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묘한 매력은 내러티브의 구조에 있다. 그 어느 마블 영웅들보다 강력한 힘, 앞뒤 없이 들이밀고 깨부수는 우악스러운 파이팅 스타일을 가진 캐릭터가 바로 헐크인데, 정작 영화 속 헐크-브루스 배너는 "뒷걸음 치는" 도망자 신세라는 점에서 말이다. 헐크에 비하면 어린애 솜주먹이라 할 만한 다른 영웅 캐릭터들은 늘상 무언가를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속에서 활약한다는 점이 대비된다. 도망이라는 개념은 영화를 상징한다. 브루스 배너는 자신을 쫓는 군인들, 권력가의 비뚤어진 망상과 욕심으로부터 달아나고 있지만 사실은 그 자신, 헐크라는 얼터 에고로부터 달아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서 마치 오이디푸스의 패러독스처럼, 헐크의 존재를 은폐하고자 추격하는 일이 되려 그 헐크를 자극해 깨워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