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멋진 세계, 쓰린 반어

By  | 2022년 11월 14일 | 
영화에 관해서라면 나는 남편에게 무엇에도 이기지 못한다. 여태까지 본 영화의 숫자, 알고 있는 감독과 배우의 이름들, 단편이고 장편이고 장르를 막론하고 많이 보고 또 본다. 그래서 연애할 때는 영화관 데이트를 제일 많이 했다. 지금은 그것도 힘에 부친다는 나의 성화에 혼자 보러 다니지만 그 역시 세월에는 장사 없어 많이 줄었다. 편견 없이 영화를 보는 그와 달리 나는 가리는 것도 많은 관람자라 우울해지는 스토리라면 사양이다. 그 우울이라는 것이 꼭 슬픔이라고 정의 내리기는 모호하다. 오히려 기분이 더럽게 여운이 남는 쪽이라고 설명해야 할까. 이 영화는 언뜻 영화 소개하는 프로에서 흘리듯 봤고 저건 내가 봐도 괜찮겠는데.... 아닌가? 했던 쪽이다. 야쿠쇼 코지는 눈에 익은 일본 배우다. 일본의 안성기쯤으

지난 날

By  | 2013년 5월 13일 | 
지난 옛 일 모두 기쁨이라고 하면서도 아픈 기억 찾아 헤매이는 건 왜 일까 가슴 깊이 남은 건 때늦은 후회 덧없는 듯 쓴웃음으로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네 예전처럼 돌이킬 순 없다고 하면서도 문득 문득 흐뭇함에 젖는 건 왜 일까 그대로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세상 사람 얘기하듯이 옛 추억이란 아름다운 것 다시 못 올 지난날을 난 꾸밈없이 영원히 간직하리 그리움을 가득 안은 채 가버린 지난 날 잊지 못할 그 추억 속에 난 우리들의 미래를 비춰보리 하루하루 더욱 새로웁게 그대와 나의 지난 날 유재하 - 지난날 노래방에서 유재하 노래 연달아부르기를 하다가 옛 노래의 정취도 정취지만 가사가 진정 보석같지 않으냐는, 뒷북이랄 수도 없는 새삼스러운 감

오랜만에 여행 - 강진

By  | 2015년 1월 21일 | 
간만에 자동차타고 멀리가는 여행이었는데 추적추적 비가 왔다. 겨울에 눈도 아닌 비가 오고 안개가 자욱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은 상쾌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말했듯이 너무나 오랜만인 일들이라 흥이 나긴 났다. 문제라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내 컨디션과 두통따위의 소소하지만 지랄맞은 병치레의 지뢰밭을 잘 피해서 다녀올 수 있을 것이냐이다. 내가 여행 좀 간다는데 눈도 아닌 비가 오는 마당에 두통이라고 좋아라 따라나서지 않으란 법은 없다. 오른쪽 관자놀이가 지긋이 아파오는게 심상치 않았지만 무시하려고 애는 썼다. 밥을 먹지 못할 정도의 통증인지 아닌지 가늠해보았는데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점심을 먹었다. 가늠을 한다고 다 맞는 것도 아니라서 반쯤은 포기 상태로 군산의 유명하다는 짬뽕을

<아무르>와 아울러

By  | 2013년 11월 2일 | 
티비에서 <아무르>를 해준다. 작년이었나, 겨울에 해머링맨이 망치질을 하는 건물에 있는 극장에서 보았는데 요즘엔 개봉작을 제법 일찍 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영화를 본 기억이 아직 날 것 같은 느낌이라 그런가? 그 영화를 보던 날 극장엔 정말 이상한 일이 있었다. 사실 <아무르>는 보고나면 여운이 오래남는 영화다. 잔잔하지만 그 안에 굉장히 내면을 휘젖는 힘이 있기 때문에 두 번은 볼 생각을 못 할 정도였다. 너무 무섭다거나 너무 슬프다거나 너무 폭력적이라거나 어쨌든 어떤 이유에서건 두 번 다시는 보지 못 할 영화들이 혹은 아예 볼 시도도 못해보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르>의 경우는 상영시간 내내는 감정이 그다지 요동치지는 않았기에 여운이 길었다고 하는 것이다. 여튼 그런 영화여서인지 극

아주 오랜만의 제주 - 2

By  | 2012년 11월 14일 | 
가열차게 시작. 아침먹고 출발. 절물 휴양림으로 가다가 돈내코쪽의 원앙폭포를 찍었다. 언니의 블로그에서 본 사진에는 물이 완전 그림처럼 맑았는데, 그것도 정물화가 아니라 약간 추상화같은, 그런데 날이 흐려서 물색이 진했다. 제주 3대폭포처럼 관광지가 아닌 현지민들만 알음알음 다니는 곳인데다 비수기여서 개인 사유지처럼 고적했다. 어제부터 눈이 빠지게 제주도 지도를 본 결과 제주도는 북동쪽이 솟아있고 남서쪽이 아래로 삐죽이 나온 타원형이다. 우린 그러니까, 음, 북..쪽으로 간거지. 언니댁이 서귀포시에 있으니까 남해안쪽 하고도 중간쯤이라 치면 중간에서 살짝 오른쪽옆, 그러니까 한라산을 노른자라고 치면 노른자의 오른쪽 끝을 위아래로 연결한 것 같은 도로가 1131번 도로인데 그걸 타고 쭉 올라가