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본격적인 그랜드써클 여행이다. 새벽같이 숙소에서 나와서 자이언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자이언캐년이라고도 부르는 사람이 있지만, 정식 명칭은 자이언 국립공원이다. 어제 묵었던 세인트조지에서는 1시간 거리. 7시 조금 넘어서 출발했는데, 자이언 국립공원의 입구에 도착하니 8시 15분을 막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입구에서 입장을 하기 위한 줄이 꽤 길어서 10여분을 소비해야 했다. 국립공원 패스가 있기는 했지만 새 지도를 받으려다가 더 줄을 서는 꼴이 되었다.
오늘의 자이언 국립공원 일정은 엔젤스랜딩 트레일을 마치고, 자이언롯지에서 점심을 간단하게 먹은 뒤 더내로우스를 조금 걷고.. 브라이스캐년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것이다. 해가 꽤 긴 시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이언 국립공원에 하루 종일 꼬박 투자하기로 했다. 어쨋든 자이언 국립공원 비지터 센터 주차장에 최종적으로 들어온 건 8시 30분 정도였는데, 이 시간대에 이미 주차장은 90%정도 차 있었다. 성수기에는 8시 전에 와야 하는 이유다. (아니면 자이언롯지에 숙소를 잡거나.)
이른 아침인데도 트래킹을 하러 온 사람들로 셔틀은 가득했다. 앤젤스랜딩 트레일 뿐만 아니라 자이언 국립공원에는 걸을 수 있는 트레일이 많다보니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보니, 한번에 셔틀을 탑승하지 못하고 다음 차를 기다려서 타야 했다. 그래도 셔틀은 느리긴 하지만 자주 다니기 때문에 대기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엔젤스랜딩 트레일은 6번 정류장, 더 그로토(The Grotto)에서 시작된다. 참고로 엔젤스랜딩 트레일은 퍼밋을 받아야만 갈 수 있는데, 이 퍼밋은 시즌 2개월 전 또는 하이킹 하루 전에 받을 수 있다. 사전에 미리 하는 경우, 워낙 응모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당첨확률이 높지 않지만.. 전날 하는 하이킹의 경우 극성수기 시즌만 아니면 생각보다 당첨이 잘 되는 편이다. 특히, 사람들이 일찍 오기 어려운 오전 9시 이전이 잘되는데, 시간대도 여러개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마지막까지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이언국립공원 엔젤스랜딩 로터리 응모: https://www.nps.gov/zion/planyourvisit/angels-landing-hiking-permits.htm
참고로 성수기 시즌에는 이렇게 하이킹 초입에서부터 퍼밋 검사를 한다. 하지만, 인력 문제인지 방문객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시즌에는 초입에는 퍼밋을 검사하는 사람이 없고, 중간의 스카우트 룩아웃(Scout Lookout)에만 검사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비수기에는 스카우트 룩아웃까지는 무리없이 갈 수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건 항상은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엔젤스랜딩 트레일은 스카우트 룩아웃까지는 상당히 쉬운 트레일이다. 물론, 계속해서 오르막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힘들기는 하지만, 모두 포장이 잘 되어있는 트레일이라서 위험할일이 없다. 엔젤스랜딩 트레일이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스카우트 룩아웃에서부터 엔젤스랜딩 정상까지 가는 구간을 이야기한다.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트레일을 따라 쭉 올라와서 이렇게 탁 트인 풍경이 보이면, 반쯤 올라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탁 트인 풍경이 사라지고 협곡 속으로 들어가면 다소 완만한 경사의 트레일로 바뀌기 때문에 잠시 쉬어가기 좋다. 그리고, 오후에 트래킹을 할 때에도 유일하게 그늘이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협곡을 지나면 한 번 더 지그재그로 올라가야 하는 루트가 나오는데,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생각보다 지그재그가 많다. 그렇다보니 중간중간 쉬어가면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이 지그재그만 올라가면 바로 스카우트 룩아웃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거의 다 왔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카우트 룩아웃에는 화장실도 있고, 앉아서 쉴만한 바위들도 꽤 많아서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성수기를 제외한 시즌에 퍼밋 없이 엔젤스랜딩 트레일에 도전했다면 여기까지만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부터 엔젤스 랜딩까지는 0.5마일(800m)인데, 이제부터 위험한 구간이 시작되므로 비가 온 날이나 눈이 온 날에는 충분한 장비와 좋은 트래킹화를 가져오지 않았다면 가능하면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스카우트 룩아웃에서는 자이언캐년의 협곡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여기서 보이는 자이언 국립공원의 풍경도 멋지긴 하지만, 자이언 국립공원의 진면목은 역시 엔젤스랜딩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긴 하다.
스카우트 룩아웃 이후에는 이렇게 또 한 번 퍼밋 안내판이 있으며, 직원이 앞에 리스트를 가지고서 확인을 한 후 통과시켜준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 불문, 퍼밋이 없다면 이 이후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엔젤스랜딩 하이킹은 굉장히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옆에 안전을 위한 체인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특정 구간에서는 여전히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비오거나 눈이 쌓인 날에는 추천하지 않는 이유다. 그리고, 바위를 잡고 올라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양방향으로 갈 수 없어서 반대쪽에서 기다려야 하는 구간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나 하이킹에 자신없는 사람들, 무릎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상당히 좁고 가파른 길을 800m나 가야 한다.
이런 트레일을 걸어서, 탁 트인 풍경이 있는 곳에 도착하면 앤젤스랜딩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레일의 끝에서는 자이언 국립공원의 협곡을 보다 넓게 볼 수 있다.
엔젤스랜딩의 정상에서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 올라오기 힘든 트레일이기는 하지만, 정상에 서면 확실히 보상을 주는 트레일이기도 하다.
엔젤스랜딩 트레일은 올라오는 것도 어렵지만, 내려가는 것은 더 어렵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체인을 잡고 내려가야 하는데, 무릎에 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라갈 때보다 더 조심해서 내려가야 한다.
내려가면서 보이는 자이언 국립공원의 풍경.
트레일을 따라 스카우트 룩아웃까지 내려오면,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잘 정비된 트레일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것은 없다. 오르막 없이 계속해서 내리막만 이어지므로 가는 길도 그렇게 어렵지 않다. 다만, 아침 일찍 올라갈 때에는 그래도 나름 선선했지만, 6월이었던지라 정오가 가까워지자 확실히 더워서 내려오는 게 더 피곤했다.
엔젤스랜딩 트레일을 마치고 나서, 다시 자이언롯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자이언 국립공원에 벌써 여러번 왔기 때문에, 이 곳에 더이상 묵어야 할 이유가 없지만.. 자이언 국립공원에 처음 묵는다면 동선상의 이득을 위해서라도 자이언 롯지에 묵는 것을 추천한다. 보통 1년전부터 예약이 꽉 차 있기는 하지만, 1-2달 전부터 계속 조회해보면 취소되는 객실을 종종 볼 수 있다.
점심은 자이언 롯지 옆에 붙어있는 카페에서 간단하게 햄버거와 감자튀김, 그리고 음료를 주문했다. 예전같았으면 도시락까지 준비해서 다녔겠지만, 엔젤스랜딩 트레일을 끝내고 내려오는 지점에 카페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미리 준비하지는 않았다. 사실 아침일찍 일어나서 나오느라 그럴 시간도 없었지만.
요즘 미국 물가 생각하면 세금 포함 $15 정도였던 햄버거 세트는 나름 저렴한 걸지도. 카페 바깥에 앉을 수 있는 테이블들이 많아서, 그늘이 있는 테이블에서 휴식도 취할 겸 점심을 먹었다.
오늘의 다음 목적지는 리버사이드워크와 더내로우스. 원래 히든 밸리쪽도 트래킹을 하려고 했는데, 당시에 낙석때문에 위핑락과 연결되는 다른 트레일들이 다 접근 불가여서 더위도 식힐 겸 내로우스에서 1시간 정도 발을 담그며 걸어가는 것으로 정했다. 사실, 본격적으로 걸을 것이었다면 물속에서 걸을 수 있는 신발과 지팡이를 준비해왔겠지만, 1시간 정도면 그냥 별도로 챙겨온 크록스로도 무방했다.
강을 따라 걷는 리버사이드 워크 트레일은 왕복 3.1km 정도로, 평지를 버진 리버를 따라서 걸을 수 있는 트레일이다. 트레일의 끝은 더 내로우스 트레일로 연결된다.
겉는 내내 옆으로는 강물이 흐르고, 그늘이 있는 구간도 많아서 가족단위로 걷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는 트레일이다.
리버사이드 워크 트레일의 끝은 이렇게 더 내로우스 트레일의 시작지점으로 이어지는데, 본격적으로 장비를 가지고 온 사람도 있지만.. 나같이 가볍게 1-2시간 이내로 걸으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한 쪽 벽에는 사람들이 가져갔다가 가져온 나무들도 꽤 있으므로 이걸 지팡이 삼아서 걸어도 된다. 방문했던 6월에는 수위기 상당히 낮은 편이어서, 크게 나무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만약 본격적인 하이킹을 할 예정이라면 이렇게 제대로 신발과 지팡이를 빌리는 것이 좋은데, 자이언 국립공원의 초입에 있는 자이언 아웃피터스(Zion Outfitters)에서 빌리면 된다. 보통 하루 단위로 대여 가능하며, 사전에 예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트래킹하는 여름 시즌에는 이미 쌓였던 눈이 다 녹은 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아서 걷기 쉬운편에 속한다. 물론 전날 비가 왔다면 갑작스러운 홍수(Flash Flood)를 조심해야 하지만, 맑은 날이 이어졌다면 더위도 식힐 겸 더 내로우스를 걸어봐도 좋다.
더 내로우스 트레일은 30분 정도만 걸어들어와도 이렇게 양쪽으로 협곡이 펼쳐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물론, 더 좁고 멋진 협곡을 보고 싶다면, 더 내로우스의 끝까지 가보는 것도 좋고.. 최소한 왕복 4시간 정도를 계산하고 가는 것이 좋다. 더 내로우스 트레일의 전체 구간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링크 참고: https://cafe.naver.com/drivetravel/311850
그렇게 더 내로우스 트레일까지 마치고 온 건 좋았는데, 오후 5시쯤 되니 국립공원을 빠져나가는 행렬이 어마어마했다. 셔틀을 타기위해서 선 줄이 한바퀴를 빙 두르고 있을 정도였는데, 결국 40분 가까이 기다린 후에야 셔틀버스를 탑승할 수 있었다. 원래는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 초입에 위치한 숙소까지 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여기서 1시간 가량을 소비해 버린 터라 해가 진 후에야 숙소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의 초입까지 운전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결국 브라이스캐년에 도착한 건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난 후였다. 뭐, 완전히 깜깜해지고 도착한 것보다는 나은 일정이었지만. 역시 여름은 해가 길다보니 확실히 그랜드써클 하루 일정을 길게 잡게 되는 것 같다.
현재 미국의 63개 내셔널파크 중에서 가장 북동쪽에 위치한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역 메인주의 아카디아 국립공원(Acadia National Park)은 1919년 2월에 그랜드캐년과 함께 13번째 내셔널파크로 지정이 되었는데, 연방정부가 미시시피 강 동쪽의 미동부에서는 최초로 법률을 만들어 자연경관을 보호한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공원의 이름은 1600년대 초에 지금의 미국 메인주와 인접한 캐나다 남동쪽 노바스코샤(Nova Scotia)에 최초로 진출했던 프랑스가 이 지역을 '목가적 이상향'을 뜻하는 라틴어 어케이디아(Arcadia)라 부른 것에서 연유한다.
아카디아 국립공원은 위 지도에 짙게 표시된 영역인데, 육지와 연결된 마운트데저트 섬(Mount Desert Island)을 중심으로 스쿠딕 반도(Schoodic Peninsula)와 '높은 섬'이라는 뜻의 Isle au Haut, 그리고 다른 작은 16개의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한국의 거제도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마운트데저트섬, 그 중에서도 짙게 순환도로가 그려진 곳만 방문을 하므로 위기주부도 그 도로 입구에 있는 비지터센터를 먼저 찾아갔다. (미동부 해안에서는 뉴욕 롱아일랜드 다음으로 두번째로 큰 섬이라고 함)
미국의 북동쪽 끝에 있지만 연간 방문객이 3백만명에 가까운 인기있는 국립공원이라서 주차장도 굉장히 넓었다. 멀리서 보고는 비지터센터 건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저것은 입구에 불과할 뿐...^^ 여기서 자판기로 공원입장권을 구입해 차에 놓아두고, 무료 순환버스를 타고 공원을 돌아다닐 수도 있다고 한다.
입구를 통과하면 방문자안내소 건물은 이렇게 52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고 '친절히' 안내되어 있다~
그렇게 계단을 다 오르니 해풍에 바랜듯한 외관에 나지막하게 만들어진 헐스코브 비지터센터(Hulls Cove Visitor Center)가 나왔다.
캘리포니아에 살 때는 단 1초도 망설임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잠깐 고민을 한 끝에... 미동부로 이사와서는 처음으로 구입하는 위기주부의 12번째 국립공원 연간회원권 '애뉴얼패스(annual pass)'를 80불에 구입했다. (아카디아 국립공원 입장료는 현재 30불) 기념품 가게 옆으로 이 섬의 지도가 보이는데, 아래에 확대 가능한 원본과 함께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섬의 가운데 Somes Sound를 따라 바다가 깊숙히 들어와 있고, 땅에는 세로 방향의 기다란 호수들이 많이 있는 굉장히 특이한 지형이다. 특히 동쪽 순환도로 가운데 솟아있는 캐딜락마운틴(Cadillac Mountain)은 해발 1,530피트(466 m)로 미국 대서양 해안가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1860년대에 바하버(Bar Harbor) 마을을 중심으로 여름휴양지로 개발이 시작되었는데, 1901년부터 당시 하버드대 총장과 여러 사람들이 재단을 만들어서 땅을 구입한 후에 연방정부에 기증을 해서 국립공원으로 보호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공원 순환도로의 일방통행 구간에 접어들어 Bear Brook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은 후에, 조금 더 달리니까 이렇게 길을 막고 입장권을 검사하는 Sand Beach Entrance Station이 나왔다. 주민들이 사는 마을간을 연결하는 도로와는 분리된 별도의 관광도로를 만들어서 입장료를 징수하는 방식으로 '내셔널파크 레벨'로 관리가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Park Loop Rd에서는 표식이 잘 보이지 않는 비하이브 트레일(Beehive Trail)을 출발하는 이정표 옆에 선 아내의 모습이다. 예전에 "미국 국립공원들에서 최고의 당일 하이킹코스 20개"를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포함되었던 아카디아 국립공원의 프레서피스 트레일(Precipice Trail)은 너무 위험해서 폐쇄되었다고 해서, 대신에 그와 비슷하면서도 짧은 이 트레일을 하기로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시작부터 제법 경사가 있는 이런 바윗길을 0.2마일 정도 올라가게 되는데, 이 곳의 인기코스인 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이정표가 세워진 삼거리에 도착하면 본격적으로 비하이브루프(Beehive Loop)가 시작되는데, 저기 노란색 경고판이 세워진 방향인 오른쪽으로, 즉 루프를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0.3마일 밖에 안되지만...
경고판을 읽어보시면 "serious injury and death" 등 무시무시한 말들이 잔뜩 씌여있다. 특히 우리는 맨 아래의 항목들 중에서 5번째에 해당되지 않고 그냥 얇은 운동화를 신고왔기 때문에, 올라가는 내내 사모님으로부터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이 정도의 바위를 기어서 올라가는 것으로 가볍게 시작하지만, 조금 올라가서 바다가 시야에 들어올 때 쯤에는...
어느새 절벽의 가장자리를 따라서 놓여진 철제 발판을 아슬아슬하게 밟고 지나가야 했다. 왼쪽 바위에 하늘색으로 칠해 놓은 것이 트레일을 알려주는 표식으로, 나중에는 저 마크가 없으면 도저히 어디로 어떻게 올라가야할지 감당이 안 되는 곳들도 나온다.
뒤에서 오는 사람에게 커플사진 한 장 부탁하고는 먼저 올라가시라고 했다. 여기를 지나서부터 그냥은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곳에는 철제 손잡이와 발판을 바위에 박아 놓았다.
용감히 그 철봉을 잡고 바위절벽을 뒤따라 올라오는 우리집 사모님! 위기주부는 저 쇠막대기를 처음 딱 잡는 순간에, 풍경은 여기와 정반대이지만 비슷한 쇠로 만든 링(ring)을 잡고 절벽을 올라가야 했던 옛날 모하비 국립보호구역에서의 하이킹이 생각났었다.
이런 코스는 액션캠을 모자에 달고 전구간을 비디오로 찍었어야 하는데, 아내가 절벽 옆으로 걸어가는 뒷모습만 잠깐 핸드폰으로 찍었다. 그래서 편집에서 제외된 사진들과 함께 앞뒤로 묶어 재미있는 배경음악과 함께 슬라이드쇼 영상을 만들었으니까, 클릭해서 유튜브 영상으로 보실 수가 있다.
비록 준비없이 운동화를 신고와서 좀 힘들기는 했지만, 이런 아슬아슬하고 멋진 절벽 위 트레일에서 인생사진들을 남길 수 있었던 우리 부부의 베스트 하이킹들 중의 하나로 오래 기억이 될 것이다.
"이제 정상이 보인다~" 거의 마지막 철제 사다리 구간을 조심해서 올라가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이다.
절벽의 바위 사이에 힘들게 뿌리를 내린 소나무는 사람들이 하도 많이 잡고 지나가서 몸통이 반질반질 했다. 저 모퉁이를 돌아서 마지막 바위계단의 위로 올라가면,
평평한 정상이 나오면서 위험한 절벽구간이 모두 끝난 것이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두 분은 방금 우리가 올라온 길로 하산을 하시는 것 같던데, 경고판에 씌여져 있던 것처럼 철봉을 잡고 내려가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하므로 가급적이면 피하시는 것이 좋다.
우리가 주차한 순환도로에서 약간만 걸어서 내려가면 나오는 샌드비치(Sand Beach)의 주차장과 모래사장인데, 트레일을 마친 후에 저기까지 걸어가본 것은 아카디아 국립공원 여행기의 다음편에서 따로 소개될 예정이다.
해발고도 520피트(158 m)의 더비하이브(The Beehive) 바위언덕의 정상 말뚝에 손을 올린 아내... "아이고, 죽을 뻔했네~"
모처럼의 하이킹을 마치고 찍는 정상인증 커플셀카이다.^^ 뒤쪽으로 보이는 바다는 바하버 항구 앞의 프렌치맨베이(Frenchman Bay)로 떠있는 작은 섬들도 국립공원에 포함된다.
"나는 자연인이다!" 사모님, 폼 그만 잡고 이제 빙 돌아서 내려가시죠~
오래간만에 가이아GPS로 기록한 경로로 예전에 설명한 적이 있는 소위 '롤리팝(Lollipop)' 코스로 원형구간은 반시계 방향으로 돈 것이다. 전체 거리는 1.2마일에 우리는 1시간반 정도가 소요되었는데, 위 지도를 클릭하시면 고도변화 등의 상세정보를 직접 보실 수 있다.
삼거리까지 내려와서 우리가 올라갔던 '벌집(beehive)' 모양의 바위산을 아내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데,
핸드폰 줌으로 찍었던 사진을 집에 와서 컴퓨터로 확대해 보니까, 하얀 옷을 입은 커플이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모습이 들어가 있었다. "우리도 저 절벽에 매달린 길을 지그재그로 올랐다는 거야?!" 미국 북동부 메인주 바닷가에 있는 아카디아 내셔널파크(Acadia National Park)를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서, 일행에 어린 아이가 있다거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제외하고, 1시간반 정도의 여유가 있으신 분은 이 비하이브 트레일(Beehive Trail)을 꼭 해보시기 바란다. 참, 그래서 여기는 현재 미국의 63개 내셔널파크들 중에서 위기주부가 43번째로 방문한 곳으로 기록되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해서 위기주부의 유튜브 구독하기를 눌러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위기주부가 미서부 여행을 좀 다녀봤다고 블로그에서 말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지난 2009년 여름에 떠났던 30일간의 자동차 캠핑여행이었다. 그 80편의 여행기를 모두 마치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최고의 10곳인 '탑텐(Top 10)'을 꼽아서 포스팅으로 소개한 글이 있는데, 그 때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이나 캐나다의 레이크루이스 등을 모두 제치고 가족이 1위로 꼽았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
두번째 대륙횡단 이사의 4일째에 새벽같이 유타 그린리버(Green River)의 모텔을 나와서, 70번 고속도로를 조금 달리다 191번 국도로 남쪽으로 빠졌을 때는 이미 해가 뜨기 직전이었다. 일출로 유명한 곳을 먼저 갈지, 아니면 긴 트레일을 해야하는 곳을 먼저 갈지를 놓고 전날 밤에 고민을 했었는데, 아내의 말에 따라서 국립공원 안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아침을 사먹고 중요한 트레일을 먼저 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심각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이른 아침부터 기다란 줄이 만들어진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의 입구를 지나서 바로 바위산을 넘어가는데, 브로셔의 공원지도를 보던 아내가 여기 안에는 아침을 사먹을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빈 속에 왕복 3시간 트레일을 할 수는 없었기에 차를 돌려서 입구 옆 비지터센터로 돌아가서, 기념품 가게를 뒤진 끝에 정체불명의 에너지바와 마운틴믹스를 겨우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에너지바를 하나씩 먹으며 다시 바위산을 운전해서 넘어가면, 제일 먼저 나오는 여기 파크애비뉴(Park Avenue)와
밸런스드락(Balanced Rock)은 2009년에 트레일을 했었기 때문에 서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여행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그렇게 만사를 제쳐두고 찾아간 곳은 여기 델리키트아치 트레일(Delicate Arch Trail)이 시작되는 곳인데, 정말로 넓은 주차장에 마지막 남은 딱 한자리에 운 좋게 주차를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전날은 이삿짐에서 비치모자를 찾아서 썼던 사모님이 오늘은 농부모자를 쓰고 트레일을 하신다~
1906년에 만들어졌다는 울프랜치(Wolfe Ranch)의 통나무집도 아직 안 무너지고 그대로 잘 있었다. 그런데 깔끔한 창문은 아마도 최근에 새로 바꾼 듯...?
오전 일찍부터 많은 사람들이 저 바위 언덕 너머에 꼭꼭 숨겨져 있는 아치를 찾아서 걸어가고 있었다.
이전 사진의 오른편 끝에 보이던 암릉 구간을 올라가는 모습인데, 여기는 정확한 트레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사가 급한 편이라서 전체 트레일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선선한 10월에 날씨도 흐려서 땀이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바위산을 넘으면 약간의 나무들이 자라는 곳을 지나서 길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멀리 사람들이 보이는 왼편이 아니라 오른편의 바위 옆으로 만들어진 길을 찾아가야 한다.
아내 앞에 이 쪽이 트레일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데, 2009년에는 아마도 없었던 것으로 생각이 된다.
경사가 급한 바위를 깍아서 계단까지 잘 만들어 놓은 트레일인데, 벌써 돌아오는 하이커들은 델리키트아치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에 출발한 부지런한 분들이시다.
옛날에 사람이 매달려있던 위쪽의 작은 아치를 다시 보니, 거의 다 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멀리 모퉁이를 돌아서면 어떤 풍경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면서도 가슴이 쿵쾅쿵쾅~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핸드폰으로 비디오를 찍으면서 걸어갔다.
유타 주의 자동차 번호판에도 그려져 있는 델리키트아치와 우리 부부가 12년만에 감동적인 재회를 하는 순간의 동영상을 클릭해서 유튜브로 보실 수 있다. 왜 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시끄러웠던 아기의 울음소리도 추억으로 같이 기록되었다.^^
이 때는 10월이라서 아치 너머로 멀리 흐린 하늘 아래에 눈 덮인 라살(La Sal) 산맥이 보이지만, 지난 번에는 뜨거운 파란 하늘 아래에 붉은 아치가 더욱 선명히 보였었다.
위 사진을 클릭해서 2009년 6월의 여행기를 보시면, 12년전 우리 가족 3명의 모습과 함께 더 많은 이 트레일에 대한 설명과 사진들을 보실 수가 있다.
"바로 이 마운틴믹스(Mountain Mix)가 델리키트아치를 보며 먹는 우리의 아침식사입니다."
두번째 만남의 여유라고나 할까? 그냥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여유있게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갈까 하다가...
그래도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좀 가까이 다가가, 화면에 꽉 차게 아치를 넣고 사진을 부탁해서 찍었다.
장소가 특별한 만큼, 독자들이 지겨우시더라도 부부셀카도 연이어서 올려본다.^^ 그러고는 돌아설까 했지만,
여기까지 내려 온 김에... 우리도 아치 바로 아래에 가서 사진을 찍는 차례를 기다리는 저 줄에 합류했다.
작년 10월초에 올렸던 대륙횡단 이사계획 포스팅을 꼼꼼히 읽어보신 분이라면 기억하시겠지만, 미서부와 이별을 하는 상징적인 장소로 선택했던 곳에 우리 부부가 서있는 것이다. "영원한 이별은 아니니까, 다시 만날 때까지 무너지지 말고 잘 있어라~"
우리 부부를 찍어준 사람의 핸드폰을 받아 서로 위치를 바꿔서 위기주부가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을 아내가 사진으로 찍었다. 그런데, 꼭 저렇게 줄 안 서고 다른 사람들 차례로 사진 찍는데 옆에서 얼쩡거리는 분들이 계시다.
작별하고 돌아서는데 우리가 기다릴 때보다 줄이 더 길어진 것을 보니 괜히 즐거운...^^ 델리키트 아치를 보며 아침도 잘 먹었겠다~ 이제 주차장으로 돌아가서 12년 전에는 그냥 잠깐 멀리서 보기만 했던 다른 커다란 아치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아래까지 또 트레일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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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6년반 전인 2015년 봄에 LA의 집에서 자동차로 출발해 아리조나를 지나서 뉴멕시코(New Mexico) 주까지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순백의 화이트샌드 국립공원과 신성한 산타페 등등의 전체 여행기 목록과 경로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1차 대륙횡단 이사의 둘쨋날에는 그 때 시간이 없어서 들리지 못했던 준국립공원 두 곳을 구경한 후에, 동서로 완전히 뉴멕시코 주를 횡단해서 텍사스까지 가서 숙박을 할 예정이다.
아침을 먹은 모텔 식당에 걸려있던, 미국 각 주의 자동차 번호판으로 만든 미국지도의 사진이다. 이 날은 갈색 아리조나 번호판의 숫자 1의 머리에서 출발해 노란색 뉴멕시코를 횡단하고, 텍사스 제일 위쪽에 별이 있는 곳까지 가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자동차 번호판들을 이어붙인 것을 보니까 자연스럽게 영화 <노매드랜드>의 아래 포스팅이 떠올랐다.
우리 부부도 약 한 달간... 영화 속의 주인공과 같이 '하우스리스(houseless)' 생활을 하는 노매드가 되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가 영화처럼 저 차에서 자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앞 두자리를 빼고는 뒷좌석과 지붕까지 이삿짐이 빼곡해서 쥐새끼 한마리 들어가 잘 틈도 없었다~^^ 참, 이삿짐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들은 따로 작은 여행가방에 넣어서 숙소에 도착하면 방에 두기로 계획했었지만, 첫날밤부터 2층까지 별도로 가지고 올라가기가 귀찮아서 그대로 차에 두고 잤는데, 이후로는 대륙횡단을 마칠 때까지 중요물품 가방이 따로 있는지도 거의 잊어버리고 여행을 했다는...
40번 고속도로가 관통하는 페트리파이드포레스트(Petrified Forest) 국립공원은 두 번이나 방문을 했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고 (11년전의 첫번째 여행기를 보시려면 클릭), 샌더스(Sanders)라는 곳에서 처음으로 인터스테이트40을 벗어나 191번 국도로 빠져 조금 남쪽으로 내려간 후에, 동쪽으로 방향을 트니까 뉴멕시코(New Mexico) 주가 시작된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옛날에는 노란 바탕에 빨간색과 녹색의 칠리(chili)가 그려진 단순한 디자인이었는데, 최근에 새로운 디자인의 환영간판으로 바뀌었다.
뉴멕시코 53번 주도를 따라 주니 인디언 보호구역(Zuni Reservation)을 지나면서 1시간쯤 달려서, 이 날의 첫번째 목적지인 엘모로 내셔널모뉴먼트(El Morro National Monument)라는 곳에 도착을 했다. (구글맵으로 위치를 보시려면 클릭)
비지터센터 내부에는 방문객보다도 일하는 직원들이 더 많았고, 우리는 이 지역 원주민들과 개척자들의 역사에 관한 전시를 후다닥 둘러본 후에, 빨리 트레일을 하기 위해서 건물을 관통해 나갔다.
그랬더니 젊은 남자 직원이 뒤따라 달려나와서는 위기주부 손에 들린 코팅된 안내책자를 하나 전해주었다. 이 곳은 따로 공원지도를 보여드릴 필요없이 책자에 보이는 두 개의 트레일이 거의 전부인 작은 준국립공원으로, 우리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전체 0.5마일의 인스크립션락 루프트레일(Inscription Rock Loop Trail)을 한다.
개울을 건너는 다리도 아주 잘 만들어 놓았는데, 이 트레일은 전체 구간이 휠체어로도 다닐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잘 포장된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걸어가면 아주 멋진 바위산 아래에 도착하는데, 공원 이름인 스페인어 El Morro는 "The Headland"라는 뜻으로 머리처럼 툭 튀어나온 지형 때문에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바위절벽으로 둘러싸인 전망대에 쉼터와 안내판을 아주 잘 만들어 놓았다. 여기서 사진 가운데 폭포수가 떨어진 까만 자국이 보이는 곳까지 걸어가면서 찍은 동영상을 아래에 보여드리니까 클릭해서 보실 수 있다.
해발 2천미터가 넘는 곳에서 올려다 보는 파란 하늘 아래에 우리 두 명만 있는 고요함도 느끼실 수 있는데, 한 없이 맑고 상쾌했던 공기는 동영상으로도 전달해드릴 수 없어서 유감이다.^^
폭포수가 떨어진 자국이 있던 바위 아래에는 이렇게 물웅덩이(pool)가 있었는데, 물이 제법 고여 있었다.
풀 앞에서 커플셀카 한 장 찍었는데, 아무리 각도를 맞춰도 배경으로는 높은 바위들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파란색 LA 다저스 셔츠를 입은 커플이 우리를 뒤따라 오길래 우리도 로스앤젤레스에서 왔다고 인사를 하면서, 이제 버지니아로 이사가면 다저스가 워싱턴 내셔널스와 원정경기를 하러 DC에 오면 '고향팀'을 응원하러 야구장에 한 번 가봐야 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그런데 이 커플은 벽면을 꼼꼼히 바라보면서 걷는 것이 아닌가... "바위에 뭐가 있나?"
괜히 직원이 뒤따라 뛰어나와서 우리에게 안내책자를 전해준 것이 아니었다. 이 바위산의 벽면에는 원주민의 암각화(petroglyph)와 서양인들이 여기 다녀갔다고 바위를 깍아서 남긴 인스크립션(inscription)이 약 2천개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즉 이 거대한 바위산 전체가 화폭이자 방명록인 셈인데, 트레일에 설치된 각 번호판에 대한 설명이 안내책자에 사진과 함께 나와 있었다.
특히 아내가 보고있던 이 스페인어는 뉴멕시코 식민지의 총독이었던 Juan de Oñate가 1605년에 새긴 것으로, 방명록 중에서는 여기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글씨가 까맣게 선명한 이유는 1920년대에 희미해져 가는 흔적들을 남겨둘 목적으로 굵은 연필로 홈을 따라 덧칠을 해서 메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캘리포니아 제1기병대의 대장이었던 R. H. Orton이 남북전쟁이 끝나자, 1866년에 여기를 지나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것이란다. 이렇게 바위에 새겨진 방명록이 가지는 역사적 중요성으로 일찌감치 1906년 12월에 미국의 두번째 내셔널모뉴먼트(National Monument)로 지정해 보호되었고, 그 후로는 더 이상 바위에 새로 무엇을 새기는 것은 연방법으로 금지되었다 한다.
그렇게 구경하면서 걷다보면 바위산이 끝나는 곳에 삼거리가 나오는데, 광각으로 찍어서 삼각형으로 보이지만, 양쪽 모두 거의 수직의 절벽인 바위산이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계속 돌아가면 바위산 위로 올라가는 헤드랜드 트레일(Headland Trail)로, 멋진 경치와 함께 원주민들의 1300년대 집단 거주지인 Atsinna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안내판에는 어떻게 바위에 새겨진 그림과 글씨를 보존해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처음에는 방수 파라핀(paraffin)을 바르거나 바위를 깍아서 물길을 바꾸고 또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연필로 글씨에 덧칠을 하기도 했지만, 1930년대부터는 이런 인위적인 방법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지금은 바위에 심각한 손상이 있는 경우에만 구멍을 메우거나 고정을 하는 정도로만 관리를 한단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참 자기 이름을 남겨놓고 싶었나 보다... 마지막으로 테두리까지 둘러서 빼곡히 새겨진 이름들을 구경하고는, 비지터센터로 돌아가서 직원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안내책자를 반납을 했다.
1시간도 채 머물지 않았지만 참 와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엘모로 준국립공원이었는데, 언젠가는 다시 와서 저 바위산 위로 올라가는 헤드랜드 트레일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다시 우리는 차에 올라서 바로 옆에 10분 거리에 있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풍경은 차이가 나는 다른 준국립공원을 또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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