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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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posts3) 팔봉산
# 팔봉산에 가는 날 아침에는 비가 왔다. 오후산행으로 계획해놓기는 했었지만, 오전에 쏟아지는 장대비를 보니 과연 계획대로 등산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해졌다. 그렇지만 어차피 등산 외에 할 게 아무것도 없었던 나는, 일단은 등산복을 챙겨입고 홍천으로 향하는 시외버스를 탔다. 팔봉산에 간다고 하니 버스기사 아저씨가 “오늘 갈 수 있나? 비와서 통제할 거 같은데” 라고 말을 툭 건넸다. 알고 보니 팔봉산은 사고가 많은 산이라, 기상 상황이 안좋으면 금방 입산 통제를 한다고 했다. 이럴 수가. 알아보고 또 알아봐도 항상 모자라다. 급하게 팔봉산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전 10:20분 뇌우로 인하여 입산통제라는 공지글이 떠 있었다. 현재 시각은 11:40분. 기상예보에서 더 이상의 비소식은 없었는데.
2) 삼악산
# 삼악산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산세가 무척 험한 돌산이다. 봉우리가 세 개라고 하여 삼악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럼 왜 삼봉산이라 안하고 삼악산이라 부르는 걸까?) 춘천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면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고, 경관도 무척 훌륭하고 산타는 재미도 있어 춘천에 가는 등산러라면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팔호광장에서 5번 버스를 타고 의암댐에 내렸다. 북한강을 끼고 달리는 라이더들이 많아 나까지 상쾌했다. 버스기사님이 나를 아줌마라고 불렀지만 그다지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대신, 안전산행하라며 표를 건네주시는 매표소 아저씨의 정다움에 집중하기로 했다. # 미세먼지로 공기가 탁했고, 날이 더운 탓에 10분밖에 안 올랐는데도 금방 숨이 찼다. 혼자 오르는 길이었기에 조
1) 용화산, 오봉산
# 용화산, 오봉산은 강원도 화천군과 춘천시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각각 해발 877, 777미터로 만만치 않은 높이지만 들머리인 큰고개(용화산), 오봉산(배후령)의 해발이 약 600미터 정도 되기 때문에 정상까지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각각 1시간정도 걸린다). 게다가 거리도 가깝기 때문에 1일 2산 하기가 무척 좋다. 자차가 있다면 원점회귀 후, 차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산을 오롯이 느끼고 싶은 사람(뚜벅이)을 위한 연계산행 코스가 있다. 양통마을에서 시작해서 용화산의 해발을 오롯이 획득하고, 배후령으로 하산하여 그 해발을 두 발로 다시 꾹꾹 밟는 코스. 배후령에서 급하게 김밥을 흡입하고, 정상석에서 청평사까지 긴 계곡길을 하나하나 내려가는 코스. 청평사 선착장에서 소양강댐까지 유람선을 타고 소양호
완벽한 타인 (2018)
알고 싶지 않은 비밀을 알아버렸을 때가 있는가? 혹은 그 기로에 놓여있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예컨대 나에 대한 뒷담화 내용을 들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순간, 연인의 휴대폰을 훔쳐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순간, 상사의 수습평가를 읽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순간. 일상생활을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경험할 순간들일테다.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는가? 알 수 있다면 아는 것이 최선일까? 영화 완벽한 타인은, 그 “반전” 덕분에, 비밀을 여는 순간을 외면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재규 감독이 영화 인터뷰에서 말한 바에 따르면, 그렇지 않게 해석할 여지도 보인다. -반지가 돌면서 영화가 '인셉션'처럼 된다. 결말에 호불호가 갈리기
당신이 잠든 사이에 (1995)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 산드라 블록이 아니었다면 정말 소름끼치는 설정이었을 거야.... 영화 후의 감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는, 영화 전의 기대다. 2020년에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기대가 “킬링타임용 Rom-Com” 또는 “불타는 산드라블록 팬심” 이라면 만족할 만한 영화다. 아쉽게도 나의 기대는 그런 것이 아니어서 영화가 남긴 여운은 강하지 않았다. 설정의 비현실성은 너무 신선하지 않았고, 관계에 대한 강렬한 통찰도 없었다. 다만! 루시 캐릭터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수수하면서도 또렷하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외로운 숙녀. 그리고 루시를 멋지게 그려낸 데는 감정기복이 크지 않은 산드라블록의 연기 톤이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