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Posts
23 posts
블랙 미러 203 The Waldo Moment
어디까지가 조크이고 어디까지가 정치 풍자인지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그저 티비쇼 아바타일 뿐인 파란 곰 캐릭터 왈도. 그 왈도가 또 하나의 깽판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보궐선거에 나갔다가 큰 지지를 얻는 부분이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우리가 지지하고 또는 반대하는 정치인이라는 존재들도 결국 물 밑의 다른 오리발들이 만들어 낸 정치 연예인일 뿐이질 않는가. 정치가가 읽는 연설문이 누군가 대신 써 준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연설에 일희일비하는 괴상한 현실의 광경과 이 에피소드가 보여주는 해프닝은 다를 바가 없다. 에피소드 전체를 요약하자면,순간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래픽 캐릭터라도 지지받는 정치판. 결국 선거라는 개념 자체가 그럴듯하게 꾸며진 껍데기를 보며

블랙 미러 202 White Bear
반전의 충격만큼은 시리즈 중 최고. 이웃의 불행마저도 구경거리, 촬영거리 쯤으로 여기는 현대인들의 정신 나간 촬영 신드롬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줄 알았는데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결국은 함무라비 법전 이상의 범죄 보복이 통용되는 사회. 각본의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관점에선 이건 이 시리즈에서 다룰 에피소드가 아니다. 이건 내 기준에서 유토피아에 가깝다. 물론 범죄 판결에 대한 신뢰성과 적법하고 적절한 수사가 사전에 수반된다는 전제 하에서의 얘기다. 확실하게 죄가 입증된 범죄자에게, 피해자가 입은 고통을 수 배로 갚아주는 철권 법치에 나는 찬성한다. 아동 납치 살해의 공범인 주인공에게 가해지는 보복성 처벌, 막말로 극중의 그것은 너무 약하다. 범죄자에게 고통을 준다

블랙 미러 201 Be Right Back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흔적을 웹 데이터로 남기게 되는 디지털 생활에 대한 묘사를 망부석 여인의 스토리로 풀어내는 점이 재미있다. 게다가 하필 그 망부석 여인을 연기한 배우가 헤일리 앳웰이라니. 디지털 인공지능이 사람의 인격을 대체할거라 믿는 무모함과 어리석은 미련이 슬프다. 자신이 만들어 낸 인공 지능 괴물에 대해 결국 책임지지 않는, 텐마 박사와도 같은 이기심이 또 슬프다. 결국 로봇을 폐기하지도 곁에 두지도 못하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까운 곳에 가두어 방치하는 결말은, 미련과 이기심과 잔인함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었으리라. 에피소드 초반을 보면, 섹스가 잘 풀리지 않자 남자가 당황하는데 여자는 괜찮다며 다독여주는 장면이 있다. 별 거 아닌 장면이지만, 진짜로 사랑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블랙 미러 103 The Entire History of You
시즌 1 최고의 에피소드.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도 제일 센 느낌이었다. 인간은 망각하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 완벽하게 통용되지 않는 사회. 눈과 귀로 접한 모든 것을 기억하고 심지어 고화질로 다시 재생해서 확인할 수도 있는 미친 테크놀러지의 세상에서의 삶이 가져올 수 있는 기형적인 불행이 너무나 알기 쉽게 와 닿는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죄를 지어놓고서도 죄책감의 일부를 남편 리암에게 떠 넘기려는 피온의 모습에서 뭔가 되게 현실적인 짜증과 분노와 피로감이 느껴진다. 내가 잘 못한 건 맞는데 너도 책임이 있어, 라는 태도는 이미 현실에서도 흔한 인간 군상의 하나다. 테크놀러지의 기형성을 소재로 하지만 결국 인간의 이야기를 제대로 다루는 시리즈라서 재미있고 또한 씁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