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여행에서 유명한 공짜 박물관과 미술관들 전시도 충분히 둘러보고, 각종 기념관들도 제대로 구경하려면 몇 일 정도가 필요할까? 이번에 누나 가족을 위한 'DC 가이드투어'의 철저한 계획을 아내와 함께 세우면서 내린 결론은 최소한 3일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날은 백악관과 내셔널몰 서쪽, 둘쨋날은 국회의사당과 내셔널몰 동쪽, 세쨋날은 남은 스미소니언 박물관들 위주로 구경을 했는데, 대부분 우리 부부는 이미 방문을 했던 곳이지만 좋은 날씨에 모처럼 누나와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앞쪽 이틀은 위기주부도 처음 방문하는 장소가 두 곳씩 있었기에 이제 차례로 소개한다. 첫날 목요일에는 레이건빌딩에 일일주차를 하고 사전답사기로 이미 포스팅한 백악관과 렌윅갤러리를 구경한 후에 내셔널몰로 내려갔다.
누나의 전문가 솜씨로 싼 김밥을 여기 '헌법정원' 컨스티튜션가든(Constitution Gardens)의 연못이 보이는 벤치에서 점심으로 먹었다. 오리들 너머로 보이는 계단이 있는 곳은 작은 섬인데, 그 좌우로 반원형으로 만들어진 것은 미국 독립선언서에 싸인한 56명의 서명과 이름 등을 확대해서 모두 바위에 새겨놓은 Memorial to the 56 Signers of the Declaration of Independence 기념물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베트남전에서 간호사 및 통신과 항공관제 등의 분야에서 활약한 미국 여성들을 기리는 Vietnam Women's Memorial 동상은 베트남전 기념물의 일부로 1993년에 추가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위기주부도 직접 보는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다.
까만 대리석에 녹색의 잔디밭이 반사되어 더욱 특별하게 보였던, 1982년에 만들어진 베트남전 기념관(Vietnam Veterans Memorial)을 지나서,
링컨 기념관 앞에서 우리 일행 7명의 단체사진을 부탁해서 찍었다. 이 날 지혜 혼자만 꿋꿋하게 모자를 안 쓰고 버팀...^^
기념관 내부를 구경한 후에 계단 위에서 리플렉팅풀(Reflecting Pool)과 '연필탑'을 배경으로 3명 가족사진도 한 장 찍었다.
다음 코스는 DC를 방문한 한국인이라면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인 한국전 기념관(Korean War Veterans Memorial)이다. 행군하는 병사들의 제일 앞쪽의 기념관 중앙 바닥에 씌여진 아래의 문구는 볼 때마다 숙연해진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6·25전쟁이 베트남보다 시기적으로 훨씬 앞서지만 이 기념관은 더 늦은 1995년에야 헌정되었고, 사진 제일 왼쪽에 빼곡하게 사망자들의 명단이 새겨진 'Wall of Remembrance'는 올해 2022년 종전기념일에 추가로 완성되었다.
기다란 리플렉팅풀 남쪽의 산책로를 따라 동쪽으로 걸어서 제2차 세계대전 기념관을 구경한 후에, DC관광 첫째날의 하이라이트인 이 워싱턴모뉴먼트(Washington Monument)의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기 위해 찾아가고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매번 그냥 올려다보기만 했던 이 '연필탑'을 누나 가족과 함께 올라가보기 위해서, 위기주부는 한 달 전에 단체 7명 티켓을 예약했다. (여기를 클릭해서 나오는 예약사이트에서 이용일 30일전부터는 Large Group Tour를, 하루전에는 그냥 Tour를 클릭해서 예약) 오후 2시로 예약한 사람들이 레인저의 안내에 따라 차례로 입장을 막 시작해서, 우리는 30분을 더 기다려야 했다.
내셔널몰 한가운데에 해시계처럼 우뚝 솟아있는 기념탑이 만드는 북동쪽 방향 그늘에 앉아서 기다리는 우리 일행들~
2시반 입장 대기줄이 만들어져서 우리도 재빨리 이동을 했고, 레인저가 가리키는 방향쪽으로 금새 긴 줄이 만들어졌다. 기념탑과 조지 워싱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직원으로 부터 듣고는 붙어있는 저 유리건물로 들어가서 공항수준의 보안검색을 통과한 후에 탑과 연결된 내부통로를 지나갈 수 있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의 옆모습과 서명이 엘리베이터 위의 동판에 새겨져 있는데 여기는 내리는 방향이고, 탑승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뒤로 돌아가야 한다. 즉, 돌로 쌓은 탑의 한가운데에 엘리베이터가 오르내리는 통로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었다.
뒷문쪽의 가장 안에는 동상도 하나 세워져 있는데, 말년에 배가 좀 많이 나오셨던 모양이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의 서쪽 문이 열려서 직원의 안내에 따라 탑승했고, 약 70초만에 500피트 높이의 전망대에서 반대편 동쪽의 문이 열리자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창문으로 홀린 듯 다가갔다.
제일 먼저 동쪽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국립잔디밭'을 내려다 본 모습이다. 오른편 제일 앞에 보이는 빨간 지붕의 농무부(Department of Agriculture)만 빼고, 여기서 의사당까지 좌우로 인접한 건물들은 모두 박물관 또는 미술관인데, 글을 쓰는 현재 딱 하나 빼고는 모두 들어가 보았다.
남쪽으로는 지난 봄에 벚꽃구경을 갔던 타이들베이슨(Tidal Basin) 인공호수와 그 너머로 다리들이 놓여진 포토맥 강이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호숫가에 만들어진 흰색 건물은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의 기념관이다.
다음 동쪽으로 뚫린 창문을 내다보는 우리 일행의 모습을 뒤에서 찍어봤다. 각 방향으로는 이 만한 크기의 창문이 두 개씩 만들어져 있는데, 그 중 하나에만 어린이용 발판을 만들어 놓았던 것 같다.
앞쪽의 제2차 세계대전 기념물에서 링컨 기념관까지 리플렉팅풀이 직선으로 뻗어있고, 오른편에 제일 처음 소개했던 '헌법정원'의 연못과 그 안에 짧은 다리로 연결된 섬이 보인다. 풀 왼편의 기다란 잔디밭은 JFK Hockey Fields라 불리는데, 정말 케네디가 저기서 필드하키를 했는지는 모르겠당~ 그리고 강 너머는 버지니아 알링턴으로 오른쪽 고층건물들이 있는 곳이 다운타운이고, 왼쪽이 국립묘지로 조만간 방문하려고 생각하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북쪽을 구경할 차례인데, 줄을 잘못 섰는지 앞의 3분이 아주 오랫동안 나오지를 않아서, 위에 붙여놓은 사진으로 예습을 한 참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딱 하나의 건물만 눈에 들어오는데...
바로 백악관, 화이트하우스(The White House)이다! 바람 한 점 없던 날이라서 게양된 성조기가 잘 보이지 않았고, 옥상에 있다는 저격수들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마침내 미국의 수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만들어진 전망대에 올라가서 사방을 내 발밑에 두니까 (좀 과장해서)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다.^^
전망대에서 위쪽을 올려다 보면, 약 140년 전에 피라미드처럼 쌓아올린 꼭대기 대리석들의 안쪽이 어떻게 되어있는지가 보이며, 1958년에 구멍을 뚫어서 설치한 빨간색 항공주의등(aircraft warning light)이 머리 위에서 깜박이는 것도 볼 수 있다.
이제 이 계단을 통해서 아래쪽 490피트 층에 만들어진 작은 전시실로 내려간다.
아랫층 전시실에는 왜 이 '돌탑'을 세워서 워싱턴을 기념하는 지와 함께 그 옛날에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중요한 설명은 영어 이외에 5개의 언어로 함께 씌여져 있는데, 한글이 제일 좌측 상단에 먼저 나온다. "아랫줄에 6번째 다른 나라의 언어를 쓸 공간이 충분히 있구만, 왜 안 썼을까?"
지금 우리가 서있는 꼭대기 피라미드 내부의 모형 옆에 서있는 지혜의 사진을 올린김에 안내판의 내용들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36,000개의 돌을 쌓아서 만든 모뉴먼트의 높이는 555피트(169 m)에 무게는 약 81,000톤이고, 증기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가 1888년부터 가동되었는데 여기까지 올라오는데 12분이 걸렸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1884년에 완성되었을 때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등극했다가, 4년후에 파리 에펠탑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되지만,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오벨리스크이면서 "순수하게 돌을 쌓아서 만든" 석조구조물(masonry structure)로는 세계최고의 타이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단다.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 옆에는 이 모뉴먼트를 만들때 여러 지역과 단체에서 기증한 돌들이 탑의 안쪽 벽에 박혀있다는 설명이 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중간에 내부 조명이 꺼지고 속도가 줄어드는 구간에서 유리문 밖으로 내다보면,
뉴욕시에서 기증했다는 이 돌판과 같은 것들을 직접 잘 볼 수 있도록 안쪽 벽을 비추는 조명이 위치에 딱딱 맞춰서 자동으로 켜지도록 해놓았다.
워싱턴모뉴먼트 투어를 마치고 나가는 문이 이렇게 은행의 금고같은 두꺼운 철문이라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중요하고 대단한 곳을 직접 구경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DC 여행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방문하는 날자가 확정되면 꼭 이 기념탑에 올라가는 표를 예매해보시기를 바란다.
나중에 우리끼리 천천히 올라가보자는 남편을 다그쳐서 한 달전에 7명 단체표를 예매하게 만들었던, 저기서 손을 흔드시는 사모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이제 우리 일행은 커다란 해시계의 그림자 바늘이 정확히 가리키고 있는 저 특이한 갈색 외관의 최신 박물관으로 또 향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사람들마다 평가가 다를 수는 있지만,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국가의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과 관련된 곳을 '넓은 의미의 국립공원'으로 지정을 해서 관리하는 미국 국립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의 기준으로 본다면, 최후를 맞이한 이 곳을 포함해서 출생과 성장과정 등에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장소가 5곳이나 각각 국가의 유적지나 기념물로 연방정부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이라고 할 수 있다.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현대식 건물들 사이에서 1800년대의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포드 극장(Ford's Theatre)이 있다. 남북전쟁이 끝난지 5일 후인 1865년 4월 14일 금요일 저녁에 여기서 연극을 관람하던 링컨 대통령이, 암살범 존 윌크스 부스(John Wilkes Booth)가 쏜 총을 맞고 다음 날 아침에 사망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옆 건물에 만들어진 입구로 들어가면, 커다란 링컨의 사진과 함께 이 극장을 옛날 모습으로 복원해서 박물관으로 운영하는데 도움을 준 기부자들의 명단이 보이는데, 가운데 줄에 'SAMSUNG'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눈에 띈다. 구경은 무료지만 30분 간격으로 입장 인원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박스오피스에서 표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포드시어터 국가유적지(Ford's Theatre National Historic Site)라 적힌 문을 통해 극장 건물로 들어가는데, 현재 건물은 연방정부의 소유지만 운영은 Ford's Theatre Society라는 독립적인 재단이 맡고 있으며, 실제로 연극 공연을 하는 극장으로도 계속 운영이 되고 있다.
안내를 따라 걸어가면 계단을 내려가서 먼저 극장 지하에 만들어진 박물관을 구경하게 되는데,
돔을 건설 중인 국회의사당의 모형을 비롯해서, 링컨이 대통령으로 재임할 당시의 워싱턴 상황과 남북전쟁으로 인한 미국 사회의 분열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역사공부를 너무 많이 했더니 대부분 본 듯한 내용이라서, 대충 흘겨보고는 빨리 공연장으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큰 실수였다!
왜냐하면 이 올라가는 계단 옆의 공간에 암살범이 실제 링컨을 저격할 때 사용했던 데린저(Deringer) 단발권총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놓쳤기 때문이다. (암살에 사용된 무기를 전시해놓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도 있다고 하며, 여기를 클릭해서 극장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보실 수 있음)
다시 지상층으로 올라오면 약간의 경사가 있는 긴 복도를 지나게 되는데, 양쪽 벽면에 링컨과 부스의 당일 행적이 시간별로 각각 그려져 있고, 두 명의 타임라인은 이제 들어갈 극장에서 밤 10시 15분경에 겹치게 된다.
안으로 들어서면서 극장이 예상보다 훨씬 커서 좀 놀랐던 기억이 난다. 국립공원청 직원이 무대에 올라가서 암살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는데, 2층에도 사람들이 있는 것이 보여서 우리도 바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레인저가 가리키고 있는 무대 옆 위쪽의 Presidential Box에서 링컨은 아내 및 뉴욕주 상원의원의 딸과 약혼자인 육군 소령과 함께 <Our American Cousin>이라는 희극을 관람하고 있었는데, 당시 남부 출신의 유명한 연극배우로 극장 주인과도 잘 알고 지냈던 존 부스가 아무런 제지도 없이 박스석 문을 열고 들어섰다. (입구에 경찰관 한 명만 배치가 되었는데, 그는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고 함)
부스는 제일 오른쪽 의자에 앉아있던 링컨의 뒷통수에 총을 발사해 치명상을 입히고, 육군 소령은 칼로 찌른 후에 무대로 뛰어내려서 "Sic semper tyrannis"를 외치고는 미리 극장 밖에 준비해 둔 말을 타고 도주했다 한다. 그가 외친 말은 위기주부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Virginia) 주의 모토로 아래의 예전 소개 포스팅을 클릭해서 보시면, 그 뜻과 함께 존 부스의 사진과 암살 순간을 그린 삽화 등을 보실 수 있다.
포드 극장 2층 객석의 뒤에 놓여진 커다란 링컨의 두상 조각의 설명을 아내가 자세히 보고 있다. 이게 국가유적지 관람의 끝이 아니고, 링컨이 총을 맞은 이후의 이야기는 이제 극장을 나가서 바로 길 건너편으로 이동해서 계속 이어진다.
극장 안에 있던 의사와 군인들에 의해서 들려져 나온 링컨의 상태는 도저히 백악관까지 갈 수 없는 중상이었기 때문에, 바로 맞은편에 당시 하숙집으로 운영되던 저 살구색의 피터슨하우스(Petersen House)로 운반이 되었다.
정면 벽에는 대통령 문양과 함께 에이브러햄 링컨이 총을 맞은 다음날 아침에 이 집에서 사망했다는 것과 1896년에 연방정부가 여기를 사들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데, 미국이 역사적 장소의 보존을 위해 최초로 개인 소유의 주택을 구매한 것이라고 한다.
입구에 서있던 레인저에게 표를 보여주고 들어가면 먼저 거실이 나오는데, 지혜가 벽난로 위에 놓여진 링컨이 들것에 실려서 이 집으로 운반되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을 보고 있다. 그리고 연결된 다른 방을 거쳐서 계단 아래의 제일 안쪽 방으로 들어가면,
바로 이 방에서 링컨 대통령은 1865년 4월 14일 아침 7시 22분에 56세로 숨을 거두었다 한다. 실제 링컨이 누웠던 침대는 현재 시카고 역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고, 여기는 같은 디자인과 크기의 침대를 가져다 놓았는데, 침대가 너무 작아서 키가 큰 링컨을 대각선으로 눞여야만 했다고 한다.
임종 순간을 묘사한 그림과 직후의 방 사진, 그리고 링컨의 마지막 공식 사진이 함께 있는 설명판이다. 여기서 옆 건물과 연결된 통로를 지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면 사망 이후의 이야기가 또 계속된다.
4층 애프터매스(Aftermath) 전시실에는 경로를 그린 두 개의 큰 지도가 차례로 나오는데, 첫번째는 링컨의 장례 운구 열차가 수도 워싱턴을 떠나서 고향인 일리노이(Illinois) 주의 스프링필드까지 이동했던 것을 보여주고,
두번째는 암살범 존 부스가 DC를 빠져 나와서 12일 후에 버지니아 주의 담배농장 창고에서 체포에 저항하다가 사살될 때까지의 도주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그 후 공범 8명이 군법재판소에 회부되어서, 그 중 4명이 암살사건 발생 약 3개월이 안되는 7월 7일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아랫층으로 내려가는 원형계단의 가운데 기둥 주위를 1층 바닥부터 여기 4층까지 모두 링컨과 관련된 15,000권의 서적으로 빼곡히 쌓아놓은 타워오브북스(Tower of Books)가 참 멋있었다. (갑자기 디즈니월드의 타워오브테러 놀이기구가 떠오름^^) 책으로 만든 '공든탑'을 밀어서 무너뜨리려는 아내의 위치에서 자세히 봤더니, 책의 앞뒤 표지만 진짜이고 가운데 부분은 모두 책두께에 맞춘 빈 플라스틱으로 만든 후에 접착제로 튼튼하게 서로 붙여놓은 것이었다.
3층 레거시(Legacy) 전시실은 미국과 전세계에서 그의 유산과 업적을 기리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왼편의 만화처럼 마블코믹스 멀티버스에서 캡틴아메리카, 스파이더맨과 함께 히어로로 등장한 것도 재미있었지만, 사진 가운데 벽면에 아주 관심을 끄는 전시물이 있었다.
한국 대표단이 포드 극장에 선물했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쓴 링컨의 평전 <노무현이 만난 링컨> 책과 그 뒤의 호랑이가 그려진 접시를 설명과 함께 전시해 놓았다. 혹시 한자에 조예가 있으신 분은 호랑이 위에 씌여진 글이 무슨 뜻인지 댓글로 알려주시기를 바란다. 계속해서 원형계단을 따라 내려가는데 2층의 교육실은 문을 열지 않았고, 1층에는 기념품 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그 벽면에는 이 가게가 특별히 삼성의 지원을 받은 사실에 감사한다는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는 것도 특이해서, 마지막 사진으로 남기고는 링컨이 암살된 장소인 포드극장 국가유적지(Ford's Theatre National Historic Site) 구경을 마쳤다. 글의 맨 처음에 NPS에서 관리하는 링컨과 직접 관련된 장소가 5곳이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지금 연재하고 있는 2차 대륙횡단 여행기에서 링컨이 출생한 장소가 역사공원으로 지정된 곳도 조만간 블로그에 소개될 예정이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백악관에서 가까운 렌윅갤러리(Renwick Gallery) 건물은 1874년에 워싱턴DC 최초의 미술품 전시관인 코코란 미술관(Corcoran Gallery of Art)으로 건설되었는데, 스미소니언 캐슬과 뉴욕 세인트패트릭 대성당 등을 설계한 건축가 James Renwick Jr.의 작품이다. 개관 후 20여년이 지나서 코코란은 더 큰 건물을 지어서 이전하고, 1899년부터는 연방정부의 사무실로 1960년대까지 사용되다가 오래되고 협소해 철거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영부인인 재클린 케네디의 노력으로 국가문화재로 지정된 후에 1972년에 스미소니언 재단 산하의 미술관으로 다시 문을 열게 되었다.
이 날도 실버라인 전철을 타고 DC 구경을 나왔지만, 내셔널몰까지 4개 정거장 전인 Farragut West 역에서 내렸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북쪽의 Farragut Square의 공원이 나왔는데, 모두 저 동상의 주인공으로 미해군의 첫번째 제독인 데이빗 패러것(David Farragut)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불과 11살의 나이에 양부를 따라 배에 올라서 1812년 전쟁에 참여했고 21살에 지휘관이 되었다. 멕시코 전쟁을 거쳐서 남부 테네시 출신이지만 북군의 해군을 이끌고 남부 봉쇄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거기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렌윅갤러리(Renwick Gallery of the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가 나오는데, 19세기 이후의 공예품(craft) 위주 전시를 하는 작은 별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건축가 렌윅이 이 건물을 설계할 때 프랑스 루브르의 튈르리 궁전(Tuileries Palace)을 본땄기 때문에, 완공된 후에는 '미국의 루브르(American Louvre)'로 불리기도 했단다.
올해로 정확히 개관 50주년을 맞아서 This Present Moment: Crafting a Better World 기념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예전에 뉴멕시코 산타페(Santa Fe)에서 봤던 '기적의 계단'을 떠올리게 하는 원형의 나무계단이 있었다. 이러한 장식미술(decorative arts)도 공예품과 함께 이 미술관의 중요한 주제라고 한다.
또 행위예술(?) 작품도 있었는데, 전시된 유리로 만든 고글과 헬멧 및 물주머니에 슬리퍼까지 유리로 만들어서 신고는 뒤쪽 사진과 같이 멕시코 국경장벽 앞을 걸었단다. 하지만 유리 슬리퍼가 깨지는 바람에 얼마 못가서 포기했다고... '국경의 신데렐라'인가?
빠질 수 없는 기념품 가게 구경인데, 벽장 위의 사다리와 문 위에 걸린 물고기(?)도 파는 건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레드카펫이 깔려있는 줄 알았으면 드레스라도 준비해 올 걸...^^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를 지나서 정면에 오렌지색 빛이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넓은 공간에는 색색의 조명을 받는 커다란 그물(?)이 사방으로 매달려서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고, 바닥에는 등고선처럼 보이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멀리 벽에 붙은 설명에 따르면 작품명 <1.8 Renwick>은 2011년 일본 토호쿠 대지진으로 지구의 자전주기가 백만분의 1.8초 짧아진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간과 물리적 세계의 상호작용을 나타내고 있단다. "현대미술에 대한 설명은 더 이상 쓰지 않기로 다짐했었는데..."
아래에서 올려다 보니 구멍이 뚫린 그물을 배경으로 커플셀카를 찍을 때는 조명이 보라색 계열로 천천히 바뀌었다~
만화 스펀지밥에 나오는 '불가사리'인 패트릭을 따라하는 위기주부와
노래 부르는 오페라 가수(Opera Singer)를 흉내내는 아내의 모습이다.
멀리서 볼 때는 해바라기인지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하나하나 자세히 보니까 엄청 기괴하고 무서움...
팔각형의 홀에 설치된 네온사인 작품인데 'UNIMAGINABLE' 단어만 불이 꺼졌다 켜졌다 했다. "지금 이 순간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였었다."
스타벅스의 종이컵과 두껑 등의 일회용품들만 잔뜩 모아 놓았던 <Drag>라는 작품이다.
한국계 예술가의 작품도 있었는데, 찌그러진 백자에 그려진 그림을 자세히 보면 산수화 가운데에 공룡이 노닐고 있다.^^
이렇게 2층을 한 바퀴를 돌고 그랜드살롱으로 다시 오니까 이번에는 푸른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 방에는 피아노도 한 대 놓여 있었는데 음악까지 더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건너편으로 가서 사진의 모델이 되어준 후에 함께 다시 레드카펫을 밟고 아래에 보이는 출구로 나가는 것으로 30분 정도의 짧은 렌윅갤러리(Renwick Gallery) 관람을 마쳤다.
미술관 정문 앞에는 비밀경호팀(Secret Service) 소속의 반짝반짝한 경찰차들이 옆으로 나란히 서서 도로를 막고 있다. 그 이유는 가로수 너머로 보이는 아이젠하워 행정동(Eisenhower Executive Office Building)의 바로 왼편으로, 이 날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펜실베니아 애비뉴 1600번지' 주소의 백악관(White House) 정문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미국의 제34대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기념해서 약 2년전인 2020년 9월 17일에 개관한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메모리얼(Dwight D. Eisenhower Memorial)은 워싱턴DC의 내셔널몰 지역에 만들어진 가장 최신의 국가기념물(National Memorial)이다. LA의 유명한 디즈니홀(Disney Hall) 등을 설계한 세계적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을 했지만, 기념관 건물이라기 보다는 현대적 조형물이 있는 도심공원에 가까운 모습이다.
DC의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이 외부공사를 하는 모습인데, 2018년부터 무려 10억불을 들여서 모든 전시와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을 마치고, 올가을에 마침내 재개장을 한단다. 옛날 모습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몇 달 후에 방문해보기로 하고, 이제부터 간단히 소개할 아이젠하워 기념관은 이 건물에서 Independence Ave를 건넌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여기가 미국 대통령 기념관 맞아?" 공원간판도 없는 입구에서는 커다란 대리석 기둥과 함께, 등을 돌리고 쭈그려 앉아있는 소년의 동상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캔사스 주의 애빌린(Abilene)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목장일을 도우며 자란 소년이, 차례로 미국의 오성장군과 대통령이 된 미래의 자신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뒤로 아이스크림을 파는 푸드트럭이 보이는데, 이 날은 7월4일 독립기념일 불꽃놀이가 있어서 내셔널몰 교통이 모두 통제되었기 때문에, 여기 지하철역 부근에서 장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 서쪽 기둥에는 오성장군의 표식과 함께 그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연합군 최고사령관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기념관 중앙의 넓은 대리석 바닥에는 좌우로 두 개의 인물 조각들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 전부인 단순한 구조이다.
뒷 배경이 되는 반투명 철판의 아래에서 겨우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라고 커다랗게 조각된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 부부 빼고는 지금 그늘에서 쉬고있는 가족이 유일한 방문객이었고, 국립공원청 직원도 퇴근을 했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일인 1944년 6월 6일 아침에, 곧 낙하산을 타고 독일군이 점령한 땅에 뛰어내려야 하는 미군 101공수사단의 병사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에 차례로 육군참모총장, 컬럼비아대학교 총장, NATO군 최고사령관을 거쳐서, 1952년말에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된다.
두번째 인물 조각은 미국의 제34대 대통령으로 1953~1961년 연임한 것을 나타낸다. 사모님이 조각의 기단에 앉아서 잠시 포즈를 취해 주기는 했지만, 7월의 햇살에 달궈진 대리석 바닥에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동쪽 입구에는 대통령 재임기간을 표시한 다른 기둥이 하나 더 서있고, 사진 오른쪽의 나무 뒤로 작은 비지터센터가 만들어져 있지만 너무 더워서 저기까지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중에 기둥 뒤로 보이는 스미소니언 인디언박물관과 그 너머 국립식물원 등을 구경할 때, 비지터센터는 들러보기로 하고 그냥 돌아섰다.
아이젠하워 기념관의 가장 큰 특징은 배경을 이루고 있는 이 금속으로 만든 '걸개그림' 태피스트리(Tapestry)이다. 전체 길이가 동서로 136미터에 높이가 6미터나 되는 스테인레스 철망에 철사로 수를 놓아서 그린 그림은 노르망디 해안의 평화로운 모습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제작 당시에 바로 뒤에 보이는 미국 교육부 건물에서 잠시 항의를 받기도 했으며, 밤에 조명이 들어왔을 때 보면 아주 멋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날은 햇살이 너무 뜨겁고 눈부셔서 자세히 구경을 할 수가 없었는데다, 갑자기 도로쪽에서 큰 소음이 들려왔다.
독립기념일에 인디펜던스 길로 오토바이와 사륜차를 탄 사람들이 엔진소리를 내며 단체로 지나가는 것이었다. 옛날에 삼일절이나 광복절에 폭주족들이 떼로 몰려다니던 것이 떠올랐는데, 한국이나 미국이나 사람들 생각이나 행동은 다 거기서 거긴가 보다~
그래도 이렇게 앞바퀴를 들고 지나가는 것을 보니, 시끄럽기는 했지만 잠시 구경거리는 되었다.^^ 여기가 내셔널몰 남쪽 경계라서 좀 외진 곳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경비가 삼엄한 동네에서 저러고 다녀도 괜찮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와서 3곳이나 잠깐씩 구경을 모두 마쳤다. 이제 다시 '국립잔디밭'으로 돌아가서 저녁 도시락을 먹은 후에 DC의 불꽃놀이를 구경했던 것도 이미 소개해드렸고, 이것으로 지난 7월의 이야기는 모두 끝났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