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즈케의 맛 – 21세기와는 다른 20세기 이상적 남성상
By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 2022년 6월 3일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타에코(코구레 미치요 분)는 남편 모키치(사부리 신 분)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해 거짓말을 하고 친구들과 놀러 다닙니다. 세츠코(츠시마 케이코 분)는 고모 타에코의 강권으로 선을 보러 가지만 도망쳐 모키치, 모키치의 동생과 같은 노보루(츠루타 코우지 분)와 하루를 보냅니다. 모키치는 우루과이로 급히 출장을 가게 되지만 고베로 여행을 떠난 타에코는 전보를 받고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남편을 혐오하는 아내 오즈 야스지로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흑백영화 1952년 ‘오차즈케의 맛’은 갈등이 깊어져 소통 불가능한 부부 모키치와 타에코를 묘사합니다. 모키치는 소박한 취향을 가졌으며 퇴근 이후에도 책상머리에 앉아 지내는 과묵하고 지적인 월급쟁이인 반면 타에코는 거짓 핑계를 만
동경 이야기, 1953
By DID U MISS ME ? | 2022년 5월 16일 |
비교적 시골에 살던 노부부가, 장성해 이미 독립한 자녀들을 보기 위해 동경으로 향한다. 의사가 된 장남의 집에서 몇 박, 미용사로 일하는 차녀의 집에서 몇 박. 그리고 죽음으로 일찍 헤어진 차남의 아내, 그러니까 며느리의 집에서 또 1박. 그러나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자녀들이 다 그렇듯, 아들과 딸은 오랜만에 다시 만난 부모를 짐 취급 하느라 바쁘다. 아니, 그나마 짐이면 다행이지. 결국 여독에 독사 해버린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자식들은 추억이랍시고 뭐 하나 더 챙겨갈 물건 없는지를 고민하느라 정신이 없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부모 자식 관계를 굉장히 부정적이고 염세적으로 그리고 있구나-라는 생각만을 하게 된다. 실제로 그런 부분이 또 없지도 않으니. 의사 아들은 고매한 척 하지만 결국은 무뚝뚝함
안녕하세요 – 고도성장기 초기 일본인의 삶 엿보기
By 디제의 애니와 영화 이야기 | 2022년 5월 10일 |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초등학생 형제 미노루(시타라 코우지 분)와 이사무(시마즈 마사히코 분)는 집에 TV가 없어 유흥업에 종사하는 마루야마 부부의 집에 놀러 가 TV를 시청합니다. 하지만 미노루 형제의 어머니 타미코(미야케 쿠니코 분)는 못마땅해해 마루야마 부부의 집에 가지 못하게 막습니다. 미노루 형제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TV를 사달라고 조릅니다. 1959년 일본, 컬러 영상으로 엿보기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59년 작 ‘안녕하세요’는 일본 고도성장기 초기 도쿄의 신흥주택가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포착한 군상 드라마입니다. 카메라가 정지된 가운데 등장인물들의 대화 위주로 서사를 전개하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정적인 연출이 고수됩니다. ‘도쿄 이야기’를 비롯한 오즈
동경 이야기 東京物語 (1953)
By 멧가비 | 2016년 11월 8일 |
영화가 깊게 여운을 남기는 관념, 내게 그것은 "가족이라는 집단의 아이러니"다. 장남 코이치와 차녀 시게는 연로한 부모를 부담스러워 하고 과부가 된지 오래인 삼남 쇼지의 아내, 즉 며느리 아닌 며느리 노리코만이 진심으로 극진히 보살핀다. 바쁜데 왔다며 노부모를 보며 투덜대는 차녀, 그러나 보조 미용사를 둔 동네 미용실 원장이다. 촌각을 다투거나 자리를 비우면 안 되는 직업군도 아닐 뿐더러 손님이 그렇게 많아 보이지도 않는다. 노모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도 다급한 기색 하나 없던 장남은 애초에 직업이 의사. 언젠가 키타노 타케시가 한, "가족이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라는 말은 어쩌면 이 영화와 가장 가까운 정서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을까. 이기적이고 무심한 자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