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랜더 Highlander (1986)
By 멧가비 | 2021년 1월 11일 |
트렌치 코트를 입은 유럽계 남자가 주차장에서 카타나를 꺼내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기서 이미 모든 설명이 끝난다. 아, 이 영화는 어쩌자고 이렇게 본 적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세계관을 강제로 눈에 때려 박으며 시작하는가, 요즘 영화는 오리지널리티가 없고 죄 다 코믹스 실사화 아니면 리메이크 뿐이다, 라는 한탄은 이미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럼 옛날 영화는 뭐 얼마나 대단했길래? 라는 반문이 따라온다. 그 때 보여주면 좋은 작품 중 하나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부족한 기술력을 돌파할 대담한 시도들로 가득했던 80년대의 영화. 각본가인 그레고리 위든은 리들리 스콧의 감독 데뷔작 [결투자들]에서 영감을 받은 후, 스코틀랜드와 영국에 있는 갑옷 박물관 등을 구경 다니면서 시나리오를 구체화 한다.
살인 이론 Kill Theory (2009)
By 멧가비 | 2016년 7월 27일 |
![살인 이론 Kill Theory (2009)](https://img.zoomtrend.com/2016/07/27/a0317057_579842a2caf4e.jpg)
빈 산장에 쌍쌍이 모인 방종한 십대들. 이제는 설명하는 것이 의미가 없는 클리셰로 시작하는 영화는 살인마의 조금은 낯선 제안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살인마가 일일이 찾아가서 죽이는 대신 "너희들끼리 죽여라" 라며 미션을 부여한 것이 바로 그 것. 산장 슬래셔와 배틀로얄을 섞은 셈인데, 문제는 제대로 못 섞었다는 거다. 두 개의 레퍼런스에서 가장 재미없는 부분만을 골라서 섞은 느낌이다. 친구들끼리의 상호 살인에는 최소한의 설득력도 없으며 살인마는 게으르다. 친구들이 서로 죽이는 비극을 만든 건 살인마의 설계 때문이 아니라 그냥 지독하게 멍청했기 때문이다. 멍청해서 죽는 영화가 재밌을리가 없지. 설득력은 포기하고 마냥 B급 영화로만 즐기기엔 슬래셔나 고어로서의 기술적인 부분 역시 형편 없다.
웜우드 분노의 좀비 도로 Wyrmwood (2014)
By 멧가비 | 2016년 8월 1일 |
![웜우드 분노의 좀비 도로 Wyrmwood (2014)](https://img.zoomtrend.com/2016/08/01/a0317057_579f09a1be354.jpg)
좀비 영화를 논함에 있어서 짧게는 10년 전, 길게는 30여 년 전 영화들을 레퍼런스로 삼아야 할 만큼 의외로 굵직한 좀비 영화가 많지는 않다. 이제 좀비는 등장 자체로 장르가 결정되는 시기를 지나 다른 장르의 이야기를 조금 새롭게 하기 위한 도구로 더 사용되는 느낌이다. (앞선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등 처럼, 좀비도 이제 공포 영화만의 소재가 아니다.) 미국식 코미디(좀비랜드, 2009)와 영국식 코미디(새벽의 황당한 저주, 2004)로도 이미 각각 변주되었으며, 좀비가 애완견에 비유되는가 하면(내 친구 파이도, 2006), 틴 로맨스의 주인공(웜 바디스, 2013)이 되기도 했다. 나치 좀비, 자위대 좀비, 스트리퍼 좀비 등 일일이 열거하기가 무의미할 정도로 수 없이 도구화 되었는데, 생각해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