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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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 카발
우리 동네에는 오락실이 있다. 이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도 몇 없는 특별한 공간인데, 그것이 이런 시골 한 복판에 있다니. 믿을 수 없었다. 남은 여생을 조용히 살기 위해 귀촌을 했는데, 운명처럼 오랜 시간 좋아했던 추억의 장소가 나타난 것이다. 어느새 80을 넘어 90에 가까운 나이. 늙어버린 내 모습에 우울감이 들기도 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하루에 한 번씩 게임을 끝까지 클리어하면서 아직 건재함을 느끼곤 한다. 엔딩까지 보려면 몇 번이나 이어할까? 놀라지 마시라. 나는 단 100원으로 게임을 클리어한다. 전문 용어로 원 코인 클리어라고 하지. 그날도 오락실을 찾았는데, 멀리서부터 무언가 이상했다. 사람들이 북적거.......

조금 더 - 판타지 존
오늘도 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한다. 오늘도 아무 메시지가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 세안을 하고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한다. 거울 속에는 다 늙은 할머니가 있다. 언제 이렇게 늙었담. 꽃에 물을 주고 집안일을 하면 어느새 점심시간. 식사 후 약을 먹는다. 어차피 오래 살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많은지. 자식들의 잔소리가 무서워서 꾸준히 먹기는 한다. 그리고 나면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가볍게 산책을 나가서 논 길 한가운데 있는 오락실에 들어간다. 하루 중 유일하게 집을 떠나는 시간이다. 오락실을 지키는 귀여운 소녀가 있다. 손녀가 떠오른다. 이곳은 항상 북적이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 않.......

내려놓는 일 - 엘리베이터 액션
나는 평생 도자기를 만든 도예가다. 주문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작업실에는 건조 중인 그릇들도 남아 있다. 조금 알려진 덕분인 것 같다. 나의 손은 언제나 정확하다. 흙의 상태도 잘 읽으며 망가지는 비율도 낮다. 이대로 도자기를 계속 굽는 다면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인가? 이대로 간다면 내 삶에 새로운 무언가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오락실에 들렸다. 이제는 사라진 유물인데, 근처에 생겼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오락실용 게임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매번 하던 것들 뿐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을 찾는다. 고여 있다는 점에서 어쩐지 나와 비.......

반동 - 마피
잦은 야근이 반복되던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게 뭐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했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일. 오래전부터 마음 한구석에 담아둔 생각이었는데, 그날따라 또렷하게 떠올랐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날 바로 사표를 냈다. 스스로도 위험한 판단이라고 인지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작업을 시작하자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갔다. 글을 쓰는 시간만큼은 배고픔도, 불안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통장은 정직했다. 숫자는 줄어들었고, 나는 점점 초조해졌다. 그래도 부모님에게는 차마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대신 외할머니 댁으로 내려왔다. 할머니는 아무것도.......
![[웹툰단행본] 『통제구역관리부』 1권 후기 : 이상한 변칙과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 공간에 대하여](https://img.zoomtrend.com/2026/06/09/1780996474-SE-5eda86fa-0d63-4afd-b8dd-b801879fed5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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