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알고도 무시한 우리, 그러나 결국 불을 켠 우리, 영화 <스포트라이트>

By  | 2019년 8월 17일 | 
이런 걸 보도 안하면 그게 언론인입니까?, 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자존심이나 남의 시선 같은 것보다는 기사가 될 만한 이야기를 찾는 게 훨씬 중요하고, 83달러를 줘서라도 아니 있는 돈을 다 줘서라도 증거를 복사하고, 주말에도, 이른 시간에도, 늦은 새벽에도 일을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고, '이런 걸 보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다. 가족의 신념이라는 아주 조그맣고 단단한 틀, 혹은 '도시', '체계', '종교'와 같은 아주 크고 거대한 틀 속에서 잡아 먹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그 어떤 틀도 깨부수고 영리하고 신중하게 진실을 내놓는 스포트라이트 팀을 지켜보면서 마음을 졸였다. 성당 무대 위에 선 아이들의 크리스마스 캐롤 소리가 슬프게 울릴 때, 그로부터

조커, 호아킨 피닉스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

By  | 2019년 10월 5일 | 
여운 없는 충격과 끊임 없는 슬픔. 생각보다 잔상이 전혀 없어서 놀라웠다. 가히 우울하고 충격적인 내용인데도(적어도 빅 리틀 라이즈를 보고 2주간 우울해서 너무 힘들었던 내게는?), 정말 영화관을 나오자마자 깔끔하게 잊었다. 어쨌든 이리 억울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누구나 조커가 되는 꿈을 꾸려나. 대단히 폭력적인 세상에서 아직도 용서나 사랑을 꿈꾸는 나는 바보인가? 나도 같이 미쳐서, 불을 지르고, 내피 네피 할 것 없이 마음껏 섞어 얼굴에 바르기라도 해야 맞는 걸까? 질문을 던지자면 끝도 없는 영화라, 큰 맘 먹고 한 번 더 보고 정리를 좀 해봐야겠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at Pray Love)

By  | 2019년 7월 14일 | 
언젠가부터 삶을 돌아보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도 모른 채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는 말은 누구든 할 수 있는 말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 자체부터 잘못된 건지 모른다. 노력 없이 모두 내려놓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한 건지 모른다. 인도 아쉬람에서 만난 리차드는 리즈에게 묻는다. “why don’t you just let it be?” 그냥 그렇게 존재하도록 내버려 두는 건 어떠냐는 제안일 수도, 아님 왜 그렇게 그냥 두는 게 어렵냐고 혼을 내는 강경한 훈계일 수도 있으나 나는 전자로 받아들인다. 그냥 그렇게 존재하게끔 두는 것. 그게 그렇게도 어려운 이유는 중요하지 않고, 그렇게도 어려운 것을 꿋꿋이 해보려는 힘을 키우겠다.

영화 봄날은 간다, 언젠가의 나는 상우였으나 또 언젠가의 나는 은수였다.

By  | 2019년 9월 28일 | 
'버스나 사람은 떠나면 잡는 게 아니야.' 그러나 잡지는 못하여도 상상 속에서라도 몇 번을 다시 찾아가고, 붙잡고 혹은 붙잡히는 그런 인연이 있다. 크나큰 인연이자 악연인 상우와 은수, 꼭 그 둘 같은 이야기는 많다. 어떤 특정한 사람이 떠오르기보다, 상우나 은수 둘 중에 하나의 입장이 되기보다, 강렬한 슬픔이나 애절한 사랑 같은 게 느껴지기보다 그냥 하나의 흘러가는 이야기를 듣고 난 것 같은 그런 영화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묻지만, 모든 건 변한다. 사랑이라고 각자가 정하는 그 느낌도 변하고, 상대도 변하고, 한 순간에. 눈 깜짝할 새도 없이.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상우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처음 은수와 나란히 앉아 듣던 그 바람 소리를, 이제 혼자 서서 듣는다. 미소를 띄우기도 하면서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 시즌 1, 장 마크 발레

By  | 2019년 10월 17일 |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 시즌 1, 장 마크 발레
마음이 힘들었는데, 이걸 보고 더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만둘수도 없는 것은 그들의 삶을 내가 외면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죄책감에 꾸역 꾸역 보게 되는 그런 드라마. 어쨌든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고, 누구의 삶도 이해하지 못하고, 누구의 고통도 감히 공감할 수 없었다. 장 마크 발레는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감독이다. 나는 그가 작품 속에서 폭력을 다루는 방식이 비겁하지 않아서 좋고, 인생이란 건 바닥이란게 없어서 내리찍고 내리찍어도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걸 계속해서 이야기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부드럽게, 어떻게 보면 행복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런 하루 속에서도 떠오르는 몇 몇 순간은 너무도 잔인하다. 너무 잔인해서 갑자기 누가 내 등에다 칼이라도 꽂은 것처럼 아픈데, 그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