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주도인 덴버(Denver)에서 25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약 100 km 정도 떨어진 제2의 도시인 콜로라도스프링스(Colorado Springs)는 이제 소개하는 곳 이외에도 유명한 온천과 폭포, 기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 미국의 공군사관학교와 올림픽 선수촌 등이 있는 유명한 관광지이자 휴양도시이다. 그래서 마땅히 하루정도 숙박을 하면서 두세곳은 둘러보는 것이 예의였겠지만, LA에서 2차 대륙횡단을 시작한 지 일주일을 넘겨 8일째인 그 날 오후까지도 아직 '미서부'를 벗어나지 못 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오늘은 한 곳만 둘러보는 것 양해 부탁드리고, 다음에 예의를 갖춰서 다시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전에 로열고지브리지(Royal Gorge Bridge)를 구경하고 1시간여를 달려서 바로 찾아온 곳은 콜로라도스프링스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이었다. 참고로 떠나온 LA에도 여기와 비슷하다고 똑같이 'Garden of the Gods'라고 부르는 공원이 하나 있기는 한데, 괜히 눈 버리니까 여기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옛날 여행기를 보시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비지터센터의 입구에서부터 예상은 했지만, 내부도 왠만한 국립공원 이상으로 정말 잘 만들어 놓았는데, 중요한 것은 시에서 운영하는 공원으로 입장료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곳에 사는 여러 야생동물의 박제들 앞에서, 아내가 뒤에 서있는 블랙베어의 포즈를 따라하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붉은 바위들과 똑같은 모양을 만들어서 모형도에 세워놓은 것에서도 이 전시실의 수준이 느껴졌고, 좌우의 다른 전시와 기념품 코너를 좀 구경한 후에 밖으로 나갔다.
뒤쪽의 바위들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 포즈를 취하다 보니...^^ 공원 이정표에 저렇게 그 때의 연월을 표시해서, 나중에 사진만 보고도 언제 방문했는지 바로 알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로 생각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멀리 가운데 보이는 제일 높은 산이 해발 14,115피트(4,302 m)의 파익스피크(Pikes Peak)로 자동차와 기차로 정상 바로 아래까지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저기보다 딱 몇 미터 더 높은 마운트에반스(Mount Evans)의 정상을 2018년 콜로라도 여행때 밟아봐서 그런지, 꼭 올라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었다. 비지터센터 전망대에서 전체 풍경을 감상했으니, 이제 저 아래로 내려가 차를 몰고 붉은 바위들을 가까이서 구경할 시간이다.
공원지도는 여기를 클릭하면 직접 보실 수 있는데, 우리는 일방통행 도로에서 처음 나오는 가장 큰 P2 주차장에 도착해 차 안에서 뭘 좀 먹고 내렸다. 공원에는 붉은 바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왼쪽에 보이는 하얀 바위도 있었는데, 이름이 White Rock이었다... 쩝~
붉은 바위가 이렇게 솟아있는 것을 보니, 비록 대륙의 경계는 넘어왔지만 아직 '미서부'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다가가서 게이트웨이(Gateway)라 불리는 사잇길로 걸어가니 바위에 동판이 하나 붙어 있었다.
이 땅의 소유주였던 Charles Elliott Perkins가 1909년에 사망하자, 그의 유언에 따라서 자녀들이 이 곳을 콜로라도스프링스 시에 기증을 했는데, 조건이 누구나 무료로 구경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드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100년도 훨씬 지난 지금 우리 부부도 공짜로 구경을 하고있는 것이다.
게이트웨이를 지나면 넓은 초원과 함께 뾰족한 첨탑같은 바위들이 등장을 한다. "여기 신들은 수석(壽石) 수집가였나봐~"
분명히 부러진 꼭대기가 안 떨어지고 걸려있는 것 같았던 이 바위는 Cathedral Spires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붉은 바위들에 둘러싸여서 둘러본 짧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멀리 있는 큰 바위에는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잠깐 등장을 한다.
아내의 뒤로 보이는 나란히 서있는 가느다란 바위 3개의 이름은 Three Graces라고 한다.
"나도 왕년에 바위 좀 탈려고 했었는데... 이제는 몸이 안 따라주네~"
햇살은 따뜻해 보이지만 해발고도가 2천미터 가까운 곳이라서 바람은 제법 쌀쌀해 둘 다 털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다.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계속 일방통행 도로를 달리는데, 얕은 언덕을 넘은 후에 도로변에 반드시 차를 세워야 하는 곳이 나왔다.
모든 여행책자와 홈페이지에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을 대표하는 풍경사진을 여기서 찍은 것으로, 오른편에 나무들 속에 서있는 첨탑들을 위에 보여드린 것이다. 이제 미련없이 공원 출구쪽으로 차를 몰았는데, 그 직전에 볼거리가 하나 더 남아있다.
도로 바로 옆에서 지는 해를 가리고 있는 저 바위는 밸런스드락(Balanced Rock)인데, 어떻게 균형을 잡고 서있는지 보기 위해서 오른편 사람들을 따라서 위쪽으로 올라가봤다.
여기서는 뭐 그렇게 위험하게 놓여져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바로 차로 돌아가서 두 바위 사이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지나쳤는데, 뒤를 돌아보던 아내가 빨리 차를 길가에 다시 세우라고 했다.
정말로 여기서 보니까 제법 위태하게 발란스를 잡고 서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콜로라도스프링스 시내를 관통해서 쉬지 않고 동쪽으로 달려서 리몬(Limon)이라는 곳에서 인터스테이트 70번(Interstate 70) 고속도로를 탔다.
1차 대륙횡단 때는 I-40을 서쪽 시작점부터 동쪽으로 약 85%를 달렸었다면, 2차에서는 위 지도에 표시된 I-70의 전체구간 중에서 유타 주 Green River 전후로 잠깐 달린 것을 제외하면, 덴버를 조금 지나서부터 세인트루이스까지 760마일, 그러니까 가운데 35% 정도만 대륙횡단에 이용했다. 그래도 우리의 두번째 대륙횡단의 주요도로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인터넷에서 가져온 지도와 함께 기록으로 여기 남겨둔다.
미국을 가장 크게 4개 지역으로 나눈다고 할 때, 서부(West) 콜로라도 주에서 중서부(Midwest) 캔사스 주로 들어가는 순간에 흐릿하게 찍힌 캔사스(Kansas)의 환영간판이다. 2차 대륙횡단의 첫날에 깜깜한 밤에 LA을 떠났던 것처럼, 그렇게 8일째 밤에는 미서부와 작별을 했다. (야반도주가 특기인가? ㅎㅎ) 지평선에서 수 없이 반짝이던 붉은 불빛들이 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풍력발전기라는 답을 찾았던 것이 우리가 캔사스 주에서 처음 기억에 남는 일이었고, 1시간 가까이 더 달려서 콜비(Colby)라는 마을에서 숙박을 한 것으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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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주부가 미서부 여행을 좀 다녀봤다고 블로그에서 말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지난 2009년 여름에 떠났던 30일간의 자동차 캠핑여행이었다. 그 80편의 여행기를 모두 마치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10곳인 '탑텐(Top 10)'을 꼽아서 포스팅으로 소개한 글이 있는데, 그 때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나 캐나다의 레이크루이스 등을 모두 제치고 가족이 1위로 꼽았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
두번째 대륙횡단 이사의 4일째에 새벽같이 유타 그린리버(Green River)의 모텔을 나와서, 70번 고속도로를 조금 달리다 191번 국도로 남쪽으로 빠졌을 때는 이미 해가 뜨기 직전이었다. 일출로 유명한 곳을 먼저 갈지, 아니면 긴 트레일을 해야하는 곳을 먼저 갈지를 놓고 전날 밤에 고민을 했었는데, 아내의 말에 따라서 국립공원 안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아침을 사먹고 중요한 트레일을 먼저 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심각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른 아침부터 기다란 줄이 만들어진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의 입구를 지나서 바로 바위산을 넘어가는데, 브로셔의 공원지도를 보던 아내가 여기 안에는 아침을 사먹을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빈 속에 왕복 3시간 트레일을 할 수는 없었기에 차를 돌려서 입구 옆 비지터센터로 돌아가서, 기념품 가게를 뒤진 끝에 정체불명의 에너지바와 마운틴믹스를 겨우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에너지바를 하나씩 먹으며 다시 바위산을 운전해서 넘어가면, 제일 먼저 나오는 여기 파크애비뉴(Park Avenue)와
밸런스드락(Balanced Rock)은 2009년에 트레일을 했었기 때문에 서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렇게 만사를 제쳐두고 찾아간 곳은 여기 델리키트아치 트레일(Delicate Arch Trail)이 시작되는 곳인데, 정말로 넓은 주차장에 마지막 남은 딱 한자리에 운 좋게 주차를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전날은 이삿짐에서 비치모자를 찾아서 썼던 사모님이 오늘은 농부모자를 쓰고 트레일을 하신다~
1906년에 만들어졌다는 울프랜치(Wolfe Ranch)의 통나무집도 아직 안 무너지고 그대로 잘 있었다. 그런데 깔끔한 창문은 아마도 최근에 새로 바꾼 듯...?
오전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저 바위 언덕 너머에 꼭꼭 숨겨져 있는 아치를 찾아서 걸어가고 있었다.
이전 사진의 오른편 끝에 보이던 암릉 구간을 올라가는 모습인데, 여기는 정확한 트레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사가 급한 편이라서 전체 트레일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선선한 10월에 날씨도 흐려서 땀이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바위산을 넘으면 약간의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지나서 길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멀리 사람들이 보이는 왼편이 아니라 오른편의 바위 옆으로 만들어진 길을 찾아가야 한다.
아내 앞에 이 쪽이 트레일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 2009년에는 아마도 없었던 것으로 생각이 된다.
경사가 급한 바위를 깍아서 계단까지 잘 만들어 놓은 트레일인데, 벌써 돌아오는 하이커들은 델리키트아치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출발한 부지런한 분들이시다.
옛날에 사람이 매달려있던 위쪽의 작은 아치를 다시 보니, 거의 다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멀리 모퉁이를 돌아서면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면서도 가슴이 쿵쾅쿵쾅~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핸드폰으로 비디오를 찍으면서 걸어갔다.
유타 주의 자동차 번호판에도 그려져 있는 델리키트아치와 우리 부부가 12년만에 감동적인 재회를 하는 순간의 동영상을 클릭해서 유튜브로 보실 수 있다. 왜 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시끄러웠던 아기의 울음소리도 추억으로 같이 기록되었다.^^
이 때는 10월이라서 아치 너머로 멀리 흐린 하늘 아래에 눈 덮인 라살(La Sal) 산맥이 보이지만, 지난 번에는 뜨거운 파란 하늘 아래에 붉은 아치가 더욱 선명히 보였었다.
위 사진을 클릭해서 2009년 6월의 여행기를 보시면, 12년전 우리 가족 3명의 모습과 함께 더 많은 이 트레일에 대한 설명과 사진들을 보실 수가 있다.
"바로 이 마운틴믹스(Mountain Mix)가 델리키트아치를 보며 먹는 우리의 아침식사입니다."
두번째 만남의 여유라고나 할까? 그냥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여유있게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갈까 하다가...
그래도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좀 가까이 다가가, 화면에 꽉 차게 아치를 넣고 사진을 부탁해서 찍었다.
장소가 특별한 만큼, 독자들이 지겨우시더라도 부부셀카도 연이어서 올려본다.^^ 그러고는 돌아설까 했지만,
여기까지 내려 온 김에... 우리도 아치 바로 아래에 가서 사진을 찍는 차례를 기다리는 저 줄에 합류했다.
작년 10월초에 올렸던 대륙횡단 이사계획 포스팅을 꼼꼼히 읽어보신 분이라면 기억하시겠지만, 미서부와 이별을 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선택했던 곳에 우리 부부가 서있는 것이다. "영원한 이별은 아니니까, 다시 만날 때까지 무너지지 말고 잘 있어라~"
우리 부부를 찍어준 사람의 핸드폰을 받아 서로 위치를 바꿔서 위기주부가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을 아내가 사진으로 찍었다. 그런데, 꼭 저렇게 줄 안 서고 다른 사람들 차례로 사진 찍는데 옆에서 얼쩡거리는 분들이 계시다.
작별하고 돌아서는데 우리가 기다릴 때보다 줄이 더 길어진 것을 보니 괜히 즐거운...^^ 델리키트 아치를 보며 아침도 잘 먹었겠다~ 이제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12년 전에는 그냥 잠깐 멀리서 보기만 했던 다른 커다란 아치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아래까지 또 트레일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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