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은 클래식이었다. 내가 실은 클래식을 들었다하면 아무도 안 믿어준다. 그런데 사실이다. 이해한다. 어쩌겠어, 나조차도 지금 믿기지 않는데.그 때는 브람스나 말러, 쇼스따꼬비치의 교향곡 음반을 사모았고 자습시간에는 클래식과 국악 방송인 KBS 1FM을 듣곤 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클래식을 들을 때의 이점은 자습실 순찰을 나온 선생님들께 '이어폰 뽑고 공부해라'하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이다. 클래식을 듣는다고 집중력이 올라가거나 성적이 상승하는 건 절대로 아닌데 말이다. KBS 1FM의 많은 프로그램 중에서도 나는 오후 여덟시에 시작하는 <FM 실황음악>을 특히나 좋아했다. 음악보다도 오케스트라의 조율 소리와 박수소리, 악장 중간의 헛기침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