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즘.

쥬라기 월드 - 보아야 하는 것, 보고자 하는 것.

By  | 2015년 6월 15일 | 
쥬라기 월드 - 보아야 하는 것, 보고자 하는 것.
나도 쥬라기 공원 세대는 아니다. 쥬라기 공원이 극장에 걸리던 년도의 나는 그저 공룡이라는 명칭을 익혀가던 꼬꼬마일 뿐이었고, 저 먼 곳에 내가 꿈꾸던 공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도 한시간 반짜리 상영시간은 상당히 고역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공룡들이 생각보다 엄청난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고작해야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이었다. 이런 말 하는 나조차 이젠 아저씨라는 호칭이 당연한 나이가 되었다는 건, 이 공원의 나이가 참으로 오래 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정착된 프렌차이즈는, 볼풀장을 가득 메운 공 같다. 장르라는 풀장에 옹기종기 섞여 있는 부드러운 공. 각자는 뭉게지기도 부닥치기도 하지만 각자의 영역을 고수하며, 각자의 법칙을 준수하며 굴러다닌다. 장르 속, 또 다른

고질라 괴수행성 - 그가 고질라와 만나선 안되는 이유

By  | 2018년 7월 30일 | 
우리같은 십덕들에게 우로부 치 겐은 과거의 김수현과 이환경, 현재의 김은숙과 같은 존재다.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각본가의 한계를 넘어, 이제 곧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작품으로 승화시켜버린 존재들. 이름이 곧 브랜드이자 작품인 그들은 연예인에 준하는 이름값과 명예를 얻고, 그들이 아직 풀지 않은 이야기조차 화제거리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얻은 자들. 그런다고 우로부치가 신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지금 그에게 무워진 파워가 이 정도는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같은 영예를 안은 작가이지만, 우로부치도 사람이니만큼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는 건 당연한 이치다. 아니, 애초에 그 스타일을 통해 이름을 알린 작가이니 다른 작가들보다 더 스타일에 대해 따져 볼 수밖에 없다. 그를 대변할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 가

셜록:유령신부 - 장판은 장판으로.

By  | 2016년 1월 3일 | 
장판이라고 하던가. 극장판을 스크린에 걸고 판 한 번 굴려 보는 그런 거. 제대로 들어본 장판은 럽장판밖에 없지만 용어 자체가 주는 임팩트는 참 좋다고 생각한다. ‘판’이라는 언어가 주는 이중성을 잘 표현했다는 느낌. 금방이라도 왁자지껄한 한복판에 신발 한 켠 모셔두고 뛰어들어야 할 것 같다. 물론 그런 장판 속에서도 먹을 걸로 장난을 치는 아이들은 갓 돌린 햇반에 머리를 박아야겠으나, 뭐 어떨까. 셜록: 유령신부는 장판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팬서비스부터 시작해서, 본편 내내 흐르는 느낌 역시 그렇다. 애초에 유령신부라는 메인 떡밥이 가지는 깊이가 적다. 원전 셜록 홈즈의 구현보다는 셜록이라는 프렌차이즈가 가지는 컬러를 지속적으로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말이야 복잡하

인터스텔라 - 우주, 아니 시공간 덕질.

By  | 2014년 11월 28일 | 
당연하지만, 약스포 함유. 보통 영화를 보고 오면 어머니에게 개략적인 내용을 말해 드리곤 한다. 남자 나오고 여자 나오고 이러이러한 내용이고 재미는 이 정도 쯤이니 어쩌니. 집안에서 영화 관련 지식을 책임지는, 덕후스러운 정보통으로의 기능이자 가정 내 최소한의 밥값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쉽다. 그런데 이번엔, 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본의 아니게 머리가 복잡해서 별 다른 얘길 하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당장 기분이 좋아도 뭐 말할 게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엄마가 보기엔 끔찍하게 재미없을걸.'말고는 생각나지 않는다. 길고, 느리다. 영상미의 압도는 좋지만 빠르거나 극적이진 않다. 영화라는 이름의 롯데월드가

최근 본 영화들.

By  | 2015년 4월 17일 | 
퇴근시간마다 마구잡이로 찾아본 영화들. 1.존 윅 사실 전혀 기대 안했다. 심기가 불편해진 은둔고수가 조직 하나를 몰살시킨다는 시나리오는 이젠 너무 많이 보았고, 키아누 리브스라는 배우에 대해서도 딱히 호불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사실, '개를 죽인다'는 시놉시스만으로도 순간적이나마 거부감을 증폭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스크린이란 세계에서만큼 개는 사람보다 우위인 생물이니까. 그러나 생각없이 굴려 본 본편은, 시놉시스에선 느낄 수 없는 각양각색을 잘 갖춘 영화였다. 특히 킬러들의 공동체와 그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업구조에 대한 묘사의 완급이 훌륭했다. 분명 곁다리 이야기고, 조금이라도 더 비중이 높아지면 이야기 전반을 망칠 수 있을 소재였음에도 그냥 필요한 만큼만, 느낄 수 있을 만큼만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