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까지 있는 최신식 관광형 버스로 화장실까지 겸비한 버스는 잘 닦여진 태국의 도로를 부드럽게 달렸다. 바로 옆 나라, 라오스만 해도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나가는 메인 도로가 흙길인지 콘크리트로 만든 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달릴 때 마다 흙먼지가 날려 앞이 보이지 않을까봐 전전긍긍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창밖을 내다보았다. 방콕을 벗어나자 화려한 조명 빛은 사라지고 까만 바탕에 띄어놓은 점점들의 간판들만 눈에 들어왔다. 독일인인 그는 내 뒤 좌석에 앉았고, 종종 얘기를 꺼내오는데 몸과 마음이 피곤한 나를 귀찮게 만들었다. 갑자기 그는 내게 스스로를 안심시키고 싶었는지 자신의 여권을 들이밀었다. - 이거 봐, 이거 나야. 사진은 좀 웃기지? 아, 그리고 한국은 왜 나이를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