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의 개념에서 '크기'의 중요함을 과감히 무시하는 황당한 설정. 이미 논리는 포기하고 들어가니 관객은 코미디를 기대하게 된다. 우선 관람 전에는 마이클 키튼의 [멀티플리시티]처럼 유사과학 판타지를 통해 현실을 풍자하는 우화 정도를 상상한다. 그러나 영화는 생각보다 진지하다. 주인공 폴은 다분히 자본주의적인 동기로 도피성 다운사이징을 감행, 바로 이 부분이 섬뜩하다. 영화에 의하면 소인족의 삶을 선택한다는 건 단순히 경제적인 부담을 더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기존의 터전과 가족을 모두 떠나 일종의 격리된 삶을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먹고 살기가 퍽퍽해 사실상 아이덴티티를 모두 버린다는 소리다. 막연히 작아진 인간들을 보며 웃어제낄 영화는 아님을 이 지점에서 직감한다. 그나마 마누라마저 배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