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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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에드만 Toni Erdman (2016)

토니 에드만 Toni Erdman (2016)

멧가비|2017년 12월 16일

성장한 자식은 자신만의 눈높이에서 부모를 평가하고 실망한다. 부모는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외면하는 자식에게 섭섭하다. 자식은 자신이 아직 필요로 하지 않는 가치를 강요하는 부모가 밉고, 부모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한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대신 사회가 원하는대로의 노동 기계가 되려고 하는 자식 때문에 아프다. 가족이기에 서로에 대한 이상향적 기대치는 다른 누구에게보다 높다. 가족은 전화기에 저장된 번호를 지운다고 해서 버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함께하지 않아도 언제나 함께인, 멀리 있어도 늘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에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TV처럼 편리하지 않다. 관계를 위해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서 가족 관계란 늘 조금씩은 비극적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에 배인 애수(哀愁)는,

스켈리톤 키 The Skeleton Key (2005)

스켈리톤 키 The Skeleton Key (2005)

멧가비|2017년 11월 23일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루는 공포 영화 중에는 간혹 주인공이 의미 있는 흔적 하나 남기지 못한 채 무력하게 당하기만 하는 것들이 있다. 이런 영화는 대개 두 종류로 나뉜다. 영화 자체가 무의미해져버리는 경우, 그리고 그 무의미함으로 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는 경우. 이 영화는 후자. 주인공 캐럴은 자신이 옳다고 믿고 실천한 행동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케이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이 사실은 위기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도록 설계 된 교묘한 덫이라는 설정. 나는 이런 것을 "올드보이 플롯"이라고 부른다. 복수의 일환으로 오대수가 했던 일들이 사실은 이우진의 거대한 복수극 각본의 일부였던 것처럼, 캐럴은 흑마술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흑마술의 제물이 되는 길로 향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줄리아의 눈 Los ojos de Julia (2010)

줄리아의 눈 Los ojos de Julia (2010)

멧가비|2017년 11월 22일

죽은 자매의 비밀을 추적하는 주인공. 어둠에 가려진 용의자. 주변인들의 비밀.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레퍼런스들을 솜씨 좋게 아귀맞춘 기성품 스릴러. 그 기원을 훑어 올라가면 영화에서 느껴지는 익숙함의 정체가 "히치콕스러움"이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자매의 석연찮은 죽음을 줄리아가 뒤쫓는 과정은 명백히 [사이코]에서 왔음을 알 수 있으며, 사진기 살인마를 묘사하는 연출 방식은 [이창]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덕분에 영화는 상당히 고전적인 뉘앙스를 풍기는데, 그에 걸맞게 2천 십년대에 걸맞을 내러티브의 정교함이나 날카로움보다는 미장센과 연출의 과시에 더 공을 들이는 듯 보이기도 한다. 끝났다 싶으면 다시 가동하는 롤러코스터처럼, 단계별로 나눠서 휘몰아치는 서스펜스. 마치 엔딩이 서너 개는 있는 영

더 도어 Die Tür (2009)

더 도어 Die Tür (2009)

멧가비|2017년 8월 17일

후회와 자책이 선을 넘으면 자기 자신을 파괴하기도 한다. 영화 속 데이빗은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 정말 자기 자신을 살해하는 초현실적 상황에 빠진다. 불륜에 탐닉하느라 딸의 죽음을 본의 아니게 방조한 데이빗. 그 망가진 삶에 조금씩 죽어가던 남자에게 선택의 기회가 찾아온다. 5년전 과거의 삶이 존재하는 평행세계를 발견한 데이빗은, 우발적으로 5년 전의 자기 자신을 죽여버리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삶에 있어서 "빽 도"라는 건 간혹 있기 마련인데, 빽도하기 위해 평행세계의 문을 건넜지만 빽도할 수 없게 되어버린 아이러니. 이 빽도가 빽도를 부르는 빽도의 카오스. 5년 전의 과거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안심했던 데이빗을 다시 궁지로 몰아넣은 건 데이빗처럼 새 삶을 찾아 온 타인들이다.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