와 동양의 섬 국화를 교배하여 만든 개량종입니다. 한 번 심어놓으면 다음 해에 또 자라는 꽃으로 여름에 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가을에 피는 구절초와 비슷하게 생겨 헷갈리는 꽃입니다. 강원도 정선 백운산(하이원 하늘길)에는 매년 샤스타데이지 축제 열린다고 합니다.
여주
도깨비방망이처럼 길쭉하고 울퉁불퉁한 열매가 달리는 채소입니다. 혈당조절에 효능이 있다 하여 약용으로 쓰임새가 많은 식물이죠. 약재로 푸른 열매를 수확하지만 익으면 주홍빛으로 벌어져 빨간색 속이 훤히 보이면 먹습니다.
과자가 귀하던 어릴 적엔 과일 대신 많이 따 먹었던 식물로 '유자'라고 부르기도 하고 '여자'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푸른 열매로 요리에도 많이 이용되는 여주는 쓴맛을 가지며 이 성분이 우리 몸속 혈당치를 떨어뜨려 주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준다고 합니다. 열매가 푸를 때 따서 말린 후 차로 마시는 약용식물입니다.
풍선덩굴
풍처럼 생긴 열매가 대롱대롱 달린 모습을 가진 신기한 이 식물의 이름은 풍선덩굴 또는 풍선초라고 부릅니다. 도라지꽃 마냥 손으로 터뜨리면 빵! 빵! 터지면서 소리를 낼 것 같은 풍선 모양의 열매가 달립니다. 열매 안에는 예쁜 하트 모양의 그림이 그려진 씨가 들어 있다는 사실은 안 비밀..
루피너스
'층층이 부채꽃'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루피너스'라는 콩과 식물입니다. 저도 자주 만나보지 못한 식물로 줄기는 직립으로 길게 자라며 털이 있습니다. 과다하게 사용된 농약과 다른 토양의 독성물질을 흡수하는 식물이라고 하네요.
나팔꽃
길가나 공터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나팔꽃. 흰색, 붉은색, 자주색 등 여러 가지 빛깔로 피는 나팔꽃은 아침을 열어주는 꽃으로 꽃말은 '기쁜 소식'이라고 해요. 그래서 영어로는 morning glory. 매일 아침 나팔꽃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면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둥근잎유홍초
작고 귀여운 주홍색 통꽃에 하얀 꽃술이 매혹적인 둥근 잎 유홍초. '새깃 유홍초'라는 식물도 따로 있는데 꽃은 같고 잎이 서로 다릅니다. 대부분의 여름꽃이 흰색인데 반해 핫한 주홍색을 자랑하는 유홍초의 꽃말은 "영원히 사랑스러운" "항상 사랑스러운"이라고 합니다.
밀
가장 오래전부터 재배된 작물 중의 하나인 밀은 소맥(小麥)이라고도 하죠.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식용작물의 하나로 보리와 비슷하게 생겨 구분이 잘 안되기도 합니다.
6·25 전쟁 이후 밀가루가 수입되었고, 쌀이 귀했던 시절 밀가루로 만든 국수, 수제비 등 주식 대용으로 많이 먹었던 작물이 입니다. 특히 근래엔 쌀 소비가 많이 줄어들고 있고 대신 빵, 과자 등을 선호하여 밀가루의 소비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식은 밥인데도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일할 때 즐겨 썼던 밀짚모자가 바로 이 밀로 만든 거였네요.
추억! 꽃으로 피어나다.
휠체어에 몸을 기대고 아들을 따라나선 어머니. 평생 봐 온 꽃들보다 오늘 하루 눈에 담은 꽃들이 더 많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남겨 보는 아들. 내 자식 키우느라 꽃구경 한 번 제대로 못 시켜드렸는데 오늘서야 꽃길에서 추억을 남겨봅니다.
달콤한 꽃향기 찾아 꿀을 먹으러 날아온 나비. 소년의 눈이 반짝이며 나비를 따라다니느라 신났습니다. 매미채를 들고 꽃 주변을 수없이 돌고 돌아도 잡히지 않는 나비. 결국은 아빠가 나서 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즐겁고, 코는 점점 더 향기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수목원 숲길에서 내뿜는 건강한 피톤치드는 덤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는 이유도 있지만 우리의 전통식물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와 수많은 꽃들이 발산하는 향기 덕분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예년보다 더위가 빨리 찾아온 6월. 숨 가쁘게 살아가는 도시생활에선 이런 호사를 누려 본다는 게 흔치 않은 기회입니다. 전시기간 동안 동원 입구에서는 내 화분 만들기 체험과 봉숭아 물들이기 체험도 진행됐습니다.
일 년에 딱 한 번 우리 고유의 전통생활식물도 만나보고, 오랜만에 한밭수목원을 한 바퀴 돌며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본 시간이었습니다.
오른 하루로 인해 6월 한 달은 끄떡없이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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