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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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posts[탄자니아] 므완자, 모시, 다르에스살람, 잔지바르 배낭여행 정보
아마 동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가 찾는 곳이 탄자니아가 아닐까 싶다. 일단 아프리카하면 생각나는 그 유명한 세렝게티가 있고, 아프리카의 최고봉 킬리만자로가 있으니까. 거기에 본토와는 다른 문화, 종교, 자연으로 이색적인 풍경을 뿜어내는 잔지바르 섬은 관광객으로 늘 북적인다. 확실히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의 매력적인 여행지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탄자니아는 탕가니카(Tanganyika)와 잔지바르(Zanzibar)에서 따왔다. 그러니까 두 국가가 합쳐져 하나의 연방이 된 것인데 국기도 두 국기를 합쳐 대각선으로 눕힌 모양이다.▲ 탕가니카 + 잔지바르 국기가 합쳐져 만들어진 현 탄자니아 국기(오른쪽)기본정보국명 : 탄자니아 연합공화국수도 : 도도마(Dodoma)인구 : 6,000만 명언어 : 스와힐리어, 영어정부 : 대통령제, 공화국통화 : 탄자니아 실링(TZS)종교 : 기독교, 이슬람교(35%)시차 : –6시간주관적 정보물가탄자니아 역시 물가가 저렴한 편에 속한다. 배낭여행자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싸구려 숙소와 식당을 찾을 수 있다. 관광지인 잔지바르의 경우 물가가 조금 비싼 편이지만 현지인이 이용하는 식당을 찾는다면 1~2달러에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본격적인 관광을 하고자 한다면 엄청나게 비싼 비용에 놀랄 수밖에 없다. 장기 여행자라면 적당히 골라서 투어를 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치안케냐와 마찬가지로 대도시 치안이 그리 좋다고 할 수 없다. 특히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의 경우 여행자를 노리는 범죄가 번번이 일어난다. 특히 택시 강도 혹은 납치가 무척 유명한데 잠깐 친구를 태운다는 식으로 공범을 합승시켜 여행자가 내리지 못하게 한 뒤 어디론가 데려가 위협하는 수법이다. 택시를 탈 때 무조건 조심해야 하고, 밤에 절대로 돌아다니지 않는 게 좋다. 내가 다르에스살람에 있는 동안에도 여행자가 강도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었다. ▲ 어느 도시든 밤에는 가로등이 켜져 있지 않아 너무 어둡다여행시기2월에 여행했지만 적도 부근이라 항상 덥다. 더운 것보다 모기가 많으니 황열병이나 말라리아를 조심하자.언어스와힐리어를 주로 사용한다. 영어도 통용되는 편이다.기타탄자니아도 스와힐리어식 시간을 사용하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시간과 엄청나게 차이 날 수 있으니 버스를 예약할 때는 여러 번 물어 꼭 확인해야 한다.여행매력도볼거리 ★★★★☆친절도 ★★☆☆☆편의성 ★★☆☆☆비자탄자니아는 입국할 때 도착비자(50달러)로 쉽게 받았다. 여행루트르완다 키갈리에서 출발해 므완자를 거쳐 모시, 다르에스살람, 잔지바르, 음베야 등을 여행한 뒤 말라위로 향했다. 사실 탄자니아의 대표 관광지인 세렝게티와 킬리만자로를 그냥 지나친 게 너무나 아쉽지만 당시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과감히 지나쳤다.[여행루트] 키부예 → 키갈리 → 므완자 → 모시 → 다르에스살람 → 잔지바르[여행루트] 잔지바르 → 다르에스살람 → 음베야 → 투쿠유 → 카롱가 → 치팀바 → 음주주므완자므완자(Mwanza)는 빅토리아 호수를 끼고 있는 북부의 큰 도시로 국경이 가깝지 않지만 브룬디, 우간다로 가는 길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크게 볼거리가 있어서 갔다기 보다 르완다 키갈리에서 최대한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도시가 므완자라고 생각했다. 새벽부터 버스를 여러 번 타고 므완자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20시간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이동만으로도 지쳤다.돌아다니기버스를 타고 늦은 밤에 도착한 곳은 므완자 시내에서 너무 멀어서 무조건 달라달라를 타야 했다. 심지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한 시장 한복판이었다. 대충 숙소가 있는 곳으로 달라달라를 타고 갔고, 그 다음날에는 항상 걸어다녔다.▲ 므완자 시내 걷기 숙소나는 카루타 스트리트에 있던 엠에스 호텔(MS Hotel)에서 지냈다. 근처에 저렴해 보이는 숙소가 몇 군데 있으니 적당한 곳을 찾으면 된다.볼거리여행자 입장에서는 볼거리가 거의 없는 도시라 그저 동네 한 바퀴 걸어다니며 주변을 둘러보는 게 전부다. 그러다 우연히 힌두교 사원(Sanatan Hindu Mandir)을 발견해 들어가봤다. 그런 후 도시 중심부인 빅토리아 호수 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다. 빅토리아 호수 부근에는 페리 터미널이 있고, 나름 사진을 찍을 수 장소인 비스마르크 바위(Bismarck Rock)이 있다. ▲ 힌두교 사원▲ 빅토리아 호수 부근 노점상들▲ 페리 터미널▲ 독특한 형태의 비스마르크 바위모시근처 아루샤(Arusha)라는 큰도시가 있지만 킬리만자로와 더 가까운 모시(Moshi)도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의외로 조용하고, 여행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뭔가 북적이는 동네로 기대했는데 생각해 보면 아프리카에서 그런 도시는 손에 꼽힌다.다른 도시로 가는 방법모시 버스터미널에서 직접 버스를 예약할 수 있다. 다만 엄청나게 몰려오는 삐끼에 치일 것을 각오해야 한다. 적당히 둘러대면서 버스 상태와 가격을 확인하는 게 좋다. 숙소배낭여행자를 위한 저렴한 숙소가 몇 군데 있다. 나는 백팩커스 파라다이스 호스텔에서 지냈는데 시설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으나 창문과 가까운 곳은 도둑이 손을 뻗어 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새벽에 창문을 통해 가방을 훔쳐가려는 사건이 있었다.볼거리대부분 킬리만자로 트레킹과 세렝게티 사파리투어를 한다. 하지만 킬리만자로 트레킹 1,000불, 세렝게티 투어 400~500불 비용은 배낭여행자에게 너무 큰 부담이었다. 몇 군데 여행사를 둘러보다가 그냥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모시에서 구경만 했던 킬리만자로다르에스살람수도는 도도마로 이전했지만 여전히 탄자니아의 최대 도시는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이다. 확실히 높은 빌딩이 많아 오랜만에 도시에 온 느낌이 들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와 비교하면 의외로 거리는 더 깨끗했다. 다만 다르에스살람 자체는 볼거리가 거의 없고, 각종 범죄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이 오래 머물만한 곳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3주가량 지냈던 나이로비보다 다르에스살람이 더 위험해 보였다.돌아다니기다르에스살람 버스터미널이 시내 중심지에서 너무 멀어 도착하자마자 달라달라를 타야 했다. 그런 후 시내 중심부에서는 걸어다녔고, 비자를 받으러 말라위 대사관을 갈 때는 버스를 탔다. 다시 말하지만 다르에스살람에서는 밤에 절대 돌아다니지 말고, 택시를 탈 때 주의해야 한다.▲ 다르에스살람 내에서 멀리 이동할 때 탔던 버스열차를 타고 다른 도시, 나라로 이동(타자라) 타자라(TAZARA:Tanzania Zambia Railway Authority)는 배낭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이동수단 중 하나로 잠비아까지 갈 수 있는 국제열차편이다. 중간에 국립공원도 지지난다고 하는데 동물을 본다거나 특별한 풍경을 볼 수 없었다. 1등석의 가격은 얼마인지 모르겠으나 난 음베야(Mbeya)까지 2등석을 타고 32,700실링을 냈다. 열차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신형을 탔는지 무척 깨끗했고, 시설도 좋았다. 식당칸에서 끼니(보통 4,500실링)를 해결할 수 있다. 음베야까지 1박 2일이 걸렸으니 루사카(Lusaka)까지는 못해도 2박 3일이나 3박 4일이 걸릴 듯 하다.▲ 타자라가 출발하는 다르에스살람 역▲ 타자라 식당칸▲ 외딴 곳에서 잠시 멈추기도 한다볼거리여행자들이 찾는 관광지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있다고 해도 딱히 어딜 가라고 권하고 싶지도 않다.잔지바르탄자니아를 찾는 또 다른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잔지바르(Zanzibar)는 고대부터 교역지로 알려지고 17, 18세기에는 노예무역이 활발했던 곳이다. 아랍인들과 섞여 있는 문화, 이슬람교의 영향으로 본토와는 아주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게다가 강력한 자치권을 바탕으로 탄자니아의 연방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구조도 많이 다르다. 잔지바르의 중심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스톤타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가는 방법다르에스살람에서 잔지바르로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행기를 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페리다. 오히려 비행기가 더 싼 경우도 있으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난 아잠 마린 페리터미널에서 페리를 타고 갔다. 페리는 속도에 따라 빠른 페리(킬리만자로), 느린 페리(플라잉홀스) 2가지 종류로 나뉘며 당연히 빠른 페리가 더 비싸다. 게다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더 비싸게 받는다. 당시 킬리만자로는 약 35달러였는데 플라잉홀스는 약 20달러였다. ▲ 다르에스살람 페리 터미널숙소외국인에게 아주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비싸다. 잔지바르 입구에는 고급스런 유명 호텔이 자리잡고 있으며, 근처 식당도 평소에 먹던 싸구려 음식보다 2~3배 비싸다. 다만 잘 찾아보면 배낭여행자를 위한 호스텔과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렴한 식당이 있어 그럭저럭 지낼 만하다. 볼거리①스톤타운(Stone Town)스톤타운의 석조건물과 좁은 골목길은 이국적이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며칠 지내도 여전히 헷갈리는 골목길을 따라 걷고, 적당한 곳에서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치를 부릴 수 있다. 여러 박물관이 있고, 특히 노예무역이라는 슬픈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장소(Slave Chambers)도 시간을 내서 가볼만 하다. 관광객을 위한 야시장이 페리 터미널 근처에 있다고 하는데 가보진 않았고, 대신 벤자민 매카파 로드에 밤에 나가보면 현지인들을 위한 야시장이 열린다. 여기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을 살 수 있다.▲ 스톤타운의 좁은 골목길▲ 야시장에서 팬케이크, 꼬치, 문어 등 여러 음식을 맛 볼 수 있다②파제(Paje)카룸로드에서 어렵지 않게 달라달라를 타고 갈 수 있다. 먼저 핑궤(Pingwe)를 간 뒤 파제(Paje)로 내려왔다. 작고 조용한 시골마을이지만 외국인이 꽤 많은데 그 이유는 바람이 세차게 불어 카이트 서핑을 즐기기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핑궤에 있던 더락(The Rock) 레스토랑(너무 비싸다) ▲ 파제에서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외국인들③눙귀잔지바르 해변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귀찮음을 이유로 가지 않았다. 바다를 즐기려면 눙귀(Nungwi)로 가는 편이 좋을 것 같다.음베야말라위로 가기 위해 잠시 지나친 도시다.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말라위나 잠비아로 가기 위한 거점 도시로 생각하면 된다.숙소버스터미널 부근에 몇 군데 숙소가 있어 1시간 가량 돌아다녔다. 그 중에서 가장 저렴한 축에 속했던 텐 커맨드먼츠 모텔(Ten Commandments Motel)에서 하루를 보냈다. 더블룸이었지만 그냥 딱 하루 정도 지낼 수준이었고, 화장실 등이 미흡했다.말라위로 가는 버스나는 말라위로 바로 가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몰랐는데 음베야에서 말라위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애초에 국경 부근까지 버스를 타고 간 뒤 걸어서 국경을 넘어 다시 말라위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말라위까지 가는 버스가 생겼을지도 모르나 일단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음베야 어느 식당에서투쿠유투쿠유(Tukuyu)는 언덕 위에 있는 작은 동네지만 트레킹이나 티(Tea) 투어를 할 수 있어 간혹 여행자들이 찾는 것 같다. 숙소마을 입구에 있던 디엠 모텔에서 지냈다. 시골치곤 나름 깔끔해서 하루 더 머물까 고민도 했다.세렝게티, 킬리만자로 트레킹아프리카에서 야생 동물을 보고 싶다면, 특히 사자와 같은 맹수를 보고 싶다면 무조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나 케냐의 마사이마라에 가는 게 좋다. 아프리카에서 나름 크다는 국립공원을 몇 군데 갔는데 사자는 커녕 맹수는 구경도 못했다. 만약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아프리카 여행은 사파리가 목적이라면 세렝게티는 최고의 선택이다. 개인적으로 나미비아에 있는 에토샤 국립공원의 거대함에 놀라긴 했지만 끝내 사자를 보지 못해 무척 아쉬웠다. 여행기여행 512일차, 탄자니아 세렝게티도 킬리만자로도 그냥 지나치다
밴쿠버 화이트캡스 MLS직관, 황인범 골 그리고 첫 승!
캐나다는 전 국민이 아이스하키에 미쳤다고 하지만, 축구팀도 몇 개 있을뿐더러 제법 인기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기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한데 캐나다에는 MLS(메이저리그 사커)에 참가하는 축구팀이 딱 3개뿐이다. 이러니 캐나다 자체적으로 리그를 진행하기는 어렵고 당연하겠지만 미국의 프로리그에 엮어서 참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다행히 내가 지내고 있는 밴쿠버에는 MLS에 참가하고 있는 프로축구팀이 있다. 클럽명은 밴쿠버 화이트캡스. 밴쿠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눈 덮인 산과 태평양으로부터 몰려오는 하얀 파도를 의미한다고 한다. 손흥민이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직관하는 게 소원이지만, 일단 동네에 있는 축구 팀을 응원하고 싶어 졌다. 온라인으로 어렵지 않게 티켓을 예매하고 수요일 저녁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인 BC플레이스 주변을 자주 다녔는데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에도 꽤 북적였다. 물론 하키 경기가 있을 때는 사람이 더 많아 주변이 아예 마비된다. 경기 1시간 전부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소소한 이벤트를 하거나, 축구 게임을 즐기는 사람, 그리고 클럽의 굿즈를 파는 트럭도 보였다. 물론 경기장 내부로 들어가면 굿즈를 파는 매장이 더 있다. BC플레이스는 밴쿠버 화이트캡스뿐만 아니라 미식축구 경기장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먹거리 파는 곳이 많았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일단 한 바퀴 돌아보고, 경기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맥주를 하나 챙겼다. 밴쿠버 화이트캡스 굿즈를 파는 매장도 구경해봤는데 생각보다 살 만한 게 안 보였다. 인터넷에서 누군가의 후기에서 져지를 샀다는 내용을 봤는데 이번 연도에 디자인이 변경되었는지 전혀 사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축구 경기를 보러 왔는데 하필 상대는 서부지구 1위인 LA FC였다. 밴쿠버 화이트캡스는 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할 정도로 최약체에 속했다. 첫 직관인데 1위 팀이라니. 밴쿠버에는 한국 국가대표팀의 미드필더이자, 대전시티즌(내 고향팀은 어째 축구나 야구나 문제 투성이)의 선수였던 황인범이 뛰고 있다. 아무리 밴쿠버 화이트캡스가 지역의 클럽팀이지만 평소 MLS에 관심이 거의 없던 내가 경기장까지 찾아오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가 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직관은 의미가 있다. 관중석이 어느 정도 채워지고, 잠시 후 경기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좌석은 일부러 조금 비싼 정중앙으로 했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다. 나름 58달러짜리 자리인데.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았더니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 애초에 경기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줌렌즈는 사용할 수 없다고 들었고, 첫 직관이니 휴대폰으로 경기장 분위기만 담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왔는데 확실히 아쉽다. 전반은 나름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가고 있었는지 역습에 역습이 이어졌다. 그러다 전반 27분, 튕겨져 나온 공을 황인범이 발리슛으로 때려 골을 넣었다! 첫 골이 터졌고, 그 주인공이 황인범이라 너무 놀랐다. 사실 밴쿠버 첫 직관에 황인범의 골을 넣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황인범은 약간 처져있는 수비적인 위치에 있었으니 더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마치 국가대표 경기를 보는 것처럼 너무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첫 골이 터지고 나서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공격이 더 거세졌지만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다. 황인범이 보일 때마다 사진을 찍어봤지만 역시 휴대폰 카메라의 한계. 아주 열광적인 응원 문화는 아니었지만, 몇 몇의 열성팬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오히려 후반에는 점유율에서 더 밀렸다.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2019년 첫 승이었고, 상대가 강팀이라 그런지 1점을 지키려는 수비적인 모습이었다. LA가 더 공격적이라 길게 느껴졌던 추가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첫 승을 거두게 되었다. 처음 직관왔는데 이기고, 그것도 황인범의 골로 이겼으니 운이 무척 좋았다. 이 경기 이후 현재까지 밴쿠버의 승리가 없다. 맨오브더매치는 골을 넣었던 황인범이 아니었다. 아쉽구만. 경기가 끝나고 황인범 선수가 관중석으로 다가와 사진을 찍어줬다. 교민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골 넣은 황인범을 연호했다. 꽤 오랜 시간동안 팬서비스를 하는 모습에 나도 다가가 "황인범 화이팅!"을 외쳤다. 다만 저도 대전 출신이에요, 라는 말은 작게 외쳤다. MLS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줬으면 좋겠고, 조만간 또 골 소식이 들렸으면 더 좋겠다. 기회가 되면 자주 직관하러 가야겠다.
밴쿠버 화이트캡스 MLS직관, 황인범 골 그리고 첫 승!
캐나다는 전 국민이 아이스하키에 미쳤다고 하지만, 축구팀도 몇 개 있을뿐더러 제법 인기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기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한데 캐나다에는 MLS(메이저리그 사커)에 참가하는 축구팀이 딱 3개뿐이다. 이러니 캐나다 자체적으로 리그를 진행하기는 어렵고 당연하겠지만 미국의 프로리그에 엮어서 참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다행히 내가 지내고 있는 밴쿠버에는 MLS에 참가하고 있는 프로축구팀이 있다. 클럽명은 밴쿠버 화이트캡스. 밴쿠버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눈 덮인 산과 태평양으로부터 몰려오는 하얀 파도를 의미한다고 한다. 손흥민이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직관하는 게 소원이지만, 일단 동네에 있는 축구 팀을 응원하고 싶어 졌다. 온라인으로 어렵지 않게 티켓을 예매하고 수요일 저녁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인 BC플레이스 주변을 자주 다녔는데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에도 꽤 북적였다. 물론 하키 경기가 있을 때는 사람이 더 많아 주변이 아예 마비된다. 경기 1시간 전부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소소한 이벤트를 하거나, 축구 게임을 즐기는 사람, 그리고 클럽의 굿즈를 파는 트럭도 보였다. 물론 경기장 내부로 들어가면 굿즈를 파는 매장이 더 있다. BC플레이스는 밴쿠버 화이트캡스뿐만 아니라 미식축구 경기장으로 활용된다고 한다. 생각보다 먹거리 파는 곳이 많았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일단 한 바퀴 돌아보고, 경기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맥주를 하나 챙겼다. 밴쿠버 화이트캡스 굿즈를 파는 매장도 구경해봤는데 생각보다 살 만한 게 안 보였다. 인터넷에서 누군가의 후기에서 져지를 샀다는 내용을 봤는데 이번 연도에 디자인이 변경되었는지 전혀 사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랜만에 축구 경기를 보러 왔는데 하필 상대는 서부지구 1위인 LA FC였다. 밴쿠버 화이트캡스는 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할 정도로 최약체에 속했다. 첫 직관인데 1위 팀이라니. 밴쿠버에는 한국 국가대표팀의 미드필더이자, 대전시티즌(내 고향팀은 어째 축구나 야구나 문제 투성이)의 선수였던 황인범이 뛰고 있다. 아무리 밴쿠버 화이트캡스가 지역의 클럽팀이지만 평소 MLS에 관심이 거의 없던 내가 경기장까지 찾아오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가 뛰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직관은 의미가 있다. 관중석이 어느 정도 채워지고, 잠시 후 경기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울려 퍼졌다. 좌석은 일부러 조금 비싼 정중앙으로 했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멀었다. 나름 58달러짜리 자리인데.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았더니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 애초에 경기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줌렌즈는 사용할 수 없다고 들었고, 첫 직관이니 휴대폰으로 경기장 분위기만 담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왔는데 확실히 아쉽다. 전반은 나름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가고 있었는지 역습에 역습이 이어졌다. 그러다 전반 27분, 튕겨져 나온 공을 황인범이 발리슛으로 때려 골을 넣었다! 첫 골이 터졌고, 그 주인공이 황인범이라 너무 놀랐다. 사실 밴쿠버 첫 직관에 황인범의 골을 넣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게다가 황인범은 약간 처져있는 수비적인 위치에 있었으니 더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마치 국가대표 경기를 보는 것처럼 너무 신나서 소리를 질렀다. 첫 골이 터지고 나서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공격이 더 거세졌지만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다. 황인범이 보일 때마다 사진을 찍어봤지만 역시 휴대폰 카메라의 한계. 아주 열광적인 응원 문화는 아니었지만, 몇 몇의 열성팬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오히려 후반에는 점유율에서 더 밀렸다.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2019년 첫 승이었고, 상대가 강팀이라 그런지 1점을 지키려는 수비적인 모습이었다. LA가 더 공격적이라 길게 느껴졌던 추가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밴쿠버 화이트캡스의 첫 승을 거두게 되었다. 처음 직관왔는데 이기고, 그것도 황인범의 골로 이겼으니 운이 무척 좋았다. 이 경기 이후 현재까지 밴쿠버의 승리가 없다. 맨오브더매치는 골을 넣었던 황인범이 아니었다. 아쉽구만. 경기가 끝나고 황인범 선수가 관중석으로 다가와 사진을 찍어줬다. 교민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골 넣은 황인범을 연호했다. 꽤 오랜 시간동안 팬서비스를 하는 모습에 나도 다가가 "황인범 화이팅!"을 외쳤다. 다만 저도 대전 출신이에요, 라는 말은 작게 외쳤다. MLS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줬으면 좋겠고, 조만간 또 골 소식이 들렸으면 더 좋겠다. 기회가 되면 자주 직관하러 가야겠다.
여행 811일차, 에콰도르 바뇨스 '세상 끝의 그네'
에콰도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다윈에게 진화론의 영감을 줬던 단연 갈라파고스 섬이다. 그렇지만 갈라파고스는 늘 예산 압박에 시달리는 장기 여행자에게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여행지다. 무조건 비행기를 타야 했고, 들어가자마자 내야 하는 입도비, 비싼 물가는 '나중에'라는 말로 접어야 했다. 콜롬비아로 가는 길목에 있었기에 빠르게 지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에콰도르의 첫 번째 도시는 쿠엔카(Cuenca)였다. 이른 아침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서 체크인을 한 뒤 야간 이동의 피로를 풀기 위해 잠시 쉬었다. 에콰도르는 짐바브웨 이후 오랜만에 달러를 쓰는 나라였다. ATM에서 돈을 인출하자 미국 달러가 나왔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적당히 저렴한 식당이 있는지 찾으며 걸었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메뉴델디아(Menu del Dia)'라고 쓰여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오늘의 메뉴라고 해야 할까? 남미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메뉴로 수프, 메인, 음료 등이 나오면서 저렴함이 특징이다. 이날도 에콰도르에서 처음 먹은 메뉴델디아 메뉴는 3달러였다. 스페인 식민시대의 오래된 건물이 많긴 했지만 동네는 깔끔한 편이었다.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지 쿠엔카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처음 도착한 도시에서 적응하는 방법은 무작정 걷는 것이다. 조금 걷다 보니 강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작은 개울이 나왔다. 이 개울을 사이에 두고 도시가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다. 맑은 날씨에 걸으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알록달록한 벽화를 구경하고, 길거리에서 파는 불량식품 같은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었다. 누군가는 에콰도르에서 쿠엔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하는데 기대할 만큼 특별하진 않았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매연 가득한 키토나 범죄율이 높다고 알려진 과야킬에 비하면 쿠엔카는 훨씬 괜찮은 동네임에 틀림없다. 쿠엔카에서는 손으로 직접 만드는 파나마 모자가 유명하다고 한다. 에콰도르에서 만든 모자인데 중미에 있는 나라 이름이 붙은 이유는 파나마를 통해 여러 나라로 수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자도 관심이 없었고, 모자를 사더라도 들고 다닐 자신도 없었다. 아무튼 목적지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도시를 한 바퀴 돌게 되었다. 어느 건물 안에는 재래시장이 있었다. 페루, 볼리비아와는 조금 다른 인디오들의 외모와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과거 잉카제국의 영향에 있었던 이곳은 스페인 식민시대를 거치면서 거의 다 사라진 상태지만, 인디오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광장을 지나면 쿠엔카를 대표하는 새로운 성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 봐도 푸른색의 돔이 인상적이다. 성당 주변에는 꽃을 파는 노점이 여럿 있었다.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아마 여기서 성당 안 여러 성인 앞에는 여기서 산 꽃이 놓여 있을 것이다. 쿠엔카의 밤은 꽤나 조용했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보통 이틀 이상 머무는 편인데 북쪽으로 빠르게 올라가기로 했다 보니, 바로 다음날 아침에 바뇨스(Baños)로 이동했다. 바뇨스로 가는 버스는 아침에 한 대 뿐이었지만 사실 매 시간 있었던 암바토(Ambato)로 가는 버스를 탄 후 바뇨스로 가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바뇨스로 가는 여정은 굉장히 지루했다. 좁은 버스는 그렇다 쳐도 중간에 사람을 태우기 위해 수시로 정차했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낮에 타는 장거리 버스라서 그런 듯하다. 거의 9시간 만에 바뇨스에 도착했다. 바뇨스는 작은 동네지만 여행자로 항상 북적이는 곳이다. 미리 만나기로 했던 사람들과 얘약했던 숙소를 찾아가 체크인하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잠깐 걸었을 뿐인데 한국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사실 남미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에콰도르, 그것도 바뇨스에 이렇게 한국 사람이 많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제대로 먹은 게 없었다. 숙소를 찾아 걷다 우연히 발견했던 허름한 식당이 생각나 무작정 찾아갔다. 연기로 가득했던 허름한 식당에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곱창을 팔고 있었다. 페루에서 만났던 어느 한국인 여행자가 바뇨스에서 먹었던 곱창이 그렇게 맛있다고 칭찬을 했었는데 첫날에 우연히 찾아온 것이다. 때마침 곱창을 먹으려고 기다리던 한국인 여행자 4명과 합석하게 되었다. 우리는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수다를 떨고, 맥주와 곱창을 해치웠다. 바뇨스에서는 칠레에서 밤새도록 술을 마셨던 동빈이와 다시 만났다. 동빈이와 날짜를 맞춘 것도 있지만 바뇨스에 한국 사람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공기 좋은 곳에 위치한 이 작은 마을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매력적이다. 동빈이와 함께 만나게 된 한국인들과 다음날 곧장 래프팅을 하러 갔다. 확실히 18달러면 괜찮은 가격인 것 같다. 물론 여럿이라 약간 할인이 되긴 했지만. 래프팅에 앞서 구명조끼를 입고 노를 챙긴 뒤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물을 무서워하지만 일단 신난다. 래프팅을 처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뇨스에 도착하기 전에 이곳 물살이 험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날씨도 흐려서 살짝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거칠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만 더 빨랐으면 더 재미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물살이 약한 곳에서는 가이드의 의도 혹은 자신의 의지로 한 번씩 물에 빠진다. 두 팀으로 나뉘어서 탔기 때문에 경쟁하면서 노를 젓거나 물싸움을 하는 건 기본이었다. 간혹 무자비한 사람들로 인해 강제로 물에 빠지기도 한다. 구명조끼를 입었지만 물살이 빠른 지점 전에 보트로 돌아와야 한다. 보통 노를 천천히 젓다가 물살이 세지는 지점에서 노를 힘껏 저으며 빠져나간다. 바위가 있는 지역은 특히 위험할 수 있다. 조금 더 스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우린 충분히 즐거웠다. 계속해서 물싸움을 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하류에 다다랐다. 이제는 물에 빠져도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는다. 오랜만에 계곡에서 래프팅을 하니 정말 재미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 여행자를 한 번에 많이 만났던 적은 손에 꼽는데 유독 남미만큼은 달랐다. 그렇다고 남미 여행지마다 한국 사람을 만났던 것도 아니었다. 관광지나 큰 도시에서만 한국인을 만나기 쉬웠다고 해야 할까. 바뇨스라는 작은 동네에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며칠 뒤 더 많은 한국 사람이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동빈이를 제외하고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같이 술을 마시며 어울렸다. 남미에서 거기에 한국 사람들끼리 어울린다는 이유로 술자리가 금방 끝날 리 없었다. 처음에는 맥주를 마시다 금방 병을 비우자 보드카로 종목을 바꿔 마시기 시작했다. 한참을 마시다 보니 하나 둘 숙소로 들어갔고, 뭔가 아쉬웠던 나를 포함한 네 명은 다른 장소로 옮기기로 했다. 알록달록한 조명 아래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거리를 걷다 보면 확실히 세련된 맛은 아니었다. 촌스러움을 가득했던 만코라와 비슷했다. 아무래도 바뇨스는 작은 동네였으니까. 아무튼 '프리드링크'를 준다는 클럽에 들어갔다가 무지하게 쓴 술을 마시고는 바로 나왔다. 너무 시끄러웠다. 맞은편에 있는 다른 술집에서도 프리드링크를 주길래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프리드링크로 준 술은 빨강색, 노란색, 초록색이 층을 이룬 예쁜 칵테일이었는데 재미있게도 잔에 불이 붙어서 나왔다. 이번에도 프리드링크만 마시고 나갈 수는 없어 남미에서 자주 마셨던 브라질 칵테일 카이피리니야를 달라고 했다. 밖은 여전히 시끌벅적하고, 자정을 넘어서까지 술을 마시던 우리는 끝내 취하지 않았다. 어쩌면 사진으로 더 유명한 장소가 바뇨스에 있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면 까사델아르볼(La Casa del Arbol)에 갈 수 있다. 스페인어로 까사는 집이고 아르볼은 나무이니까 번역을 하자면 '나무집'정도 되겠다. 나무집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그네 때문이다. 언덕 위에 있는 그네를 타고 뒤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공중에서 묘기를 부리는 것처럼 아찔한 장면이 담겨 나온다. 그네를 탈 수 있는 곳은 두 군데가 있다. 둘 다 그네를 타면서 사진 찍기 좋지만 역시 나무집 아래 있는 그네가 더 잘 나온다. 양 옆 기둥이 없는 데다가 절벽에 가까이 있어 사진으로는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놀이'로 보인다. 실제로는 약간 경사진 언덕이라 무섭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로우앵글로 찍으면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그네처럼 보인다. 덕분에 '세상 끝의 그네'라는 별명도 있다. 넓은 공터에는 아담한 규모의 짚라인도 있다. 다만 짚라인을 타게 되면 중간 지점에서 멈추게 된다. 대부분 그네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지만 주변 경치도 제법 괜찮다. 사실 기대했던 것보단 별 게 없지만 단 돈 1달러에 오랫동안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나름 괜찮았다고 볼 수 있다. 그네 사진만 보고 바뇨스를 찾아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 사진을 충분히 찍었다고 생각했을 때 내려왔다. 돌아가는 버스가 1시간마다 있었기에 시간을 잘 맞춰야 했다. 디마티아스 호스텔로 숙소를 옮겼다. 여전히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남미에서는 꼭 한국인 여행자들이 몰리는 숙소가 정해져 있다. 바뇨스에서도 그랬는데 다른 숙소는 텅 빈 곳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기만 한국인들로 북적였다. 우리가 묵고 있던 숙소는 더블룸이었음에도 도미토리인 이 숙소로 전부 옮겨가기로 해서 나도 오게 되었다. 비슷한 가격인데도 말이다. 물론 이곳 주방에는 조리도구가 많아 요리를 하고 함께 먹고 즐기기는 더 좋았다. 바뇨스에서는 액티비티를 하지 않으면 할 게 그리 많지 않다. 래프팅을 비롯해 캐녀닝, 캐노피, 번지점프 등 여러 액티비티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하긴 했으나 여행 막바지라 생각했던 나는 절약 모드에 들어갔다. 나보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여기 번지점프는 엉성한 줄만 묶고 바로 앞에 있는 다리에서 뛰어내리기 때문에 더 스릴 있다는 말에 쫄았던 것도 있다. 시장은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거나 음료를 마시기 좋다. 페루에서만 '꾸이'를 먹는 줄 알았는데 에콰도르에서도 즐겨 먹나 보다. 통구이 된 기니피그를 보면 있던 식욕이 사라지게 된다. 흥미롭긴 하지만 굳이 먹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경험 삼아 먹어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마 옆에서 가이 먹어보자고 꼬셨으면 먹었을 텐데 혼자라서 구경만 한 것 같다. 관광지답게 어딜 가도 숙소와 기념품 가게를 찾을 수 있다. 한 바뀌 돌아보면 소박한 동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돼지껍데기에 흥미를 느껴 먹어봤는데 그냥 고무를 씹는 느낌이었다. 저녁에는 폭포 바로 아래 있는 야외 온천에 갔다. 입장료는 3달러였는데 동네 온천이니 특별할 건 없었고, 냉탕과 온탕 그리고 수영장이 있었다. 저녁에는 다 여기로 오는 것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시설이 좋다거나 온천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고 따뜻한 물에 오랫동안 몸을 담그고 오는 것으로 만족했다. 여행 811일 차, 노트북과 휴대폰이 박살 났다. 이를 어쩐담. 숙소에는 지난번 곱창 먹을 때 만났던 한국인 여행자들도 있었다. 몇 번 지나치며 인사를 했던 게 전부였는데 이날은 앉아서 계속 수다를 떨게 되었다. 나보다 형이었던 찬열이형은 대전에 연고가 있었고, 잠시 뒤에 합류했던 유경누나는 내가 2년 동안 군생활을 했던 강원도 원통 출신이라고 했다. 그 때문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수다가 이어지게 되었다. 아마도 1년 이상 여행한 장기 여행자, 그리고 비슷한 나이 또래라서 말이 잘 통했나 보다. 우리의 수다는 아침부터 밤까지 지칠 줄 몰랐다. 이제는 익숙해진 바뇨스 밤거리를 걷다 술자리를 이어갔다. 여행하면서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수다가 이어진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수다가 즐거운 사람들을 만났는데 아쉽게도 바뇨스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아침에 배웅 나온 유경누나가 하루만 더 있으라고 했는데 키토에서 만날 친구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 뒤 거리로 나섰다. 헤어짐은 일상이지만 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여행의 매력이니까.
여행 811일차, 에콰도르 바뇨스 '세상 끝의 그네'
에콰도르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다윈에게 진화론의 영감을 줬던 단연 갈라파고스 섬이다. 그렇지만 갈라파고스는 늘 예산 압박에 시달리는 장기 여행자에게는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여행지다. 무조건 비행기를 타야 했고, 들어가자마자 내야 하는 입도비, 비싼 물가는 '나중에'라는 말로 접어야 했다. 콜롬비아로 가는 길목에 있었기에 빠르게 지나는 편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에콰도르의 첫 번째 도시는 쿠엔카(Cuenca)였다. 이른 아침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서 체크인을 한 뒤 야간 이동의 피로를 풀기 위해 잠시 쉬었다. 에콰도르는 짐바브웨 이후 오랜만에 달러를 쓰는 나라였다. ATM에서 돈을 인출하자 미국 달러가 나왔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적당히 저렴한 식당이 있는지 찾으며 걸었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메뉴델디아(Menu del Dia)'라고 쓰여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오늘의 메뉴라고 해야 할까? 남미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메뉴로 수프, 메인, 음료 등이 나오면서 저렴함이 특징이다. 이날도 에콰도르에서 처음 먹은 메뉴델디아 메뉴는 3달러였다. 스페인 식민시대의 오래된 건물이 많긴 했지만 동네는 깔끔한 편이었다.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는지 쿠엔카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처음 도착한 도시에서 적응하는 방법은 무작정 걷는 것이다. 조금 걷다 보니 강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작은 개울이 나왔다. 이 개울을 사이에 두고 도시가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다. 맑은 날씨에 걸으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알록달록한 벽화를 구경하고, 길거리에서 파는 불량식품 같은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었다. 누군가는 에콰도르에서 쿠엔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하는데 기대할 만큼 특별하진 않았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매연 가득한 키토나 범죄율이 높다고 알려진 과야킬에 비하면 쿠엔카는 훨씬 괜찮은 동네임에 틀림없다. 쿠엔카에서는 손으로 직접 만드는 파나마 모자가 유명하다고 한다. 에콰도르에서 만든 모자인데 중미에 있는 나라 이름이 붙은 이유는 파나마를 통해 여러 나라로 수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자도 관심이 없었고, 모자를 사더라도 들고 다닐 자신도 없었다. 아무튼 목적지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도시를 한 바퀴 돌게 되었다. 어느 건물 안에는 재래시장이 있었다. 페루, 볼리비아와는 조금 다른 인디오들의 외모와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 과거 잉카제국의 영향에 있었던 이곳은 스페인 식민시대를 거치면서 거의 다 사라진 상태지만, 인디오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광장을 지나면 쿠엔카를 대표하는 새로운 성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 봐도 푸른색의 돔이 인상적이다. 성당 주변에는 꽃을 파는 노점이 여럿 있었다.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아마 여기서 성당 안 여러 성인 앞에는 여기서 산 꽃이 놓여 있을 것이다. 쿠엔카의 밤은 꽤나 조용했다.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보통 이틀 이상 머무는 편인데 북쪽으로 빠르게 올라가기로 했다 보니, 바로 다음날 아침에 바뇨스(Baños)로 이동했다. 바뇨스로 가는 버스는 아침에 한 대 뿐이었지만 사실 매 시간 있었던 암바토(Ambato)로 가는 버스를 탄 후 바뇨스로 가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바뇨스로 가는 여정은 굉장히 지루했다. 좁은 버스는 그렇다 쳐도 중간에 사람을 태우기 위해 수시로 정차했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낮에 타는 장거리 버스라서 그런 듯하다. 거의 9시간 만에 바뇨스에 도착했다. 바뇨스는 작은 동네지만 여행자로 항상 북적이는 곳이다. 미리 만나기로 했던 사람들과 얘약했던 숙소를 찾아가 체크인하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잠깐 걸었을 뿐인데 한국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사실 남미에서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에콰도르, 그것도 바뇨스에 이렇게 한국 사람이 많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제대로 먹은 게 없었다. 숙소를 찾아 걷다 우연히 발견했던 허름한 식당이 생각나 무작정 찾아갔다. 연기로 가득했던 허름한 식당에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곱창을 팔고 있었다. 페루에서 만났던 어느 한국인 여행자가 바뇨스에서 먹었던 곱창이 그렇게 맛있다고 칭찬을 했었는데 첫날에 우연히 찾아온 것이다. 때마침 곱창을 먹으려고 기다리던 한국인 여행자 4명과 합석하게 되었다. 우리는 통성명도 하지 않은 채 수다를 떨고, 맥주와 곱창을 해치웠다. 바뇨스에서는 칠레에서 밤새도록 술을 마셨던 동빈이와 다시 만났다. 동빈이와 날짜를 맞춘 것도 있지만 바뇨스에 한국 사람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공기 좋은 곳에 위치한 이 작은 마을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매력적이다. 동빈이와 함께 만나게 된 한국인들과 다음날 곧장 래프팅을 하러 갔다. 확실히 18달러면 괜찮은 가격인 것 같다. 물론 여럿이라 약간 할인이 되긴 했지만. 래프팅에 앞서 구명조끼를 입고 노를 챙긴 뒤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물을 무서워하지만 일단 신난다. 래프팅을 처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뇨스에 도착하기 전에 이곳 물살이 험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날씨도 흐려서 살짝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거칠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만 더 빨랐으면 더 재미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물살이 약한 곳에서는 가이드의 의도 혹은 자신의 의지로 한 번씩 물에 빠진다. 두 팀으로 나뉘어서 탔기 때문에 경쟁하면서 노를 젓거나 물싸움을 하는 건 기본이었다. 간혹 무자비한 사람들로 인해 강제로 물에 빠지기도 한다. 구명조끼를 입었지만 물살이 빠른 지점 전에 보트로 돌아와야 한다. 보통 노를 천천히 젓다가 물살이 세지는 지점에서 노를 힘껏 저으며 빠져나간다. 바위가 있는 지역은 특히 위험할 수 있다. 조금 더 스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우린 충분히 즐거웠다. 계속해서 물싸움을 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하류에 다다랐다. 이제는 물에 빠져도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는다. 오랜만에 계곡에서 래프팅을 하니 정말 재미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한국 여행자를 한 번에 많이 만났던 적은 손에 꼽는데 유독 남미만큼은 달랐다. 그렇다고 남미 여행지마다 한국 사람을 만났던 것도 아니었다. 관광지나 큰 도시에서만 한국인을 만나기 쉬웠다고 해야 할까. 바뇨스라는 작은 동네에 이렇게 많은 한국 사람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며칠 뒤 더 많은 한국 사람이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동빈이를 제외하고 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같이 술을 마시며 어울렸다. 남미에서 거기에 한국 사람들끼리 어울린다는 이유로 술자리가 금방 끝날 리 없었다. 처음에는 맥주를 마시다 금방 병을 비우자 보드카로 종목을 바꿔 마시기 시작했다. 한참을 마시다 보니 하나 둘 숙소로 들어갔고, 뭔가 아쉬웠던 나를 포함한 네 명은 다른 장소로 옮기기로 했다. 알록달록한 조명 아래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거리를 걷다 보면 확실히 세련된 맛은 아니었다. 촌스러움을 가득했던 만코라와 비슷했다. 아무래도 바뇨스는 작은 동네였으니까. 아무튼 '프리드링크'를 준다는 클럽에 들어갔다가 무지하게 쓴 술을 마시고는 바로 나왔다. 너무 시끄러웠다. 맞은편에 있는 다른 술집에서도 프리드링크를 주길래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프리드링크로 준 술은 빨강색, 노란색, 초록색이 층을 이룬 예쁜 칵테일이었는데 재미있게도 잔에 불이 붙어서 나왔다. 이번에도 프리드링크만 마시고 나갈 수는 없어 남미에서 자주 마셨던 브라질 칵테일 카이피리니야를 달라고 했다. 밖은 여전히 시끌벅적하고, 자정을 넘어서까지 술을 마시던 우리는 끝내 취하지 않았다. 어쩌면 사진으로 더 유명한 장소가 바뇨스에 있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면 까사델아르볼(La Casa del Arbol)에 갈 수 있다. 스페인어로 까사는 집이고 아르볼은 나무이니까 번역을 하자면 '나무집'정도 되겠다. 나무집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그네 때문이다. 언덕 위에 있는 그네를 타고 뒤에서 사진을 찍으면 마치 공중에서 묘기를 부리는 것처럼 아찔한 장면이 담겨 나온다. 그네를 탈 수 있는 곳은 두 군데가 있다. 둘 다 그네를 타면서 사진 찍기 좋지만 역시 나무집 아래 있는 그네가 더 잘 나온다. 양 옆 기둥이 없는 데다가 절벽에 가까이 있어 사진으로는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놀이'로 보인다. 실제로는 약간 경사진 언덕이라 무섭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로우앵글로 찍으면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그네처럼 보인다. 덕분에 '세상 끝의 그네'라는 별명도 있다. 넓은 공터에는 아담한 규모의 짚라인도 있다. 다만 짚라인을 타게 되면 중간 지점에서 멈추게 된다. 대부분 그네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지만 주변 경치도 제법 괜찮다. 사실 기대했던 것보단 별 게 없지만 단 돈 1달러에 오랫동안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나름 괜찮았다고 볼 수 있다. 그네 사진만 보고 바뇨스를 찾아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 사진을 충분히 찍었다고 생각했을 때 내려왔다. 돌아가는 버스가 1시간마다 있었기에 시간을 잘 맞춰야 했다. 디마티아스 호스텔로 숙소를 옮겼다. 여전히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남미에서는 꼭 한국인 여행자들이 몰리는 숙소가 정해져 있다. 바뇨스에서도 그랬는데 다른 숙소는 텅 빈 곳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여기만 한국인들로 북적였다. 우리가 묵고 있던 숙소는 더블룸이었음에도 도미토리인 이 숙소로 전부 옮겨가기로 해서 나도 오게 되었다. 비슷한 가격인데도 말이다. 물론 이곳 주방에는 조리도구가 많아 요리를 하고 함께 먹고 즐기기는 더 좋았다. 바뇨스에서는 액티비티를 하지 않으면 할 게 그리 많지 않다. 래프팅을 비롯해 캐녀닝, 캐노피, 번지점프 등 여러 액티비티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하긴 했으나 여행 막바지라 생각했던 나는 절약 모드에 들어갔다. 나보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여기 번지점프는 엉성한 줄만 묶고 바로 앞에 있는 다리에서 뛰어내리기 때문에 더 스릴 있다는 말에 쫄았던 것도 있다. 시장은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거나 음료를 마시기 좋다. 페루에서만 '꾸이'를 먹는 줄 알았는데 에콰도르에서도 즐겨 먹나 보다. 통구이 된 기니피그를 보면 있던 식욕이 사라지게 된다. 흥미롭긴 하지만 굳이 먹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경험 삼아 먹어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마 옆에서 가이 먹어보자고 꼬셨으면 먹었을 텐데 혼자라서 구경만 한 것 같다. 관광지답게 어딜 가도 숙소와 기념품 가게를 찾을 수 있다. 한 바뀌 돌아보면 소박한 동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돼지껍데기에 흥미를 느껴 먹어봤는데 그냥 고무를 씹는 느낌이었다. 저녁에는 폭포 바로 아래 있는 야외 온천에 갔다. 입장료는 3달러였는데 동네 온천이니 특별할 건 없었고, 냉탕과 온탕 그리고 수영장이 있었다. 저녁에는 다 여기로 오는 것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시설이 좋다거나 온천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고 따뜻한 물에 오랫동안 몸을 담그고 오는 것으로 만족했다. 여행 811일 차, 노트북과 휴대폰이 박살 났다. 이를 어쩐담. 숙소에는 지난번 곱창 먹을 때 만났던 한국인 여행자들도 있었다. 몇 번 지나치며 인사를 했던 게 전부였는데 이날은 앉아서 계속 수다를 떨게 되었다. 나보다 형이었던 찬열이형은 대전에 연고가 있었고, 잠시 뒤에 합류했던 유경누나는 내가 2년 동안 군생활을 했던 강원도 원통 출신이라고 했다. 그 때문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수다가 이어지게 되었다. 아마도 1년 이상 여행한 장기 여행자, 그리고 비슷한 나이 또래라서 말이 잘 통했나 보다. 우리의 수다는 아침부터 밤까지 지칠 줄 몰랐다. 이제는 익숙해진 바뇨스 밤거리를 걷다 술자리를 이어갔다. 여행하면서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수다가 이어진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수다가 즐거운 사람들을 만났는데 아쉽게도 바뇨스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아침에 배웅 나온 유경누나가 하루만 더 있으라고 했는데 키토에서 만날 친구가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한국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 뒤 거리로 나섰다. 헤어짐은 일상이지만 또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여행의 매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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