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you carryin' guitar?

스페셜 <전주에서 보물 찾기>

By  | 2012년 9월 22일 | 
episode 1. 봄의 고요를 찾아서 나에게 봄은 고요함이었다. 고등학교 전까지 읍 단위 소재지에서 산 촌놈인 내게, 서울의 봄은 봄이 아니었다. 수많은 차량은 동맥경화처럼 팔차선 도로를 막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내뱉는 고함과 경적 소리를 막기 위해 소리를 올려 MP3를 듣다 집에 돌아오면 귀가 따끔거리곤 했다. 나에게는 휴식이 필요했고, 전주행은 간만의 휴식이 될 것 같았다. 나는 그곳에서 봄의 고요를 찾고 싶었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볕을 쬔 나무들이 어린잎을 틔워내는 봄의 고즈넉한 망중한을 즐기고 싶었다. 영화의 거리…오후 1시 50분, 85dB전주는 수백 년에 걸친 시간의 더께를 품고 있다. 조선 시대의 한옥들, 일제강점기에 완공된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 개발 정권 시절의 기상이

스토리 <헛소리를 잘하는 능력>

By  | 2012년 9월 22일 | 
“당황하지 마세요 Don’t Panic!” -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2005)> 마감이 내일인데, 방금까지 웹툰을 보고 있었다. 무려 네 시간 동안 보고 있었다. 본 것을 또 보고 있었다. 아… 순간 밀려드는 자괴감과 죄책감에 어쩔 줄 몰라 달려나가서 초코바 하나를 사와 뜯으면서 다시 책상에 앉았다. 심기일전하고 글을 쓴다. 내가 금쪽같은 네 시간을 바쳐서 본 웹툰은 양영순의 ‘덴마’다. 제8우주를 배경으로 초능력을 가진 인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SF 만화는 언제나 늦는 마감에도 불구하고(심지어 제시간에 마감되면 지구 전역에 지진이 일어난다는 ‘양영순의 저주’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많

스토리 <아버지와의 추억 혹은 인간의 존엄성>

By  | 2012년 9월 22일 | 
“얘들아, 모두들 좀 들어봐. 허락하지… 내가 죽으면… 나를 먹어도 돼.”- 영화 <얼라이브(Alive, 1993)> 아버지의 취미는 등산이었다. 평소에 절대로 영화를 보지 않는 분이셨지만, 등산 영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아버지께서 우리 가족 모두를 영화관에 데리고 간 적이 딱 두 번 있는데, 1993년 <클리프행어>가 개봉했을 때(설명: 실베스터 스탤론이 나오는 산악 영화. 로키 산맥 한가운데서 주인공이 악당을 때려잡는다)와 2000년 <버티컬 리미트>가 개봉했을 때(설명 : 크리스 오도넬이 나오는 산악 영화. 히말라야 산맥 한가운데서 주인공은 액체폭탄을 터뜨린다)였다. 상황이 그러하니, 어느 날 저녁 아버지께서 돈을 쥐어주며 비디오를 빌려오라고 했을 때 내가 받

스토리 <폭력의 역사>

By  | 2012년 9월 22일 | 
“이씨, 저 새끼 진짜 나쁜 새끼예요!”-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Our Twisted Hero, 1992)> 나는 심약했다. 초등학교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까불거리는 아이였지만, 조금만 감정이 격해져도 눈물이 솟아올랐다. 그러니 당연히 싸움을 못했다. 친구들과 말싸움을 하게 되면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고 눈물이 솟는데 어떻게 잘 싸울 수가 있겠느냔 말이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배치고사와 입학 초기의 혼란을 지나자 ‘남중’에는 서서히 학생 사이에 위계질서가 자리 잡았다. 물과 기름이 갈라지듯 그 조그만 학교에서도 찌질이부터 우두머리까지 아이들은 역할별로 세분된 자리를 가졌다. 나는 ‘좀 똘똘하지만 웃긴 놈’이라는 인상으로 모두와 친해질 수 있었고

어무니와 함께 본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By  | 2012년 10월 10일 | 
어무니와 함께 본 <우디 앨런: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기구한 팔자의 어머니는 전생에 무슨 죄를 지으셨길래 아들만 둘을 낳으셨다. 다른 집 딸내미들은 같이 옷쇼핑도 하고 화장품도 구경하고 음식도 만들고 놀러도 가고 이뻐 죽겠는데 나는 이게 뭐냐 탄식하시는 어머니가 그 날 따라 외로워 보여 '그럼 저랑도 화장품 같이 써요!'라고 했다 아들새끼 키워봤자 소용 없다고 욕만 먹었다. 제가 어머니보다 화장을 잘할지 어떻게 알아요! 그리고 다음날 롯데백화점으로 데이트 감 ㅋㅋㅋ 내가 집에 한 달 이상 체류하는 것이 중학교 3학년 이후 8년 만이니, 어머니와 함께한 데이트도 정말 간만이었다. 대구역 롯데백화점에 도착하자마자 우선 영화를 예매하고, 그 후 일본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어머니의 가을용 니트를 산 후 동성로를 거닐었다.십몇년만에 거닐어보는 동성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