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wn to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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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랑하는 것이 낫다.
비러브드 영화 중반부 쯤 되자 어둠속에서 영화관을 빠져나가는 관객들의 인기척이 조금씩 느껴졌다.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달콤한 색채와 빠른 편집이 관객에게 이 영화에 대한 어떤 기대를 심어주었다면 대조적으로 우울하고 냉소적인 이야기들이 느리게 진행되다 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어쩌면 중간중간에 배우들이 노래를 하는 형식이 거슬렸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나도 중반부에서 분위기가 크게 전환되자 당황한 것이 사실이다. 초반에선 그냥 가볍게 내용을 축약해버리는 느낌이었다면 갑자기 인물들이 겪는 사소한 에피소드와 그들의 심리상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조금 지루해질 뻔도 했다. 그런데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영화가 하고싶은 이야기가 점차 와닿았고 마치 인생공부를 한 것 마냥 마지막 노래가 끝난 뒤에도 멍하게 그 의미를 되
수집의 역사
언제부터인가 한장 한장씩 DVD를 사다가 모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중학생 때인가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당시 헐리웃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이었던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을 사면서, 영화 DVD가 빽빽히 꽂혀있는 책장을 갖는 것도 꽤 멋있는 어른의 모습일 거라 생각하며 수집을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딱히 물질에 대한 집착이 없는데다 (이렇게 말하면 세속에 별 욕심이 없는 성인군자처럼 들릴 수 있으나 그렇다기보다는 취향이 깃든 어떤 물건을 소중히 여기거나 오래 보관해두는 습관이 없었을 뿐이다.)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비디오와 DVD를 비롯한 영화의 2차시장이 이미 무너져버린 한국의 상황이 맞물려 DVD에 대한 관심은 점차 미약해졌다. 그러다가 다시 한장씩 사들이기 시작한 것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광화문역
2월 첫째주에 본 영화들
레미제라블 생각해보면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를 많이 접해보지 않았다. 짧게 뇌리를 스치는 영화들은 주로 그리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같은 60~70년대의 청춘멜로물이다. 근년에 들어와 배우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본 영화는 물랑루즈, 맘마미아 정도밖에 기억나지 않는데, 내 경험이 짧을 뿐만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겨와 (성공적으로) 재해석한 영화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장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배우들이 대사에 높낮이와 장단을 붙여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말로 하면 되지 왜 굳이 노래를 하나' 싶기도 할 것이다. 그 어색함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것이나 거기에 대한 논의는 뮤지컬 장르 자체에 대한 부정이 될 것이므로 배제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문학을 영화로 옮긴 각색
타지에서의 일품액션
베를린 한국에 오자마자 시차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영화관에 갔다. 막 개봉한 따끈따끈한 베를린을 보고 왔는데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종류의 한국영화였다. 철저히 계산되었으면서도 장면마다 '날 것'의 느낌이 살아있는 액션씬들이 눈에 띄었다. 모든 동작들이 안이하지 않다. 많은 한국영화에서 보여지는 질질 끌기나 어색한 외국배우와의 호흡 같은 것이 전혀 없고 스타일리쉬하다.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 모였으나 그 중 단연 한석규씨의 연기가 압권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물간 갈등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 하정우 & 전지현 부부는 아픈 과거와 지친 일상에 서로 소원하지만 과거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거니와 두 배우의 화학작용이 없어서인지 크게 와닿지 않고, 권력 역전을 두고 벌어지는 모의(謨議) 또한 이 모

항구에 있는 영화관에서 보낸 두 저녁
사파이어 (The Sapphires) 누구나 호감을 가질만한 기분 좋은 영화. 1960년대 호주 원주민 소녀들이 소울 뮤직을 추구하는 아이리쉬 남자를 만나 베트남으로 원정 공연을 가게 되는 이야기다. 인종차별과 멸시를 드세게 받아쳐내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군인들을 위로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는 시대적 무거움을 담아내기보단 그들의 갈등과 화해, 사랑의 시작을 그린 성장기다. 소녀들이 반짝이는 의상을 입고 소울 그룹 '사파이어'로 무대에 서면서부터는 드림걸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솔직히 영화 초반 소녀들이 백인들로 가득찬 펍에서 백인들의 음악이었던 컨트리 송을 부를 때 너무 감미롭기도 하고 새롭기도 해서 '컨트리 송을 부르는 흑인 소녀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를 내심 바랬다. ('흑인이니까 소울을 해야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