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제 나는 네 집을, 너라는 애를, 감히 사랑한단 말은 못하겠어. 다만, 너한테 배워볼게. '그래서 이제 '까지 타이핑을 할 때 혜원은 '널 사랑해보겠어' 라는 말을 하고 싶었을 지 모른다. '이제'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은' 못하겠다'는 술어의 모순은 혜원의 마음이 너무나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몇번이고 바뀌는 마음. 선재를 향해 질주하는 마음과 스타카토처럼 잠깐 잠깐 끊어 돌아오는 이성의 사이에서 혜원은 갈팡질팡중이다. 다음 날 아침에 있을 이사장과 영감과의 아침식사를 잊었을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파르고 미끄러운 계단을 꾸역꾸역 올라가는 혜원의 가녀린 발과 어딘가모르게 결의에 찬 듯한 얼굴이 묘하다. 피아노실, 수줍은듯 '연애편지'라고 말하는 혜원의 목소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