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성 기록

더워도, 혹은 덥지만

By  | 2012년 9월 8일 | 
지난 4월, 부푼 꿈과 포부를 안고 도착했을 때 이곳에는 40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밥도 잘 안 넘어가고, 의욕도 없고, 정말 피부가 아플 정도로 뜨거운 햇빛에 정신 못차리는 와중에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대체 내가 무슨 배짱으로 여길 왔을까?' 여행 좋아한다면서 그동안 동남아 쪽으로는 발길 한 번 돌려본 적 없었다.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하고 가까운 이곳에 오지 않은 건 단 하나, 더위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도 더위가 시작되면 아무 것도 못하고 정신을 놓아버리는데다, 원체 추운 걸 좋아하니까. 추위를 잘 타면서도 이상하게 추운 걸 좋아한다. 그래서 여행도 항상 겨울에만 다녔는데 이 더운 나라에 살겠다고 오다니. 그것도 베트남에서 가장 덥다는

서울촌놈 넘어서기

By  | 2012년 9월 8일 | 
서울촌놈 넘어서기
적응력 어쩌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처음 이곳에 도착하고 한 2주 정도는 정말 우울했다. 뭐 2주 후 바로 회복된 건 아니고 실제 완벽히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렸던 것 같지만.. 어쨌든 이 2주는 그야말로 암흑기 그 자체였다. 첫 번째 문제는 이전 글에 쓴 더위. 그야말로 혼을 빼놓는 더위가 나를 괴롭혔다. 여기 사람들도 중무장하고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길을 땡볕에 터벅터벅 걷다 보면 내가 다리를 움직이는지 다리가 날 데려가는지 모를 상태가 되곤 했다. 두 번째는 설사. 이건 단기체류가 아닌 이상 초반에 거의 다들 겪는다고 하는데, 날씨도 바뀌고 음식도 바뀌고 물도 바뀌고 찬 음료 자주 마시고 하니 피해갈 수 없는 코스였다. 세 번째는 전기사정과 물사정. 둘 다 툭하면 끊기고 심심찮게 녹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