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륙횡단의 3일째는 아침 일찍부터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을 시작으로 두 번의 트레일까지 하면서 여기저기 구경을 많이 했지만, 아직도 꼭 방문해야 할 곳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2009년의 30일 자동차 캠핑여행에서 똑같이 이 구간을 달린 후에 그린리버(Green River)의 캠핑장에서 숙박을 할 때, 아내가 화장실에서 만난 할머니가 왜 '고블린밸리'를 그냥 지나쳤냐고 했었다는 참 오래된 이야기... 물론 모두 이렇게 블로그에 남겨두었으니 기억을 하는거지만, 그래서 이번에는 그 곳을 잠시라도 꼭 들리기로 했던 것이다.
고속도로를 만날 때까지 약 50 km의 직선인 24번 도로의 왼편에 유타주의 고블린밸리 주립공원(Goblin Valley State Park)이 있는데, 24번 도로와도 제법 많이 떨어져 있어서 이 입구를 찾아오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물론 주립공원이니까 별도의 입장료를 내고 전망대를 향해서 또 5분 정도 더 운전을 했다.
이삿짐 2호차의 뒷 유리창에 딱 붙은 벽시계는 계속 초침이 움직이면서, 대륙횡단을 하는 동안에 우리 뒷차에게 지금 시간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었다. 물론 일광절약 태평양 기준시(Pacific Daylight Time, PDT)로 끝까지 고정되어 있어서,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보고 그 위치의 시간대로 환산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겠지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발아래의 고블린밸리는 사실... 지난 십여년간 사진으로 많이 봐왔던 모습이라서 바로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든 관광지가 다 그렇듯이 반드시 저 속으로 내려가봐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잘 만들어 놓은 계단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갔다.
지질학적으로는 역시 후두(hoodoo)라고 불리는 이 곳의 '도깨비 바위'들이 특히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바로 적당한 크기라고 생각된다. 너무 작으면 볼품이 없고, 너무 크고 높으면 올라가기 위험한데, 여기는 딱 사람 키의 두 배 정도라서 이렇게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저 위로 올라가서 놀기에도 좋았다.
물론 그 모양도 가지가지라서 굳이 올라가지 않고 그냥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 곳이었다.
빠질 수 없는 커플셀카도 한 장 올리는데, 위기주부가 유달리 얼굴에 힘을 주고 '잘난 척(?)'을 하는 듯... 아마 햇살 때문에?
"나 찾아봐라~" 멀어서 얼굴도 잘 안 보이니, 그냥 미서부 신혼여행 사진인 걸로 칩시다.
특별히 트레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여기저기 그냥 돌아다니면 되는데... 3년전 가족여행으로 방문했던 배드랜즈 국립공원(Badlands National Park)에서도 그랬지만, 이런 황무지는 안 붙잡으면 계속 안쪽으로 홀린 듯이 걸어 들어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까꿍~" 그래, 신혼여행 온 셈 치지뭐...
위기주부가 황무지에서 양팔을 벌리고 찍은 이 사진을 보니까, 10년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이 분의 모습도 떠오른다. "언제 아내는 빨간 드레스, 나는 양복 수트를 입고, 이런 곳에서 사진을 한 번 찍어볼까? 그러면 완전히 웨딩촬영이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미쳤다고 그러겠지..."
이번에는 도깨비 머리 위에 올라가서 양팔을 또... 둘이 함께 저러고 서면 영화 <타이타닉>이네~^^
영화는 안 찍었지만 이렇게 연출사진도 찍으면서, 비싼 입장료가 아깝지 않게 십여분 동안 재미있게 놀았다.
이제 다시 저 위에 전망대가 보이는 주차장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국수면발처럼 길어진 아내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붉은 도깨비들이 살아서 움직이기 전에 이 계곡을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우리를 뒤따라서 잠든 딸을 엄마가 안은 가족이 올라오고 있다. "안녕 잘 있어라, 도깨비들아~"
주차장에서 반대편으로는 카멜캐년(Carmel Canyon)이라고 해서 제법 큰 뷰트(butte)들이 서있는데, 석양을 받는 커다란 돌산을 향해 걸어가는 사진사의 뒷모습은 또 이 때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미서부와의 이별 여행기를 쓰면서 계속해 옛날 비슷한 곳이 떠오르는 것은... 미서부 구석구석을 다녀서 그런건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줄줄이 사탕처럼 떠오르는 곳들을 일일이 키보드로 치려니 힘들어서, 유튜브 방송으로 주절주절 떠들어볼까 하는 고민을 요즘 심각하게 하고있다.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 나가면서 보이는 '세자매' 쓰리시스터즈(Three Sisters) 바위를 아내가 차창 밖으로 찍었는데, 직전에 소개한 옛날 여행기의 다음날인 모뉴먼트밸리 루프드라이브에서도 똑같은 이름의 바위가 있었다.
출구방향 우회전을 놓치고 계속 직진을 했더니 주립공원 캠핑장이 나왔다. 여기서의 캠핑은 후일을 기약하고, 차를 돌려서 공원을 나와 도로를 달리며 조수석의 아내가 이 날 밤에 잘 그린리버(Green River)의 숙소를 예약했는데, 컨펌 이메일을 받고보니 유타 주가 아니라 와이오밍 주의 그린리버에 있는 숙소를 예약한 것이었다. 그것도 환불불가로...! 바로 예약사이트와 와이오밍의 숙소에 모두 통화를 해서 특별환불을 약속 받았었는데, 대륙횡단을 마치고도 카드취소가 안 되어서, 또 다시 두 곳에 모두 통화를 한 후에야 환불을 받았던 것도 이제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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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부 유타(Utah) 주에는 어릴적에 봤던 독수리 5형제 TV 만화의 제목을 떠올리게 하는 '웅장한 5형제'로 번역할 수 있는 마이티파이브(Mighty 5)라 불리는 5개의 내셔널파크(National Park)가 있다. 그 다섯개 국립공원들 중에서 이제 찾아가는 캐피톨리프(Capitol Reef)는 마지막으로 1971년에 지정이 되어서 5형제의 막내라고 할 수 있다. 유타주 관광청의 마이티5 캠페인 이야기가 나온 김에 아래에 인터넷에서 찾은 추억의 사진 한 장 먼저 보여드리고 여행기를 시작해야 겠다.
지난 2013년에 약 두 달간 LA 한인타운을 지나는 윌셔대로(Wilshire Blvd)의 고층빌딩 벽면을 장식했던 마이티5 광고의 모습이다. (빌딩 앞쪽으로 M그릴, 뒤쪽으로 귀신 나올 것 같았던 청록색의 윌턴 극장이 보임) 다섯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돌덩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았는데, 가운데가 자이언의 앤젤스랜딩, 그 오른쪽 끝에 브라이스캐년의 토르해머가 살짝 보이고, 그 아래는 설명이 필요없는 아치스의 델리키트아치이다. 왼쪽 위에는 캐년랜즈의 메사아치로 바로 다음날 방문하게 되고, 아래에는 캐피톨리프의 템플오브선(Temple of Sun)인데 진입로가 비포장이라서 이번에는 방문할 수 없었다. 참, 저기 벽면광고는 프린트가 아니라 실제로 페인트로 그림을 그린 것으로, 흰색으로 덮은 후에 또 다른 광고를 그리는 그런 식이었는데, 요즘은 어떤 광고가 그려져 있나 궁금하다. 그런데, 그렇게 계속 덧칠을 하면 벽이 점점 두꺼워지는 것은 아닐까?
토레이(Torrey)를 지나서 캐피톨리프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24번 도로를 12년만에 달린다. 여기서부터 다음날까지 구경하는 곳들은 2009년의 30일 자동차 캠핑여행 때 이후로는 모두 처음이라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굴뚝바위야, 잘 있었니?" 파노라마포인트(Panorama Point)와 침니락(Chimney Rock)은 시간관계상 그냥 지나쳤다.
바위산 The Castle을 배경으로 여전히 멋지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지터센터의 모습은 마치 어제 다녀간 듯이 생생했다.
기념품 코너의 벽면 제일 위에 또 유타 주의 5개 국립공원의 커다란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자이언, 브라이스캐년과 아치스는 앞서 마이티5 광고와 같은 모델이지만, 캐년랜드는 메사아치 아래로 멀리 보이는 풍경이고, 가운데 캐피톨리프는 이제 찾아가려고 하는 내츄럴브리지(Natural Bridge)로 모델이 바뀌었다.
노란 단풍이 들어가는 여기 비지터센터 앞의 프루타(Fruita) 마을도 좀 둘러보고 싶었지만, 이 날 여기 국립공원 말고도 한 곳을 더 구경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차에 올라서는 24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조금 더 이동을 했다.
물 한 병만 들고 편도 1마일의 트레일로 이제 찾아가는 곳은 힉맨브리지(Hickman Bridge)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프레몬트 강(Fremont River)을 따라서 트레일을 아주 잘 만들어 놓았는데, 아내의 상의와 강가 단풍의 노란 색깔이 똑같다. 목에는 얇은 자주색 스카프를 두르고 계신데,
강가를 벗어나 멀리 캐피톨돔(Capitol Dome)이 보이는 언덕을 오르게 되니까, 더워서 풀고는 손에 들고 올라가시다가...
오르막이 심해지니까 이렇게 허리에 묶고는 앞에서 자기를 끌고 올라가라고 하셨다~^^
작은 언덕을 하나 넘어간 후에는 말라버린 바위 계곡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돌아올 때는 여기서 또 끌고 올라와야 겠지?"
반대방향으로 돈다고 해서 말릴 사람은 없겠지만, 친절하게 이렇게 암석육교 아래로 화살표를 해놓았으니 우리도 우회전을 해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사진 가운데 멀리 힉맨 내츄럴브리지(Hickman Natural Bridge)가 보인다. 옷색깔이 번호가 씌여진 노란 말뚝하고도 똑같네~
옛날에 물이 흘러서 가운데가 뚫린 커다란 바위다리의 모습은 2010년 추수감사절 그랜드서클 여행에서 방문했던 내츄럴브리지 준국립공원의 '돌로 만들어진 은하수' 오와초모 다리(Owachomo Bridge)와 비슷했다.
다른 사람들이 없어져서 둘이서 서로 사진을 찍으면서 한참을 놀았는데, 아내 앞쪽의 커다란 바위 덩어리들은 쉽게 말해서 다리의 아래쪽이 갈라져서 떨어진 조각들이다. 즉, 언제 또 저런 바위들이 머리 위에서 갑자기 떨어질지 모른다는 말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돌다리 바로 아래에서 롱다리 연출샷도 한 장 찍고,
부부가 함께 셀카도 찍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좀 오싹한 듯...) 이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아내의 저 모자는 햇살 아래에서 트레일을 한다고, 이삿짐에서 급하게 찾아서 쓰고 온 바닷가용 모자이다~
다리 아래를 지나와서 이번에는 반대 방향에서 또 구경을 했다. 트레일에서는 배경의 절벽과 구분이 안 되어 멋지지가 않아서, 계곡 아래쪽으로 조심해서 내려가 봤다.
사진으로는 그 커다란 크기가 잘 짐작이 되지 않지만, 계곡 바닥에서 떠있는 높이가 38미터에 허공을 가로지르는 다리의 길이만 40미터가 넘는다.
잠깐 주변 풍경을 돌아본 비디오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아내가 찍은 것이라서 모처럼 동영상에 위기주부가 등장을 한다.
돌아가는 길에 움푹 파진 바위를 보더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내가 그 속에 올라가서 앉았다. 비치모자의 테두리가 휘어져서 마치 찜질방 수건으로 '양머리'를 만들어서 하고있는 것 같다.
가득 찬 주차장이 보이는 프레몬트 강가까지 돌아왔는데, 천천히 걷고 구경해서 1시간 좀 넘게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것으로 당시 12년만의 짧은 재회를 마치고 유타 마이티5의 막내인 캐피톨리프 국립공원(Capitol Reef National Park)과도 안녕을 고했다.
24번 도로는 계속해서 신기한 지형들을 좌우로 보여주는데, 이 '시멘트 공장'도 안 무너지고 그대로 잘 있었다.
행크스빌(Hanksville) 갈림길에서 좌회전을 하면 마지막으로 오른편에 바위기둥들 한무더기가 나오고는 70번 고속도로를 만날 때까지 붉은 대지 위로 약 40마일의 직선도로가 나온다. 2009년에는 이 길을 안 쉬고 그냥 달렸지만, 이번에는 조금 가다가 왼편으로 빠지면 나오는 유타의 주립공원 한 곳을 이 날의 마지막 일정으로 또 방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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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참 신기해서... 바로 얼마 전까지 잘 알던 내용이 도무지 생각이 안 날 때가 있고, 또 그 반대로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이 갑자기 또렷이 떠오를 때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9년에 딱 한 번 달려봤던 그 길을, 작년에 2차 대륙횡단을 하며 다시 지나가면서, 참으로 그 때 미서부 30일 여행의 많은 추억들과 또 잊어버리고 있던 소중한 인연도 모두 함께 갑자기 생각이 났다.
브라이스캐년 관광을 마치고 미국의 '국민도로(All-American Roads)' 중의 하나인 유타 12번 도로를 동쪽으로 조금 달리니, 국토관리국(Bureau of Land Management, BLM) 소속의 준국립공원인 그랜드스테어케이스-에스칼란테 내셔널모뉴먼트(Grand Staircase-Escalante National Monument)의 시작을 알리는 역사다리꼴 모양의 표지판이 나왔다.
12번 도로와 이 멋진 곳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함께, 13년 전에 위 사진과 똑같은 위치를 지나가면서 찍은 사진을 여기를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그 때는 노란색 주의 표지판이 오른쪽으로 90도만 꺽여 있었는데, 지금은 180도 턴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지나서 조금만 내려가니까 왼편에 넓은 주차장이 나왔는데, 입구가 비포장이라서 그냥 지나쳐야겠다고 생각한 그 짧은 순간에... "아! 여기가 홍사장님이 말한 그 커피집이구나~" 미리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전혀 안 했었는데, 어떻게 그게 그 때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지금도 신기하다.
LA에서 트레킹 전문 여행사인 유니투어를 운영하시는 홍사장님과는 지난 몇 년간 존뮤어트레일(John Muir Trail, JMT)과 미서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오지로 하이킹을 함께 다녔었다. 위 사진의 리플렉션캐년(Reflection Canyon)을 찾아가는 3차 오지탐험 계획을 세웠던게 마지막 포스팅인데... "언제 다시 못 다한 JMT의 남은 구간들과 미서부의 오지들을 함께 또 찾아다닐 수 있을까요? 정말 그립습니다~"
대륙횡단 이삿짐을 가득 실어서 차체가 낮아진 승용차를 조심조심 비포장 주차장에 세우고는, 길을 따라 절벽 끝까지 내려와 보니 키바 오두막(Kiva Kottage)이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작은 숙소도 운영을 하는 모양인데, 영어 단어에서 일부러 'C' 대신에 'K'를 쓰는 것은 한글에서 가끔 '미국'을 '미쿡'이라고 쓰는 것처럼 어떤 사회적 의미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가 여기서 오늘 잘 것은 아니니까 다시 조금 걸어 올라와서, 홍사장님이 항상 이 길을 지나갈 때마다 들린다고 극찬했던 키바 커피하우스(Kiva Koffeehouse)에 들어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주문하는 아내의 모습을 대충 찍었더니, 한쪽 발을 들고 손가락을 찌르는 디스코 댄스타임이 되어버렸당~^^
키바(Kiva)는 미서부 원주민들이 거주지 지하에 만든 동그란 방을 말하는데, 여기를 클릭하면 상세한 설명과 함께 진짜 키바에 들어가봤던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보실 수 있다. 그래서 반원형의 카페 가운데에는 지상으로 올라가는 용도로 사용된 사다리도 하나 가져다 놓았다. 무엇보다도 어디서 이렇게 굵은 통나무와 통유리를 가져와서 멋지게 커피숍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정말 감탄이 계속 나왔다.
아내에 이어서 위기주부도 이번에는 자리에 앉아서 창밖으로 손가락을 찌르고 있다.
통유리창 밖으로는 에스칼란테 강(Escalante River)이 흘러오는 계곡을 따라서, 붉은 바위산 가운데가 노랗게 단풍이 들어 있었다. 왼쪽에 보이는 지붕은 앞서 보여드렸던 오두막 숙소인데 숙박비는 얼마나 할까?
두 번의 대륙횡단을 하면서 사먹었던 여러 점심식사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 날의 메뉴이다. 커다란 샌드위치와 머핀에 라떼 한 잔... 사이좋은 우리 부부는 모두 절반씩 나누어서 먹었다~^^ 테이블 유리 아래에 깔려있는 종이는 그랜드스테어케이스-에스칼란테 준국립공원의 지도였다.
"자~ 사진 다 찍으셨으면 이제 먹어도 됩니까?" 아침을 작은 컵라면 하나로 먹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풍경과 분위기에 취했는지? 반년이나 지나서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음식과 커피도 무조건 맛있었을거라는 추측(?)만 남아있다.
그렇게 잊을 수 없는 식사를 마치고, 반대편으로 나가보니 야외 발코니가 만들어져 있어서 또 잠시 앉아봤다.
잠시 후 우리가 또 달릴 도로로 트럭을 개조한 작은 캠핑카 한 대가 내려가고 있다. "그냥 우리도 저런 차 한 대 장만해서, 다 잊고 떠돌아 다녀볼까?"
"우리는 안 싸우고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면서 다시 출발~
2009년의 30일 여행 때, 에스칼란테 강을 건너는 다리 직전에 똑같은 위치에서 찍었던 사진을 작게 출력해서 기념품 자석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붙여 두었었다. 여기 주차를 하고 조금 전에 카페 창밖으로 봤던 상류쪽으로 하이킹을 하면 멋진 내츄럴브리지(Natural Bridge)도 볼 수가 있다고 한다.
다리를 건너서는 지류인 Calf Creek을 따라 도로가 이어지는데, 이 쯤에서 나오는 주차장에 주차하고 개울을 따라 하이킹을 하면 또 멋진 로워캐프크릭 폭포(Lower Calf Creek Falls)가 나온다고... 훗날 다시 이 도로를 달릴 때는 모두 다 직접 꼭 가봐야지~
처음 링크한 13년전 포스팅의 마지막에 보시면, 선글래스를 낀 젊은 위기주부가 이 근처 전망대에서 찍었던 에이스크래커 광고사진을 보실 수 있다. 이제는 노안이 와서 더 이상 콘택트렌즈를 못 하기 때문에, 그런 멋진 선글래스를 다시 쓸 수가 없다... 흑흑
볼더(Boulder) 마을을 지나서 마지막으로 해발 2,700미터가 넘는 고개를 넘어갈 때는 길가에는 하얀 눈이 보였고, 노란 아스펜 단풍은 거의 다 떨어지고 끝자락만 아슬아슬 매달려 있었다. 산 넘어 토레이(Torrey) 마을에서 유타 12번 국민도로는 끝나고, 동쪽으로 우회전을 하면 '미서부와 이별여행'의 다음 목적지인 또 다른 내셔널파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P.S.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여름방학을 한 지혜를, 이 고유가 시대에 또 직접 차를 몰고 보스턴까지 올라가서 집으로 데리고 왔고, 우리 가족은 또 하나의 추억이 될 기억을 만들기 위해서 내일 비행기를 타고 여름휴가를 떠납니다. 3일마다 규칙적으로 올라오던 포스팅이 끊겼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미리 알려드리며 5월말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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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 유래한 주술인 '후두'에 사용되는 기다란 물건들을 닮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빨간 돌기둥 자체에 원주민들의 전설이 서려있기 때문인지? 그 유래는 확실하지 않지만, 미서부 유타 주의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은 '후두(Hoodoo)'라 불리는 붉은 바위기둥들이 솟아있는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대륙횡단 여행 중에 이 국립공원에서 마지막으로 구경하러 간 것은, 많은 분들이 그 존재조차 전혀 알지 못하고 지나치는 브라이스캐년의 이색적인 동굴과 폭포였다.
국립공원 정문을 일단 나와서 12번 도로를 만나 동쪽으로 조금 달리면, 산 아래로 내려가다가 조그만 개울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자마자 잘 만들어진 주차장 하나가 나온다.
그 주차장에서 한동안은 마지막이 될 브라이스캐년 관광의 대미를 장식할 모시케이브(Mossy Cave) 트레일이 시작된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국립공원 정문 밖으로는 나왔지만, 이 지역은 다시 공식적으로 국립공원에 포함이 되는 곳이다.
저 후두들 너머에 있는 높은 평지가 국립공원의 입구가 있는 곳이니까, 차를 타고 후두들이 서있는 협곡 아래로 내려온 것인데, 서있는 언덕 아래쪽에 작은 물줄기 하나가 흘러가는 것이 보인다.
졸졸 흐르는 개울을 거슬러 트레일을 따라 걸어가면 다리도 두 개를 건너야 한다. 불과 1시간 전까지 두꺼운 파카에 털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역시 미서부답게 해만 뜨면 기온이 팍팍 올라가는 것이 느껴진다.
두 번째 다리에서 상류쪽으로 올려다 보면, 사람이 지나가는 아래쪽으로 폭포 비스무리한 것이 보인다. 일단 다리를 건너서 나오는 갈림길에서 왼편의 동굴 먼저 보러 가기로 한다.
다른 관광객들도 몇 분 계시는 저 어두컴컴한 곳이 동굴의 입구인 모양인데,
그냥 저 바위 아래에 파진 곳이 '동굴'의 전부이다~ 안내판의 설명을 확대해서 직접 보실 수 있는데, 바위 틈새로 물이 흘러나와서 겨울부터 봄까지는 사진처럼 고드름이 얼어서 장관을 이룬다고 하지만, 여름부터 이 때 가을까지는...
이렇게 이끼(moss)들만 잔뜩 끼어있어서 '이끼동굴'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혹시 거대한 진짜 동굴을 기대하신 분이 계시다면, Mossy Cave라고 이름을 붙인 국립공원청에 항의를 하시기 바란다~^^
동굴의 크기를 보여드리기 위해서, 최대한 안쪽으로 들어가서 힘든 자세로 포즈를 취해드렸다. "자, 동굴은 봤으니까, 이제 폭포를 보러가자~"
앞서 갈림길에서 계속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폭포의 위쪽으로 가는 것이고, 아래쪽에서 폭포를 올려다 보려면 다리 아래로 내려가서 이 강바닥으로 걸어가야 한다. 아내가 손을 담그고 있는 모습을 자세히 보여드리면,
이렇게 오전의 햇살을 받아서 맑은 물이 영롱하게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트로픽디치폴(Tropic Ditch Falls)은 사실 인공폭포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하류의 트로픽(Tropic) 마을 사람들이 멀리 떨어진 저수지의 물을 끌어오기 위해서 1892년에 완성한 배수로(ditch)를 따라서 물이 흘러오기 때문이다.
바로 밑까지 가보면 높이도 제법 높은 '폭포'가 맞다~ 붉은 퇴적암 절벽을 깍으며 떨어지는 맑은 폭포수를 보니, 비록 물색깔은 틀리지만 3년전에 혼자 힘들게 찾아가서 봤던 아래의 폭포가 떠오른다.
브라이스캐년의 폭포에 실망하신 분이라면, 위의 사진을 클릭해서 그랜드캐년의 숨겨진 비경인 하바수 폭포(Havasu Falls)의 모습을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우리가 셀카를 찍고 위기주부 독사진도 찍는 것을 떨어져서 구경하시던 분이, 이렇게 폭포 뒤쪽으로 돌아가더니 갑자기 폭포수에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샴푸같은 것은 쓰지 않았으니, 감았다기 보다는 그냥 헹궜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이지만 말이다.
노란 바지의 그가 웃통을 벗고 젖은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우리를 다시 앞서 주차장으로 돌아간다. "저 사람, 노마드(nomad) 같지 않아?" 이것으로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과도 안녕하고, 다시 12번 도로를 따라 계속 동쪽으로 달렸다. 사실 우리 부부도 이삿짐을 가득 실은 차에서 잘 수 없었다 뿐이지, 작년 10월 한 달은 거의 <노매드랜드> 영화처럼 집 없이 미국을 떠돌아다녔던 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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