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자리를찾는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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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posts하이랜더 Highlander (1986)
트렌치 코트를 입은 유럽계 남자가 주차장에서 카타나를 꺼내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기서 이미 모든 설명이 끝난다. 아, 이 영화는 어쩌자고 이렇게 본 적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세계관을 강제로 눈에 때려 박으며 시작하는가, 요즘 영화는 오리지널리티가 없고 죄 다 코믹스 실사화 아니면 리메이크 뿐이다, 라는 한탄은 이미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럼 옛날 영화는 뭐 얼마나 대단했길래? 라는 반문이 따라온다. 그 때 보여주면 좋은 작품 중 하나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부족한 기술력을 돌파할 대담한 시도들로 가득했던 80년대의 영화. 각본가인 그레고리 위든은 리들리 스콧의 감독 데뷔작 [결투자들]에서 영감을 받은 후, 스코틀랜드와 영국에 있는 갑옷 박물관 등을 구경 다니면서 시나리오를 구체화 한다.

무사 (2001)
놀라운 것은 스펙터클이었다. 한국 영화에서 이런 그림을 다 보다니. 사실상 이 영화는 [쉬리]가 만들고 그 쉬리로 인한 한국 영화 투자 붐이 만들어낸 셈이다. 역사인 듯 야사인 듯 아리송한 기록에, [7인의 사무라이]와 [숨은 요새의 세 악인] 등을 딱 좋을 만큼 우라까이 한 구로사와 아키라 "풍"의 영화. 얻을 거 없이 싸우는 남자들의 전쟁터라는 점에서는 21세기 한국판 [영웅본색]이기도 하다. 시대극으로서의 고증에 공을 들이면서도 현대극의 태도를 취하는 그 괴리에는 이질감과 함께 묘한 시대착오의 쾌감이 깔려있다. 멋진 배우들과 이국적인 배경이 돋보인 건 간단한 플롯 덕분이기도 하다. 크세노폰의 고대 그리스 진군 기록인 [아나바시스]처럼 적진에 고립된 고려 남자들의 귀향 도전기. 패닉의 '달팽이'

로건 Logan (2017) 두 번째 리뷰
찰스 재비어 세상 가장 현명하리라 여겨졌던 총기는 흐려져, 추격자가 뒷통수까지 따라온 도주길에 민가에 하루 신세를 지고자 하는 무리수를 두고 말아 결국 또 한 가족의 무의미한 희생을 야기한다. 그는 그저 따뜻한 잠자리와 평범한 식사, 잠깐의 휴식을 원했을 뿐인데, 대체 그는 얼마나 지쳤던 걸까.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것 같았던 사람이 치매 환자가 되어 그 점잖던 모습은 어디가고 욕을 내뱉는다. 늙으면 애가 된다는 말이 있듯이, 소싯적 거칠었던 성격이 튀어 나오는 거다. 종의 존망을 건 갈등으로 첨예하던 위험한 세상에서 천둥벌거숭이인 그 울버린에게서조차 존경을 받던 사람. 그 모두를 품으려던 남자는 그 자신이 인류에 치명적인 무기로 변해버린 것도 모자라 지키려던 이들을 자기 손으로 해친 수치스런 역

로건 Logan (2017)
엑스맨 시리즈의 영화가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렇게 섬세하고 애잔한 정의를 내릴 줄이야. 이번 영화에서 부각되는 것은 유사부자-부녀 관계인데, 누군가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철없고 어린 자식을 인도하고 보호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늙었을 때 반대로 자식의 보살핌을 받는 무기력함까지 받아들여야 한다고 영화는 말한다. 로건과 재비어는 늙은 아버지의 역할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최후를 맞는다. 로건과 재비어의 유대감은 엑스맨 시리즈 첫 영화와의 수미쌍관이다. 과거 재비어는 로건에게 기억을 찾아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은 로건이 재비어의 기억을 감춰주며 정서적으로 보호한다. 로건은 재비어의 곁에 남은 마지막 엑스맨이자 육체적 보호자이며, 재비어는 로건에게 있어 삶을 이어나갈 유일한 이유가 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