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ertime sadness

시드니 2

By  | 2018년 7월 18일 | 
시드니 2
수요일이 밝았다. 사실 몇 달 동안 주말과 평일의 나날이 없도록 살아 그렇게 다르다고 느껴지진 않지만. 아무튼 오늘의 시드니는, 해가 쨍쨍한 정오에 시작됐다. 이유는 늦잠 더해지는 변명은 기왕 늦은 김에. 본 다이 비치의 모래는 금색. 부드럽고 속은 차가웠다. 해가 세서 약간 뜨겁지 않을까 싶었던 걱정은 모두 기우로 돌아갔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서핑 초보인 어떤 남자가 보드를 끌어안고 바다 위를 뒹구는 걸 지켜봤다. 여기는 지금 겨울이다. 7월의 겨울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만큼 생경한 단어이고, 안에 히트텍 엑스트라 웜을 피부처럼 붙이고 스웨터를 덧입었어도 패딩이 필요하지 않은 날씨는 이것저것을 헷갈리게 했다. 정오에서 세 시 사이에는 히트텍만 입고 걸어도 덥단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겨울

시드니 1

By  | 2018년 7월 17일 | 
시드니 1
일단 1이라고 써 본다. 왜냐하면 2가 나올지는 나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도쿄에서도 첫째날을 쓰고 그대로 뭉개버린 전적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믿을 순 없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컴퓨터를 들고 온 수고나 기간을 생각하면 한 다섯 날쯤은 더 쓰지 않을까. 비행기를 열여섯 시간 동안 탔고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세 시간 정도 머물러 거지처럼 잠을 자다가 시드니에 닿았다. 한밤에 시작한 여행이 저녁 어둠으로 마무리될 때, 해가 뜨고 뜨고 뜨고 공중을 돌아 결국 다시 뒤편으로 사라지는 시간 동안 나는 운전기사의 성격이 다소 거친 고속버스 안에 앉아 있다고 열 번쯤 스스로를 다독였다. 두 끼의 식사와 간식을 위장에 집어넣으며 영화 두 편을 봤다. <위대한 쇼맨>과 <아이, 토냐>였는데 주인공 두

브리즈번-시드니-뉴질랜드

By  | 2018년 8월 4일 | 
브리즈번으로 가기 전에 멜버른에 있었다. 춥고 비가 내리는 도시였으며 빅토리아 갤러리가 있는 곳. 브리즈번은 놀랄 만큼 따뜻했다. 낮이면 반팔 티셔츠를 입어도 될 만한 더위에, 밤도 그럭저럭. 인공 해변이 있는 도시는 작고, 교통비가 비싸며, 갤러리와 박물관이 그럭저럭이지만 예뻤다. 하루에 두세 번씩 무료 페리를 타고 강 건너와 건너를 오갔다. 브리즈번에서 스트라다..무슨 섬에 갔다. 멜번에서 다녀온 그레이트오션로드 투어보다 좋았다. 여기서 돌고래와 거북이 기타 동물과 자연을 감상하고, 엄마 생각을 했어. 엄마가 비행을 버틸 수 있다면 여기에 꼭 와야 한다고. 시드니로 돌아와 떠난 포트스테판 투어. 사막에 사는 것을 기대했었다. 마음속에 그리던 아주 완벽한 사막은 아니었으나, 고운 모래와 작열

11월엔 도쿄

By  | 2018년 12월 10일 | 
11월에는 잠깐 도쿄에 다녀왔다. 올해의 마지막 여행이 되었다. 한국은 슬슬 시린 겨울로 돌입하는 중순 즈음이었는데 도쿄의 기온은 11도에서 17도를 지나다니며 내내 가을이었다. 맑고 따뜻했다. 이번에는 긴자에 숙소를 잡아서 이틀간 머물렀다. 여행 기간이 짧아 이동 시간을 줄이려는 심산이었고, 거의 모든 곳을 삼십 분 이내로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녁 여덟 시 비행기를 타 공항을 나온 시간은 거의 열한 시가 넘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갈 때까지 거기도 즐거운 금요일 밤이었다. 카페 플리퍼스에서 팬케이크를 먹었다. 우리는 호주 the rocks에서 초콜릿 팬케이크에 눈을 뒤집었던 기억이 있고, 여기도 만족스러웠다. 딸기는 늘 색이 좋다. 다이칸야마에서 걷고 걸어 오모테산도로. 저녁에

뉴질랜드 2

By  | 2018년 12월 4일 | 
웰링턴에서 크라이스트처치까지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버스를 탔다. 여행 내내 인터버스를 여섯 번 정도 탔는데, 놀랐다가 적응했다가 지겨워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제 세네 시간 정도의 버스 여행은 아무것도 아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눈 깜짝하면 갈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하고 싶진 않아. 크라이스트처치는 2011년 대지진을 겪어 아직도 부서진 흔적이 많은 도시였다. 대성당 두 개는 골조가 남은 채로 속을 드러내보이고 있었고, 그 광경을 비 내리는 날과 맑은 날에 마주했다. 속상했다. ECCE! TABERNACULUM DEI CUM HOMINIBUS 라고 기록된 성당의 입구가 남았고 그 곁의 구조물은 사진으로 남아 과거의 영광을 기록하고 있었다. 버노피 파이를 여행에서 처음으로 먹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