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이른 아침 눈이 번쩍 떠졌다. 긴장으로 온 몸의 근육이 탄탄하게 굳어 있었다. 벌떡 일어나 아침을 먹고 숙소 가까운 PC방에서 이력서를 30장 정도 복사했다. 차례로 뽑혀져 나온 이력서에 호치키스 심을 박아넣고 위아래를 가지런히 정돈했다. 한 부를 뽑아들고 내용을 훑어본다. 구라까지 쳐가며 빈 칸을 채웠는데도 아랫 부분이 허옇게 비어있는 내 이력서가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 없다. 이른 아침부터 복사비를 받고 있는 저 예쁜 PC방 알바생도 한국인처럼 보이는데, 그녀 앞에서 내 꾸질한 모습과 비어있는 이력서를 보이기 싫었다. 부끄러움에 얼른 복사비를 내고 PC방을 나왔다. 어제와 오늘, 이력서를 쓰고 검토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이었다. 대학에서는 생명과학을 공부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