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주도인 덴버(Denver)에서 25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약 100 km 정도 떨어진 제2의 도시인 콜로라도스프링스(Colorado Springs)는 이제 소개하는 곳 이외에도 유명한 온천과 폭포, 기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 미국의 공군사관학교와 올림픽 선수촌 등이 있는 유명한 관광지이자 휴양도시이다. 그래서 마땅히 하루정도 숙박을 하면서 두세곳은 둘러보는 것이 예의였겠지만, LA에서 2차 대륙횡단을 시작한 지 일주일을 넘겨 8일째인 그 날 오후까지도 아직 '미서부'를 벗어나지 못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오늘은 한 곳만 둘러보는 것 양해 부탁드리고, 다음에 예의를 갖춰서 다시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전에 로열고지브리지(Royal Gorge Bridge)를 구경하고 1시간여를 달려서 바로 찾아온 곳은 콜로라도스프링스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이었다. 참고로 떠나온 LA에도 여기와 비슷하다고 똑같이 'Garden of the Gods'라고 부르는 공원이 하나 있기는 한데, 괜히 눈 버리니까 여기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옛날 여행기를 보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비지터센터의 입구에서부터 예상은 했지만, 내부도 왠만한 국립공원 이상으로 정말 잘 만들어 놓았는데, 중요한 것은 시에서 운영하는 공원으로 입장료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곳에 사는 여러 야생동물의 박제들 앞에서, 아내가 뒤에 서있는 블랙베어의 포즈를 따라하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바위들과 똑같은 모양을 만들어서 모형도에 세워놓은 것에서도 이 전시실의 수준이 느껴졌고, 좌우의 다른 전시와 기념품 코너를 좀 구경한 후에 밖으로 나갔다.
뒤쪽의 바위들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 포즈를 취하다 보니...^^ 공원 이정표에 저렇게 그 때의 연월을 표시해서, 나중에 사진만 보고도 언제 방문했는지 바로 알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로 생각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멀리 가운데 보이는 제일 높은 산이 해발 14,115피트(4,302 m)의 파익스피크(Pikes Peak)로 자동차와 기차로 정상 바로 아래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저기보다 딱 몇 미터 더 높은 마운트에반스(Mount Evans)의 정상을 2018년 콜로라도 여행때 밟아봐서 그런지, 꼭 올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었다. 비지터센터 전망대에서 전체 풍경을 감상했으니, 이제 저 아래로 내려가 차를 몰고 붉은 바위들을 가까이서 구경할 시간이다.
공원지도는 여기를 클릭하면 직접 보실 수 있는데, 우리는 일방통행 도로에서 처음 나오는 가장 큰 P2 주차장에 도착해 차 안에서 뭘 좀 먹고 내렸다. 공원에는 붉은 바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왼쪽에 보이는 하얀 바위도 있었는데, 이름이 White Rock이었다... 쩝~
붉은 바위가 이렇게 솟아있는 것을 보니, 비록 대륙의 경계는 넘어왔지만 아직 '미서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다가가서 게이트웨이(Gateway)라 불리는 사잇길로 걸어가니 바위에 동판이 하나 붙어 있었다.
이 땅의 소유주였던 Charles Elliott Perkins가 1909년에 사망하자, 그의 유언에 따라서 자녀들이 이 곳을 콜로라도스프링스 시에 기증을 했는데, 조건이 누구나 무료로 구경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100년도 훨씬 지난 지금 우리 부부도 공짜로 구경을 하고있는 것이다.
게이트웨이를 지나면 넓은 초원과 함께 뾰족한 첨탑같은 바위들이 등장을 한다. "여기 신들은 수석(壽石) 수집가였나봐~"
분명히 부러진 꼭대기가 안 떨어지고 걸려있는 것 같았던 이 바위는 Cathedral Spires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붉은 바위들에 둘러싸여서 둘러본 짧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멀리 있는 큰 바위에는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잠깐 등장을 한다.
아내의 뒤로 보이는 나란히 서있는 가느다란 바위 3개의 이름은 Three Graces라고 한다.
"나도 왕년에 바위 좀 탈려고 했었는데... 이제는 몸이 안 따라주네~"
햇살은 따뜻해 보이지만 해발고도가 2천미터 가까운 곳이라서 바람은 제법 쌀쌀해 둘 다 털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계속 일방통행 도로를 달리는데, 얕은 언덕을 넘은 후에 도로변에 반드시 차를 세워야 하는 곳이 나왔다.
모든 여행책자와 홈페이지에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을 대표하는 풍경사진을 여기서 찍은 것으로, 오른편에 나무들 속에 서있는 첨탑들을 위에 보여드린 것이다. 이제 미련없이 공원 출구쪽으로 차를 몰았는데, 그 직전에 볼거리가 하나 더 남아있다.
도로 바로 옆에서 지는 해를 가리고 있는 저 바위는 밸런스드락(Balanced Rock)인데, 어떻게 균형을 잡고 서있는지 보기 위해서 오른편 사람들을 따라서 위쪽으로 올라가봤다.
여기서는 뭐 그렇게 위험하게 놓여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바로 차로 돌아가서 두 바위 사이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지나쳤는데, 뒤를 돌아보던 아내가 빨리 차를 길가에 다시 세우라고 했다.
정말로 여기서 보니까 제법 위태하게 발란스를 잡고 서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콜로라도스프링스 시내를 관통해서 쉬지 않고 동쪽으로 달려서 리몬(Limon)이라는 곳에서 인터스테이트 70번(Interstate 70) 고속도로를 탔다.
1차 대륙횡단 때는 I-40을 서쪽 시작점부터 동쪽으로 약 85%를 달렸었다면, 2차에서는 위 지도에 표시된 I-70의 전체구간 중에서 유타 주 Green River 전후로 잠깐 달린 것을 제외하면, 덴버를 조금 지나서부터 세인트루이스까지 760마일, 그러니까 가운데 35% 정도만 대륙횡단에 이용했다. 그래도 우리의 두번째 대륙횡단의 주요도로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인터넷에서 가져온 지도와 함께 기록으로 여기 남겨둔다.
미국을 가장 크게 4개 지역으로 나눈다고 할 때, 서부(West) 콜로라도 주에서 중서부(Midwest) 캔사스 주로 들어가는 순간에 흐릿하게 찍힌 캔사스(Kansas)의 환영간판이다. 2차 대륙횡단의 첫날에 깜깜한 밤에 LA을 떠났던 것처럼, 그렇게 8일째 밤에는 미서부와 작별을 했다. (야반도주가 특기인가? ㅎㅎ) 지평선에서 수 없이 반짝이던 붉은 불빛들이 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풍력발전기라는 답을 찾았던 것이 우리가 캔사스 주에서 처음 기억에 남는 일이었고, 1시간 가까이 더 달려서 콜비(Colby)라는 마을에서 숙박을 한 것으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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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기 직전인 2019년말에 운 좋게 다녀왔던 페루 여행기를 쓰면서, 1980년대에 처음으로 세계여행전집을 봤던 기억을 떠올린 적이 있다. 이제 소개하는 여행지도 그 책의 미국편에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로 소개가 되었던 것이 분명히 떠오른다. 물론 지금은 훨씬 더 높은 다리가 전세계 특히 중국에 많이 생겼지만, 2001년까지 무려 70년 이상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였고, 놀랍게 아직까지도 미국에서는 가장 높은 다리의 타이틀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콜로라도 주의 로얄고지브리지(Royal Gorge Bridge)를 찾아가는 날이다.
2차 대륙횡단의 8일째 아침을 맞았던 콜로라도 캐년시티(Cañon City) 모텔의 우리 방앞에 이삿짐차가 서있는데, 외관은 허름하지만 방도 깨끗하고 포함된 아침식사도 괜찮았던 기억이다. 체크아웃을 하고는 강가의 이 마을을 떠나서, 어제 오후에 내려왔던 언덕을 다시 서쪽으로 50번 국도를 따라 거슬러 한 참을 올라가서 절벽에 걸린 그 다리를 찾아갔다.
강풍이 불던 10월말 수요일 아침에 로얄고지 다리공원(Royal Gorge Bridge & Park)의 첫번쩨 손님이 우리 부부였다. 아래에 자세히 설명을 하겠지만 저 로얄고지브리지(Royal Gorge Bridge)는 만들어질 때부터 지금까지 개인소유라서 별도의 입장료를 내야만 구경을 할 수 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매표소 안의 직원 말고는 다른 사람들 아무도 없었지만,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얼굴이 시러워서 둘 다 마스크를 했다. 나중에 마스크를 벗고 찍은 커플셀카도 많이 있지만, 왠지 이 모습이 그 날 아침의 추억을 더 잘 살려주는 것 같아서 이 컷으로 낙점을 했다.^^
우리 부부가 잠깐 전세 낸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데, 성조기를 봐도 알 수 있지만 바람이 정말 심하게 불었다. 다행히 좌우의 난간이 상당히 높게 만들어져서 겨우 안심하고 걸어갈 수 있었다.
저 아래 흘러가는 아칸소 강(Arkansas River)에서 여기 다리까지의 높이는 955피트(291 m)로, 무려 100년 가까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다리'의 칭호를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2등은 아리조나 후버댐 앞에 2010년에 만들어진 Mike O'Callaghan–Pat Tillman Memorial Bridge로 높이가 900피트(274 m)인데, 여기를 클릭해서 10년전에 방문했던 여행기를 보실 수 있다.
로얄고지브리지(Royal Gorge Bridge)는 처음부터 관광을 목적으로 1929년에 당시 35만불(현재로는 약 4백만불)을 들여서 6개월만에 건설된 철제 현수교이다. 즉, 교통을 위한 도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도 상판은 사진처럼 나무판자로 되어있는데, 가끔 주먹이 들어갈만큼 벌어진 곳도 있었다. 2차대전 후에 이 다리는 텍사스 정유업계의 거부인 Clint Murchison에게 팔렸는데, 그는 자기가 산 다리를 1969년에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와보지 않았다고 하며, 그의 사후에 후손이 캐년시티와 함께 본격적으로 놀이공원으로 개발을 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거센 바람에 스마트폰이 날아갈까봐 거의 부서질 듯 움켜쥐고 힘들게 찍었던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가 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을 따라서 좁은 철로가 놓여있는데, 숙박했던 캐년시티에서 출발하는 관광열차를 타면 다리 아래로 지날 수가 있다. 또 영상 후반부에 보이는 강가의 건물은 여기 절벽 위 공원에서 바닥까지 비탈을 따라 내려가는 1931년에 만들어진 경사철로(incline railway)를 타고내리는 곳인데, 2013년의 화재로 손상된 이후에 현재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
전체길이 1,260피트(384 m)의 다리를 다 건너와서 돌아보니, 이 날의 두번째 손님들이 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돌아갈 때는 다리의 동쪽에 만들어진 입장료에 포함된 곤돌라를 타면 로열고지 협곡과 다리의 전체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흑흑~ 강풍으로 운행을 하지 않고 있었다... 빨간 곤돌라 왼쪽으로도 두 개의 줄이 보이는데, 집라인을 타고도 이 협곡을 건너갈 수도 있지만 별도의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이 외에도 절벽끝의 그네에 매달려서 날아보는 Royal Rush Skycoaster와 절벽에 설치된 고정로프를 이용해 가이드를 따라서 강가 근처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Via Ferrata라는 암벽등반 프로그램도 있다.
언덕 아래의 작은 무대 뒤로 3층 목조건물과 회전목마 등이 있는 어린이 놀이터인 Tommy Knocker Playland가 있어서,
이렇게 노란 기차를 타고 잠깐 놀았다~^^
다리로 돌아가는데 직원분이 이 쪽으로 걸어오길래 혹시 곤돌라 운행하냐고 물어보니까, 오전 중에는 계속 운행이 불가능할거라고 했다. 장난감 기차만 타면서 오후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라서 그냥 곤돌라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타보기로 하고 깔끔하게 포기했다.
다시 건너기 전에 이 쪽에 만들어져 있던 극장 겸 박물관에 들어갔다. 커다란 순록의 머리들 아래에는 다리의 100년 역사와 관련된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안내영화는 2013년의 산불로 다리 양쪽의 시설들이 모두 타버린 후에 복구하는 모습 등을 주로 보여주었다. 즉 다리를 제외한 모든 시설은 최근에 모두 새로 만든 것이라서 최신식이었던 것이다.
건초더미와 호박으로 꾸며놓은 추수감사절 장식 앞에서 사진 한 장 부탁해서 찍고는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돌아갈 때는 다리 한가운데 위치에서 위기주부가 사진을 찍을 차례~
현수교를 지탱하는 오래된 '철사다발'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게 약간 불안해 보였지만, 1980년대에 안전과 관련된 보강공사는 모두 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 저 절벽 위에 아슬아슬하게 지어놓은 비지터센터에서 커피 한 잔 들고 발코니에 서서 다리를 감상할 차례이다.
3백미터 가까운 깊이의 협곡을 보면서, 2018년의 콜로라도 여행에서 방문했던 블랙캐년오브더거니슨(Black Canyon of the Gunnison) 국립공원의 시꺼먼 협곡이 떠올랐다. 블랙캐년의 깊이는 6백미터가 넘으니까 거기에 다리를 놓으면 단숨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가 되는데 절대 안 만들겠지? 2022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는 중국의 Duge Bridge로 높이가 565미터이고, 이 로얄고지 다리의 전세계 순위는 24등이다. (참고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6등이 모두 중국 다리이고, 30위 안에 26개가 중국에 있다고 함)
아주 오래전에 봤던 세계여행전집에 나왔던 사진도 이런 구도가 아니었을까? 요즘은 모든 여행정보와 사진이 인터넷에 있어서 쉽게 바로 찾아볼 수 있지만, 가끔은 그 아날로그적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그 책들이 부산집에 아직 그대로 있을까?) 요즘은 매일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만 옛날 여행사진들을 보는데, 대륙횡단으로 이사 온 버지니아 집의 셀프 마루공사도 마쳤으니, 인화해서 액자에 넣어뒀던 여행사진들이나 꺼내서 벽에 걸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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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서부의 건조한 지역에서부터 바람에 실려 북동쪽으로 날려온 모래가, 콜로라도 주에서 대륙의 등뼈와 같은 록키산맥의 일부인 상그레데크리스토 레인지(Sangre de Cristo Range)를 만나는 곳에서 땅으로 떨어지며 수만년 동안 쌓인 것이 그레이트샌드듄 국립공원(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인데, 그 곳에 있는 스타듄(Star Dune)은 계곡 바닥에서부터 높이가 무려 755피트(230 m)로 북미에서 가장 높은 모래언덕이다.
그 모래언덕을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 우리는 비지터센터를 나와서 공원지도에 Dunes Parking이라 표시된 곳을 찾아가고 있다. 여기 도로에서 수직으로 200미터 이상 솟아있는 저 모래언덕들이 하얗게 보이는 이유는 전편에서 알려드린 바와 같이 눈이 내렸기 때문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겉옷을 하나 더 껴입고 털모자까지 쓰고 차에서 내렸다. 여기서 가을의 누런 수풀 너머로는 안내판의 사진과 같이 메다노 크릭(Medano Creek)이 모래밭 위로 흘러간다고 되어 있지만,
10월말의 늦가을에는 물이 흐르지 않고 그냥 이렇게 젖은 모래밭이었다. 높은 산의 눈이 녹는 봄철에는 이 넓은 땅을 덮으면서 개울이 흐르기 때문에, 모래놀이와 물놀이를 동시에 즐길 수가 있다고 한다.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시면 엄청난 바람소리와 함께,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얼굴이 추워서 마스크를 하고, 위기주부가 360도를 돌며 다 찍을 때까지 제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모님이 보인다. 사실 주차장에서 탁 트인 여기로 걸어나오는 순간에 이미, 우리는 모래언덕까지 걸어갈 운명은 아니라는 것을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커플셀카부터 한 장 찍고, 주변을 조금 둘러보며 사진이나 몇 장 더 찍으며 풍경을 음미하기로 했다.
아마 바람이 쎄서 남편이 날려 쓰러진다고 저런 포즈를 취했던 것 같은 기억이다...^^
그렇게 돌아선 우리를 지나서 씩씩하게 모래언덕으로 향하는 사람들... "모두 저 꼭대기까지 반드시 올라가세요~ 화이팅!"
모래언덕을 못 올라간 대신 그래도 차로 가볼 수 있는 곳은 다 찍어보자는 생각에, 계속해서 캠핑장 표시가 있는 북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보기로 했다. 정면에 보이는 하얀 봉우리는 Mount Herard로 해발고도가 13,297피트(4,053 m)나 된다.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 있는 작은 간이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위기주부만 혼자 잠깐 내렸다. 그 10여분 사이에 모래언덕에 쌓였던 눈은 많이 녹았지만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다.
여기서부터는 저 차가 나오는 비포장도로가 계속 이어져서 국립보호구역(National Preserve)을 지나 산맥을 넘어가는 Medano Pass 고갯길이 있다고 되어있지만, 하이클리어런스(high-clearance) 4WD 전용인 저리로 우리 이삿짐차가 넘어갈 수는 없는 일... 이제는 차를 돌려서 들어왔던 공원입구로 다시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그레잇샌듄 국립공원을 나가기 전에 비지터센터에 다시 잠시 들렀다. 오늘 숙박하는 곳까지는 여기서 3시간 이상을 또 달려야 하고, 중간에 마땅히 들릴만한 곳도 없어서 미리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모래언덕을 밟아보지도 않고 떠나지만 별로 아쉬움이 없었던게 신기한데... "어차피 공원브로셔 못 받아서 봄에 다시 와야 하니까~"
공원을 나와서 지도에 Lane 6로만 표시된 직선도로를 서쪽으로 달리는데, 멀리 앞서 가던 차가 속도를 줄이며 반대편 차선으로 이동하길래, 거리를 좁혀보니 이렇게 마주 오는 소떼를 만난 것이었다.
아내가 우리 차 옆으로 지나가는 소들을 찍은 비디오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아래의 2018년 사우스다코타의 커스터 주립공원처럼 야생의 버팔로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도로 한가운데서 소들에게 둘러싸였던 경험은 예상치 못한 이 날 대륙횡단 여행의 보너스였다.
그런데 꼭 이렇게 도로 위에서 볼 일을 보시는 소님들이 있더라~
소떼의 맨 뒤에는 말을 탄 카우보이가 있었고, 오른편에 살짝 보이는 자동차에는 그의 아내가 타서 갓길을 따라 운전하면서 역시 소를 몰고 있었다. 소떼와 카우보이 구경을 마치고 이 직선도로가 17번 도로와 만나는 Mosca라는 곳에서 우회전을 해서 북쪽으로 달렸는데, Moffat 마을을 지나면서 도로 옆으로 뜬금없이 한반도가 그려진 표지판이 보였다. 그래서 대륙횡단을 마치고 구글스트리트뷰로 찾아봤더니...
노란 한반도의 위아래로는 "38TH PARALLEL, THE FORGOTTEN WAR"라고, 좌우로는 625전쟁의 시작과 끝의 날자가 적혀있는 표지판이 양방향으로 세워져 있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한국전에 참전했던 콜로라도 주 출신의 베테랑들을 기리는 의미로 북위 38도의 '38선'에 맞춰서, 여기와 서쪽의 285번 국도 두 곳에 이런 기념판을 세웠다고 한다. 옛날 2015년에 딸 덕분에 LA 샌페드로 항구에서 한국전쟁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도 느꼈었지만 (포스팅을 보시려면 클릭), 들어보지도 못한 나라의 전쟁에 참가했던 그 당시 미국 청년들에게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Poncha Springs에서 동쪽으로 우회전을 하면 50번 국도를 따라 달리게 되는데, 2020년에 네바다 주에서 달렸던 그 '미국에서 가장 외로운 도로'가 콜로라도를 지나는 구간이다.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흐르는 계곡은 아칸소 강(Arkansas River)으로 나중에 미시시피 강과 만나서 멕시코 만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 아칸소 강가에 있는 캐년시티(Cañon City)에서 2차 대륙횡단 7일째 밤의 숙소를 잡았고, 생각해보니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도 않고 다닌 것을 알고는, 여기 시내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모처럼 푸짐하게 저녁을 먹기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스테이크와 샐러드 등을 주문해서 오래간만에 고기로 영양보충을 했는데, 사진을 찍을 때 위기주부의 저 자세와 표정은 아마도 아래의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흉내냈던 것 같다.^^
저녁을 잘 먹고 나오니 10월말이라 저녁 7시반인데 깜깜해졌고, 쥐 죽은 듯이 고요했던 시내 중심가 사진 위 밤하늘에 점점이 떠있는 것은 별인지 아닌지 가물가물하다~ 다음날 8일째는 이 마을에 있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다리'와 1시간쯤 이동해서 '신들의 정원'을 구경하고는 콜로라도 주를 벗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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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에서 동쪽으로 두 번의 미대륙 횡단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내륙에 있는 가보지 못한 미국의 국립공원(National Park)들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짧게 7박8일로 끝낸 1차 대륙횡단에서 핫스프링스(Hot Springs)와 그레이트스모키마운틴(Great Smoky Mountains), 그리고 집 근처라 계획에 넣지 않았던 쉐난도어(Shenandoah)까지 3곳을 방문했고, 이제 2차 대륙횡단의 7일째가 되어서야 마침내 새로운 국립공원을 하나 더 방문하게 된다. 물론 그 전까지 '미서부와의 이별여행'으로 예전에 가봤던 6곳의 국립공원을 일일이 다시 찾아가서 안녕을 고했던 것은 이미 알려드렸다.
휴식을 위해 2박을 했던 콜로라도 듀랑고(Durango)의 모텔 앞에 세워둔 이삿짐 2호차가 밤새 가을비와 낙엽을 맞았다. "너도 잘 쉬었지? 우리 다시 달려보자꾸나~"
대륙횡단 여행기를 쓰면서 그 날의 이동경로를 거의 보여드리지 않았는데, 이 날은 루트가 좀 복잡하기도 해서 기록으로 하나 올려본다. 특히 일부러 표시한 폰차스프링스(Poncha Springs)는 2018년에 블랙캐년(Black Canyon) 국립공원을 구경하고나서 서쪽에서 북쪽으로 지나갔던 곳인데, 이번에는 그 사거리를 남쪽에서 동쪽으로 통과하면서 두 자동차여행의 접점이 만들어진 곳이다. (위 지도에는 Alamosa를 거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거기까지 안 내려가고 그 위의 Mosca를 동서로 지났음)
지도를 올린 또 다른 이유는 이 여행기의 사진들이 대부분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찍은 도로의 모습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160번 국도가 Pagosa Springs를 지나자 이렇게 도로 좌우의 들판에도 하얗게 눈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도로가 점점 높은 산으로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잠시 후 우리는 약간의 경사가 있는 산길로 접어들었는데, 약하게 눈발이 조금 날리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제설차가 도로에 염화칼슘을 뿌리고 지나간 흔적이 있었다는 것... 그래도 두 번의 대륙횡단에서 1차때 아칸소 주의 꼬불한 산길을 밤에 달린 것과 이 때가 가장 긴장해서 운전을 했던 기억이다.
당시 제설차가 서있고 눈이 제법 쌓였던 해발 10,857피트(3,309 m)의 울프크릭패스(Wolf Creek Pass)의 안내판 사진을 인터넷에서 가져왔다. 대륙횡단에서 이런 대륙경계(Continental Divide)를 넘어가는 중요한 곳은 내려서 구경을 해야 하지만... 당시에는 차에서 내릴 생각은 고사하고, 조수석의 아내도 창밖으로 사진 한 장 찍을 여유조차 없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천천히 그냥 대륙의 경계를 통과했었다.
고개를 넘어 작은 스키장이 나오고 경사가 좀 완만해진 후, 이렇게 파란 하늘이 보인 다음에야 긴장을 풀고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었다. 휴~ 그리고는 나오는 평지를 정동쪽으로 달리는 시골길을 1시간 이상 더 운전했을까...
누런 풀밭을 달리며 뭐가 나올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 때쯤에, 조수석의 아내가 왼쪽 멀리를 자세히 보라고 했다.
거기에는 눈에 덮여서 하얀 모래언덕이 있었다! 2015년에 여기 콜로라도 남쪽의 뉴멕시코 주의 화이트샌드(White Sand) 국립공원에서 진짜로 하얀 모래언덕을 봤던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었다.
눈길을 헤치고 4시간 가까이 쉬지않고 달려서, 마침내 콜로라도 주에서 하나 남았던 미지의 내셔널파크인 그레이트샌드듄 국립공원(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 입구에 도착했다. 그래서 여기 '그레잇샌듄'은 위기주부가 39번째로 방문하는 미국의 국립공원으로 기록되었다.
넓게는 이런 모습인데, 우리집 사모님은 춥다고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사진을 찍어주셨다~
조금 더 들어가니까 매표소가 나와서 연간회원권을 보여줬는데, 당시 물류문제로 국립공원 브로셔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위기주부가 수집하는 NPS의 까만 줄 브로셔 받으러 한 번 더 가야된다...^^
처음 방문한 곳의 여행기니까 잘 보이지 않지만 공원지도도 한 장 올려놓는다. 앞서 사진의 간판에 모두 Great Sand Dunes National Park and Preserve라고 씌여있는데, 중요한 사실은 이 지도에서 가운데 세로방향 녹색의 가는 선을 따라서 국립공원(National Park)과 보호구역(Preserve)이 나누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즉, 별도의 국립공원청 오피셜유닛 두 개가 붙어있는 셈인데, 우리는 모래언덕 부근만 돌아다녔기 때문에, 산맥쪽의 그레이트샌드듄 보호구역은 방문했다고 할 수가 없다.
연간 5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국립공원이라서 비지터센터와 주차장도 아주 크게 만들어 놓았지만, 이 때 쌀쌀한 10월말에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그럼에도 당시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내에 최대인원 제한이 있어서, 잠깐 기다렸다가 입장을 할 수 있었다. 이 때 오른쪽 방문기념 스탬프를 찍는 곳 아래에 붙어있는 그림에 눈이 갔다.
설산을 배경으로 솟아있는 주홍색 모래언덕을 향해 스카프를 휘날리며 맨발로 걸어가는 그녀와 남친~ 우리 부부도 뭔가 저렇게 분위기 있게 걸어보고 싶었으나...
따뜻한 실내의 비지터센터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저 풍경이 너무 추워보여서, 그냥 한 10분 정도를 기념품과 전시물들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그런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가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 것 같아서, 용감하게 비지터센터에서 시작하는 트레일을 조금 걸어볼까 했으나... 저 찡그린 표정에서 느껴지지만, 바람은 조금 전보다 더 쌀쌀해져서 저 첫번째 안내판까지도 가기 힘들었다.
그래서 급히 커플셀카만 한 장 찍고는 다시 비지터센터 안으로 돌아서 들어갔다~^^
그렇다고 국립공원에 와서 비지터센터만 보고 떠나는 것이 말이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차를 몰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간 여기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샌드듄(Sand Dunes)과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직접 모래를 밟아보기로 했다. 옷가방에서 겉옷을 하나 더 꺼내서 두 겹으로 입고 털모자도 쓰고 차에서 내려 샌드듄으로 향했던 이야기는 후편에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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