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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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고마운 멜번여행 1

낯설지만 고마운 멜번여행 1

eojinsaram|2013년 11월 22일

아침 일을 마치고 방세를 낼 돈을 찾기 위해 ATM기로 향했다.50달러짜리만 나온 돈을 보며 작은 단위(10불)의 돈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수퍼로 향하여 1L짜리 클래식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한통 사 들었다. 한 수저 한 수저, 떠먹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반이 홀 딱 사라진 아이스크림을 보며, 어제 저녁부터 쌓여있던 뭔지 모를 기분 나쁜 기운이 다 녹아 내렸음을 알았다. 멜번으로 출발하던 날은 타국에서 맞는 서른(인터네셔널 에이지)살 생일이었다. 제법 피곤한 상태에서 새벽녘, 잠에서 깨 주섬주섬 짐을 챙겨 공항으로 향했다. 드르르 드르르 바퀴 굴러가는 가방은 새벽 5시 30분, 아라나 힐스(내가 살고 있는 Sub)에서 요란히도 울려댔다. 그곳의 공기는 브리즈번 보다 꽤 차가웠다. 아침이기도 했지만 챙겨

멜번에서의 마지막 시간

why you carryin' guitar?|2013년 1월 22일

주위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노트북을 잃어버렸다 찾은지 두 주만에 다시 노트북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자친구는 내 멍청함을 위로해 주었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두 줄이 넘는 채팅창에 'ㅋ'를 할애하는 노고를 들이며 나를 놀렸다.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냈고 나도 화가 나서 "제 돈 모아 산건데 제가 잃어버리건 말건 제 맘이죠!" 하고 쏘아붙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너의 멍청함을 보건대 언젠가 터질 일이 지금 터졌으니 너무 안타까워 하지마라'는 어머니의 무덤덤한 위로가 가장 슬펐다.'곧 온다는' 연락은 무릇 세상만사가 그렇듯 한 달이 넘도록 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잠에서 깨자마자 공중전화로 달려가 버진 에어 콜 서비스로 전화를 거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뚜- 뚜- 뚜- 기다리고,

음악여행15_부엌에서(6) 남국의 크리스마스

why you carryin' guitar?|2012년 7월 19일

그리하여 일한지 여섯 주째부터 나는 주말 장사를 도맡아 하게 되었다. 아침에 나가 레스토랑을 열고, 점심 때 주방일을 하면서 틈틈이 음식을 만들어 그릇에 담아 놓으며 저녁 장사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어서 저녁 장사까지 마치고 돌아오면 꼬박 열 두 시간을 일하게 되는데, 그러고 방에 돌아오면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바로 쓰러지기 일쑤였다. 원래 두 명이서 하여야 할 일을, 주말 장사를 담당하던 누나가 비자 문제로 한국에 가 버리는 바람에 경험도 없는 내가 혼자 해야했다. 문제는 내 손이 워낙에 서투르다는 점이었다. 나는 음식을 너무 늦게 내거나 살짝 태우기 일쑤였다. 이렇게 되면 손님들의 불평은 쌓이고 저녁 장사 준비는 미루어지게 되고, 결국 저녁 장사가 제 때 시작되지 못하는 대참사가 일어나게 되는 것

음악여행13_부엌에서(4)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why you carryin' guitar?|2012년 7월 13일

서빙으로 일한지 세 주가 지나자 일이 몸에 붙기 시작했고, 그와함께 나의 자신감도 점점 늘어났다. 한 팔에 그릇을 네 개씩 올리고 서빙을 했고 제법 손님들 비위도 맞출줄 알게 되었고, 호주 손님들에게는 영어로 농을 던지기도 했다. 그렇게 ‘아, 설마 나는 서빙을 위해 태어난거였나’라는 착각이 들기 시작할 무렵 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포지션을 설거지 담당으로 바꾸었다. 그와 함께 이 작은 레스토랑의 몇 안되는 접시들도 정신없이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나에게는 "실수는 많이 해도 그릇은 절대로 깨뜨리지 않는다"라는 신념이 있었는데, 그 것도 깨지고 말았다. 단지 내가 설거지를 하지 않아서 그릇을 깰 기회가 없었던 것 뿐이었다. 내 둔한 손 위에서 그릇들은 찻잔부터 와인글라스까지 종류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