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Downsizing (2017)
By 멧가비 | 2018년 2월 22일 |
적자생존의 개념에서 '크기'의 중요함을 과감히 무시하는 황당한 설정. 이미 논리는 포기하고 들어가니 관객은 코미디를 기대하게 된다. 우선 관람 전에는 마이클 키튼의 [멀티플리시티]처럼 유사과학 판타지를 통해 현실을 풍자하는 우화 정도를 상상한다. 그러나 영화는 생각보다 진지하다. 주인공 폴은 다분히 자본주의적인 동기로 도피성 다운사이징을 감행, 바로 이 부분이 섬뜩하다. 영화에 의하면 소인족의 삶을 선택한다는 건 단순히 경제적인 부담을 더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존의 터전과 가족을 모두 떠나 일종의 격리된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먹고 살기가 퍽퍽해 사실상 아이덴티티를 모두 버린다는 소리다. 막연히 작아진 인간들을 보며 웃어제낄 영화는 아님을 이 지점에서 직감한다. 그나마 마누라마저 배신
정글 Jungle (2017)
By 멧가비 | 2018년 10월 13일 |
과잉의 자의식은 가끔 무언가를 망치곤 하는데, 그것은 주로 인간관계지만 가끔은 자신의 삶 자체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경우, 주인공 요시와 그 여행 친구들은 자신들의 목숨 자체를 위협 받는다. 영화는 어쩌면, 합리와 이성을 하찮게 여기는 이들에 대한 날카로운 은유다. 선을 지키느냐 넘느냐 한 끗 차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니 여행이라고 오죽하랴. 더 넓은 세상을 두 발로 직접 걸으며 체험하고 나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 여행자의 바람직한 마음가짐이겠다. 그러나 누군가는 거기서 선을 넘는다. 그 선은 자의식의 선이다. 더 넓은 세상을 목격한 나, 세상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로운 나, 따위의 캐릭터에 취해버리면 여행의 본질은 사라지고 실체 없는 승부욕과 아집만 남는다. 모두가 하지 말라면 일단 다
더 문 Moon (2009)
By 멧가비 | 2018년 4월 28일 |
내가 나 자신과 공조해서 또 다른 나를 음모에 가담시키려 하고, 나를 위해 나를 도우려 하지만 결국 그 내가 역으로 나를 위해 희생한다. 이 말도 안 되는 중언부언 같은 이야기를 한 방에 해결하는 것은 '복제인간'이라는 설정이다. 근본이 같은 자아를 지닌 복제인간 끼리의 작은 이야기. 얼핏 상상력만으로는 마이클 키튼 주연의 [멀티플리시티]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멀티플리시티]가 한 명의 자아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외면끼리의 갈등과 조화에 관한 코미디였다면, 본작은 여기에 '시간'과 '경험'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인다. 샘1과 샘2가 처음 조우한 이후,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후의 행동을 결정하는 대목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면 알 수 있는 부분. 샘2가 거의 "태어나자 마자"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2018)
By 멧가비 | 2018년 12월 27일 |
MCU 이래 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슈퍼히어로) 팀업 포맷으로 나온 또 하나의 영화. 그러나 이 영화가 MCU의 방식과 결정적으로 달느 건 "평행우주" 소재를 과감하게 갖다 쓴다는 점. 굳이 디즈니-마블의 [어벤저스]를 비교 예시로 들자면, 사실은 각자의 세계관이 견고하게 있을 캐릭터들을 한데 모음에서 오는 핍진성의 구멍을 영화적(문학적 혹은 엔터테인먼트적) 허용이라는 이름 하에 시치미 떼고 모른 척 하느냐 아니면 그것을 인정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천양지차로 다른 내력을 가진 캐릭터들의 집합이라는 부분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그것을 작품만의 고유한 매력으로 적극 활용한다. 너무나 다른 캐릭터들이 모여서 팀을 이루려면 그 당위성 때문에라도 각자의 개성을 죽이고 팀웍을 강조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