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륙횡단 이사의 경로를 짜면서 잠시 고민했던 것이 텍사스(Texas) 주이다. 그것은 댈러스, 휴스턴 같은 대도시 때문이 아니라, 남쪽의 멕시코 국경에 있는 빅벤드 국립공원(Big Bend National Park)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아래까지는 아무래도 너무 돌아가는 것이라서, 그냥 제일 북쪽으로 통과만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는데, 아래의 텍사스 지도(?)를 보면 이해가 더 빠르실 것으로 생각된다.
6년전 아리조나-뉴멕시코 여행에서 텍사스를 스쳐 지나가면서 하룻밤 숙박했던 엘파소(El Paso)에서와 같이 모텔의 와플이 텍사스 모양이었다. (글씨는 와플에 찍혀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포토샵으로 넣은 것임^^) 지도를 약 45도 반시계방향으로 돌려서 봤을 때, 제일 북쪽에 사각형으로 툭 튀어나온 '프라이팬 손잡이' 팬핸들(Panhandle)에 있는 아마리요(Amarillo)가 지금 있는 곳인데, 남쪽 빅벤드 국립공원까지는 직선거리로만 약 700 km나 된다. 그래서 텍사스는 나중에 비행기로 와서 렌트카로 돌아보거나, 아니면 언젠가 미국 남부를 다시 횡단할 때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텍사스 모양의 와플을 맛있게 먹고 모텔을 나왔더니, 요상한 날씨에 아침 무지개가 사진 가운데 멀리 보였다. 전날 어두워져서 그냥 지나쳤던 곳을 찾아가기 위해서 40번 고속도로를 약 10마일 정도 대륙횡단과는 반대방향인 서쪽으로 달려야 했는데, 그 때 기분이 참 묘했다~
인터스테이트40과 나란히 달리는 도로변에 차를 세웠고, 아내가 손을 흔드는 건너편 너머 멀리 보이는 곳이 이 날 이른 아침의 목적지인 캐딜락랜치(Cadillac Ranch)이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10개의 물체가 비스듬히 땅에 박혀서 지평선 위로 솟아있고, 벌써 많은 사람들이 우리보다도 먼저 와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땅에 거꾸로 박혀있는 것은 모두 1949~1964년 사이에 생산된 캐딜락(Cadillac) 자동차로, 1974년에 앤트팜(Ant Farm)이라는 샌프란시스코의 예술가들이 이 지역의 백만장자였던 Stanley Marsh 3 (이름 뒤의 숫자 3은 로마자 Ⅲ 대신에 사용한 '3세'라는 뜻이라고 함) 후원을 받아서 만든 설치미술이었다.
아침부터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그 자동차들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낙서를 하고있는 모습이다... 설치되고 2년정도 지난 1976년에 누군가가 처음 스프레이 페인트로 낙서를 했고, 앤트팜에서는 페인트를 지우기 보다는 그들의 행위도 이 작품의 일부라고 하면서, 오히려 페인트 낙서를 장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래에 찾아 본 깨끗한 원래의 모습이 보존되었더라면 더 멋있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차들을 거꾸로 박아놓은 이유는 위의 오리지널 사진에 잘 보이는 트렁크 좌우로 돌출되어 있는 캐딜락의 상징인 테일핀(tailfin) 디자인의 진화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제일 앞쪽에 가장 오래된 1949년형부터 마지막 10번째 1964년형 모델까지 연도별로 차례로 설치를 한 것이란다. 그리고, 위 사진의 원래 설치장소는 지금보다 2마일 동쪽의 밀밭이었는데, 아마리요(Amarillo) 도시가 확장하는 것을 피해서 지금의 옥수수밭으로 1997년에 옮겨서 다시 설치를 했다고 한다.
비록 1974년에 '새로' 만들어진 예술작품이지만,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루트66(Route 66)의 여러 명소들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로드트립의 필수방문코스가 되었다. 특히 루트66을 소재로 2006년에 만들어진 픽사 애니메이션 <카스(Cars)>에서는 라디에이터스프링스 마을의 배경이 되는 바위산인 '캐딜락레인지(Cadillac Range)'로 이름을 바꿔서 등장을 하기도 했다.
그 만화영화를 현실에 그대로 재현해서 LA 캘리포니아어드벤쳐 놀이공원에 카스랜드(Cars Land)가 2012년에 오픈했을 때, 디즈니랜드 담당자의 초청권을 받아서 가족이 직접 방문해서 찍었던 사진이다. 뾰족한 바위산처럼 보이는 캐딜락 테일핀의 모습이 확실히 보이는데, 위 사진이나 여기를 클릭하시면 하루에 약 9만명이 위기주부의 블로그를 방문하게 만들었던 당시 포스팅을 보실 수 있다.
그래서 루트66의 명소들을 찾아다닌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 곳은 대륙횡단 방향을 거슬러서라도 꼭 보고 가야했다.^^
한 때는 빈 스프레이 캔들을 바닥에 마구 버렸다지만, 지금은 사용한 스프레이 캔을 버리는 쓰레기통들이 역시 스프레이 낙서를 뒤집어 쓰고 옆에 놓여있었다. 아마도 저 앞에 가지런히 놓여진 캔들은 스프레이가 좀 남아있지 싶은데 확인을 해보지는 않았다.
제일 앞에서부터 마지막 캐딜락까지 걸어가면서 찍은 동영상을 클릭해서 보실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다. 아마도 페인트 스프레이를 만드는 회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들 중의 하나가 이 곳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아무 의미 없이 여러 사람들이 마음대로 칠한 낙서와 그림으로 덮여 있지만, 가끔은 갑자기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전부 흰색이나 까만색, 또는 핑크색이나 무지개색으로 칠을 하기도 한단다. 물론 그렇게 하는데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무슨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깨끗하게 칠한 위에다가 다시 마구 낙서가 되는 것도 순식간이라고 한다.
스프레이 캔은 없지만 위기주부도 무언가 뿌리는 자세로 포즈를 한 번 잡아봤다.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가다가 마지막으로 옥수수밭 사이로 들어가서 캐딜락랜치(Cadillac Ranch)의 사진을 멀리서 찍어봤다. 아래에 다시 설명을 하겠지만 아마도 여기를 떠나는 것이 위기주부에게는 루트66과의 작별처럼 느껴져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주차한 도로를 따라서 조금 더 서쪽으로 가서, 여기 러브스(Love's) 휴게소에서 기름을 넣고 출발하기로 했다. 이 때 텍사스에서의 기름값이 지난 10월에 2번의 대륙횡단을 하면서 가장 저렴했던 가격으로, 이틀 전에 캘리포니아 니들스에서 할 수 없이 넣었던 5불이 넘던 가격의 거의 반값이었다.
사실 이 Love♥s는 미국전역에 있기 때문에, 진짜로 텍사스에서 꼭 가보고 싶은 휴게소는 따로 있었다. 바로 텍사스를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는 고속도로 휴게소 체인점인 버키스(Buc-ee's)였는데, 아쉽게도 40번 고속도로에는 없고 댈러스 근처까지 가야만 해서, 역시 다음 기회에 가보기로 하고 텍사스를 떠났다.
40번 고속도로를 정동쪽으로 1시간반 정도를 달려서 처음으로 오클라호마(Oklahoma) 주로 들어섰는데, 여러 주들 중에서 가장 현대적인 디자인의 환영간판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거짓말처럼 고속도로 좌우의 잔디가 점점 파래지기 시작했고, 조금 가니까 웰컴센터(Welcome Center)가 나와서 화장실도 들릴 겸 해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아주 크게 잘 만들어 놓았던 비지터센터의 벽에 그려진 오클라호마 주의 지도이다. 우리는 지금 루트66과 인터스테이트40이 겹치는 Elk City 쪽으로 들어왔는데, 오클라호마시티(Oklahoma City)에서 루트66은 북동쪽으로 갈라져서 세인트루이스를 지나 시카고까지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40번으로 정동쪽으로 달려야 하므로, 이제는 사실상 루트66과도 작별을 해야하는 셈이다.
놀이터에 공룡을 세워놔서 당시에는 그냥 어린이들이 좋아하니까 만들어놓은 줄 알았다. 하지만 찾아보니까 오클라호마도 공룡화석이 제법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고, 특히 Saurophaganax라는 육식공룡이 오클라호마의 '주공룡(state dinosaur)'으로 지정되어 있다니까 아마도 그 분인 것 같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커플셀카가 빠진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한 장 보여드리고...^^ 1차 대륙횡단의 3일째, 점심을 먹기 위해서 들린 도시인 오클라호마시티(Oklahoma City)의 이야기가 다음편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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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와 하와이를 제외한 미본토의 48개 주(state)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1912년 1월에 뉴멕시코(New Mexico), 2월에 아리조나(Arizona)가 미연방에 가입이 되었다. 1차 대륙횡단 이사를 하며 그 두 주를 지나갔던 여행기는 본편이 마지막이다 보니, 조만간에는 다시 아리조나와 뉴멕시코의 이야기는 위기주부의 블로그에 쓸 기회가 안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간단한 역사를 끄적여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삿짐을 꽉 채우고 머리에 봇짐까지 올린 상태로 비포장도로까지 조금 달려서 차에게 정말 미안했던 기억이 난다.^^
트레일 안내판 위에 적혀진 이 곳의 이름은 엘말파이스 내셔널모뉴먼트(El Malpais National Monument)로 뉴멕시코 주에 있는 13개의 준국립공원들 중 하나이다. 원래 이리로 오는 길에 있는 국립공원청의 Information Center에 먼저 들리려고 했지만, 문을 열지 않아서 바로 트레일헤드를 찾아왔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공원지도에서 53번 도로의 동쪽끝에 이전 여행기로 소개했던 별도의 준국립공원인 엘모로(El Morro)가 작게 보인다. 역사적인 가치가 있는 바위산으로 일찌감치 1906년에 지정된 엘모로와는 달리, 엘말파이스는 화산지형(volcanic field)을 보호할 목적으로 1987년에야 지정되었는데, 녹색 영역이 국립공원청이 관리하는 준국립공원이고 그 주변의 노란색은 국토관리국(Bureau of Land Management, BLM) 소관의 El Malpais National Conservation Area로 구분되어 있다.
무엇을 찾아 어디로, 어디까지 가는지도 모르지만, 사모님은 앞서서 잘도 걸어가신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들판같지만, 가운데 땅이 까맣게 보이는 곳까지 가보면...
이렇게 땅이 꺼져서 동굴이 만들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바로 옛날에 용암이 흘렀던 곳에 만들어지는 라바튜브(lava tube)인데, 공원의 이름인 스페인어는 영어로 "The Badlands" 즉 황무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주차한 곳에서 0.1마일만 걸으면 이 짧은 트레일의 목적지인 정션케이브(Junction Cave)의 입구가 나온다. 이 트레일은 여기까지만 보고 돌아간다고 했더니, 사모님이 아주 좋아하셨다는...^^
그래서 셀카를 찍는 표정도 아주 밝으시다~
여기는 라바튜브 동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되어있는데, 저 속이 어떤 모습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지난 여름에 많이 들어가봤기 때문이다.
북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라바베즈(Lava Beds) 준국립공원 여행기를 클릭해서 보시면, 작은 것부터 아주 큰 동굴까지 내부가 어떤 모습인지를 3편의 여행기로 모두 보실 수 있다.
주차장의 안내판 반대편에 이 루프트레일의 이름인 엘칼데론(El Calderon)과 우측 위에 지도가 작게 보이는데, 우리는 루프가 시작되는 입구까지만 조금 걸어갔다 온 것이다.^^ 거기에 있던 동굴의 이름이 '정션(Junction)'인 이유는 아주 중요한 다른 트레일과 교차하는 곳이기 때문인데,
바로 미대륙을 지형적으로 동서로 나누는 경계를 따라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이어지는 컨티넨탈디바이드 트레일(Continental Divide Trail)을 지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즉, 여기 북쪽의 콜로라도에서 록키산맥 고개를 넘는 것처럼, 우리는 방금 뉴멕시코 고원지대에서 대륙을 동서로 나누는 경계를 넘어온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의미심장한 생각은 하지 않았고, 빨리 큰 마을로 가서 점심을 먹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말이다.
두 곳의 준국립공원 구경을 마치고 다시 40번 고속도로와 만나는 그랜츠(Grants)에서 점심을 먹었던 아시안 슈퍼뷔페(Asian Super Buffet)의 모습이다. 나는 간단히 서브웨이를 먹자고 했지만, 아내가 여기 가보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조금 과장해서... 내 평생에 가장 가성비가 좋은 뷔페를 먹은 곳이라, 나와서 사진 한 장 찍어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황량한 고속도로를 1시간 정도 달려 뉴멕시코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앨버커키(Albuquerque)에서 별다방 커피와 함께 주유를 한 후에, 다시 3시간 이상을 동쪽으로 더 달려야 뉴멕시코와 텍사스의 주경계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보라색 황혼과 함께 "매혹의 땅(Land of Enchantment)"을 떠나고 있는 모습이다. 고속도로 반대쪽의 뉴멕시코로 들어가는 방향은 저 기둥 두 개를 세워서 아예 환영게이트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번에 대륙횡단을 하면서 지나간 17개의 주들 중에서 뉴멕시코가 주경계의 간판을 가장 거창하게 만들어 놓은 주였다.
그리고, 우리의 이삿짐차는 텍사스(Texas)로 들어섰다. "Drive Friendly - The Texas Way"라 환영간판에는 적혀 있지만,
이 40번 고속도로를 지배하는 컨테이너 트럭들은 어두워질수록 별로 '프랜들리'하지는 않았던 기억이다. 물론 밤눈이 어두운 위기주부는 초행길이고 잘 안 보여서 속도를 줄였지만, 그들은 낮이나 밤이나 자주 다닌 이 길을 같은 속도로 계속 달리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래서 2차선으로 얌전히 달렸기 때문에, 조수석의 아내가 창밖으로 풍력발전기들 위로 뜬 그믐달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금방 완전히 어두워져서 지나가는 길에 있는 관광지는 내일 아침에 돌아와서 보기로 하고, 숙소를 예약한 도시인 아마리요(Amarillo)로 직행을 해야 했다. 점심을 아시안 푸드로 거하게 먹고 5시간을 내리 운전만 했기 때문에, 저녁은 간단히 '치맥'으로 하기로 했다.
윙스탑(Wingstop)에 닭날개를 주문해놓고 마트에 맥주를 사러 들어가는 우리를 텍사스가 환영해주었다.^^ 1차 대륙횡단의 2일째는 아리조나 홀브룩에서 텍사스 아마리요까지 정동쪽으로만 총 538마일(866 km)을 9시간41분 동안 운전한 것으로 구글 타임라인에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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