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칠리의 인생기록보관소

공주 가는 길

By  | 2021년 1월 22일 | 
이것은 수 년 전의 기록이다.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시인을 만나러 공주에 갔다.센트럴 터미널의 신세계 백화점에 들러 그에게 선물할 한과를 품에 꼭 안은 채로. 꽃처럼 별처럼 고운 시를 쓰는 감성시인,이전에도 몇 차례 뵌 일이 있었지만 그의 거처로 찾아가는 건 처음이다. 공주 터미널에서 내려 H감독님과 간단히 중국집에서 허기를 달래고,바로 택시를 잡아타고는 시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담하고 잘 가꾸어진 뜰 사이에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목조 건물이 표표하게 자리잡고 있다.문 앞에서 전화를 드렸더니 시인 부부가 나란히 문을 열고 우리를 맞이한다. - 먼길 오느라 고생 많았어. 차부터 들게.- 네, 좋습니다. 선생님 그는 공주시에서 마련한 문학관에서 관장을 맡으며 그 곳에서 기거하

디즈니느님 크리스마스겸 생일겸 연말 선물 감사합니다

By  | 2017년 12월 13일 | 
디즈니느님 크리스마스겸 생일겸 연말 선물 감사합니다
기쁘다 포스 오셨네만 제다이 맞으리 마! 내가 니 아부지다! 팬들 사이에서도 디즈니의 새로운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정통성을 훼손했네마네 분분히 입장이 갈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 까놓고 말해서 깨어난 포스를 보며 '쌍제이형 이건 아니잖아...'했던 순간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하지만..하지만!! 그저 레전드로 남을 줄 알았던 이 프랜차이즈를 살아 생전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가? 망한 걸로 이야기하자면 프리퀄 3부작이 이미 거하게 개판 쳐놓지 않았던가? 라이트 세이버가 나올 때 그 쥐-읭 하는 소리를 극장에 앉아 서라운드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디즈니의 스타워즈 120% 찬성이네. 로튼 토마토 지수 93% 찍어버렸다는데 기대를 안할 수가?

오징어 게임 : 일하지 않으면 죽어야 한다는 세상

By  | 2021년 10월 8일 |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은 상금 456억을 걸고 피튀기는 게임을 벌인다. 탈락은 곧 죽음이며, 리셋이나 부활, '한판 더' 따위의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단판이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펼치는 게임들은 바로 어린아이들의 전래놀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구슬치기 등. 이 아이러니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유년기의 종말은 놀이의 종말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가 더 이상 골목에서 딱지치기를 하지 않게 되는 시점은, 좋은 직장을 위한 발판으로서 대입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시점과 동일하다. 결국 놀이는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놀이의 정 반대 측면에 존재하는 '업', 즉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은 사회

안간힘과 비애가 이루어 낸 낙원

By  | 2018년 6월 7일 | 
안간힘과 비애가 이루어 낸 낙원
한달 전부터 계획되었던 해외출장에서 갑자기 빠지게 되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내 성정에 기인한 탓이 클 것이다, 며 추측만 해본다. 처음에는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처리해야 할 산더미같은 서류들 때문도 있지만 4박 5일의 일정 동안 제어할 수 없는 모난 짓으로 미움을 살까 두려웠다. 낯선 곳에서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와 마주하게 될 때 무슨 돌발행동을 벌일 줄은 나 자신조차 예측이 가지 않는다. 공황발작을 일으키거나, 옷가지마저 내팽겨둔채 영영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서랍 바닥에서 몇 년 째 썩어가던 여권을 찾아내고, 출장용 백팩을 구입하고, 잡동사니 보관용으로 사용하던 30인치 트렁크를 정리하는 동안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역사적 학술적

쌈, 마이웨이 : 역겹고 신물나는, 고달픈 청춘 팔아먹기

By  | 2020년 6월 27일 | 
나는 이 드라마를 끝까지 다 봤다. 볼거 다 봐놓고 왜 비판질이냐 하면 실은 별로 할 말이 없다. 김지원이 너무 예쁘게 나왔고, 잔망을 너무 잘 떨어주시니 자꾸 보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별로냐? 돈 많고 힘 있는 사람들은 악역, 못배우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선한 역으로 나오는 이분법적 구도부터 별로지만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취하고 있는 그 '가난한 청춘을 대변해준다'는 듯한 시혜적 태도가 너무나 역겹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은 이들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 아닌, 기만자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회를 줄곧 외면하고 있었다 뿐이지 실은 '노오오력'이나 '피땀눈물'따위 상관없는 A급 유전기질과 능력을 보유한 치들이다. 십 수 년 운동을 쉬었다는데 도장 몇 번 나가더니 갑자기 이종격투기의 혜성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